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스포츠연맹들이 선수 권익보호 회피·파벌·무능한 행정력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빙상연맹은 올림픽에서 피겨 승부조작을 당한 자국선수의 피해를 외면하고 있고, 수영연맹은 박태환과의 갈등을 이유로 한때 국가대표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배드민턴협회는 도핑 테스트 업무를 인식조차 못해 이용대가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이나 훈련에도 큰 지장을 받게 됐다. 때문에 각 연맹·임원들에 대한 엄격하고 실질적인 감독, 팬들의 의사결정과정 참여 등이 스포츠단체 정상화를 위한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다. <편집자 주> 해외전문가·외신 거들어줘도 금메달 찾을 생각도 안 해 ‘괘씸죄’로 국가대표 미등록…포상금 1년 반 만에 지급 협회 과실로 자격정지…이용대 아시안게임 출전 어려워 스포츠팬 참여 통해 단체·임원 건전한 감시 등 제기돼… [주간현대=조미진 기자] 최근 빙상연맹, 수영연맹, 배드민턴협회 등 국내 스포츠 단체들이 선수 선발·파벌·선수 권익보호 회피 등으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제3국 빙상연맹? 올림픽 ‘승부조작’ 스캔들로 인한 김연아의 은메달 사건은 아직도 많은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그러나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금메달을 되찾기 위한 실질적 액션을 오히려 피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소치올림픽 피겨 ‘판정 스캔들’은 우리 선수에 유리한 방향으론 한국 스포츠 사상 유례없이 세계적 이슈가 됐다. 김연아가 끔찍한 ‘판정 스캔들’로 금메달을 빼앗겼다고 보도하는 외신과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change.org 청원 사이트에서 외국인이 주도한 ‘올림픽 여자 경기 재심사 청원’에 200만 명 이상이 참여해 IOC가 이와 관련해 언급을 하기까지 했다. 지난 2월 IOC는 대변인을 통해 ‘국제빙상연맹(ISU)에 제소가 접수돼야 우리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엔 캐나다인이 주도한 ‘IOC와 ISU에 김연아에게 금메달을 돌려줄 것을 청원하며, ISU의 판정 시스템 개선을 요구한다’는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나 대한빙상연맹이 올림픽폐회 후 한 달 가까이 지난 시점까지도 제소하지 않자 IOC는 공식 홈페이지에 “소트니코바를 이기기 역부족이었다”는 식의 김연아가 하지 않았던 인터뷰를 실어 사태를 덮으려는 양상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도 김연아의 조작된 스핀·점프 사진을 사용해 김연아의 올림픽 ‘기술 요소’를 소트니코바보다 저평가하는 데 이용하는 일을 저질렀다. 이런식으로 당장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국가들과 美 NBC의 해설위원 등은 김연아의 올림픽 경기를 폄하했다.
그럼에도 올림픽의 근본적 명예 회복, 피겨스케이팅의 스포츠로서 권위 회복, 스포츠 정의확립 그리고 향후 한국 피겨스케이팅 장래를 위해 판정 결과와 판정 시스템이 바로 잡혀야 한다며 세계 피겨 관계자들과 의식 있는 국내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와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여러 이유를 대며 올림픽 폐막이 한 달 가까이 지난 시점까지 제소 등 확실한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경기 직후 대한체육회가 IOC에 항의서한을 보냈다며 국내언론에 밝혔지만 IOC는 ‘공식 항의를 받지 못해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즈음 대한빙상연맹은 국제빙상연맹 회장에게 ‘정중한 해명 요청’만 했을 뿐이었다. 때문에 대한체육회와 대한빙상연맹 모두 비난 여론에 떠밀려 시늉만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몇몇 국내 피겨 인사들은 금메달과 억울하게 저평가된 선수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국제빙상연맹에 제소하기는커녕 제소를 요구하는 국내여론을 잠재우려 했다. 특히 국제빙상연맹 국제심판이기도 한 이지희씨 등 대한빙상연맹 피겨인사들이 여러 언론과 인터뷰하며 김연아 경기의 기술수행을 지엽적인 관점에서 저평가해, 제소하라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힘썼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국내 피겨팬 등 관계자들은 “한국인 국제심판들이 자국 선수의 권익보호를 위해 힘써도 모자란 상황에서 오히려 자국 인재를 깎아내리기 바빴다”며 “각자 자국 선수에 유리한 룰 개정, 판정에 열 올리는 국제빙상연맹의 부패한 일본, 러시아 등 외국 유력인사들 하수인 노릇에만 열을 올린다”며 분노하고 있다. 