진격의 한화그룹, 또! 미래형 영토확장

반도체 장비 확 키우고…UAM·우주 더 띄운다!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21/06/11 [15:28]

진격의 한화그룹, 또! 미래형 영토확장

반도체 장비 확 키우고…UAM·우주 더 띄운다!

송경 기자 | 입력 : 2021/06/11 [15:28]

방위산업·화학·금융을 주력 사업으로 삼던 한화그룹은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으로 태양광과 수소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왔다. 여기에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우주 사업을 추가한 데 이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반도체 장비사업까지 찍어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식회사 한화가 반도체 장비 사업 확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 한화그룹이 산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반도체 틈새시장에 뛰어들며 영토확장에 나선 이유는 뭘까.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반도체 틈새시장 ‘장비 사업’ 콕 찍어
기계사업 거느리고 증착용 질산 생산…장비 사업까지 연결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장비 진출…관련 조직 갖추기 작업

 

김동관 사장 반도체 장비 사업 진출에 특별히 관심 갖고 추진
UAM·우주 등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그룹의 무게중심 대이동

 

▲ 한화그룹 본사 외관.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화그룹이 반도체 관련 장비 사업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황금시장 반도체 장비 사업 추진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6월7일자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식회사 한화가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반도체 장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이 매체는 “최근 한화그룹이 반도체 장비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주식회사 한화 안에 관련 조직을 갖추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를 위해 현재 반도체 장비와 관련한 전문 인력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한화그룹은 특히 반도체 제작 과정 중 증착 공정과 관련한 장비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착은 반도체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입혀 여러 층의 웨이퍼가 쌓여도 서로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작업으로, 반도체 칩을 만드는 필수 과정이다.


한화그룹이 기계 사업을 보유한 점과 반도체 증착·세정용 소재 등으로 쓰이는 질산을 이미 생산하고 있는 점 등이 반도체 장비사업 검토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초호황(슈퍼 사이클)에 대비해 대규모 공장 증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장비 수요 역시 크게 늘어날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만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1조 원),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7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반도체 공장을 대규모로 증설하면 관련 장비 수요 역시 급증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호황에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도 급격히 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은 33억3700만 제곱인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9억2000만 제곱인치)보다 14% 높고, 2020년 4분기(32억 제곱인치)보다 4% 높은 수치다. 역대 최고치였던 2018년 3분기(32억5500만 제곱인치) 기록도 넘어섰다.

 

기계·질산 갖춰 장비 사업 순탄


한화그룹은 현재 클린 물류 제조 공정에 특화된 고청정 자동화 물류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2020년에는 한화정밀기계가 SK하이닉스와 반도체 후정 핵심 장비인 ‘다이 본더(Die Bonder)’ 국산화에 성공했다. 다이 본더는 반도체 후공정인 패키징 공정 중 가장 고난이도의 핵심 장비 중 하나다.


한화그룹은 반도체 클린공정과 후공정 위주였던 사업영역을 ‘증착’ 공정으로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현재 주식회사 한화 기계부문 진공장비개발실 공정개발팀에서는 반도체 ALD 공정개발과 CVD 공정개발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원자 한 층씩, 최대한 얇게 증착하는 첨단 기술 설비를 개발하고 그 설비를 이용한 공정개발까지, 설비와 프로세스까지 아우르는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화가 개발하고 있는 ALD 설비는 메모리반도체 제작 증착 공정에 사용된다. 


해당 사업부문의 인력도 영입하고 나섰다. 한화그룹은 지난 5월 반도체 장비의 공정개발, 설계, SW개발, 전장·제어 부문 경력직 채용 공고까지 냈다. 한화그룹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CVD·ALD 장비개발과 양산 경력 5년 이상의 경력직이 대상이었다. 


지난 5월에는 반도체 소재사업 강화를 위해 질산 설비 40만 톤 증설도 공식화했다.


