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사건의 재구성 ⑳ 천안 여고생 박수진양 실종 사건

사라진 여고생…속옷·안경·가방·옷가지만 덩그러니 발견

조미진 기자 | 기사입력 2016/03/21 [15:06]

미제사건의 재구성 ⑳ 천안 여고생 박수진양 실종 사건

사라진 여고생…속옷·안경·가방·옷가지만 덩그러니 발견

조미진 기자 | 입력 : 2016/03/21 [15:06]

2004년 천안의 모 여고, 당시 오전 수업만 마친 1학년 수진 양은 서점을 들렀다가 무슨 영문인지 학교 운동장으로 다시 왔다. 잠시 후 학교를 다시 나섰으나 그날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와 집만 오가던 수진 양이 연락 두절 상태에서 새벽을 넘기자 가족들은 하루 만에 실종신고를 한다. 그런데 이날 저녁 학교 인근 골목에서 수진 양의 유류품 전부가 발견됐으며 일부 속옷 등은 물에 씻어서 버린 듯 젖어 있었다. 시력이 나쁜 수진 양의 안경까지 발견되자 범죄 피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다. 천안의 모든 곳에 수진 양을 찾는 전단지가 붙었고, 방송을 통해서도 사건이 알려진다. 그러나 허위 제보나 무관한 제보들이 이어졌다. 이후 제보를 통해 한 명의 유력 용의자가 지목됐지만 사건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당시 천안에선 잇따라 여학생 살해·성폭행 미수 사건이 일어났기에 학생들 사이에 괴담까지 돌았지만 범인의 행적은 물론 수진 양의 행방은 11년 넘게 오리무중이다. 


 

 

토요일 수업 마치고 서점 들렀다 다시 운동장 온 박양

연락 두절·집 돌아오지 않자 하루 만에 가족 실종 신고

 

허위·관련 없는 제보만 이어져…이후 수사전담반 해체

당시 천안서 여학생 실종·살해 잇따랐지만…범인 못 밝혀

 

 

[주간현대=조미진 기자] 토요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학교 주변에서 서성이던 박수진 양이 다음 날 속옷 등 유류품만 발견된 채 11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방송과 언론을 통해서도 수진 양과 이 사건은 이미 수차례 알려졌으나 유력한 용의자도, 수진 양의 행방도 미궁 속에 빠졌다.

 

귀가하지 않은 여고생

 

지난 2004년 10월9일 토요일. 충남 천안시의 B여고. 당시 매주 토요일이 그렇듯 이날도 특별활동으로 오전 수업만 진행됐다. 이 학교 1학년 학생이던 박수진(17) 양도 마찬가지였다. 수진 양은 1교시~2교시는 교실 내에 설치된 TV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고, 3∼4교시에는 백일장에 참가했다.

 

이날 수진 양이 본 영화는 여고생들이 좋아하는 멋진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SF물이었다. 수진 양은 학급 친구들과 즐겁게 영화를 감상했으며, 이어진 백일장 시간에는 담임교사의 감독하에 자유로운 소재로 글쓰기를 했다.

 

4교시가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자, 교실 뒷줄에 앉은 학생이 백일장 원고를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수진 양의 담임선생님 유모(남·43)씨는 “즐거운 주말 보내라”는 종례 인사를 한 뒤, 반 아이들의 백일장 원고를 들고 교무실로 향했다.

 

이때 앞줄에 앉아 있던 수진 양이 뛰어가 담임교사 유씨를 붙잡았다. 백일장 원고에 “이름과 학급 번호를 적지 않았다”고 했다. 담임교사는 대수롭지 않은 듯 “이름하고 번호 적어서 교무실 내 자리로 가져와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그러나 수진 양은 교무실로 가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을 붙잡기 전에 옆자리에 앉은 김모(17) 양에게 “출석 번호를 안 적은 것 같다”며 볼펜까지 빌려갔지만 김 양에게 볼펜 주는 것을 잊어버렸는지 다시 오지는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수진 양은 새벽까지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와 집만 주로 왔다갔다하는데다 연락도 없이 이런 일이 발생하자 가족들은 걱정이 됐다. 휴대전화도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국 다음 날로 넘어가자마자 새벽에 가족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다.

 

이후 경찰조사에 따르면, 수진양은 토요일인 10월9일 오후 3시경까지 학교 주변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B여고 앞 한 서점의 주인 정모(34·남)씨는 “꽤 오랫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해 웬만한 학생들 얼굴은 다 안다”면서 “수진이가 3시쯤 학교 교문 앞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 천안 여고생 박수진양 실종 사건.     © 주간현대

 

 

경찰은 “탐문수사 결과 오후 2시경까지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서성이던 수진이를 봤다는 아이들이 몇 명 있었다”며 “그날 밤 10시경 천안종합버스터미널 근처 와우리에서 봤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목격담과 CCTV 확인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수업이 끝난 후의 수진 양의 행적은 다음과 같다. 오후 12시 30분경, 교문을 나서는 모습이 인근 주민에게 목격됐다.