이 국내 인사들은 수년 동안 김연아를 미묘하게 저평가하는 반면 일본의 아사다 마오 등에게는 관대한 평가를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다. 최근 한 대한빙연인사는 제소하면 김연아나 후배들에게 불이익이 올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피겨인사들의 '과도한 저자세 대응'으로 오히려 김연아와 한국 피겨는 이미 많은 피해를 당했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3월21일에서야 대한체육회·대한빙상연맹은 올림픽 판정에 대해 국제빙상연맹 징계위원회에 제소(complaints)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한체육회는 공식보도자료를 통해 경기에 배정된 심판(judge) 2명의 공정성에 관한 문제, 심판들 간의 편파 채점 의혹 등이 ‘윤리’규정을 위반했다고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또한 “체육회와 국내 피겨국제심판 및 연맹관계자, 전문 국제변호사 법률자문 등을 거쳐 결정됐으며 국제연맹과 국제심판들과의 관계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판정 불복 항소(appeal)가 가능한 마지막 날에 여론에 떠밀려 판정 번복과 아무 상관이 없는 '제소 계획'만 발표해, 금메달을 돌려받을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처음이 아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빙상연맹은 올림픽 개최국 선수 자동출전권도 유례없이 빼앗기다시피 했다. 이제껏 올림픽 개최국은 자국 피겨선수를 본선에 자동으로 출전시켜왔다. 하지만 국제방상연맹은 지난 2012년 국제빙상연맹 총회에서 2018 평창 올림픽때만 개최국 선수 자동진출권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당시 대한빙상연맹 관계자가 현장에 있었지만 이를 막지 못했다. 또한 이 사안은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도 4개월 가량 관련 보도자료를 작성하지 않았다. 때문에 뒤늦게서야 이 사실이 공개됐다. 앞서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때는 김연아가 출전한 여자 피겨 경기 실제 판정과정을 일본 니혼TV가 몰래 촬영해 보도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때문에 국제빙상연맹에 이를 제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대한빙상연맹은 조치를 취하지 않아 ‘굴욕적인 저자세 스포츠 외교’라는 따가운 비난을 받았다. 지난 2010년 2월28일 일본 니혼TV의 ‘진상보도 반키샤(이하 반키샤)’가 비공개 원칙인 피겨스케이팅 국내 모 국제심판의 채점과정을 몰래 촬영해 공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확인한 국내 네티즌들은 한국어로 자막까지 작성해 이 영상을 다시 유투브에 공개했다. 이와 관련 일본 미디어 사이트 서치나는 “니혼TV 피겨심판 채점 몰카에 한국 국민들 비난 쇄도”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보도 후 하루가 지나 국내 연맹 고위 관계자는 “뉴스를 보고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동영상은 찾아보지 않았다”며 “연맹의 구체적인 입장은 박성인 회장이 귀국하면 밝히겠다”고 말했다. 선수단과 함께 귀국한 당시 박성인 회장은 같은 날 입국 기자회견서 대응조치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고 그 후 연맹 차원의 조치가 없었던 것이다. 지난 2008년 11월에도 당시 여자 피겨선수 김나영의 러시아 그랑프리대회 출전과 관련해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당시 김나영은 세계랭킹상 그랑프리에 출전할 수 없었으나 상위 랭킹의 선수가 기권하며 공석이 생겨 서류만 접수하면 출전이 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빙상연맹의 무관심 속에 마감기간이 임박했다. 결국 10대 네티즌 두 명이 직접 러시아 연맹과 연락해 김나영을 대회 출전 명단에 올렸다. 박태환과 수영연맹 빙상연맹뿐만이 아니다. 대한수영연맹도 박태환(24·인천시청)과 관련한 잡음으로 지탄을 받았다. 지난 1월 대한수영연맹이 발표한 2014년 국가대표 명단에 박태환의 이름이 없었다.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일 5만원의 훈련수당이 지급된다. 해당 연맹이 인정하는 촌외훈련의 경우, 하루 10만5000원의 수당이 지급되지만 국가대표가 아니었던 박태환은 훈련수당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수영연맹은 “촌외 훈련 시 국가대표 지도자가 지도해야 한다는 대한체육회 훈련규정”을 근거로 삼았다. 대한체육회에 질의 결과, 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박태환의 촌외훈련을 암묵적으로 인정해온 수영연맹이 체육회에 개인훈련과 관련한 ‘국가대표 자격’을 조목조목 질의한 것. 