주식회사 한화 글로벌 부문은 5월3일 2023년까지 총 1900억 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산업단지에 질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화 측은 질산사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관심이 커진 반도체 세정제 등 정밀화학 분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질산은 3대 강산 중 하나로써 가장 기초적인 케미칼. 그 자체로 반도체 세정제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다른 화학 제품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 한화 측은 당시 “질산암모늄을 만들어서 화약이나 산업용 가스를 만들 때도 사용되고 폴리우레탄 원료로도 쓰인다”면서 “새로운 신규 사업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여수산업단지에 공장이 완공되면 한화의 질산 생산량은 40만 톤이 증설되어 총 52만 톤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 가운데 39만 톤은 자체 소비용 물량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증착 및 세정용 소재로 활용된다.


그런가 하면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1600억 원을 투자해 연 18만 톤의 DNT를 생산하는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18만 톤 DNT 제조 시 연 13만 톤의 질산이 필요하게 된다. 질산과 톨루엔의 화학 반응으로 생산하는 DNT는 가구 내장재, 자동차 시트의 폴리우레탄 제조에 사용되는 TDI의 원료다.


당시 주식회사 한화와 한화솔루션은 “이번 투자로 ‘질산-DNT-TDI’로 이어지는 질산 밸류체인을 구축해 수익성을 키울 수 있게 됐다”면서 “향후에는 질산을 활용한 고성능 복합소재 등의 생산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귀띔한 바 있다.


글로벌 질산 시장은 지난해 약 7500만 톤(t). 금액기준으로 약 27조 원에 이른다. 주식회사 한화는 향후 국내 질산 및 질산 유도체 시장을 넘어 중국, 태국 등 아시아 시장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가 5월31일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에너지세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동관 장비사업 관심 특별


이번 반도체 장비사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특별히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져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김 사장은 주식회사 한화 전략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UAM·우주산업 등 차세대 미래성장 산업으로 그룹의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는데 이들 사업에서 김 사장의 역할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항공·방산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기임원으로도 선임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한화테크윈, 한화파워시스템 등 방산 자회사를 두루 거느리고 있다.


한화그룹의 우주산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는 지난 5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으로 우주연구센터 설립 추진도 공식화했다.


스페이스 허브는 한화그룹이 올해 3월 그룹 내 우주산업을 총괄하기 위해 출범한 조직이다. 우주와 연관된 사업을 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주식회사 한화, 쎄트렉아이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동관 사장이 스페이스 허브의 팀장 역할을 맡고 있다.


새로 설립되는 연구센터의 첫 프로젝트는 저궤도 위성의 ‘위성 간 통신기술(ISL·Inter Satellite Links)’ 개발이다. ISL은 레이저를 활용해 위성끼리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저궤도 위성에서 ISL 기술을 적용하면 여러대의 위성이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고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운항 중인 비행기나 배,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오지에서도 인터넷 공급이 가능해진다. 특히 한화시스템이 추진하는 위성통신·에어모빌리티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

 

UAM·우주 사업 앞서가는 중


한화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 도심항공교통(UAM)과 우주 분야에서 눈에 띄게 앞서가고 있다.


첨단 방산전자 시스템 전문업체 한화시스템은 지난 5월27일 영국 도심 항공 교통수단(UAM) 인프라 전문 기업 스카이포츠(Skyports)와 ‘에어택시’ 인프라 개발 기술을 돕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스카이포츠는 에어택시를 타고 내릴 도심공항(Vertiport)을 만드는 회사다. 2019년 세계 최초로 싱가포르 도심에 에어택시용 시범 도심공항을 만들었다. 실제 운행을 위해 싱가포르 민간항공청(CAAS),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 항공안전청(EASA)과 에어택시 운항 허가·인증 협의를 진행 중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UAM 인프라 규제 논의 그랜드 챌린지(Grand Challenge)에 참여하면서 도심공항 기술을 세계적으로 검증받기도 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2월 미국의 개인항공기(PAV) 전문 기업 오버에어(Overair)와 손잡고 에어택시 기체 ‘버터플라이(Butterfly)’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 2024년에 기체 개발을 마치고, 2025년엔 국내에서 서울~김포 노선 시범 운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기체 개발과 함께 도심 공항을 위한 작업도 본격화하면서 한화시스템은 국내는 물론 세계 UAM 시장에서도 한 걸음 앞서 나가게 됐다.


