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거리된 정치인 단식, 한 때 민주화 투쟁의 상징

정치전문가 “진정성 없을 때 오히려 역효과”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8/05/06 [11:47]

단식투쟁은 주로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회적 약자의 저항수단이다. 정치인의 경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별다른 방법이 없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쓰인다. 실제 독재정권 시절 단식이 민주화 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정치인의 단식이 비아냥과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단지 이목을 끌기 위한 에 불과하다는 의심 때문이다. <편집자주>


 

▲ 단식투쟁에 돌입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자유한국당> 

 

전날 드루킹 특검 관철을 위한 노숙단식 중 괴한에게 습격당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다시 농성장에 복귀했다.

 

6일 목에 깁스를 한 모습으로 나타난 김 원내대표는 목도 불편하고 턱을 가격당해 돌리기 불편하지만 드루킹 특검 수용까지 테러가 아니라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분노하고 싸우겠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가 김모(31)씨로부터 오른쪽 턱부위를 가격당한 후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될 적에도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네티즌들은 김 원내대표 피격 소식에 영화에서 보던 짜고치기 느낌 나던데”, “병원에 밥 먹으러 갔나?”, “뺨 한 대 맞고 병원이라”, “짐작은 했지만 이런 방법을?”, “어디서 자작나무 타는 냄새가 난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경우 노숙단식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달라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김 원내대표도 무엇이 가장 힘드냐는 취재진 물음에 우리는 절박한 상황이고 몸을 축내면서 (단식을)하는 건데 이걸 (사람들이)희화화하고 조롱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단식투쟁은 주로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회적 약자들의 저항수단이다. 정치인의 경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별다른 방법이 없을 때 최종 선택지로 쓰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인의 단식투쟁의 경우 결연한 시작에 비해 곡기 끊음주변의 만류탈진병원 후송단식 중단의 반복으로 여론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비아냥과 조롱거리로 전락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농성도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정세균 국회의장 퇴진을 촉구하면서 이 전 대표는 정세균이 물러나든지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라며 결의에 찬 모습으로 단식에 돌입했다. 그러나 불과 7일 만에 민생과 국가현안을 위해 무조건 단식을 중단한다고 선언해 주변을 황당케 했다.

 

이 외에도 이 전 대표가 사회적약자라 할 수 없는 집권여당의 대표였다는 점, 국회의장의 사퇴는 국회 동의가 필요해 단식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는 점, 공개된 장소가 아닌 새누리당 당대표실 안에서 벌인 나홀로 농성이었다는 점 때문에 그의 단식은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 23일간 단식투쟁을 벌였던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대통령기록관>   

 

정치인의 단식이 민주화 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지난 2015년 향년 88세 일기로 서거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83518, 5·18 민주화운동 3주년을 기념하고 군부독재에 항거하는 의미로 단식에 돌입했다. 그는 구속된 민주화 인사들의 석방과 해직 교수 및 언론인의 복직, 개헌 등을 요구하며 끼니를 끊었다.

 

당시 여론의 반발이 두려웠던 전두환 정권은 김 전 대통령의 단식이 7일을 넘자 강제로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농성을 방해했다. 그럼에도 김 전 대통령이 단식을 계속 이어가자 그의 가택연금을 해제시켰다. 김 전 대통령의 23일 간의 단식투쟁은 민주화 투쟁의 기폭제가 되면서 직선제 개헌의 발판이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0년 노태우 정권 당시 13일 단식으로 지방자치제 도입을 관철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독재정권이 사라진 2000년대 들어서는 정권의 정책에 대한 반대 투쟁으로 단식이 이뤄졌다. 2007년 당시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과 천정배 의원,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등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단식 투쟁을 벌인 게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 아빠김영오씨의 단식을 말리기 위해 동조 단식에 나선 바 있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열흘간 광화문광장에서 단식투쟁을 벌였다.

 

정치인의 단식투쟁에 대해 김민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농성이 국민들한테 정치적인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보내는데 중요한 수단이고 일정 정도 그 의미가 받아들여지기도 한다면서도 단식을 하다가 빵을 먹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는 등 단식이 보여주기 쇼로 끝나는 경우에는 별다른 파장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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