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집값이 급등하면서 아파트 대체재로 떠오르며 광풍이 불었던 오피스텔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오피스텔도 덩달아 가격 상승 폭을 키웠으나 최근 집값이 조정국면에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잇단 금리 인상에 오피스텔을 향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완판 행렬이 이어졌던 청약에서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인 이른바 ‘마이너스 피’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와 잇단 금리 인상으로 주택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포인트) 올리는 ‘빅스텝’까지 단행하면서 오피스텔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파트 대체재라던 오피스텔 분위기 냉랭…미달 속출하고 ‘마피’ 등장
오피스텔 수요 확 줄어든 것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가장 큰 원인
아파트값 내려가자 고공행진 하던 빌라 열기 빠르게 식고 하락장 반전
단독주택은 여전히 상승세 유지…매매가격지수는 95개월 연속 상승 기록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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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잇따라 금리를 올리면서 매수세가 위축돼 오피스텔 시장에는 청약 미달 속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청약에 나선 총 26개 오피스텔 가운데 9개 단지(34.6%)가 미달됐다. 인천에서는 총 6개 단지가 공급됐고, 이 가운데 3개 단지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또 서울은 총 9개 단지 중 2개 단지에서 청약이 미달됐다.
오피스텔 분양가 낮아도 시큰둥
실제 서울 서초구 ‘지젤라이프그라피 서초’는 지난 2월 청약 당시 평균 청약 경쟁률이 0.94대 1을 기록하며 399실 중 133실이 미달됐다. 또 같은 달 청약을 진행했던 ‘엘크루 서초’도 330실 모집에 222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강남권에서 청약이 미달됐다.
이와 함께 지난 6월24일 인천 중구 항동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시티 항동 마리나’ 오피스텔(592실)은 4개 타입 가운데 3개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또 4월20일 청약에 나선 인천 신흥동3가 ‘숭의역 엘크루’ 오피스텔은 168실 모집에 132명만 신청해 36실이 미달됐다.
최초 분양가보다 저렴한 ‘마이너스 프리미엄’ 물량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청약을 진행한 경기 시흥의 한 오피스텔은 분양가보다 1000만 원 저렴한 가격에 분양권 매물이 올라왔고, 인천 서구의 또다른 오피스텔은 1000만~2000만 원까지 빠진 분양권도 나왔다.
주거용 오피스텔 인기도 식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오피스텔 매매시장에서 20% 수준이던 전용 60㎡ 초과 오피스텔 거래 비중이 올해 들어 10% 내외로 하락했다. 지난해 7월 19.8%까지 올랐던 전용 60~85㎡ 오피스텔 거래 비중은 지난 5월 10.0%까지 낮아졌다.
오피스텔 수요가 줄어든 것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까지 시행사 자체 보증을 통해 중도금 대출과 입주 후 잔금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분양 중도금과 잔금대출에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됐다.
부동산 거래에 올해부터 시행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총 대출액이 2억 원을 넘을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기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또 7월부터 개인별 DSR 규제 대상을 총 대출액 1억 원 초과 차주로 확대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오피스텔 거래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피스텔과 같은 아파트 대체 상품은 부동산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올해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겹치면서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오피스텔 시장으로 유입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오피스텔 시장이 입지여건과 분양가 등을 고려한 ‘옥석 가리기’가 뚜렷해질 것”이라며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고, 수요도 적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이어 ‘빌라’도 하락세
아파트와 오피스텔 매매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고공행진을 하던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시장도 열기가 빠르게 식으며 하락장으로 반전하는 모습이다. 특히 주택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로 여겨지는 빌라는 깡통전세 위험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월24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01%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울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2021년 10월 0.55%로 정점을 찍은 후 11월 0.48%, 12월 0.25%, 올해 1월 0.03% 등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난 2월에는 -0.07%로 하락 반전했다. 이후 3월(-0.01%), 4월(0.01%), 5월(0.02%), 6월(-0.01%) 등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원의 연립·다세대 실거래가 지수 역시 5월 전국 변동률이 -0.10%로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중간 집계를 통해 산출한 6월 잠정 수치도 -0.26%로 하락폭이 확대될 조짐이다.
