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 노동자’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①

한동인 기자 | 기사입력 2016/09/07 [09:10]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 노동자’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①

한동인 기자 | 입력 : 2016/09/07 [09:10]

택배기사, 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교사, 헤어디자니어. 이들을 사회에서 ‘사장님’이라고 호칭하지 않는다. 하지만 법적으로 그들은 ‘자영업자’, ‘1인 사업자’로 분류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동자 취급을 받지 못해 노조를 꾸릴 수 없음은 물론 산재보험, 4대 보험 등 노동자의 권리를 누릴 수 없다.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권리로 인해 그들은 비정규직이라는 그늘아래 사장님도 노동자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이에 민주노총, 야권 의원, 각계 전문가들은 그들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편집자주>


 

 

특수 고용노동자 230만 명 분포, 추후 증가 예상

‘개인 사업자’ 타이틀, 법적 보호 박탈·착취 용이

 

▲지난 6일 국회 도서관 대회의실에서 '20대 국회 비정규직 입법과제 대토론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김종인 부위원장의 발언. <사진=김경진 기자>

 

지난 6일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20대 국회 비정규직 입법과제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특수고용 노동자, 언제까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할 것인가’를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수고용 노동자(이하 특고 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법적 보호가 배제되어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 방치된 실태를 낱낱이 파헤쳤다. 특히 첫 개회사를 맡은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자면서 노동자라 부를 수 없는 특수 고용노동자들이 50개 직군, 230만명 가량 존재하지만 여전히 그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법의 사각지대에서 보호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20대 국회가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후 토론회에서는 현재 법안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등을 제시하며 특고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특수고용 노동자 실태

 

우리나라에서 특수고용노동 문제는 학습지교사, 방송사 구성작가, 레미콘 기사 등을 중심으로 지난 17, 18대 국회 이전부터 쟁점화 되어 왔다. 이러한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는 고용형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더욱 넓은 범위로 확대됐다.

 

지난 2015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의 ‘특수고용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특고 노동자는 218만 10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이는 고용노동통계에 따른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수 약1665만 명과 비교했을 때도 높은 비중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8월 24일 대법원은 ‘야쿠르트 아주머니’의 노동자성에 대해 ‘개인 사업자’로 명명했다. 이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의 판결은 ‘개인사업자’로 위장된 200만 규모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노동권 사각지대로 몰아넣는 데에 일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회사 혹은 중개업체 등의 명백한 지시를 받으며 일하는 엄연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고 착취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자영인’, ‘개인사업자’로 위장 된 것이라는 점이 토론회의 주된 취지였다. 이에 이영철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 의장은 “정부와 법원이 노동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종속성과 경제종속성을 근거로 삼으면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개념을 사용해 왔고 마치 노동자가 아닌 것처럼 현실을 왜곡해 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의장은 현재의 특고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직접 고용된 노동자였다고 밝혔다. 이후 산업경제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사용자들이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업무위탁계약서’, ‘도급계약서’로 둔갑시켰을 뿐이라는 것이다.

 

즉 노동자의 본질은 변한 것이 없지만 정부와 사법부가 특고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인하면서 사용자들이 변칙적인 고용형태를 확산하는데 일조해 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특고노동자들은 노동자라면 최소한의 권리로서 보장받아야할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억울하게 해고를 당해도 구제요청을 하지 못하고, 10년을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더라도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할 뿐더러 초과노동수당, 월차·연차 휴가, 4대 보험 등 노동자라면 당연히 가져야할 권리를 어느 하나 누릴 수 없다.

 

이 의장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기본권리인 노조조차 결성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설립을 못할 뿐만 아니라 이미 노조설립증이 있는 노조조차 노조로서 인정받지 못해 임단협 한번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이날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수고용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실태 및 법적 보호 필요성’이라는 발제를 통해 특고 노동자들의 노조활동 불인정 실태에 대해 명시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특수고영형태의 대부분 직종들은 법적으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없는 상황일 때가 많다”며 “실제로 사례를 보면 노조를 결성했으나 노동자성에 대한 법적 판단이 모호하거나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기존의 노조가 거의 와해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그 사례로 학습지노조를 들었다.

