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 사회고발 장편소설 '형제복지원과 비밀결사'

“청운의 운명은 악마 같은 자들의 마수에 갈가리 찢기고 말았어”

글/김영권(소설가) | 기사입력 2021/04/09 [15:27]

김영권 사회고발 장편소설 '형제복지원과 비밀결사'

“청운의 운명은 악마 같은 자들의 마수에 갈가리 찢기고 말았어”

글/김영권(소설가) | 입력 : 2021/04/09 [15:27]

형제원은 간판만 복지원으로 내걸었지 실상은 지옥보다 더 잔혹한 곳
그 지옥에서 우리가 결성한 ‘단풍 비밀결사단’은 하나의 꿈이며 소망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고 범죄자 아닌 범죄자가 설 곳은 없었지
청운은 도시의 거리를 승냥이처럼 헤매다가 또 이상스런 곳에 끌려갔어

 

프롤로그-마음속에 피우는 꽃 한 송이


난 선감원을 탈출한 후 이리저리 낙엽처럼 떠돌다가 형제복지원으로 잡혀갔어. 인간의 운명이란 과연 정해져 있는 것인지, 인생이란 대체 무엇인지…?


난 나름껏 새롭게 살아 보려고 이름도 스스로 ‘청운’이라고 바꾸었지. 그런데 부산에 내려가 외항선원이 돼 신기로운 외국 세상을 구경해 볼까 하다가 붙잡혀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간 거야.


간판만 복지원으로 내걸어 놓았지 실상은 지옥보다 더 잔혹한 곳. 그 형제원엔 10대 소년·소녀들도 많이 잡혀와 있었지. 옥이라는 소녀는 잊을 수가 없어.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거야. 신은 사람에게 단 하나의 아름답고 순수한 첫사랑을 준다고 하더라만…. 그것마저 악마 같은 자들의 마수에 갈가리 찢기고 말았어.


요즘처럼 밝다면 밝은 시대에 굳이 내가 직접 겪은 참혹한 얘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해.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어두운 응달은 있고, 그 그늘 속에서 핼쑥하게 말라 가는 사람도 많은가 봐. 밝음이 있으면 어둠도 둥우리를 트는 건지…. 꼭 형제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여기저기엔 지금도 사람을 짐승처럼 취급하고 괴롭히는 암흑 지대가 있는 것 같아. 직장, 학교, 군대 등등에서…. 형제원이나 선감학원 같은 강제수용소는 우리 사회의 상징이라는 얘기도 있더군.


젊은 시절엔 꿈도 희망도 절망도 좌절감도 다른 세대보다 훨씬 많지. 그래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벽을 넘어 나아가야 해. 그러다 보면 작은 성취감과 성장의 기쁨을 맛볼 수도 있으리라 믿어.


신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놓은 그 지옥 속에서 우리들이 결성한 ‘단풍 비밀결사단’은 하나의 꿈이며 소망이라고 해야겠지. 우리들의 활약이 저 옛날 홍길동이나 일지매처럼 눈부시고 멋지진 않더라도, 작은 소망의 씨앗이 돼 마음속에 한 송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길 바랄 거야.
안녕!

 

▲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에서 권원태 명인이 줄타기 공연을 펼치는 모습. 

 

1부


도시 속의 이상한 섬


용두산 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부산 시내는 퍽 평화로운 정경이었다. 한국 제2의 대도시답게 수많은 고층 건물이 하늘을 찌를 듯 늘어섰고 아스팔트 도로엔 차들이 바삐 돌아다녔지만 소음이나 매연은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다. 삶의 온갖 희비애락도 여기서 바라보면 그저 한 자락 꿈만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 내려가 보면 전혀 다를 터였다.


가을바람이 꽤 쌀쌀해졌긴 해도 청명한 하늘에서 내려 비치는 햇빛 덕분에 아직은 상쾌한 기분이었다. 잿빛 깃털 옷을 걸친 비둘기들이 구구거리며 사람들의 손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 먹고 있었다. 녀석들은 아무런 근심 걱정 없는 표정으로 걷기도 하고 날기도 했다. 발은 분홍색 장화를 신은 것 같았다. 그중에 한 놈은 어디가 아픈지 꾀죄죄한 꼴로 한 구석에 웅크려 있었다.


청운은 한동안 연민 어린 눈길로 지켜보았다. 땅바닥에 떨어진 팝콘 몇 알을 주워 다가가자 비둘기는 힘겹게 날개를 파닥여 일어서더니 깡충깡충 도망쳐 갔다. 발 한쪽이 잘려 버려 몇 걸음 못 가 절뚝거리더니 푹 주저앉아 버렸다. 날개 한쪽도 다쳤는지 축 늘어진 상태였다.


