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금융, ‘낙하산 인사’ 논란되는 내막

“자본시장 경험 없는데 청와대 경력 있다고 뽑아?”

김길태 기자 | 기사입력 2012/06/18 [14:06]

한국증권금융, ‘낙하산 인사’ 논란되는 내막

“자본시장 경험 없는데 청와대 경력 있다고 뽑아?”

김길태 기자 | 입력 : 2012/06/18 [14:06]
한국증권금융이 그동안 ‘낙하산 인사’로 논란이 됐던 안자옥 전 기획재정부 운영지원과장을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부사장과 감사 그리고 이사직에 외부 인사가 임명된 것. 한국증권금융은 증권사들이 맡긴 투자자예탁금 관리가 주업무인데, 국가가 독점적으로 업무를 보장해 주고 있고 직원들의 연봉은 증권사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증권가에선 한국증권금융을 ‘신이 숨겨놓은 직장’이라고 일컬어진다. 일각에선 전문성이 결여된 내부 인사를 등용했다는 여론이 팽배해지고 있어 유독 한국증권금융에 이처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내막을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증권금융 주총, ‘낙하산 논란’ 됐던 안자옥씨 부사장 선임
노조 “전문성 결여된 외부인사가 또다시 선임된 것 유감”
전체 공공기관장 평균 연봉의 두 배 ‘신이 숨겨놓은 직장’

 
[주간현대=김길태 기자]
한국증권금융은 지난 6월1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2011 회계연도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및 이사 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증권금융에 따르면 그동안 ‘낙하산 인사’로 논란이 됐던 안자옥 전 기획재정부 운영지원과장이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상근감사위원에는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김회구씨가 각각 선임됐다.

부사장으로 선임된 안자옥씨는 1956년생으로 동국대 경영학, 일본 동경대 경영학 석사를 거쳐 기획예산처 법사행정재정과장, 기획재정부 운영지원과장, 경기도 재정협력관 등을 지냈다. 상근감사위원으로 선임된 김회구씨는 1964년생으로 성균관대 정치학 석사를 거쳐 국회 정책연구위원,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및 정무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사외이사에는 현 사외이사인 이형구씨를 재선임하고 임향순 세무법인 다함 회장과 배규한 국민대 교수가 새롭게 선임됐다. 이형구씨는 1940년생으로 서울대 정치학,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단국대 경제학(박사), 제14회 고등고시 합격, 경제기획원, 재무부, 대통령 비서실 등을 거쳤다. 건설부, 재무부, 경제기획원 차관을 거쳐 한국산업은행 총재, 제12대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임향순씨는 광주지방국세청장, 배규한씨는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비상임위원직을 거쳤다.

‘낙하산 인사’ 논란

이날 주총은 상임이사진 선임에 대한 노동조합측의 반대로 찬반투표가 열렸으나 출석 주주 수의 89.3%의 찬성으로 원안대로 통과됐다. 노조측은 후보추천위원회의 불투명성, 상임이사진의 업무 관련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들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집회를 벌이며 낙하산 인사에 반대해온 노조는 이날 주총에 참여해 소신을 밝혔지만 노조를 포함한 우리사주 보유 지분은 0.5%도 되지 않아 실력행사를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강종규 노조위원장은 “이번 후추위에 직원 대표를 포함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그렇지 못했다”며 “낙하산을 위한 형식적인 후추위가 아니라면 인사 평가표를 공개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위원장은 또 “자본시장 경험이 전혀 없는데 청와대 경력이 있다고 회사에 들어온다면 업무 파악에 도움이 되겠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총 의장을 맡은 김영과 사장은 “사외이사 3명과 함께 후추위를 열어 복수의 후보자를 놓고 신중히 검토했다”며 “내부 인사가 회사에 좋을지 외부 출신이 좋을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외부인사 1명과 내부인사 1명을 놓고 장단점을 검토했다”며 “안자옥씨는 우리 회사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 경력은 없으나 30여 년의 공직생활을 통해 외부기관과의 접촉에 유연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주 역시 상임감사로 추천된 인물에 대해 충분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췄다며 원안대로 처리할 것을 촉구하는 등 상임인사 선임에 대한 찬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동안 증권금융 노조는 전문성 결여 등을 이유로 외부인사 후보 추천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이번에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부사장 자리다. 감사 자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부사장 자리는 전문성이 담보된 내부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낙하산 인사가 잦다보니 임기가 끝날 때까지도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돌았다. 강 노조위원장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외부 인사가 또다시 선임된 것은 유감”이라며 “운영위원회를 통해 출근 거부 등 대응책을 상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증권금융의 전신은 1955년 세워진 한국연합증권금융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금융기관들이 출자해 회사를 세웠고 1962년 회사 이름을 지금의 한국증권금융(주)으로 바꿨다.

왜 끊이지 않나?

한국증권금융은 ‘증권사를 고객으로 하는 은행’의 개념에 가깝다. 증권사가 맡긴 투자자예탁금 관리가 주업무로 독점적인 구조로 알려져 있다. 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상법상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 논란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한국증권금융은 한국거래소가 지분의 11%를 갖고 있고, 우리은행 7%, 우리투자증권 6%, 산업은행 5% 등 정부 영향력 아래 있는 기관이 전체 지분의 30.33%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의 경영진을 포함한 고위직급 인사가 있을 때면 반복적으로 낙하산 인사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것. 특히 역대 사장들의 면면은 낙하산 논란의 깊이를 더했다.
▲ 현 김영과 사장 또한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 : 한국증권금융)

현 김영과 사장은 재정경제부 출신이고, 직전의 이두형 사장도 재무부 출신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김영과 사장과 이선재 부사장이 받은 급여의 총액은 5억4800만원으로, 연간으로 계산하면 총 7억3000만원으로 추산된다.

업무 추진비를 제외하고 평균치만 놓고 보면, 전체 공공기관 기관장 평균 연봉의 두 배를 훨씬 넘는 액수인데 이는 같은 증권유관기관으로 분류되는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기관장 연봉보다도 월등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장과 임원 등 경영진 개개인에게는 영업과 대외활동 명목의 골프 회원권도 주어져 경영진의 임금이나 복지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사장 자리는 지난 2001 이후 줄곧 정부 관료 출신들이 독식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증권금융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영업실적 보고를 통해 자산규모는 전기말 대비 17% 증가한 49조8000억원, 당기순이익은 30% 감소한 124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배당은 1주당 4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배당률은 전기에 비해 2%포인트 줄어든 8%다.

김영과 한국증권금융 사장은 “올해 경영목표를 불확실성에 대비한 안정적 영업기반 구축으로 설정했다”며 “정책당국, 유관기관 및 증권회사와의 긴밀한 협조와 상생경영을 통해 동반성장의 추구와 증권금융의 정체성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 하겠다”고 말했다.

kgt0404@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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