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이프 경영실패, 노동자 책임?

점포 없애고 수수료 삭감…“해고된 노동자 수당은 회사 몫”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8/01/08 [13:52]

현대라이프 경영실패, 노동자 책임?

점포 없애고 수수료 삭감…“해고된 노동자 수당은 회사 몫”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8/01/08 [13:52]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이재원 현대라이프생명 대표이사는 지난 13일 범금융 신년인사회를 통해 자본확충이 마무리되면 영업에 주력해 실적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발언을 살펴보면 현대라이프생명은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 문제가 해결되면 영업을 통해 실적을 내겠다고 풀이된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왜 자본확충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렀을까? 결론적으로 이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누적적자만 2273억원에 달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적자의 이유에 대해 현대라이프생명의 판매전략 실패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책임은 애꿎은 보험설계사가 지는 모양새다. 애초부터 설계사들에게 부당한 자발적으로 퇴사할 경우 영업 미지급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잔여수당을 주지 않고 있는 것. 주인 잃은 잔여수당은 모두 회사 몫이라는 게 해고된 설계사들의 주장이다


현대라이프생명 지난해 상반기 누적적자 '2273억'

경영난 책임은 보험설계사? 미지급 수당은 회사 몫 

 

▲ 현대라이프생명의 저가보험 판매는 설계사들에게 적정한 수익을 남기지 못하는 문제를 가져왔다   © 홈페이지 갈무리

 

[주간현대=성혜미 기자] 지난 13일 범금융 신년인사회가 열린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이재원 현대라이프생명 대표이사는 자본확충이 마무리되면 영업에 주력해 실적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발언을 살펴보면 현대라이프생명은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 문제가 해결되면 영업을 통해 실적을 내겠다고 풀이된다.

 

그렇다면 현대라이프생명은 왜 자본확충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렀을까? 결론적으로 이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누적적자만 2273억원에 달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적자의 이유에 대해 현대라이프생명의 판매전략 실패라고 지적한다.

 

실패만 거듭했던 현대의 보험 사업

현대라이프생명의 전신은 지난 1989년 양재봉 명예회장이 설립한 대신생명보험이다. 양 회장은 이보다 앞선 1975년 증보증권을 인수, 대신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회사를 성장시켰다. 1980년대 증시 활황과 더불어 양 회장은 1984년에 대신경제연구소, 1986년에 대신종합개발금융, 1988년에 대신투자자문 등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IMF가 발생하고 2000년이 들어, 지급여력비율이 미달되는 등 경영상의 문제를 겪는다. 이에 금융감독위원회의 개선명령이 내려졌고, 지난 20017월에 대신생명보험은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되어 행정처분이 시행된다.

 

예금보호공사는 공개매각을 추진했고, 2년 뒤인 2003년 녹십자가 인수자로 결정된다. 계약내용이 신설보험사 설립 후 계약 이전의 방식이었기 때문에 녹십자생명보험이 신설돼 대신생명보험의 보험계약 등을 전부 이전 받아 생명보험사업을 하게 됐다.

 

하지만 20111021일에는 최대주주인 녹십자홀딩스가 녹십자생명보험의 지분을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에 매각, 회사명칭 역시 현대라이프생명보험으로 변경된다. 이때부터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일원이 된다.

 

당시 현대자동차그룹의 보험업계 진출은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삼성·한화·교보 3’가 시장을 장악한 구조에서 뒤 늦게 뛰어든 현대라이프생명이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현대라이프생명을 출범시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현대라이프생명 이사회 의장은 당시 “2년 안에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출범과 함께 1만원 대 저가보험을 시장에 내놓으며 다른 보험사들과 차별적인 전략을 내놨다.

 

하지만 저가보험 판매는 설계사들에게 적정한 수익을 남기지 못하는 문제를 가져왔다. 결국 보험설계사들은 현대라이프생명을 떠났고, 당시 정 의장의 신임을 받았던 현대캐피탈 출신 최진환 대표이사 역시 회사를 떠났다.

 

최 이사가 회사를 떠날 무렵 현대라이프생명은 경영 악화가 정점에 치달았고, 정상화를 위해 2014년 대주주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950억원의 자금지원을 받았다. 이후 1년 뒤인 2015년 대만의 푸본그룹으로부터 2130억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받기도 했다.

 

이에 현대라이프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비율)2015년 말 189.8%까지 증가했으나 1년 만에 159.8%로 떨어졌고, 20173월 말에는 150%까지 급락했다. 경영난이 계속되자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해 12월 또다시 3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받기로 결정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해 1212일 이사회를 열고 3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 대주주 현대차그룹과 푸본생명으로부터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 받는다고 밝혔다.

 

이같이 현대라이프생명이 자본 확충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오는 2021년 새 보험계약 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제도 도입을 앞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보험의 부채 평가를 계약시점이 아닌 현재의 시가(공정가치)로 평가해야 하기에 지급여력비율 충족을 위한 추가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라이프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100% 미만이 될 경우, 적기시정조치에 따라 회사 임직원의 금융회사 임원 자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회사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다른 금융계열사의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생겨 신규사업의 허가 또는 금융업 신규신출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보험설계사 강제해고

신년인사에서 이 회장이 밝힌 자금확충은 단순히 돈을 빌리는 것만이 아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계속된 자금난의 해결책으로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이들은 지난 20179월부터 구조조정을 실시, 25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현대라이프생명보험지부는 퇴직자를 줄이기 위해 투쟁에 나섰다.

 

사측은 이에 설계사들의 개인영업을 포기하는 방침을 세웠다. 개인영업이 막히면서 점포가 폐쇄됐고, 설계사들은 재택근무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수수료도 50% 삭감하기로 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영업지침에 동의하지 않는 설계사는 계약기간 만료 후 해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계약이 해지된 설계사에게는 보험 모집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2000여명이었던 설계사들은 대부분이 사실상 강제해고로 떠나 현재 2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점포와 동시에 고객창구도 모두 폐쇄하여 보험가입 고객들에게까지 불편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라이프생명의 태도에 맞서 보험설계사들은 지난해 9월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이들은 현재 여의도 본사 앞에서 사 측의 부당한 처사를 규탄하며 지금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동근 전국보험설계사노조 현대라이프생명지부 지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지점 없애버리고 설계사 한 명 쫓아내서 돈을 벌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설계사가 그만 두면 회사는 영업 잔여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모두 회사 이익으로 잡힌다. 회계 상에도 이익으로 반영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회사는 입사 당시 작성했던 위촉계약서를 근거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자발적으로 퇴사할 경우 보험설계사는 영업을 해서 받아야 하는 미지급 잔여수당을 못 받는다는 위촉계약서 내용 자체도 부당한데 회사가 점포를 없애고 수수료를 절반으로 줄여서 스스로 나갈 수밖에 없게 하는 이런 상황은 매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현재 회사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설계사들은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남아있던 점포마저 없앴다많은 설계사들이 생존을 위해서 떠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막막한 현실을 토로했다.

 

ahna10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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