 

그가 노조부인 및 탄압사례로 든 학습지노조의 노조활동 불인정은 다음과 같다.

 

학습지 교사들은 1999년 11월에 재능교육 교사노조를 시작으로, 구몬, 대교, 웅진, 프뢰벨 지부가 합세하면서 산별노조인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된다. 이후 학습지 노조는 각 지부 수준에서는 수수료율 현실화 및 부당영업강요 관행 개선 등 위탁계약 교사들의 인권보장 및 권익향상을 위해 업체들과 협상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위탁교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법적 투쟁도 병행하고 있다.

 

당시 노동부는 위탁교사들이 정기적으로 지국으로 출근을 해야 하고, 업무일지를 작성해 지국장이나 팀장한테 결재를 받으며, 회사 지시를 어기면 위탁계약 해지를 당하는 사용종속관계의 징표를 근거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노조신고필증을 내주었지만 이후 검찰, 노동부, 여성부, 노동위원회 등의 정부부처들은 노조법상,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에 대한 각기 다른 법리적 해석을 내놓게 된다. 노동자성이 일관되게 인정되지 않고, 오히려 몇몇 판결에서는 노동조합을 임의단체로 규정함에 따라 사용자인 학습지 업체들도 학습지 노조를 대화상대로 인정하기 보다는 꾸준히 노조탈퇴 강요 및 회유작업을 벌이면서 노조를 와해시키려 하거나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노조조합원에 대해 부당해고를 포함한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아 온 결과 노조의 힘은 예전에 비해 많이 약화된 상태이다.

 

그는 노조활동 불인정의 사례로 학습지노조 외에도 노조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해 처음부터 법외노조로 조직된 셔틀연대,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사용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도 흔해 아예 노동조합의 유형이 아닌 직업협회 등의 방식으로 조직된 독립PD협회의 사례도 추가적으로 밝혔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정부, 헌법은 물론 사용자에 의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부인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정 부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특고노동자들이 형식적으로는 자영업자처럼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실질적인 측면에서 다수의 특고 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조사한 12개 직종의 조직종속성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는 특고 노동자들이 특수형태근로로 계약관계에 기반 해 있지만 사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이러한 형태의 특고 노동자들의 사용종속성, 경제종속성을 제거하기 위한 시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해왔다고 정 부연구위원은 밝혔다.

 

사용자들이 이러한 시도를 해 온 것은 사용종속성과 경제종속성이 그간 특수형태근로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법적 근거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 사례로 학습지교사의 경우를 볼 수 있다.

 

한 학습지교사는 정 부연구위원과의 면담에서 “예전에는 관리자들이 사무실 출근하게 하고 업무일지도 쓰고 그런게 있었어요. 저희가 노동자성 인정투쟁을 하면서 그게 문제가 아니냐 하니까, 사용자들이 그걸 없애려고 한 거죠. 그래서 사무실 출근이라는 말도 안 쓰고 ‘방문’이라고 하거든요. 노동조합 생기고 나서는 ‘방문’이라 그러고 사무실 출근하지 말라고 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했더니 일이 안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시 출근 시켜요”라고 말했다.

 

면담내용에서 볼 수 있듯 학습지 회사에서 학습지교사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직접적 관리 차원에서 사무실 공간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자영업자’로서의 학습지 교사가 아닌 ‘노동자’로서의 학습지 교사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학습지 교사는 여전히 특고 노동자로 분류돼 노동자의 권리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발제를 마치며 “특고 노동자들은 ‘1인 자영업자’로 분류되지만 그 누구도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대리운전기사, 텔레마케터에게 ‘사장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업무위탁계약 등에 의해 노무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 등의 형태로 대가를 받는 사람들이기에 겉으로는 독립 사업자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대부분 특정 업체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직·간접적 업무 지시와 감독 하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 이다”고 강조했다.

 

bbhan@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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