도심공항은 일반 공항과 달리 도심에 자리 잡기 때문에 고려할 사항이 많다. 승객의 동선과 소음·조류 등 주변 환경을 검토해 위치를 잡고, 효율적인 노선을 설계하는 게 인프라 기술의 핵심이다. 기체 정비와 배터리 충전, 야간 운영을 위한 조명도 맞춤 설계한다. 스카이포츠는 이 모든 기술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운항 안전에 필요한 관제 기술을 스카이포츠에 제공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택시처럼 빠르고 편리한 탑승과 하차’를 위한 심리스(Seamless) 기술도 함께 연구한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1월 한국공항공사와 김포공항에 에어택시용 ‘버티허브(Vertihub)’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버티허브는 도심공항(Vertiport)의 상위 개념이다. 지난 1월엔 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한국교통연구원 등과 UAM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한화시스템은 SSME 지난 6월8일 에어택시 체험형 전시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6월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시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2021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SSME 2021)’에서 대형 부스를 마련하고, 에어 모빌리티 기체 ‘버터플라이’ 목업(실물모형)과 에어택시용 도심공항(Vertiport) 미래 모델을 전시했다. 디지털 사이니지에서 에어택시 모바일 앱(App)을 통해 손쉬운 예약을 체험하고, 현재 교통시간과 한화시스템 에어택시 ‘버터플라이’를 탑승한 소요시간을 비교 확인할 수 있었다.


에어택시 탑승 과정이 오늘날 KTX 이용이나 택시호출 서비스처럼 신속하고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심리스(seamless) 기술 방안도 일반에 공개됐다. 관람객들은 수속장을 걷기만 해도 신원확인과 수하물 검색이 완료되는 초간편 체크인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생체인증 장치와 자동보안 스캐너가 탑승자의 모바일 예약 앱과 연동, 신원을 빠르고 안전하게 검사하는 방식이다.

 

한화시스템이 영국 UAM(도심항공교통) 도심공항(Vertiport) 전문기업 스카이포츠와 구축할 에어택시 도심공항 인프라와 서비스 청사진도 선보였다.


또한 한화시스템이 미국 오버에어(Overair)사와 함께 공동개발 중인 에어 모빌리티 기체 ‘버터플라이’ 목업도 전시하며, 안전·효율·속도·저소음·친환경성을 실현하는 ‘OSTR(Optimum Speed Tiltrotor, 최적 속도 틸트로터)’ 특허기술과 전기추진 시스템을 소개했다. 버터플라이는 4개의 틸트로터에 전기 배터리로 작동하는 전기추진 시스템이 각각 장착돼 최대 320km/h 속도로 여러 회 에어택시 운행이 가능하다.


한화시스템 에어 모빌리티 기체 ‘버터플라이’의 날개에는 대형 틸트로터 4개가 전방과 후방에 장착돼 있다. 틸트로터는 프로펠러를 하늘로 향하게 하면 수직으로 이륙할 수 있어 활주로가 필요없고, 비행 중에는 이를 수평방향으로 바꿔 여객기처럼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에어 모빌리티 사업의 핵심인 교통관리·관제 체계와 시너지를 증폭시킬 ‘저궤도 위성통신 안테나’ 신사업 역량도 전시관 내에 선보였다.


한화시스템의 2030년 UAM 관련 매출 목표는 11조4000억 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UAM 시장이 지난해 70억 달러(약 7조 9000억 원)에서 2040년에는 1조 5000억 달러(약 169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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