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한 목소리로 ‘전투기 개발’ 반대하는 내막

‘군피아’의 교묘한 거짓말?…“대통령도 속고 있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5/11/07 [16:03]

與野 한 목소리로 ‘전투기 개발’ 반대하는 내막

‘군피아’의 교묘한 거짓말?…“대통령도 속고 있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5/11/07 [16:03]

미국의 기술 이전 거부로 차질을 빚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과 관련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주요 기술의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미국방문에서 첨단 레이더 장비 기술 등 ‘4대 핵심 기술’ 이전이 거부된 후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빠지자 자체 개발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유럽연합 등 극소수의 국가들만이 천문한적 자금을 이용해 수십년 간 개발한 ‘첨단 전자식 전투기 기술’을 단기간에 제작 가능하다 주장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거짓말’이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편집자 주>

 


 

 

미국에서 기술이전 거절해 차질 빚는 ‘KF-X 사업’

‘자체개발 한다’는 방사청…‘말도 안된다’는 정치권

천문학 자금 투입하더라도 사실상 성과내기 어려워

방산비리 엄격했던 대통령…현 정부 사업은 관대해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과 관련해 국방부와 사업을 주관하는 방위사업청 및 국방과학연구소가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핵심장비 체계통합기술을 포함해 주요 기술의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고 지난 10월30일 밝혔다.

    

▲ 지난 2011년 10월 서울에어쇼에서 공개되었던 한국형 전투기 형상(KFX-101 계열)     © 나무위키

 

자체개발 가능하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에서 “국내 기술 및 인프라 등을 최대한 활용해 주요 장비 및 부품을 국산화하고 향후 독자적 성능 개량이 가능한 전투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F-X의 129개 대상 품목 중 현재까지 93개를 국산화 품목으로 확정했다”며 “초도 양산 1호기 가격을 기준으로 국산화 목표의 65% 수준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장 방사청장은 또 KF-X 공동탐색개발 대상국인 인도네시아와 올해 4∼11월 협상을 진행 중이며 오는 12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보고 이후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25년까지 KF-X 체계 개발을 완료하고 2025∼2028년 초도 양산과 추가 무장, 2028∼2032년 후속 양산의 단계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레이더 기술을 개발하는 이범석 수석연구원도 이날 국방위 회의에서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KF-X 4개 핵심 체계통합기술의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KF-X에 필요한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체계통합기술과 관련해 “KF-16 전투기, MUAV(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 수리온 헬기, FA-50 경공격기 등 기존 무기체계의 항공전자장비 장착 경험을 토대로 유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AESA 레이더와 IRST(적외선탐색 추적장비), EO TGP(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RF 재머(전자파 방해장비) 등 핵심 장비를 각각 전투기 운영체계(미션컴퓨터)에 통합하는 4개 체계통합기술 이전을 거부했다. 이 가운데 AESA 레이더 체계통합기술은 국내 개발이 가장 어려운 기술로 꼽힌다.

 

이 연구원은 국산 경공격기인 FA-50의 이스라엘제 레이더 통합,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의 임무탑재장비(MEP) 통합, MUAV의 임무체계 통합, 차기 호위함(Batch-Ⅰ) 센서의 체계통합 경험이 AESA 레이더 체계통합기술 개발에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무기체계는 KF-X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지만 체계통합기술의 ‘알고리즘’(운용 개념)은 같기 때문에 일부 ‘소스 코드’(핵심 기술)만 확보하면 AESA 레이더 체계통합기술의 국내 개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4개 핵심 기술 가운데 AESA 레이더와 IRST 체계통합기술은 국내 개발을 추진하되 KF-X 사업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국, 이스라엘, 스웨덴 등 3개국과 부분적으로 기술 협력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나머지 기술은 국내 개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국방과학연구소의 입장이다.

 

이 연구원은 “2019년 11월까지인 AESA 레이더 시험 개발 1단계에서 공대공 운용 모드를 설계하고 시험 개발 2단계인 2017∼2021년에는 공대지·공대해 운용 모드 설계를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애초 AESA 레이더 시험 개발 2단계 기간을 2020∼2024년으로 잡았으나 최근 1단계와 병렬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을 통해 3년 앞당기기로 한 상태다.