 

신변 비관한 가출?

 

또 2시에는 골목길 앞 버스 정류장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을 본 사람이 있었다.

오후 3시에는 다시 학교 교문 앞의 서점에서 목격됐으며 곧 학교 안으로 들어가 교정 안의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경비원은 나가라고 했고 이에 대해 대화를 하다가 수진 양은 학교를 빠져 나갔다. 그 이후에는 행방이 묘연하다.

 

그러다 밤 10시경 학교와 약 700m 떨어진 천안종합버스터미널 근처 와우리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학교에서도 수사를 진행했다. 특히 수진 양의 담임교사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올해 6월에 실시된 학급 모의고사에서 수진의 성적이 반 최하위권으로 떨어졌었다”고 말했다. 평소 반 10등 권을 유지하던 수진 양의 성적이 이렇게까지 떨어지자 깜짝 놀란 유씨는 수진이와 개인 면담까지 가졌었다는 것.

 

개인 면담에서 수진 양은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러한 담임교사의 진술과 여러 정황을 종합한 결과 철없는 여고생의 ‘단순 가출’로 판단해 신병확보에 나섰다.

 

사실 수진 양은 소심한 성격으로 학교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 말수가 적고 책을 많이 읽는 친구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진 양의 부모는 가출가능성에 대해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집에서의 가족 관계는 원만했다는 것이다. 수진 양의 담임교사와 학급 친구들도 가출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다음 날인 10월10일 전날부터 수사를 계속하던 경찰에서 좋지 않은 소식이 전달됐다.

 

이날 저녁 8시경 B여고 북서쪽 인근에 위치한 천안시내 성정동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정모(37·남)씨가 B여고의 교복, 셔츠, 가방, 구두, 휴대폰, 브래지어, 하의 속옷, 양말, 머리핀, 가방, 안경, 휴대폰 등을 발견했다는 것.

 

물로 씻은 듯한 속옷과 안경

 

즉흥적이며 다소 비정상적인 판단과 감정 상태로 수진 양이 자의적으로 가출했을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시력이 나쁜 수진 양이 안경까지 버려뒀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았다. 게다가 브래지어와 속옷 하의는 물론 모든 옷가지와 머리핀 등 몸에 부착했거나 소지하고 있었던 모든 것들이 전부 발견된 것이다.

 

옷가지들은 발견 당시 골목길 한켠에 차례대로 놓여 있었으며, 셔츠는 물세탁을 하고 비틀어 짠 듯한 형태로 바닥에 놓여 있었다. 또 브래지어를 비롯한 속옷에는 흙과 오물이 묻어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블라우스 양 어깨에 흙이 묻어있고 상의 조끼와 가방 뒤쪽에도 흙이 묻어 있는 식이었다. 일부 유류품은 맨홀뚜껑 위에 눈에 잘 보이도록 나란히 놓여 있는 듯했다.

 

또 인근 감나무 아래에는 누가 놓아둔 것인지 알 수 없는 감 5개가 마치 차례상에 올리는 듯 가지런히 올려져 있기도 했다. 감과 사건의 관련성은 확실치는 않다.

 

국과수 감식결과 이 유류품은 모두 수진 양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수사를 맡은 경찰은 “등교 길에 수진 양이 착용했던 교복과 신발, 심지어 양말과 팬티까지 발견됐다”면서 “시력이 마이너스 0.3인 박수진의 안경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수사를 맡았던 한 경찰은 “발견된 유류품의 형태와 흔적으로 봐서는 납치에 의한 감금 가능성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겨우 나타난 유력 용의자

 

유류품들이 수진 양의 것으로 확인되자 비공개로 수사를 진행 하던 경찰은 납치 사건으로 판단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천안 곳곳에 수진 양의 사진과 인상착의 등이 나온 전단이 붙여졌다.

 

수진 양은 2004년 실종 당시 17세로 키는 157cm였다. 안경을 썼으며 곱슬머리이고 인중과 왼쪽 무릎에 흉터가 있었다. 또 글씨를 쓸 때는 오른손으로 쓰고, 일상생활에서는 왼손을 사용했다.

