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 장편소설 '형제복지원-회색 구슬 속의 산 18번지 왕국' 제12회

하늘 찌를 듯 서 있는 그 교회는 광분과 과대망상의 성전

글/김영권(소설가) | 기사입력 2020/09/18 [14:01]

김영권 장편소설 '형제복지원-회색 구슬 속의 산 18번지 왕국' 제12회

하늘 찌를 듯 서 있는 그 교회는 광분과 과대망상의 성전

글/김영권(소설가) | 입력 : 2020/09/18 [14:01]

첨탑에 세운 십자가는 형제원이 수용소 아니라 복지시설이란 이미지 광고
원생들이 피땀 바쳐 세운 교회는 자신의 삶을 왜곡·굴절시킨 사이비 신전

 

‘아, 신은 어디 계신가? 신을 믿으면 정말 고난 벗어나 천국으로 가는가?’
소대마다 종교위원 배치됐지만 세뇌된 광신자였기에 원생들 정신 더 피폐

 

▲ 지난 8월 미 중서부를 강타한 폭풍우로 일리노이주 시카고 북서쪽 휘튼에 있는 칼리지 교회 첨탑이 파손돼 무너져 있다. 

 

제3부 <6> 복마전


이쯤에서 형제복지원의 교회당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산의 맨 높은 곳에 웅장하게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건물. 그 교회는 모든 원생들의 피땀으로 축조되었으며, 작업 도중 숨진 수많은 시체 위에 올라 위용을 뽐낸다고 할 만했다.


세상의 모든 교회뿐만 아니라 성당과 사원들은 영혼의 위안소이자 세뇌의 공간이다. 그런데 형제원 교회당에서는 지친 영혼을 감싸안기보다, 하나님과 예수님의 진리를 왜곡해 박인근 원장을 우상화하고 그 지옥을 지상천국이라 세뇌하는 데 전력을 쏟았다. 광분과 과대망상의 성전이랄까.


그런데 박 원장이 진짜 기독교인인지 사이비인지 확실히 알려진 바는 없다. 형식론자들은 어쨌든 그런 거대한 교회를 지었으니 ‘따봉 크리스천’이라 외칠지 모르지만 내부 실상은 반기독교적이었다. 아니, 비기독교적이었달까.


무슨 목적으로 그 교회당을 지었는지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다.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교회 첨탑에 세워 놓은 거대한 십자가는 형제원이 강제수용소(원생들의 말로는 인간 도살장)가 아니라 복지시설이란 이미지를 광고해 주었다.

부산 시민들도 그 십자가를 보며 속은 셈이다. 과연 누가 그 속에 복마전이 들어서 있을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원생들이 피땀 바쳐 세운 교회는 그들 자신의 삶을 왜곡 굴절시키는 사이비 신전이 된 것이다.


물론 그곳에도 나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이 서 있었지만, 지나치게 위협적인 얼굴이라 사랑과 용서의 상징이 아니라, 왠지 박인근 원장의 면상이 오버랩되었다. 기독교 신자든 타종교 신자든 무신론자든 위안보다 공포심을 느꼈다고 한다. 혹시 가슴과 손바닥에서 흘러 내리는 핏방울을 쳐다보며 원생들은 예수의 고난보다는 자신의 고생과 원한을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형제복지원 교회와 일반 사회의 교회는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 아니, 과연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요즘의 교회와는 얼마나 달랐을까… 궁금해지는 까닭은 또 무엇인가?


기독교는 미국 선교사들과 함께 이 땅에 들어왔다. 그들은 선교사(宣敎師)이기도 했지만 선교사(善交邪)이기도 했고 선교사(先狡蛇)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 뒤엔 미국 정부의 국가적 정책이 숨어 있었다. 마치 성인이 어린 소년·소녀룰 꼬드기는 것처럼…. 아름다운 미국(美國), 아메리카 합중국은 군대를 진주시키기 전에 늘 선교단을 미리 보내 주민들을 교화 혹은 친미화하려 애썼다.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원주민을 몰아낼 때도 그랬고,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시켜 군정을 시작할 무렵에도 마찬가지였다. 초콜릿이나 껌 한 개에 얼마나 많은 순진무구한 소년·소녀뿐 아니라 할머니·할아버지들도 세뇌당했을까.(물론 세뇌된 사람들이 스스로 수긍하진 않을 테지만… 세뇌를 아는 순간 세뇌에서 깨어나리라)


미국이 자기네 돈을 들여 한국을 지켜준다는 망상에 젖은 사람은 그런 초콜릿 세뇌를 저도 모른 채 받아 버린 세대다.
초기엔 그런 면이 좀 있었으나 이젠 늑대의 발톱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어린 양을 키워 잡아먹는 노릇이랄까.