청운은 고개를 가로젓곤 히죽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비둘기만큼은 아니어도 그 자신 또한 한쪽 다리를 살짝 절름거리고 있었다. 크게 표가 나진 않는 모습이었다. 어쩌면 의지력으로 애써 그러는 건지….


그때 마침 검은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재잘대며 비둘기떼 쪽으로 왔기 때문이었다. 얼핏 본 그녀들의 모습은 하얀 칼라 위에서 쾌활해 보였다.


청운은 식물원이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낙엽이 떨어져 날리며 어깨를 스쳐 어딘가로 굴러가곤 했다. 서글픈 울음 소리인 양 가냘피 바스락거리며. 그는 한쪽 무릎을 굽혀 앉아 그중의 한 잎을 주워 들곤 중얼댔다.


“가볍군, 정말 가벼워. 내 삶은 너무 무거운데….”


그는 가랑잎을 허공으로 날려 주곤 일어나더니 식물원을 지나쳐 동물원 쪽으로 걸었다.


“꽃은 아름답고 향기롭지만, 그러려면 자신의 추악스런 면을 버리고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을까!”


독백과 함께 한숨을 살풋 내쉬었다.


“나도 과거를 떨쳐 버리고 나름 열심히 살아보려 애썼건만 생각처럼 쉽진 않더군. 변명같지만…. 사실 선감도에서 탈출해 나왔을 땐 마치 구름 위에 올라탄 손오공 마냥 황홀했지. 워낙 지옥 같았던 곳이라 이 세상은 천국 같았달까. 도망자 신세라 순간순간 두려움이 엄습하긴 했어도 꿈이 있었기에 견딜 만했어. 아, 하지만 현실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진 않더군. 범죄자 아닌 범죄자가 설 곳은 이 땅 위에 별로 없었지. 도시의 거리를 승냥이처럼 헤매다가 또 이상스런 곳에 끌려갔어. 자의반 타의반이랄까, 그곳은 어린 청소년들만 모아 훈련시킨 후 북파공작원으로 부려먹었지. 정보부 모집책들이 애초 약속했던 돈은 한푼도 받지 못한 채 다리 병신만 돼 이런 꼴로….”

 

▲ 사진은 그때 그 시절,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아버지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국제시장’ 한 장면. 


청운은 절룩절룩 걸어 동물원 철장 속의 너구리, 오소리, 여우, 공작새, 앵무새, 원숭이 따위를 바라보았다. 털이 빠진 흉한 몰골로 제 깜냥껏 재주를 부리는 놈을 구경하던 그는 눈살을 살짝 찡그렸다.


“마치 내 꼴을 판토마임 식으로 흉내 내는 것 같군. 아아, 과연 저 녀석의 꿈은 뭘까? 대체 꿈이 있기라도 할까? … 동물원은 왜 만들어 놓은 걸까? 세상엔 너구리 같은 인간, 여우, 공작새, 앵무새, 원숭이 같은 인간들이 많으니 잘 보고 반성하라는 뜻인지. 흐흣….”


바로 옆의 진보라색 휘장이 쳐진 곳엔 알림판이 서 있었다.

 

주의! 심장이 약한 분은 절대 사절!
이곳은 희귀한 기형 괴물들이 생존해 있는 특별 관람구역입니다.
[입장료 1000원]

 

청운은 호기심이 일어나는 기색이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딱지 모양으로 접은 천원짜리 지폐를 꺼내 들곤 좀 망설이더니 문지기가 담뱃불 붙이느라 잠깐 한눈파는 사이 재빨리 휘장 속으로 스며들었다.(그 당시 천원이면 짜장면 두 그릇을 사 먹을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장막 안엔, 30촉짜리 작은 알전구들이 알록달록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두꺼운 유리 칸막이 너머로 머리 둘 달린 도마뱀, 다리가 여섯 개인 검정 강아지, 외계인을 닮은 난쟁이(머리를 박박 깎이고 너무 굶어서 피골이 상접한 탓에 그렇게 보이는지 몰랐다), 눈알이 세 개인 독수리, 인어처럼 생긴 물고기의 박제 따위가 보였다. 투명 유리병의 알코올 속에도 구역질을 불러일으킬 듯한 괴상야릇한 물체들이 담겨 있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선감학원이나 북파공작원 훈련소에 갇혀 있었던 동료들도 왠지 세상 사람들에겐 저런 꼴로 비치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이 드는군. 나만의 자격지심일까?”


그는 중얼거리고 나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굵직한 손이 어깨를 움켜잡았다. 청운은 고개를 돌렸다. 문지기가 애꾸눈으로 험상궂게 노려보았다.


