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인 콘서트…강허달림 인터뷰

“이젠 사명감 갖고 내 음악과 블루스 알리고 싶다”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2/11/25 [14:45]

3년 만인 콘서트…강허달림 인터뷰

“이젠 사명감 갖고 내 음악과 블루스 알리고 싶다”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2/11/25 [14:45]

‘천원짜리 변호사’ OST 불러 인기 폭발…‘마니아들 가수’에서 대중가수로 반경 넓혀
강허달림은 한국 블루스 본령…‘달림’이란 예명처럼 더 멀리 더 오래 달릴 채비 중

 

▲ 블루스 싱어송라이터 강허달림. 

 

블루스 싱어송라이터 강허달림(48·강경순)은 특이함을 특별함으로 만들어내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유일무이한 목소리로 노래가 노래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때 삶의 문으로 나올 수 있고, 삶이 삶을 더 끌어안을 때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몇 안 되는 뮤지션이다. 블루스가 기교의 영역이 아니라 태도의 영역이라는 걸 증명하는 한국 블루스의 본령이다. 그렇게 ‘소리, 그녀가 되다’는 수식이 아닌 전제가 된다.


밴드 ‘마고’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고, 블루스 밴드 ‘풀 문(Full Moon)’에서 이름을 알린 뒤 한국 블루스 음악의 상징인 ‘신촌블루스’의 보컬로 영입됐던 그녀는 2005년 솔로로 독립했다. 2008년 블루지함의 정수였던 정규 1집 <기다림, 설레임>, 2011년 어쿠스틱의 여운을 더한 정규 2집 <넌 나의 바다>, 단 두 장의 앨범을 통해 ‘혼신의 노래’로 사유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했다.


다만 그런 방식은 넓게 듣는 이들보다 깊게 듣는 이들을 양산했다. 강허달림이 가수들의 가수 또는 마니아들의 마니아로 불린 이유다. 그런데 최근 대중적으로도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최근 큰 인기를 누린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OST <또 하루는>을 불렀다. 특히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V·김태형)가 올해 봄과 가을에 각각 그녀의 곡 <꼭 안아 주세요>를 소셜 미디어에 언급한 뒤 온라인에서 아미로부터 영어를 비롯한 각종 언어로 메시지를 받는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강허달림은 3년 만인 11월27일 오후 3·7시 서울 홍대 앞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린 ‘2022 콘서트-소리, 그녀가 되다’를 기점으로 더 많은 활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제주에 터전을 잡은 그녀는 현재 서울을 오가며 12년 만인 내년에 발매 예정인 정규 3집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최근 서울 양천구 녹음실에서 만난 강허달림은 “좀 더 사명감을 갖고 내 음악과 블루스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성 ‘허’에 쉬지 않고 꿈을 향해 내달리고 싶단 뜻을 담은 ‘달림’이란 이름을 붙인 예명으로 지금까지 달려온 그녀는 여전히 더 멀리 더 오래 달릴 채비를 하고 있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11월 초 방송된 EBS 1TV <건축탐구-집>에 제주 집이 조명을 받았다. 제주 오름을 닮은 부드러운 지붕 곡선이 인상적이었다. 댐 건설로 수몰된 고향(전남 전남 승주군 용계면 죽전리)을 떠올리면서 지은 집이라고.


▲나도 이번에 촬영하면서 느낀 건데 집 뒤 오름 곡선 형성과 지붕의 형상이 딱 맞아 떨어지더라. 그렇게 설계하고자 한 건 아니었는데 놀랐다. 제주 오름이 뾰족한 게 아니고 곡선이라 그렇게 닮게 나온 것 같다.

 

내 고향엔 어른 두세 명은 안아야 할 만큼 큰 아름드리 당산나무가 최소한 다섯 그루는 있었다. 내가 살던 기와집 마당은 무척 넓어 동네 놀이터였다. 담 주변에 과실수가 많이 심어져 있어 사시사철 그걸 따 먹으면서 마당에서 놀았던 기억이 나의 전부였다. 그런데 그게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릴 적 기억은 나의 도시 생활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에너지원이었다. 사람들 관계가 주는 감성 공동체와 연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나의 근간이기도 하다.


-BTS 멤버 뷔가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라 강허달림 노래를 추천했다.


▲첫 번째 추천했을 땐 밤에 곡을 쓰는 중이었는데 유튜브 알림이 난리가 났다. 다 영어 메시지라 ‘무슨 일이야’라며 검색을 해봤더니 <꼭 안아 주세요>를 추천 음악으로 올린 거더라. 그런데 누리꾼 중에서는 ‘강허달’이 뭐냐는 반응도 나오긴 했다, 하하. ‘림’을 ‘님’으로 잘못 썼다고 본 것이다.

 

그때는 <천원짜리 변호사> OST 작업에 참여하기 전이라 내 음악은 마니아들 위주로 알려졌다. (뷔는 평소에 재즈와 블루스 장르에도 관심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자) ‘아미’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해줘서 알았다. 엘라 피츠제럴드 음악도 추천을 했더라. 그 와중에 내 음악이라니….


