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현대=김범준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전국적인 지원유세를 다니는 가운데, 호남 유세에 대해 김종인 대표와 입장을 달리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호남행 반대하는 김종인
김종인 대표는 지속적으로 문재인 전 대표에 호남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 대표는 지난 4월3일 문 전 대표에게 사실상 지원 유세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이날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뒤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원 유세에 대해 “검토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광주 출마자 중 요청할 사람이 있겠느냐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전 대표가 수도권에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는 데 대해 “본인이 전반적으로 고려했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선거에 유리한지 판단해야 한다”며 “선거는 전체가 같이 치르는 게 아니고 끌고 가는 주체가 알아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종인 대표는 최근 적극적으로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행을 만류하고 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문 전 대표가 돌아다닐수록 호남 여론이 더 안 좋아지고 있다. 전국의 호남 출신 유권자가 850만 명인데 그 도움이 없으면 선거에서 이기기 어려우니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고 까지 말했다.
생각 다른 문재인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행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3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호남 지원 유세를 다니면 유권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란 말은 호남 민심이 아닐 것”이라며 “호남 후보들의 요청이 있고 내가 도움이 되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표는 "김 대표가 친노-비노 계파색을 지우고 변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바람직하게 잘해주고 있다. 다만 선거를 그것만으로 이길 수 없다"며 지원유세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도 “김 대표가 왜 그런 얘길 했는지 모르겠다. 수도권 등 접전지부터 지원한 뒤 호남 일정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갈리는 당 내 의견
이같은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행을 향한 이견은 당 내에 깊숙히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호남행 반대 의견의 대표적인 인물은 광주 북갑에 출마한 정준호 후보다. 정준호 후보는 3일 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까지 요구했다.
정 후보는 공개서한에서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민주당 뿌리를 흔들고 있는 문 전 대표의 대통령 출마 포기 선언이 필요하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 후보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호남행 찬성 의견의 대표격은 정청래 의원이다. ‘더컸유세단’을 이끌고 전국의 후보 지원활동을 진행 중인 정 의원은 “전국을 돌며 느낀 것은 당원과 후보들로부터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이 문재인”이라며 “문재인을 싫어한다는 호남 민심은 3번(국민의당) 성향 사람이 만든 허상이며 내가 호남후보라도 문재인에 러브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김종인 대표의 측근인 김성수 대변인의 경우에도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가 호남에 한 번도 안 가고 ‘표를 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 가기는 가야 할 텐데 언제 갈지는…”이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오보는 '고의?' 또는 '실수?'
이처럼 문재인 호남행에 대해 '총선 운명공동체'로 묶인 '문재인-김종인' 간 의견 뿐만아니라 당내서도 찬반여론이 갈리는 가운데, '반 문재인 정서가 실제하는가'에 대해 논란이 많다.
하지만 정청래 의원의 지적처럼 '국민의당'이 만든 허상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으로 지난 4일 <중앙일보>는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양향자 후보가 지난 4월2일 유세때 문재인 전 대표의 응원 영상에 대해 지역민이 지적하자, "저거 자르라고 하세요, 지금"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링크 양향자 “문재인 영상 자르세요”)
이 기사는 호남의 '반 문재인 정서'가 심각하기 때문에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호남 후보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다.
하지만 양향자 후보는 이에대해 바로 정면 반박했다. 양향자 후보는 4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문재인 전 대표가 나오는 동영상 장면을 자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반문정서'를 걱정하는 일부 지지자들이 '저 동영상 틀지 말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거부 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양향자 후보는 '호남의 반 문재인 프레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양 후보는 "걱정이다 정말. 누가 저 프레임을 만들었나. 정치적 반감을 만든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 정치혐오와 분열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어떤 정치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어조로 '반 문재인 프레임'을 비판했다.
현재도 양향자 후보의 유세 차량에는 여전히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 영상이 방영되는 상태다.
반 문재인 정서의 허상
이같은 <중앙일보>보도를 정면 반박한 양향자 후보는 '반 문재인 정서' 프레임을 국민의당이 이용하고 있다고 확실히 밝히고 있다. 이는 중앙일보의 해당 기사에서도 드러난다.
양 후보는 중앙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이 ‘친노패권주의’를 이상하게 각인시켜 경로당에 가면 ‘댁 찍어 주면 문재인이 온담서’ 하는 분들이 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결국 정청래 의원이나 양향자 후보 등 상당수의 더민주당 관계자들은 이같은 '반 문재인 정서'가 국민의당이 만든 프레임 임을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행을 찬성하는 인사들도 호남의 반 문재인 정서에 대해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는다. 50대 이상, 즉 노년층에는 어느정도의 반 문재인 정서가 퍼져있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이는 역으로 말한다면 40대 이하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세간에서 '친노 운동권'으로 불류되는 정청래, 이해찬 의원의 컷오프 때, 호남에서도 이에 실망한 더민주 지지층 이탈이 심했다. 즉, 호남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층도 반대하는 층 만큼 많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한 야권관계자는 "김종인 대표는 '호남 반 문재인 정서' 언급을 중단해야 한다"라며 "이는 오히려 호남의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층을 자극해 표 확장성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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