    

반발하는 정치권

 

하지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믿지 못했다. 예산문제도 문제지만 자체 개발 자체가 신뢰성이 떨어진 다는 것. 결국 재검토 만이 답이라는 게 여야 의원들의 입장이다.

 

국방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찬 의원은 “자체 개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함정용 레이더에서 점프해서 항공기 레이더로 가겠다는데 두 레이더가 어떻게 같을 수가 있으며 추가 비용도 들지 않는다는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유승민 의원도 “국방부장관, 방위사업청장이 대통령에게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격려받고 나왔다”면서 “막대한 예산을 쓰는 사람들이 요지부동으로 대통령까지 속여가면서 이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KF-X 사업 예산(670억원)을 통과시키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11월 한 달이 있는데 국방위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해서 예산결산위원회에 넘겼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국방위 소속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기술 이전을 받아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개발하겠다는 게 KF-X 사업인데 그 기본 전제가 무너졌는데 자체 개발할 수 있다면서 예산을 배정해달라고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한다”면서 “재검토해 다시 치밀한 계획을 짜고 거기에 맞춰 예산을 다시 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권은희 의원도 “방산비리 문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됐어야 했고, 책임자에게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지 정확하게 지시받았어야 하는데, 이번에 역시 미봉에 그친 보고로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문책론도 제기됐다. 박 대통령에게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새누리당 소속 정두언 국방위원장은 “기술 이전을 못 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인 건데 내용도 모르고 나중에 보고받았다고 엉뚱한 얘기를 한 김 실장은 상식도 없었던 것 아니냐”며 “안보실장이란 자리는 폼만 잡는 게 아니라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흐리고 있는 것이다. 망신외교, 구걸외교, 애걸외교라는 이야기를 대통령이 듣게 만들었다”면서 “그게 김 실장이고, 여기에 앉아 있는 분들”이라고 성토했다.

 

새정치연합 진성준 의원도 “김 실장은 보고받지 못했다는 말도 안되는 얘기로 책임을 모면하려는데 급급했다”면서 “국회 국방위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들통난 거짓말

 

정의당의 경우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KF-X 사업 핵심기술에 대한 정부의 발표가 왜곡됐다고 비판하면서 국회 내 검증위원회 설치와 객관적인 검증을 위한 예산 집행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방사청은 이에 반박 자료를 발표했지만 정의당은 “방사청이 우리 당의 진상규명에 대해 반박 같지 않은 반박을 한 데 매우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힌다”면서 “만일 진실게임을 원한다면 우리 정의당은 하등 물러설 이유가 없다”고 강공드라이브를 천명했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은 지난 11월2일과 4일 국회에서 KF-X 사업 진상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연이어 갖고 “정부가 KF-X 사업 기술의 89%를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은 객관적인 기술성숙도 조사가 아니라 연구원과 업체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라며 “주관적인 평가에 불과한 내용으로 기술적 준비 부실의 진실이 은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 10월8일 ‘전투기 체계 개발의 핵심기술에 대한 기술적 준비상태(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 9단계 중 6단계 이상 확보한 기술이 89%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의당은 14%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김 단장은 정부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했다. 그는 “KF-X 사업 기술성숙도와 관련해 2014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주관 항공전자분야 객관적 기술성숙도 평가에 따르면 국내 기술수준은 14%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능동형위상배열레이더, 적외선탐색 추적장비,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전자파 방해방비 등 4대 핵심기술에 대해서도 “‘한국의 군사기술 규모와 기술적 준비 정도를 볼 때 자체 개발한다는 게 전혀 타당성이 없다’는 KISTEP의 평가가 국회에는 보고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종대 단장은 “전 세계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미국도 전투기, 미사일 같은 핵심무기를 개발하는 데 상당부분을 일본 등 우방국에 의존하지 90%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의당은 지금까지 지적된 KF-X 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편성된 예산의 집행을 즉각 중지할 것도 요구했다. 그러면서 제3의 검증기관과 체계종합업체, 재정당국,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한국형전투기사업 검증위원회’를 국회에 설치하고,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을 비롯한 관련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정부는 미국이 기술을 주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잘 될 거라고 거짓말을 했고, 그 거짓말이 폭로되자 이제는 선진국에서도 20년이 걸리는 핵심기술 개발을 아무런 기술적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우리가 10년이면 된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며 “좌시할 수 없는 국정농단이자 위험한 도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까지 진보성향의 군사전문지 <디펜스21플러스>를 운영해온 김종대 단장은 지난 8월 정의당에 입당한 뒤 외교·안보·국방현안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단장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보분과 행정관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시절 인수위 국방전문위원을 거쳐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대통령의 지시