트럼프가 장사꾼답게 주한미군 주둔비를 인상하라고 요구하는 건 아주 당연한 짓이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미국의 이익을 주장하는 것뿐이니까.


문제는 우리 대한민국 내부에 있다. 미국의 기침 소리 한 번에도 벌벌 떨고, 가래침을 뱉어도 히득대며 핥아 먹으려는 자들이 상존한다. 사리사욕을 채우려… 미군이 떠나면 마치 하늘이라도 무너질 듯 호들갑을 떤다.


그러니 그 누가 국익 위한 협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힘을 보태 줘도 모자랄 판에 쥐새끼들처럼 심줄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려 드니 말이다.


한일 경제전쟁이 벌어진 상황. 어거지로 사쿠라 짓을 일삼는 일본은 모르쇠한 채 한국만 탓하는 미국 아닌 아메리카 합중국… 그런데 저 구한말 때보다 더 해괴 야릇한 짓거리가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불공정한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는다고 지랄치는 일본국과 친일파, 그리고 편파적인 미국(아메리카)에 대해 한 마디 쓴소리했다고 대한민국 정부를 위험분자 소굴이라 욕하는 친미파… 과연 옛날의 친일파를 욕할 수 있겠는가? 친미파의 해악으로부터 어찌 빠져나올 수 있으랴.(옛날의 친일파 인사들처럼 요즘 친미파들은 사리사욕을 다 챙기면서도 잘난 척은 더 많이 한다)


아무튼 미국은 자기네 이익을 위한 국가 정책이 있고, 일본은 그들 나름대로 탐욕적인 정책을 펼치듯, 대한민국은 자신의 이익에 알맞은 대로를 걸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지나 이제 장년에 접어들었다면, 소년기에 받은 은혜는 갚을지언정 계속 굽실거리며 질질 끌려 다녀서는 안 되잖겠는가?


그런데도 일부 한국인들은 아직 성숙해지지 못한 채 마치 미숙아들처럼 미국에 의존하려 기를 쓴다. 사실상 미국 군대가 한국 땅에 주둔하고 있는 건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란 진실이 이미 다 알려진 상태다. 한반도가 비록 땅은 작지만 지정학적으로 요충지이기에 미·일·중·러 4대국 모두가 탐낸다.


지금 우리는 썩어빠져 버린 양반·선비 정신을 재탐구하면서 지혜로운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 북한 같은 경우는 독재 체제라 그런지 협상할 때 일사불란한데 남한은 미리 자중지란부터 일으키니 목적 성취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우스개 꼴을 당하기도 한다.(기득권자와 가짜 꼴통 뉴스에 세뇌된 자들은 미국인들보다 더 요란스레 웃어제낀다. 마치 형제원의 원장에게 세뇌당한 총무 이하 중대장·소대장·조장 놈들처럼… 그곳은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미국은 요즘 점점 더 많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인 그 돈 가운데 수천억 원을 전용해 엉뚱스레 멕시코 국경 축성 등등에 허비했다는데, 한국 정부는 꼴통 친미파들의 광분 탓에 정당한 요구조차 못내 삼키며 벙어리 꼴이다. 미군은 기지 안팎을 군용 기름으로 오염시켜 금수강산을 온통 파괴하고도 모르쇠 오리발을 내미는데, 친미파들은 자기네만 잘살면 오케이라며 태극기 위에 성조기를 얽어맨 채 흔들어대니, 백여 년 전 한일합병 무렵 친일파보다 더 뻔뻔스런 꼬락서니랄까.


지금은 미국이 우릴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상하 종속관계가 결코 아니다. 평등한 입장에서 서로 자기 나라의 이익을 추구하며 상호 협조한다면 혈맹보다 더 차원 높고 진한 동맹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


만약 주한미군이 철군 카드를 내밀며 압박할 때 우리가 고갤 끄덕인다면 어떨까? 울고 불며 바짓자락을 붙든 채 애걸하기보다 “진달래는 한민족의 마음이오이다. 황토 위에 핏방울인 양 놓은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라고 합창한다면 과연 그들의 군홧발은…?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미군은 결코 이 땅을 쉽사리 떠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왜? 한반도(남북)는 비록 작지만 여러 모로 보아 황금 또는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건 고정된 광물질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다이내믹한 존재 그 자체다. 그러니 반으로 갈라 놓은 채 그 속에 흐르는 38선 핏줄기를 바라보는 것도 이채롭거니와, 기분에 따라 언제든 스테이크나 햄버거 샌드위치로 요리해 냠냠 씹어 삼킬 수 있으니 얼마나 맛깔스럽겠는가.


