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재명 ‘복지정책’이 ‘포퓰리즘’ 매도된 사연

‘정치공방’ 먹잇감으로 이용해…남이 하면 ‘포퓰리즘’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5/12/02 [17:05]

박원순-이재명 ‘복지정책’이 ‘포퓰리즘’ 매도된 사연

‘정치공방’ 먹잇감으로 이용해…남이 하면 ‘포퓰리즘’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5/12/02 [17:05]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청년배당·공공산후조리원·무상교복’ 등을 핵심골자로 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복지정책에 대해 정부가 제동을 걸면서 ‘무상 복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들 정책에 대해 ‘포퓰리즘’과 ‘지역균형’을 내세우며 무상 복지 정책들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만, 성남시 측은 “국민의 세금으로 복지정책을 하겠다는데 왜 정부가 방해하냐”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 활동 수당’ 등 지자체들의 연이은 복지 사업 확장에 정부가 ‘지방 교부세’를 주지 않겠다고 경고하는 등 논란이 커져가는 상태다.

▲ 최근 '무상복지'로 야권 차기주자에 이름을 올린 이재명 성남시장의 각종 복지 정책에 대해 정부여당은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맹폭을 가하고 있다.  ©주간현대

복지정책 가로막는 정부

 

정부는 지난 12월1일 국무회의를 열고 내년부터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변경 시 정부와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교부세를 삭감하는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의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서울시의 청년수당, 경기 성남시의 쳥년배당, 무상교복 등 지자체가 주도해 추진하는 복지사업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정부의 과도한 자치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정안 의결에 앞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자치단체의 과한 복지사업은 범죄로 규정될 수 있지만 현재 처벌조항이 없어 가장 낮은 수준의 제재인 지방교부세로 컨트롤 하는 것”이라며 엄포를 놨고 박시장은 이어 “정책의 차이를 범죄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맞서는 등 설전이 벌어졌다.


서울시는 국무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정부가 미치지 못하는 현장과 수요가 있기 때문에 지방복지가 필요하다 풀뿌리 민주주의 싹을 자르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공공산후조리원·무상교복·청년배당’ 등 성남시의 복지정책들이 무산될 위기에 빠지자 반발했다. 지난 12월1일 자신의 중학교 입학생 무상교복 지원사업에 대해 복지부가 불수용 및 재협의 요청해 온 데 대해서도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의 반대와 관계없이 청년배당, 무상교복 등 복지정책 강행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이 시장은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한 헌법 제34조 2항과 사회보장기본법 제1조를 근거로 “복지제한이 아닌 복지확대가 헌법과 법령에 의한 국가의 의무인데 정부는 이 법을 복지축소를 위해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주민복지는 지방정부의 고유사무이며, 중앙정부 지원 없이 자체예산으로 주민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독자권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법적근거 없이 정부 동의 없는 복지시책에 벌금에 부과하는 것은 물론 이를 소급적용 하겠다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은 반헌법적·초법적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 구걸행위로 매도하는 김무성

 

이같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검토·추진 중인 일명 ‘무상 복지’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 한복판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돈으로 유권자를 매수하는 포퓰리즘 행위”라며 정면 비판하자, 이재명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은 복지이고 청년 배당은 매표 행위라는 것이냐”며 반박하고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1월22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숙제임에는 동의하지만 청년수당 지급은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마음을 돈으로 사겠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으로 정말 옳지 못한 행위”라며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이는 최근 성남시가 최근 발표한 ‘청년 배당’ 정책(모든 만 19~24살에게 연간 100만원 지급)과 서울시가 검토중인 ‘청년활동수당’ 정책(저소득 가구 청년 3000명에 매달 50만원씩 지급)을 겨냥한 것이다.


김 대표는 “마치 아르헨티나를 망쳐놓은 페론(전 대통령), 그리스를 망쳐놓은 파판드레우(전 총리)를 보는 것 같다”며 빈곤·복지정책에 집중했던 남미와 유럽 좌파정부 지도자에 박원순·이재명 시장을 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주민의 세금으로 유권자를 매수하는 행위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주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가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에 초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은 야권에서 차지하는 박원순·이재명 시장의 ‘상징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각종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김 대표와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재명 시장도 무상 교복, 무상 산후조리원 등 ‘무상복지 시리즈’를 선보이며 여론의 주목을 받았고, 올해 초부터는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로 오르내리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박원순·이재명 시장이 박근혜 정부는 청년을 도외시하지만 자기들은 청년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청년 표를 얻으려는 100% 정치행위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김 대표의 ‘청년수당 공격’은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청년 복지 정책이 주요 ‘전선’이 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무상급식 어젠다로 맞붙었던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패배한 이후 ‘무상복지 정책’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한 정치평론가는 “여야가 지금은 국정 교과서 문제로 대치하고 있지만 총선이 다가오면 ‘무상복지 대 선별복지’ 구도에 또다시 불이 붙을 수밖에 없다”며 “‘청년수당’ 논쟁은 그 실마리로 보이는데, 김무성 대표의 격양된 대응이 그 가능성을 높여줬다”고 말했다.


타깃이 된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이재명 시장은 “청년 배당이 포퓰리즘이라면 기초연금을 시행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원조 포퓰리즘’이 아니냐”며 “자치단체의 복지정책을 놓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정작 원조 격인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왜 포퓰리즘을 따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측도 “비경제활동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현실에서 청년들이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게끔 자기주도적으로 사회적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는 정책”이라며 “포퓰리즘이라는 정치적 구도로만 해석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근혜의 적은 박근혜

 

결국 정부여당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복지사업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는 이유는 ‘복지는 곧 표’라는 정치적 방정식에서 비롯된다. ‘복지는 곧 표’라는 등식이 정치인을 유혹하고 복지를 정치공방의 손쉬운 먹잇감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이유다.

 

야권은 정부의 복지정책을 무조건 선심정책으로 보고 여권은 야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인 곳의 복지는 포퓰리즘으로 몰아부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잣대는 동일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하면 건전한 복지사업이고 남이 하면 포퓰리즘’이라는 이중적 잣대야말로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속설과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청년수당 논란의 처음 불을 당긴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을 이끌던 시절에 주창했던 청년복지 정책과 사실 크게 다를 바 없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시절인 지난 2011년 12월 청·장년층의 구직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일정기간 월 30만∼50만원의 ‘취업활동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서울시 청년수당 예산 90억원의 4배가 넘는 4000억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밖에도 지난 대통령선거 때 전형적인 복지사업인 무상보육을 공약했지만, 지금은 중앙정부가 예산도 마련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복지전문가는 “서울시의 2016년 예산안은 27조인데 이 가운데 90억 원의 청년수당이 포퓰리즘 공방 소재가 되고 있다”라며 “물론 시민의 세금인만큼 90억원은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일자리가 없고 아무도 돌보지 않는 이 나라 청년백수들에게 주는 돈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일”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kimstory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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