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종교의 현실과 미래 진단

“사람들을 회유하는 종교는 이제 설득력 잃었다!”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2/08/12 [11:52]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종교의 현실과 미래 진단

“사람들을 회유하는 종교는 이제 설득력 잃었다!”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2/08/12 [11:52]

“코로나19로 탈(脫) 종교화가 가속화됐습니다. 사회 현상인 만큼 각 종교는 받아들여야 해요. 이제는 ‘표층 종교’에서 벗어나 ‘심층 종교’로 나아가야 합니다.”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과 명예교수는 ‘오늘날 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문자주의에 갇힌 한국 기독교를 비판했던 그는 최근 에세이 <오강남의 생각>(현암사)을 펴냈다. 코로나 이후 종교가 맞이한 변화, 종교의 현 주소와 미래에 대한 통찰 등이 담겼다.

 


 

북유럽은 ‘신 없는 사회’…미국에선 매년 교회 4000개 소멸, 3000명 떠나

10년 사이 우리나라 종교인구 300만 감소, 1년에 교회 100개 문 닫아

코로나로 脫 종교 가속화…이젠 ‘표층 종교’ 벗어나 ‘심층 종교’로 가야 

 

▲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과 명예교수. <현암사 제공>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과 명예교수는 “표층 종교는 지금의 내가 잘되기 위해 믿는 종교”라며, 맹목적인 믿음을 강조한다. 자기 종교에서 주어진 교리·율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르면, 그에 대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심층 종교는 이해와 깨달음을 중요시한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참나’를 찾고자 한다. 종교적인 의례나 활동도 궁극적으로는 의식의 변화,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

 

표층 종교와 심층 종교 모두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 묻자 오 교수는 “표층 종교가 경전의 문자에 매달리는 문자주의라면, 심층 종교는 문자 너머에 있는 속내를 꿰뚫어 보려는 노력을 한다. 의식의 변화를 통해 참나를 찾는 건 대단한 일이라서 말이나 글로 쉽게 표현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표층 종교는 절대자를 나의 밖에서만 찾으려 하는데 심층 종교는 나의 밖에서뿐 아니라 내 안에서도 찾으려 해요. 지금의 나를 얽매고 있는 선입견·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금의 내가 죽고 새로운 나로 태어날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깨달음을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깁니다.”

 

“결국 심층 종교로 심화되어야”

 

대표적인 비교종교학자인 오강남 교수는 서울대 종교학과 출신으로 북미와 한국을 오가며 집필·강의를 하고 있으며,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 종교학과 명예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강연을 위해 한국에 왔던 그는 얼마 전 캐나다로 돌아갔다.

 

오 교수가 전 세계 종교를 연구한 바에 따르면, 기독교·불교·힌두교·유교 등 거의 모든 종교는 표층과 심층을 함께 갖고 있다. 어느 종교에서나 일반적으로 표층이 심층보다 상대적으로 더 두텁다.

 

그는 “지금까지 관찰한 결과를 분석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생긴 종교들 중 원불교는 천도교와 함께 심층이 가장 두터운 종교에 속한다”며 “원불교와 천도교처럼 심층을 강조하는 종교가 우리나라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종교사를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또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오 교수는 “모든 종교인들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표층에서 시작한다”며 “종교들이 비록 표층으로 시작하더라도 결국에는 심층으로 심화되어야 한다. 심층 종교의 사람들은 종교 전통에서 내려오는 경전들의 표피적인 뜻에 매달리는 문자주의를 배격한다. 문자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타클로스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표층 종교와 심층 종교의 차이를 쉽게 설명했다. “4~5살이 된 아이들은 ‘착한 일을 하면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다’고 그대로 믿는다”며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산타클로스가 실재하지 않으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부모님이 줬다는 것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더 크면 가족에게 선물을 주고, 사회·국가·불우 이웃들과도 사랑을 나누는 것이 산타클로스의 정신이라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결국 내 이웃을 하늘 섬기듯 섬겨야겠다는 진리를 터득하게 되죠. 이것이 표층에서 시작해 심층으로 들어간 경우입니다.”

 

▲ 오강남 교수는 최근 펴낸 에세이에서 ‘오늘날 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종교,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종교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가 지난 4월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전면 해제하면서 종교활동의 인원 제한이 풀렸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탈(脫) 종교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종교 사회학자 필 주커먼의 조사 연구에 따르면,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등 북유럽은 실질적으로 ‘신없는 사회’”라며 “미국에서는 매년 4000개의 교회가 없어지고 3000명이 매일 교회를 떠난다고 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10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종교 인구가 300만 명 정도 감소했고, 1년에 약 100개의 교회가 문을 닫고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신앙생활의 변화를 위기이자 기회로 진단했다. “탈(脫) 종교 현상이라고 했지만, 종교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종류의 종교가 없어지고 어떤 종류의 종교가 새로 대두되는가 하는 문제예요. 없어지는 종교는 표층 종교, 새롭게 등장하는 종교는 영성을 강조하는 종교입니다.”

 

그는 사람들이 종교에서 멀어지는 이유에 대해 “표층적인 종교가 종교의 전부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목말라 하는 것은 심층 차원이 가져다줄 수 있는 시원함입니다. 요즘 사회는 심층 종교가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졌고 각종 통신수단이 발달하면서 현대인들은 더 이상 상벌을 전제로 하는 종교에 매료되지 못합니다.”

 

오늘날 종교의 역할은 무엇일까. 오 교수는 “이제는 종교가 사회를 이끌어갈 힘이 없어졌다”면서 “사회가 종교보다 앞서가고 있고,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형국”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종교가 제 구실을 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종교학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종교학자들이 각 종교에서 가르치는 더 깊은 심층을 소개해야 한다”며 ‘깨달음’이 종교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티벳의 불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도 ‘천국·지옥 등을 언급하면서 사람들을 회유하는 종교는 이제 설득력을 잃었다’고 했어요. 이제 종교와 상관없이 인간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탈(脫) 종교적 윤리가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되어야 합니다. 종교를 성공 지상주의의 수단으로 여기고 이를 강요하면 그 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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