 

10월17일에는 천안 시내에서 6km 떨어진 목천면 신계리에서 수진 양으로 추정되는 승객을 태우고 천안종합버스터미널까지 왔다는 택시 기사의 제보가 있었으나,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

 

▲ 천안 여고생 실종 수배 포스터.     © 주간현대

 

 

이후 1년 가까이 100여 건의 제보가 있었으나, 모두 사건과 관련이 없었다. 실종 한 달이 지난 11월6일 KBS-2TV로 생방송된 ‘공개수사 실종’에서 이 사건이 다뤄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수진 양의 실종 당일 행적과 이후 수사 진행상황 등에 대해 소개하고 수진 양의 인상착의와 사진도 공개 했다. 방영 당일 신고 접수된 내용에 대해 수사에 나섰으나 찾는 데는 실패했다.

 

그런데 11월15일 경기도 안성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로부터 ‘40대 남자가 수진 양을 닮은 10대 소녀를 데리고 세탁소에 찾아온 적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경찰은 곧 수사에 착수했으며 제보 받은 40대 남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 남성은 대전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지난 8월 출소한 윤모씨였고, 곧 경찰은 윤씨의 신변을 확인해 심층조사에 들어갔다. 몇몇 언론 매체를 통해서는 윤씨가 수진 양을 납치한 유력 용의자라고 보도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윤씨는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정신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상태였으며 세탁소에 같이 왔던 수진 양을 닮은 10대 소녀는 목격일 당시 두 사람이 들렀던 안성의 은행 CCTV로 확인한 결과 수진 양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11월18일 윤 씨는 증거불충분으로 또 사건과 관계가 없음을 확인받고 귀가조치 됐다.

 

동일범의 연쇄 범행?

 

그런데 수진 양이 실종으로부터 약 보름 전, 당시 고3이었던 김모양이 천안시 두정동에서 늦은 밤 귀가하다 갑자기 나타난 괴한으로부터 둔기로 얻어맞고 성폭행을 당할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괴한은 인기척에 놀라 도주했으며 김 양은 과다출혈로 위중한 상태였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진 김 양은 봉합수술을 받고 겨우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수진 양이 보름 후 실종 됐으며, 또 약 한 달이 지나서는 수진 양과 같은 학교를 다니던 2학년 학생 이모(18) 양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같은 해 11월10일 오전 9시 20분경 천안시 두정동 모 아파트 111동 뒤편에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 양이 흉기에 목을 찔린 채 쓰러져 있었다. 65세의 해당 아파트 경비원이 순찰 중에 최초로 발견했다. 이 양은 이미 숨져 있었으며 하의가 모두 벗겨진 상태였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이 양은 전날 오후 10시 30분경 집에서 나와 학교 인근 독서실에 갔다가 이날 자정이 넘은 0시 50분쯤 독서실을 나섰다. 이후 오전 1시 40분경 친구가 이 양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곧바로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양의 시신에서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 등이 발견됐다. 분석 결과 범인의 혈액형이 O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만 확인 됐다. 또 이 양의 얼굴에 긁힌 상처가 14군데나 있는 점으로 미뤄 여고생이 반항을 시도할 만큼 범인의 체격이 왜소하고 성폭행이 목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용의자를 찾아내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경찰은 동일수법 전과자와 변태 성욕자, 인근 불량배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수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잊혀진 사건·가족의 고통

 

잇따라 여학생을 대상으로 천안에서 강력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학생들 사이에는 ‘천안괴담’이라는 괴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10월9일 1학년 수진 양, 11월10일 2학년 이 양이 당했으니 12월11일에는 3학년이 희생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탐문과 제보 수사를 계속하는 한편 베테랑 형사들이 참여한 박수진 양 실종사건 세미나 등을 열어 돌파구를 찾기도 했으나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설상가상 사건은 점차 잊혀 졌고, 약 1년여 후 수사전담반도 해체됐다.

 

그동안 수진 양의 부모는 전단지 10만여 장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제보 홈페이지를 여는 등 딸을 찾기 위한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교수였던 수진 양의 아버지는 장기 휴직을 하고 딸을 찾아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딸의 실종 후 1년이 지나 한 언론을 통해 “아침에 일어나면 마음속으로 수진이를 떠올리며 ‘잘 있는지’ 묻고, ‘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진이 동생이 슬퍼할까봐 생일날 꽃 한 송이도 책상에 놔주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당시 또 다른 언론을 통해서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는 항상 눈에 아른거린다. 일에 빠지려고 노력해 수진이를 잊었다 싶으면 수진이를 멀리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밀려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희망을 갖기가 힘들다. 책상 앞에 사진을 볼 때면 안타깝기만 하다”고 괴로운 심정을 토로 했다.

 

이 사건은 공소시효의 제한이 없지만 현재로선 큰 반전이 일어나야 수진 양의 행방을 알 수 있을 듯하다.

 

happiness@hyundaenews.com

 

<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본 기사의 저작권은 <주간현대>에 있습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포토뉴스
6월 둘째주 주간현대 1178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