박태환은 SK텔레콤 전담팀과 결별한 것을 제외하면 훈련에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지난 2010년 아시안게임 때부터 현재까지 줄곧 마이클 볼 코치의 호주클럽에서 촌외훈련을 해오며 몇 년간 계속 국가대표 자격을 유지했고, 훈련수당을 받았다. 그러나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연맹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박태환을 위해 연맹에 지급된 올림픽 포상금을 받지 못했고, 1월 대표명단에서 누락되며 훈련수당도 끊겼다. 문제가 불거지자 수영연맹은 지난 2월18일에서야 체육회에 박태환에 대한 질의 공문을 보냈다. 체육회는 다음 날인 2월19일 수영연맹에 “국가대표 선수 선발은 해당 종목 지원 경기단체의 고유권한”이며 “대한수영연맹에서 제출한 2014년 1월 수영국가대표 강화훈련계획서 참가자 명단에 박태환 선수가 없어 체육회가 승인한 1월 수영국가대표 강화명단에 해당선수가 포함돼 있지 않음을 알린다”고 했다. 대한수영연맹이 국가대표 명단에 올리지 않았기에 촌외훈련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훈련수당도 지급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향후 대한수영연맹의 국가대표 승인 요청 시 인천아시안게임 대비 선수의 훈련 특수성을 고려, 자체 훈련 중인 박태환의 훈련기간을 체육회에서 정한 국가대표 강화훈련 기간으로 적용할 수도 있음을 알린다”는 답신이 왔다. 이러한 과정 끝에 지난 2월에서야 대한민국 수영 국가대표 명단에 ‘박태환’의 이름이 포함됐고 ‘촌외훈련’을 인정받았다. 한편 앞서 논란이 된 바 있는 올림픽 포상금에 대해 수영연맹 관계자는 “올림픽 초반에 메달을 딴 메달리스트들은 통상 다른 선수들을 응원하는데 런던올림픽 당시 박태환 선수가 일찍 귀국했다”며 “이와 관련해 박태환 선수 측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포상금 지급을 위한 예산이 없었지만 선수가 공을 세운 부분을 인정해 선수 사기 진작 측면에서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의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초 대한수영연맹 이흥기 회장은 박태환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박태환이 연맹 주관 행사에 참가하지 않았고 런던에서도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등 대표선수로서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해 박태환의 포상금은 다이빙 꿈나무들을 위해 쓸 것이며 이는 교육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던 것. 이는 박태환 측과 협의되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또한 그는 “포상금 지급은 이사회 결의 사항인데 문제가 불거진 후 연맹 내에 선수의 태도에 대한 인식이 더욱 악화됐다”며 “박용성 전 체육회장과 한국 관계자들이 총동원돼 런던올림픽 판정 번복을 이끌어냈는데도, 세계수영연맹과 접촉도 못한 마이클 볼 코치가 모두 해결한 것처럼 말하는 박태환 측에 대해 ‘배은망덕’하다는 입장이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문제가 불거진 이후 선수 측과 대화도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태환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1년 가까이 공식대회에 나서지 않았다. 2013년 7월 바르셀로나세계선수권도 국내 훈련장소를 구하지 못해 대회 참가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 2월28~3월2일까지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뉴사우스웨일스 스테이트 오픈 챔피언십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자유형 100m에선 48초42의 한국신기록도 작성하며 변함없는 경기력을 과시했다.
억울한 이용대 이용대와 김기정이 지난해 3월과 9월, 11월 등 세 차례나 도핑테스트를 위한 소재지 보고에 응하지 않았다는 게 세계연맹의 입장이다.
도핑테스트 관련 소재지 보고와 같은 행정적 지원도 협회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협회는 그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무능한 일처리가 선수생활 위기를 초래한 셈이다. 협회는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한 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항소해 징계를 무효화하거나 징계기간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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