한 마디로 말해, (북한 쪽은 잠시 놔두더라도) 대한민국 국민만 제 이익을 위해 때때로 슬기롭게 합심한다면, 미군 주둔비를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받아낼 수 있으며, 또한 미국의 무기류 등을 어거지로 비싼 값에 사들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미국 제1의 무기 구입국인 대한민국, 유구했던 문화민족으로서 부끄럽지 않은가? 그 무지막대한 돈을 친일파·친미파가 아닌 진정한 국리민복을 위해 쓴다면 얼마나 좋으랴.


오래 묵은 악순환을 끊고 선순환되면 마치 배꼽처럼 생명과 평화의 한 중심이 될 텐데… 그러므로 미·중·러·일 등 주변 강대국은 싸움을 말리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온갖 계략을 짜내 한 민족끼리 싸우게끔 지랄하며 각자 호시탐탐 어부지리를 노리는 셈이다.


아아, 무지한 남북한 사람들이여, 특히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세뇌된 멍청이들이여, 민족이니 조국이니 뭐니 다 잊어버려라!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나라에 이민 가서 사람답게 살아 보려면 과연 어떤 마음을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지 한번쯤 생각하라. 그런 생각으로 별천지에 가서 잘살게 되더라도 고국을 욕하진 말라.


만일 통일이 되면, 지금보다 더 복잡한 문제들이 막 생겨나겠지만, 그것 때문에 반대한다면 친일파나 친미파라 할 수 있다. 어차피 해야 할 통일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목표가 분명하다면 어떤 어려움과 우여곡절도 적극적·창발적으로 애써 극복해 넘어간다. 한데 기득권과 재물이 넉넉한 자들은 통일 따위로 인한 혼란보다는 반쪽 분단 상태가 자손만대 이어지길 바라기 때문에, 미군에 빌붙어 시시각각 모국을 팔아 넘기고 심지어 아메리카 합중국의 일개 주(州)가 되길 염원하기도 한다.


사실상 미국보다 내부의 친일파·친미파들이 더 무서운 벼룩·이 같은 좀비들이다. 그들은 진리와 자유보다는 허위와 독재를 바라는 ‘사이비 미국’의 똘마니라 칭할 수 있다.


미국(美國)에도 아름다운 점은 있고 나 또한 좋게 보고 싶은데 왜 글을 쓸 때마다 이렇게 흘러가는지 씁쓸하다. 곁가지 얘기가 길어졌지만, 여기서 요점은 미국 정부와 기독교회가 긴밀히 연합해 약소국을 정복해 들어간다는 점이다. 초콜릿, 성경 복음, 원조금에 뒤이어 미국식 정치·경제·제도·군대·교육·윤리·도덕 관념, 더러운 아메리카 쓰레기 따위가 따라 들어오는 것이다.


조그마한 한반도 반쪽 땅덩이에 세계 최대 교회들이 우후죽순보다 더 번창한 건 미국의 원조와 세뇌 작업의 영향이라 하면… 교계 지도층과 신자들은 화를 내리라. 아니, 어쩌면 복음을 받아 이 나라와 민족이 갱생했다며 박수치며 할렐루야를 외칠지도 모른다.


박인근 원장이 진짜 기독교인이었는지 가짜 사이비였는지 불확실하지만 그런 시대 상황을 아마 최대한 활용했으리라고 짐작된다.


만일 그가 불교 신도였다면 형제복지원 꼭대기에 그토록 거창스런 사원을 지을 수 있었을까? 모르긴 해도 아마 한 구석에 아담한 법당이나 하나 짓지 않았을까 싶다. 혹 이슬람 교도였다면 심복들과 함께 지하에 굴을 파서 은밀한 예배소를 마련하는 정도였으리라.


시대 풍조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처럼 박 원장은 원생들을 총동원해 교회당을 건립했다. 낙성식에서 그는 소리 높여 외쳤다.


“원생 여러분, 이곳은 희망의 천국입니다! 일반 바깥 세상에서 말하는 천국과는 질적으로 다른 진정한 천국… 성경에서도 말씀하셨듯, 천국이란 이미 이루어진 게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이뤄 나가야 할 이상향입니다. 인간의 욕망을 버리고 한 계단 한 계단씩 영혼의 사다리를 올라가야 마침내 도달케 되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이 성스런 공간 속에 사랑과 희망, 참회와 용서, 신앙과 겸손의 빛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우리 형제복지원 교회는 꿈꾸면 이루어지는 낙원입니다. 현실이 간혹 좀 어렵다더라도 결코 절망하지 말고, 예수님의 형제인 나를 믿으며… 꿈을 맘껏 펼치세요. 믿고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진리는 여러분이 매일 암송하는 사도신경에도 나오니까 의심치 말고 천국행 사다리를 걸어 올라가야 할 것입니다! 나 자신을 스스로 죽이면 신생을 통해 천국으로 올라갑니다.