“이봐, 젊은 친구, 표 좀 보자구.”


“없는데요.”


“흠, 뻔뻔스럽구먼. 우선 이리 좀 와 보라구.”


청운은 곱게 따라 나갔다. 매표소 앞에 가자 사내는 으르렁거렸다.


“그렇게 슬쩍 기어 들어가면 내 눈을 무시하는 짓이야! 너 상습범이지, 응?”


“한번 보고 나니 정나미 떨어지는데 왜 또 오겠어요? 부산 온 것 자체가 생전 처음이에요.”


“어쨌든 도둑 입장하면 범칙금이 세 배야! 그러니 어서 3000원 내놓고 꺼져!”


“정말 우습게 구시네. 기분같아서는 내가 오히려 3만 원을 받고 싶구만.”


“뭔 개소리야?”


“남의 마음을 더럽혔으니 세탁빌 달란 말요.”


“이 자식이 미쳤나, 응? 한 대 맞고 싶어 환장했군!”


“욕하지 말고 그냥 한 대 때려 주세요.”


“원 참,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내가 저 검은 장막 속의 기형 괴물들처럼 느껴져서 그래요. 유리병을 깨트리듯이 탁 한 대 쳐 주세요. 그럼 좀 숨통이 트이려나. 아니, 맘껏 원하신다면 구타해도 좋아요. 쳇, 이미 많이 맞았으니까 말예요.”


“어린 놈이 고 따우로 세상 굴러먹은 티를 내면 안 돼. 인생이 불쌍해 보여 봐줄 테니 어서 꺼져!”


“불쌍하다구요? 난 아저씨가 더 가엾어 보이는데요.”


청운은 딱지 모양으로 접은 천원짜리를 휙 던져주곤 발길을 돌렸다.


“이제 완전 빈털터리로군. 오히려 시원스럽긴 한데 앞으로 살아갈 일이 걱정인걸. 후훗, 오늘밤은 당장 뭘 먹고 어디서 자야 할지….”


그는 자갈이 깔린 광장을 질러 벤치 쪽으로 걸었다.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는 때라 그런지 비둘기들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그는 벤치에 앉을 마음이 별로 없는지 광장 가장자리의 철책에 기대선 채 불빛이 하나 둘 돋아나는 시가지 쪽을 내려다보았다.


“난 왜 여기 와 있는가? 애초에 부산으로 내려올 땐 선원이 돼 외국으로 나가고 싶었지. 자유를 찾아…. 돌아보면 내 삶은 이제껏 어떤 외부의 힘에 의해 조종된 것만 같아. 엄마에게 버림받고 거지처럼 떠돌다가 선감도에 끌려갔었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 자신의 뜻에 의해서 결행해 본 거야. 그런데 쉽지 않아. 절뚝발이는 최하급 선원으로도 받아 줄 수 없다더군. 하긴 파도가 몰아쳐 배가 뒤뚱거리면 멀쩡한 다리로도 버티기 힘들 테니까.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고… 아, 과연 운명이나 신은 있는 것일까? 운명이 있다면 이 무슨 운명이며, 없다고 한다면 난 대체 어찌해야 할까?”


그는 한숨을 내쉬며 저 멀리 아련한 항구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만약 내가 사이비 종교에 빠진 엄마에게 버림받지 않고 제대로 자랐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냐, 이런 생각은 금물이야.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바로 이 순간도 아름답거든. 그래! 미련과 부정적인 생각 따윈 버리고 지금 이 순간 주어진 데서부터 뭔가 시작해야 돼. 저 생명체인 양 꿈틀거리는 항구처럼….”


좀 쓸쓸해 보이던 그의 얼굴에 살짝 생기가 감돌았다. 열예닐곱 살쯤이나 되었을까. 비록 곤궁에 찌들어 꾀죄죄한 꼴이긴 해도 꽤 미남형이었다. 스산한 가을 바람이 불어와 긴 머리칼을 흩날리자 한 순간 이마 한쪽에 새겨진 흐린 흉터가 드러났다. 그건 해쓱한 안색보다 좀 더 하얗다는 느낌을 주었을 뿐 원래 인상을 별로 훼손시키진 않았다. 오히려 어떤 애잔한 고독감을 풍기는 듯싶었다. 눈엔 한 가닥 수심이 어려 있었으나 이따금 그걸 극복하려는 양 빛이 났다. 그렇긴 해도 옷차림이 추레하고 신발마저 닳아빠진 상태라 얼핏 정처 없는 방랑자처럼 보였다.

