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NEOM)시티’는 석유왕국 사우디아라비아가 꿈꾸는 미래다. 사우디 정부가 석유자원 의존형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추진 중인 ‘비전 2030’ 전략의 하나로, 사우디 북서부에 서울의 44배 넓이인 2만6500㎢ 규모의 초대형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네옴’이라는 이름은 새로움을 뜻하는 그리스 단어 ‘네오(NEO)’와 미래라는 의미인 아랍어 ‘무스타크발(Mustaqbal)’에서 따왔다. 이름 속 'M'자는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1위이자 네옴시티 사업을 주도하는 무함바드 빈 살만 왕세자를 뜻하기도 한다.
네옴시티는 기존 신도시와 전혀 다른 개념이다. 태양열과 풍력 등 100%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며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스마트시티로 지어진다. 걸어서 5분 거리에 모든 편의시설이 배치되며, 먼 거리 이동을 위한 지하도로와 고속 철도망이 촘촘히 깔린다.
170㎞ 길이의 주거지역 짓는 사업…계획대로 완성되면 900만 명 살 미래도시
사우디 왕세자 방한 계기로 ‘네옴시티’가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킨다며 관심집중
삼성물산·현대건설 네옴시티 지하에 고속·화물 철도 서비스 터널 뚫는 공사 돌입
▲ 11월17일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우리나에 머문 시간은 24시간이 채 되지 않지만 국내 기업들은 사우디와 40조 원 규모의 투자계약 및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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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왕국 사우디아라비아가 꿈꾸는 미래 ‘네옴시티’ 안에 추진하는 주요 사업으로는 직선형 도시 ‘더라인’, 바다 위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친환경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 빅3가 꼽힌다.
이 가운데 지난해 1월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발표한 사업인 ‘더라인’은 사막과 산악 지대를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170㎞ 길이의 주거지역을 짓는 사업이다. 높이 500m, 너비 200m의 거울 벽이 도시 전체를 감싸는 형태로, 계획대로 완성되면 900만 명이 살 수 있다.
‘더라인’ 내부에는 인공 숲과 강이 조성되며, 거주자는 걸어서 5분 거리 안에 모든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학교와 직장, 주택 등을 잇는 에어택시와 고속철도도 들어서며 기온도 1년 내내 일정하게 유지된다.
사우디 정부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더라인’ 건설을 위한 공사 발주를 시작했고, 한국 기업들의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월17일 한국을 찾은 빈 살만 왕세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인과 만나 추가 수주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더라인’ 계획을 공개하면서 “산업혁명 이후 도시는 사람보다 기계·자동차·공장을 우선했다”며 “이 때문에 도시인은 통근을 위해 평생을 보내고, 이산화탄소 배출과 해수면 상승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오염으로 말미암은 교통사고와 통근시간을 줄이기 위해 전통적인 도시 개념을 완전히 획기적인 미래도시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옴시티가 바로 빈 살만 왕세자의 꿈을 실현할 스마트 도시인 것이다.
핵심사업 주도하는 전문가 집단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네옴시티’가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심이 뜨겁다.
총 사업비 5000억 달러(664조 원)를 들여 기존 고정관념을 깨는 스마트 신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이를 주도하는 전문가 집단의 면면에 따라 사업 윤곽이 확정될 수 있다.
11월20일 네옴시티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설계 및 시공, 제조, 에너지, 관광, 스포츠, 디지털 등 각 분야별로 네옴시티 사업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나뉜다.
먼저 설계 및 시공은 로저 니켈스가 맡고 있다. 영국의 건축·환경 컨설팅 회사인 뷰로 해폴드와 앳킨스그룹 등에서 30년 이상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네옴시티 전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루브르 박물관, 배터시 발전소,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 같은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제조 부문은 비샬 완추 제조 책임자 겸 옥사곤 CEO가 주도한다. 제너럴 일렉트릭(GE) 임원 출신인 그는 의료, 에너지, 항공 등 다양한 사업 경험을 갖고 있다. 네옴시티에서 세계 최초의 완전 통합 디지털 공급망을 관리할 예정이다.
에너지 부문은 피터 테리움이 맡는다. 독일 에너지 기업인 이노기의 설립자로 네옴시티의 에너지·물 회사인 에노와 CEO를 맡아 100%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린 수소를 확장하는 역할도 했다.