 

만일 그러지 못할 경우 예수님의 형제인 내 은총을 받은 우리 조직원으로부터 힘을 빌려 사망하더라도 천국 직행이니 걱정일랑 붙들어 매세요. 신은 우리의 나약함을 아시고 일부러 고난을 주시는 만큼, 오직 열심히 참회하고 신성한 노동을 함으로써 우리의 영혼은 깨끗이 정화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복종치 않은 아담과 이브는 지옥에 빠졌지만, 우리 모두는 신의 뜻에 순종하여 천국의 꽃을 새로이 피워내야 합니다!… 사실상 이곳은 아시다시피 일상 생활의 고통이 전혀 없진 않습니다만, 인간 재생 용광로임을 마음속 깊이 인식하여, 견디고 또 견뎌 마침내 신생의 선물을 모두 함께 받길 바랍니다!….”


박수 소리가 요란스레 울려 퍼진다. 현실과 괴리가 큰 미사여구이자 말짱 꽝 거짓말이지만, 원생들은 자동인형처럼 박수와 환호를 멈추지 못한다. 만일 그랬다간 감시조에 찍혀 지하감방으로 끌려가 살인적인 폭행을 당한다. 살아남으면 행운이고 죽으면 불운일 뿐이다. 그런 사실을 자주 두 눈으로 직접 보기에 원생들은 불평·불만을 씹어 삼키며 나이롱 박수를 치는 것이었다.


‘아, 신은 과연 어디에 계신 걸까? 나의 앞날은…신을 믿고 노력하면 정말 이 고난을 벗어나 천국으로 갈 수 있는걸까?’
하지만 교회당 뒤쪽 공동묘지엔 어느 샌가 붉은 무덤이 늘어만 갔다. 뗏장도 제대로 입히지 않은 초라한 벌거숭이 흙더미….


소대마다 종교위원인지 뭔지 한 명씩 배치돼 있었지만, 대부분 무지스런 돌팔이거나 박 원장에게 세뇌된 광신자였기에 원생들의 마음과 영혼은 오히려 더 피폐해졌다. 개중에 괴팍스런 놈은 ‘통띠’라는 은어로 불린 소년 성폭행을 무수히 자행했다. 소녀들이라고 어찌 무사할 수 있었으랴. 호시탐탐 노리는 검붉은 눈을 어찌 피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성경이나 국민교육헌장을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애들을 교육이란 명목으로 으슥한 창고에 끌고 가 야욕을 채웠다.


서무·조장·소대장·중대장 그리고 피라미드의 꼭대기… 그 화려한 비밀 방 속에서 무슨 짓이 벌어졌는지 그 누가 알랴. 원장은 복지원의 황제였고 아방궁의 왕이었다는 전설밖에 현재 남은 증거는 없다.


일장연설이 끝나면 원생들은 박 원장을 위한 축복 기도문을 외워야 했다.


“사랑 풍부하신 하나님, 오늘도 새벽부터 밤 잠자리에 들 때까지 사랑의 동산인 형제복지원을 도우소사 모든 형제 자매와 함께 해주신 은혜 감사하옵니다. 밤낮 늘 죄많은 이들을 지켜 주시고, 또 불쌍한 저희 고아들을 위해 이 건물을 세우시고 사랑 베푸시는 원장님과 사모님의 건안과 사업 번창도 함께 지켜 주시옵고 오늘 밤 편히 쉬게끔 도우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니다. 아멘….”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던 불만과 쌍욕이 불현듯 튀어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항상 입을 조심해야 했다. 감시 조장에게 걸리면 입이 찢어지는 건 다반사였다. 해머 같은 주먹질에 생이빨이 빠져 나뒹굴었다. 흙 묻은 그 이빨을 주워 들고 짐승처럼 울부짖는 건 생명의 처절스런 전율 때문이 아니었을까.


만신창이가 된 입속에 원장의 지시를 받은 똘마니들은 굵고 검은 막소금을 한 움큼 집어넣기도 했다. 핏물과 구토가 섞여 나왔다. 그 순간 그들은 대체 무엇을 느꼈을까?


존재 가치의 사라짐….


폭력과 절망은 생명을 서서히 죽인다. 탈출할 수도 반항할 수도 없는 경우엔 인간성을 변화시켜 버린다. 동물처럼 변하기도 하고, 체념한 채 로봇이 되거나 미쳐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마지막 방법으로 수감자들은 숟가락·젓가락을 삼키거나 면도날로 자기 손가락을 자르기도 했다. 어쨌든 형제원을 벗어나 외부의 병원으로 실려 가기 위해….

 

<다음 호에는 ‘깃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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