 

서녘 하늘의 노을은 점차 스러져 가고 땅거미가 짙어졌다. 청운은 먼 항구의 야경으로부터 눈길을 돌리곤 천천히 공원의 계단 길을 내려갔다. 부두 근처엔 하역 노동자들을 위한 저렴한 숙박소와 식당이 있었다. 주머니엔 땡전 한 푼 없는 빈털터리인지라 그곳조차 들어갈 수 없는 신세였지만 일단 한번 부닥쳐 볼 심산이었다.


‘다리는 절뚝거려도 팔 힘은 세지 않은가. 마음만 좀 낮추면 이 세상에 무슨 일인들 못할 게 있겠는가. 외항선 내의 식당에서 접시닦이를 하든 하역부의 보조 일을 하든 일단 내려가 보자! 정 안 되면 자갈치 시장의 청소부 노릇이라도 애결복걸 부탁해 보면 무슨 수가 트이겠지.’


그는 생각하면서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갔다. 그 밑에 더 악독한 운명의 계단이 기다린다는 사실을 모른 채…. 일단 아래로 내려온 청운은 심호흡을 한 후 잠시 망설였다.


“아직 초저녁인데 굳이 부두로 갈 건 없지 뭐. 여기까지 온 김에 슬슬 부산의 번화가라는 남포동이나 한번 구경해 보는 게 어떨까?”


그는 갈림길 위에 선 채 부두 쪽과 시가지 쪽을 몇 차례 두리번거리더니 마침내 결정한 듯 남포동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린 시절 서울에서 거렁뱅이 생활을 할 때 명동의 화려한 거리를 걸으며 구걸하기도 했었지. 그 슬픈 꼬맹이를 생각하면 지금 뭘 못하겠어. 우선 구경만 해보자구. 혹시 새로운 어떤 삶이 시작될지도 모르잖아.”


그는 중얼거리며 절뚝절뚝 걷기 시작했다. 그때 카키색 천막을 친 낡은 트럭 한 대가 앞길을 막아섰다.


<다음 호에는 ‘만남’이 이어집니다>

 

♦ 작가 김영권은 누구?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인하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한국문학예술학교에서 소설을 공부했다.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소>가 당선되고 <작가와 비평> 원고모집에 장편소설 <성공광인의 몽상: 캔맨>이 채택 출간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선감도: 사라진 선감학원의 비극> <죄의 빙점 형제복지원> <몽키하우스> <어린 북파공작원>과 청소년 소설 <보리울의 달>, <수상한 선감학원과 삐에로의 눈물> <동상의 꽃꿈> 등이 있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부조리를 풍자한 장편 에세이 소설 <잘난 니 똥>이 문예지에 연재 중이다.


♦작가의 말
“그 희대의 인간 지옥…진상 조사와 보상 이뤄지길”


형제복지원은 부산시 북구 주례동 산 18번지에 실제로 있었던 강제수용소이다. 1970년대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감금해 놓고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미성년자 유인, 납치, 폭행 납치 등 갖은 방법으로 인권을 유린했다.


그동안 선감도 강제수용소, 청소년 북파공작원, 몽키하우스 등 예사롭지 않은 소재를 소설화해 왔지만 형제복지원에 대해서는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무슨 이유였던가? 지금도 명백히 지적하긴 어렵다. 우선 한 가지를 들어 보자면, 그 희대의 인간 지옥이 한때 언론의 조명을 받긴 했으되, 피상적인 폭로성 관심으로 끝났을 뿐 악의 근원에 대한 탐색이 미진했기 때문이 아닐까?


혹은 형제원이 부산 시내에 또아리 틀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제2의 대도시 속에 그런 악마 제국이 존재할 리 없다는 선입견 탓에, 당시 길 가던 시민들마저 그 건물을 무슨 유익한 사회복지 시설로 지레짐작하고 말았는지 모른다.


요즘 형제원 피해자들은 스스로 나서서 악랄한 진상을 알리고 있지만, 그들의 목표인 사실 조사와 잃어버린 인생에 대한 보상은 오리무중이기에 국회의사당 앞에서 오랫동안 단식도 했다.


오래 전 취재차 부산 주례동까지 가보았으나 그 당시의 지옥 현장은 사라지고 고급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어 막막했다.


‘형제복지원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리저리 떠돌았었다.


만약 한겨울 폭설 속에 비닐 천막 하나 쳐놓고 단식하는 피해 생존자들을 직접 만나 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쳐 버렸으리라. 하루빨리 진상 조사와 보상이 이뤄져 그들이 인간답게 살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백척간두 같은 상황에서 체험 얘기를 들려준 여러 피해 생존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은 엽서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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