관광 부문은 피터 피츠하딘지 마케팅 및 영업 이사가 담당한다. 30년 이상 브랜드 구축 경험을 쌓은 인물로 네옴을 지도상의 장소가 아닌 세계 심장부로 만든다는 포부다. 450㎞의 해안선과 41개의 섬, 눈이 내리는 트로예나의 산, 희귀 해양생물과 조류, 스키장과 해양스포츠 등을 통해 관광명소를 만들 계획이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문화 부문은 월트 디즈니, 유니버설 스튜디오, 워너브라더스 등에서 경력을 쌓은 웨인 보그가 지휘한다. 기술 및 디지털 책임자는 조셉 브래들리로 C3 커뮤니케이션스와 AT&T 등을 거쳐 시스코에서 인큐베이션 비즈니스와 데이터 기반 컨설팅 등을 개발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네옴시티에 적용하는 역할을 한다.
이 밖에 개빈 반 톤더(물), 후안 카를로스 모타마요르 박사(음식), 얀 페터슨(스포츠, 건강·웰빙 및 생명공학), 레이스 알샤이반(금융 서비스), 크리스토퍼 톰킨스(교육), 플로리안 레너트(모빌리티) 등이 네옴시티 건설에 힘을 싣는다.
네옴시티는 서울의 44배 면적인 사우디 북서부 타북(Tabuk)주 2만6500㎢ 부지에 짓게 된다. 도시 내부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연중 온화한 기후를 조성하고 인공강우 시스템을 통해 사막에 비를 내리게 한다는 계획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플라잉 택시와 가정 내 로봇 집사, 군집 드론으로 만드는 세계 최대 크기의 인공 달, 사막 속 스키장, 카메라·드론·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보안 등 꿈의 도시로 구현된다.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초대형 신도시 건설 사업 ‘네옴시티’ 안에 건설될 예정인 총 170㎞ 길이의 수직도시 ‘더라인’ 투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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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들, 어떻게 뛸까?
11월17일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에 머문 시간은 24시간이 채 되지 않지만 국내 기업들은 사우디와 40조 원 규모의 투자계약 및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건수로도 무려 26건에 달한다.
통상 이 같은 업무협약이 본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우디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에 한국 기업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이다. 석유에만 의존하던 사우디 경제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추진한다.
탄소중립을 강화하는 사우디는 네옴시티 전체를 100% 친환경 에너지로 운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그린수소와 태양광, SMR 등이 주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는 친환경 에너지원을 공급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과 다양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표 사례가 삼성물산·포스코·한국전력·한국남부공사·한국석유공사로 구성된 국내 컨소시엄이 사우디국부펀드(PIF)와 체결한 ‘그린 수소·암모니아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사우디 홍해 연안 얀부시에 39만6694㎡ 규모의 그린수소·암모니아 공장을 짓고 20년간 운영하는 사업이다. 건설 기간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다. 그린수소·암모니아 연간 생산량은 120만t, 협약 액수는 65억 달러(8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또 사우디 민간 발전업체 ACWA파워와 네옴시티에 그린수소 사업을 추진하는 협력 계약도 체결했다.
한편으로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로템이 사우디 투자부와 네옴 철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네옴시티 내 총 245㎞에 달하는 철도에 투입될 고속철 480량, 메트로 전동차(지하철) 160량, 전기 기관차 120량을 각각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면 최대 수주액은 고속철(2조5000억 원), 전동차(4800억 원), 기관차(6500억 원) 등 총 3조63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 관련 MOU를 맺었다. 40억 달러(5조3000억 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네옴시티에 1만 가구를 짓는 주거단지 조성 사업이다.
수주를 따내 이미 공사에 돌입한 프로젝트도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네옴시티 ‘더라인’ 지하에 고속·화물 철도 서비스를 위한 터널을 뚫는 공사로 지난 11월8일(현지 시각)부터 시작했다. 수주액은 10억 달러(1조3000억 원)로 알려졌다.
네오시티 프로젝트와 무관하게 석유화학과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MOU도 이어졌다. 롯데정밀화학은 사우디 투자부와 정밀화학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DL케미칼도 사우디 투자부와 합성유 공장 설립 MOU를 맺었다.
이 외에 효성중공업과 두산에너빌리티, 코오롱글로벌 등도 각각 가스절연개폐장치 제조법인 설립, 주조·단조공장 건설 추진, 스마트팜 합작법인 설립 등과 관련해 MOU나 합의서에 서명하고 협력하기로 했다.
지엘라피와 시프트업 비피도, 유바이오로직스 등 제약·게임분야 기업들도 사우디와 협력을 약속했다. 한국에서 활약하는 사우디 계열 기업인 에쓰오일은 국내 건설사와 2단계 설계·조달·시공(EPC) 기본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