실거래가격 지수는 시장에서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가격 수준과 변동률을 파악해 작성한 지수로, 실제 신고된 거래 사례만 집계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통계로 평가받는다.
‘불장’ 양상을 보였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오피스텔, 빌라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들어 금리인상 여파로 매수세가 가라앉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연립·다세대 매매 거래량도 줄어들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4월 3851건, 5월 3787건, 6월 3079건 등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6월 5490건에 비해선 30% 이상 쪼그라든 것이다.
지난해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이를 감당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대체재인 빌라 시장으로 몰리면서 빌라는 한동안 반사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와 오피스텔 시장이 꺾이자 후행 성격이 강한 빌라 시장도 시차를 두고 충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빌라는 아파트보다 감가상각이 빠르고 일반적인 선호도가 낮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에 취약한 편이다. 통상적으로 조정기에 접어들 경우 아파트보다 더 타격을 받는 경향이 나타난다.
게다가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집값 하락이 본격화될 경우 빌라촌을 중심으로 깡통전세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서민이 주로 거주하는 빌라는 주택시장 내에서도 가장 ‘약한 고리’로 불린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집값이 오를 때는 문제가 없지만 빠질 때는 가장 문제가 많이 나타나는 게 빌라”라며 “서민이 주로 거주하는 빌라촌은 주택시장 내에서 약한 고리로 가격이 내리는 것뿐 아니라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축 빌라의 전세 거래 중 30% 가량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의 90%를 웃돌고 있다. 통상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깡통 전세’가 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올 상반기에만 3407억 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이 가운데 다세대주택 세입자 피해가 1961억 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우병탁 팀장은 “깡통전세 피해는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많이 나타나는데 집을 사려는 사람은 없고 전세로만 찾는 수요가 있을 때 많이 생긴다”며 “지방의 경우 투기세력이 몰렸던 지역은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도 이런 점을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20일 ‘주거 분야 민생안정 방안‘을 통해 전세가율이 90%를 초과하거나 경락률보다 전세가율이 높은 ‘깡통 전세 징후’가 보일 경우, 해당 지자체에 ‘주의 지역’임을 통보하고 특별 관리하기로 했다.
대세하락 속 버티는 단독주택
올해 들어 부동산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등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단독주택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9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와 빌라 매매가격지수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7월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단독주택(단독·다가구)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95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올해 6월 102.9를 기록했다.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6월까지 0.23% 떨어졌고, 빌라(연립·다세대)는 4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5월 0.0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주택은 아파트, 빌라와 비교해 전년 대비 거래량 감소 폭도 가장 적다.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1~5월) 54만6867건에서 올해(1~5월) 32만8264건으로 40% 감소했다. 빌라도 같은 기간 12만3192건에서 8만2465건으로 3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단독주택은 7만7409건에서 5만4103건으로 아파트, 빌라보다 낮은 30.1% 감소했다.
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평균 매매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단독주택 평균매매가격은 올해 1월 3억5114만 원에서 6월 3억5492만 원으로 올랐고, 서울 단독주택 가격은 같은 기간 10억7864만 원에서 10억9288만 원으로 상승했다.
단독주택은 환금성이 떨어지다 보니 아파트나 빌라와 비교해 거래량 자체가 적어 가격 변동폭도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뒤 이에 대한 풍선효과로 빌라 수요가 늘면서 빌라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단독주택은 아직 저평가돼 있어 이른바 ‘키 맞추기’ 영향으로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단독주택 가격은 아파트값이 뛰는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갭이 벌어졌다”며 “단독주택의 가격 상승세는 갭을 메우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서울의 단독주택의 경우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서울 도심에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한 만큼 노후 단독주택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단독주택은 용도 변경을 통해 상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임대수익도 낼 수 있어 이에 따른 수요도 꾸준하다.
한편 전문가들은 앞으로 도심 정비사업에 대한 정책 방향이 뚜렷해지면 관련 지역의 단독주택 가격도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8월 이후 재정비 사업에 대한 정책 방향이 잡히면 해당되는 지역의 단독주택은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