그런데 개인적으로 나의 장점 중 하나는 현실을 잘 아는 가수라는 것이다. 음악인으로서 포지션이 무엇인지 확실히 자각하고 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내 목소리와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얼마나 확장성을 가지고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 항상 인식하려고 한다.

 

내가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상 금방 방송을 많이 하고 매니지먼트적인 불꽃을 튀기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뷔의 추천 자체가 내게는 다른 영역을 상상할 수 있게 하고 행복감을 준다. 끊임없이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내가 앞으로 가는 길에도 큰 도움이 됐다.


-<천원짜리 변호사> OST 작업도 강허달림의 행보엔 이례적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나를 두고 욕심이 난다고 하는데 어디다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특이하니까 혼자 쓰기에 위험요소가 많고, 협업도 마땅치 않다. OST 작업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이번 작업에서 음악 감독이 좀 쉽게 불러 달라고 했는데 드라마에 음악이 매치된 걸 보니까 이유를 알겠더라. 목소리가 튀면 안 되는 거다.

 

이제 얼마든지 협업에 맞출 수 있다. 그 대신 공연을 하고 내 색깔은 얼마든지 보여드릴 수 있는 작업도 계속 해나갈 거고. 같이 작업을 해서 어울림을 추구하고 싶다. 내 색깔을 다 버리지 않더라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OST 작업도 감정을 조절했을 뿐이다.


-공연을 계속 해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못했다. 정규 음반은 무려 12년 만인 내년에 발매하던데.


▲나의 특이성 때문에 방송, 페스티벌에 못 나가니까 외롭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뭘 해야 할까’ 고민하다 보니, 공연밖에 없더라. 정규 앨범 발매는 그 사이 결혼를 하고 애 낳고 제주로 이주하다 보니 늦어졌다. 곡도 내가 쓰는데 열심히 아이 키우면서 나름 바지런하게 보냈는데 그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그 사이 커버 앨범(<비욘드 더 블루스>)을 냈고 세월호 참사 이후 뭐라도 하고 싶어서 EP(<바다영혼>)를 내고, 작년에 컴필레이션 음반 <엄마의 노래>에도 참여했다. 새 앨범 수록곡은 올해 초부터 쭉 써왔고 최근 녹음을 끝냈다.


-이번 앨범은 이전 앨범들과 어떤 점이 다른가?


▲1·2집 같은 경우는 나의 이야기였다. 일종의 속풀이 용이었다. 이번엔 관조적인 삶을 이야기하고, 사람에 대한 더 근본적인 질문과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 같. 자연도 담긴 것 같고.


-한국적 블루스를 들려준다는 평이 많은데 그냥 강허달림 식 블루스라고 생각한다. 블루스는 무엇일까?


▲블루스의 근간은 장르적인 것보다는 정서다. 그런 측면에서 신촌 블루스가 재조명이 안 되는 게 아쉽다. 국내에서 신촌블루스만큼 블루스에 획을 그은 팀은 없지 않은가. 록적인 부분은 신중현 선생님, 포크적인 부분은 조동진 선생님이 있는데 신촌블루스 역시 김현식·한영애로 이어지는 굵직한 계보가 있거든. 지금은 그 맥이 끊긴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번에 <천원짜리 변호사> OST를 많은 분들이 듣고 ‘한국에서 아직 블루지한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좋은데 왜 요즘은 이런 음악을 들을 수 없었지’ 같은 반응이 꽤 많더라.


내 음악을 하고 싶은 꿈 하나로 달려왔고 그 꿈은 이뤘다. 지금은 책임감이 생겼다. 뽕스러운 듯한데 트로트는 아니면서 한국적 정서가 배어 있는 블루스를 하는 나 같은 사람이 있고, 진취적으로 미국 시장을 두드리는 젊은 뮤지션이 있는데 그 세대 사이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그래서 이 장르에 대해, 새로 나오는 음반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려고 한다. 음악에 대해 큰 자신감이 없어 알리는데 주저하기도 했는데 ‘12년 만에 음반이 나오는 게 어디인가’라고 너스레도 떨어보면서. 하하.


-아니 천하의 강허달림이 노래에 자신감이 없다니.


▲지금도 내 노래는 듣기 힘들다. 너무 못해서. 녹음하고 모니터하는 게 여전히 제일 힘든 일이다. 안 들으면 안 들을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가 밤 12시부터 겨우 모니터하고 그랬다. 하지만 이제 내가 노래를 잘하고 음악을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블루스를 위해서라도 공격적으로 알리려 한다. BTS 멤버 뷔가 두 번이나 추천해줬고 김호중씨로부터 팬레터를 받은 사람이라고. 제시도 인생곡으로 (이정선의 원곡으로 강허달림이 불러 재조명된) <외로운 사람들>을 꼽아줬다. 기회가 되면 제시가 협업 제안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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