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전미도 담담한 인터뷰

“이 일이 정말 그리웠고…내 인생 참 마음에 든다”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2/11/25 [14:59]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전미도 담담한 인터뷰

“이 일이 정말 그리웠고…내 인생 참 마음에 든다”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2/11/25 [14:59]

뮤지컬 ‘스위니토드’ 탐욕스럽고 섬뜩한 부인 역할 맡아 1년 반 만에 컴백

 

▲ 배우 전미도. 

 

“1년 반 정도 무대에 못 섰더니 그리웠다. 다른 공연을 보며 내가 저기에 서 있어야 하는데 생각했다. 지금 연습하면서도 이 일을 정말 그리워했구나 깨닫고 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똑순이 ‘채송화’가 짙은 스모키 화장에 욕망에 가득 찬 정반대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12월 개막하는 뮤지컬 <스위니토드>의 ‘러빗 부인’으로 6년 만에 다시 돌아오는 배우 전미도다.


11월17일 서울 강남구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채송화로 현명하고 선한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탐욕적이고 이기적이며 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모습까지 공연으로 보여주는 즐거움이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 3월 말 막을 내린 드라마 <서른, 아홉> 이후 복귀하는 무대다. 2020년 <슬의생>으로 영역을 넓히며 대중적인 큰 인기를 얻은 그는 같은 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 출연했다.


많은 작품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전미도는 <스위니토드>를 택했다. “무대에 서게 돼 고향에 온 것 같다”는 그는 다시 출연하는 이유로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 이 작품은 나이가 들수록 익어가는 역할이다”라고 설명했다.


<스위니토드>는 불안과 공포가 가득하던 19세기 영국이 배경이다. 아내와 딸을 빼앗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15년 만에 돌아오는 비운의 이발사 스위니토드(벤자민 바커)가 그를 불행으로 몰아넣은 터핀 판사와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다. 전미도는 토드의 복수를 돕는 파이 가게 주인 러빗 부인 역을 맡았다.


대본을 파고들고 연습하며 러빗 부인의 예전 감각을 하나씩 되찾고 있다. 그녀의 앞치마를 두르면 구부정한 허리에 종종걸음이 자연스레 나온다. 비음을 많이 섞었던 발성이나 특유의 몸짓 등을 토대로 감정을 더 쌓아가며 전미도만의 ‘러빗’을 또다시 완성하고 있다.


그는 “예전엔 본능적으로 했다면, 나이가 들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 보인다”며 “흠모하는 남자와 가정을 이루고 살고 싶다는 욕망이 현실적으로 이해됐다. ‘러빗’이 선택하는 것들에 대한 이유를 분명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사실 배우는 자신이 맡은 역할로 사랑받고 싶고 설득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 역할은 그런 점에서 고민이 된다. 인육 파이를 만들며 좋은 사람일 순 없지만, 어쩌면 다르지 않은 한 인간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랑스러움도 적절히 섞었다.”


지금 시대의 인물로 재탄생한 ‘러빗’도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 캐릭터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 ‘러빗’은 극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인물이다. 집요함이나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욕망 등 내게도 그녀와 닮은 모습이 있더. 누구나 선함도 있지만, 악한 면도 있지 않은가. 인간의 이중성을 현실적인 캐릭터로 한번 만나보고 싶다.”


1막 마지막에 토드와 부르는 ‘어 리틀 프리스트(A Little priest)‘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토드와의 유일한 듀엣곡이자 7분이 넘는 긴 곡이다.


“토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러빗을 보며 웃어준다. 둘이 주거니 받거니 시간을 채우며 애드리브도 한다. 이전에 첫 공연에서 관객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는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습실에서도 이 곡이 끝났을 때 반응이 가장 좋았다. 손드하임의 곡은 멜로디에 스토리가 있어서 대사의 연장선이다. 매번 부르면서도 새로운 걸 찾게 되는 재미가 있다.”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한 그는 16년차 배우다. 안정적인 연기와 매력적인 목소리로 호평 받지만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했다. 배우를 꿈꿔온 건 초등학교 3학년부터였다. 당시 교회에서 성극을 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고학년이 된 후에도 그 내용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대사를 외우는 자기 모습에 재능을 깨달았다.


3년간 계속 달려왔던 차에 드라마 촬영을 끝낸 지난 1월, 오랜만에 휴식하며 그간의 삶도 돌아봤다.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고, 공연을 많이 보며 자극도 받았다.


“쉬다가 작품이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연기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깊어졌다. 특히 돌아보니 지금까지의 내 삶이 만족스럽게 느껴졌다.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모든 게 연기에 도움이 됐다. 나는 내 인생이 참 마음에 든다.”


전미도는 80살까지 오래도록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도 털어놨다. 연극 <3월의 눈>에서 국립극단 간판 배우이자 단장을 지낸 장민호의 연기가 그 생각에 불을 지폈다. “배우를 꿈꿨을 때부터 내가 나이 든 후에 연기하는 모습은 궁금했다. 그런데 이 공연을 보고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배우같지 않았다. 정말 시골에 살고 있는 어느 할아버지 같았다. 선생님이 어떤 역할이든 그 자체로 존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게 느껴졌다. 당시 팸플릿에 ‘연기하는 것 같지 않지만 고도의 경지에 오른 연기를 한다’는 문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나도 저 나이까지 무대에 설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지점을 향해 가고 싶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3월 둘째주 주간현대 1244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