 

이같이 방사청이 여야가 함께 반발하고 사안임에도 ‘핵심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며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큰 이유로는 청와대의 지시 또는 방조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27일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으로부터 KF-X 개발계획에 대한 첫 대면보고를 받았다.

 

방사청은 지난 10월부터 대통령 보고를 준비하며 시기만 조율해왔다.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당초 일정보다 늦춰진데다 장 청장이 지난 10월27일 오후2시 국회 국방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 참석해야 하는 탓에 일정 잡기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이날 장 청장의 보고가 전격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돌아온 이후 점심시간을 이용해 1시간 남짓 가량 보고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나 국방부 모두 KF-X사업의 좌초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위기감을 느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장 청장은 KF-X개발과 관련한 종합대책을 통해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AESA레이더 등 4가지 핵심기술의 국내 개발 가능성과 향후 로드맵, 해외협력을 통한 기술확보 방안 등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대통령은 “KF-X 사업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인 만큼 계획된 기한 내에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하라”라며 사업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이 목표연도인 2025년까지 KF-X개발을 독려하는 차원을 넘어 사업완수에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표류하던 KF-X개발이 일단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뒤늦게 KF-X사업을 직접 챙기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지난해 9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4개 기술의 이전이 어렵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뒤 벌써 1년이 넘은 시점이어서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장 청장이 10월26일까진 국방위 예산소위에서는 “당장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며 국회를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다가 바로 다음날 청와대로 달려간 것을 두고 뒷말도 나온다.

    

이적행위 관대한 朴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사업완수에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상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KF-X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점이 많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쏟아졌던 방산관련 비리에 이적행위로 규정하며 강력한 처벌을 주창 한 것에 비해 KF-X 사업은 무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합수단이 꾸려진지 1년이 흐른상태에서 밝혀낸 성과도 적지 않지만 수사상 문제도 드러났다. 큰 문제로는 군과 무기 구매과정의 특성도 감안해야 하는데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 정권에 대한 수사는 ‘이적행위’로 규정할 정도로 무리할 정도로 철저하게 칼을 대면서 KF-X 사업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 사업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 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한 달간 조사해놓고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국방전문가는 “정두언 국회 국방위원장 등 여야 의원들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18조원짜리 초대형 사업에 대해 점검하겠다고 나섰는데 대통령이 1시간짜리 보고를 받고 사업을 진행하라고 지시해 버렸다”라며 “방산비리와 KF-X를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이중적인 태도에 문제가 있어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영함, 와일드캣은 이전 정부의 비리이고 KF-X는 현 정부의 고위 안보 책임자가 연루됐다는 차이에 단서가 있을지 모른다”라며 “현 정부의 비리 의혹은 감추고 전 정부의 것은 과장해서, 무리해서라도 들춰내겠다는 게 차이일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수십조의 비용이 필요한 KF-X사업은 현 정권보다는 앞으로의 정권에서 타격이 크다는데 있다. 또 다른 군사전문가는 “박근혜 정권에서 드는 비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차기 정권부터 본격적으로 자금이 투입된다”라며 “이대로 놔뒀다간 차기 정부 때부터는 ‘국방디폴트’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kimstory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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