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 7집 작사가 채정은 위로의 인터뷰

“임재범 속의 슬픔 토해내고 작은 위로 받길 바랐다”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2/07/22 [12:33]

임재범 7집 작사가 채정은 위로의 인터뷰

“임재범 속의 슬픔 토해내고 작은 위로 받길 바랐다”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2/07/22 [12:33]

“상처받는 것보단 혼자를 택한 거지. 고독이 꼭 나쁜 것은 아니야/외로움은 나에게 누구도 말하지 않을 소중한 걸 깨닫게 했으니까/”(임재범 <비상> 중). 노랫말이 시(詩)로 비상하는 순간이 있다. 본래 시의 고향이 노래이기는 하지만, 가수와 작사가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이 통할 때 그런 기적 같은 순간이 빚어진다. 가수 임재범의 정규 2집 <디자이어 투 플라이(Desire To Fly)>에 실린 <비상>이 좋은 보기다.

 

임재범은 1991년 솔로 1집을 발매한 뒤 내적 갈등으로 오랜 공백기를 보냈다. 새로운 시작을 하게끔 용기를 불어넣어준 곡이 <비상>이었다. 임재범과 채정은 작사가의 첫 협업곡이기도 했다. 그렇게 임재범과 채 작사가는 25년 동안 콤비가 됐다. <너를 위해> <고해> 등의 노랫말이 채정은 작사가의 작품이다.

 


 

‘비상’으로 첫 작업 이후 25년간 호흡…임재범 7집 수록곡 11곡 중 10곡 작사

“임재범에게만 사용 가능한 언어 있어…작사가에겐 이보다 좋은 놀이터 없다”

 

▲ 가수 임재범이 정규 7집 ‘SEVEN,(세븐 콤마)’ 프롤로그곡 '위로'가 발매된 7월16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미디어 청음회를 하고 있다.  

 

임재범은 지난 6월 정규 7집 <세븐 콤마(SEVEN,)> 프롤로그 곡 <위로> 청음회에서 채정은 작사가에 대해 “따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않았지만 <비상>도 그렇고 내 마음을 잘 읽어주는 분”이라며 믿음을 표시했다.

 

7년 만의 가요계 컴백곡인 <위로> 역시 채 작사가가 노랫말을 붙였다. 솔과 록을 결합한, 말 그대로 임재범표 발라드다.

 

임재범은 ‘뛰쳐나가 밤새 뛰던 미친 밤’이라는 가사가 크게 와닿았다고 했다. ‘통화하는 친구도, 만나는 사람도 없어 가끔 새벽에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채 작사가가 자신의 그런 마음을 알아줬다고 했다. 임재범과 채 작사가는 이 곡 작업을 위해 따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임재범의 7집은 정규 앨범으로 따지면, 6집(2012) 이후 10년 만이다. 임재범의 그간 삶을 진솔하게 담아내기 위해 채 작사가가 앨범 수록곡 11곡 중 1곡을 제외한 10곡의 노래말을 썼다. 한 곡의 작사도 여러 작사가가 함께 하는 요즘 흐름과 다르다. 그만큼 앨범 전체가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담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임재범 7집의 모든 수록곡이 베일을 벗기 전, 채 작사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11회 서울가요대상(2000)에서 작사가상을 받은 채정은 작가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지난한 삶에 시적인 순간을 발굴해낸다. 좀처럼 인터뷰에 나서지 않는 그녀지만 “임재범씨에게 뭐라도 힘이 되고 싶더”며 신중하게 응했다.

 

임재범은 7월16일 <세븐 콤마> 1막 <집을 나서며…>를 발매했다. 채 작사가의 노랫말도 그렇게 하나하나 노트 밖을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다음은 채 작사가와 나눈 일문일답.

 

-우선 <위로>에 대한 평이 너무 좋다. 임재범씨의 보컬과 멜로디뿐만 아니라 가사에 대한 평도 좋다. 반응 중에서 혹시 인상적이었던 게 있나?

 

▲혼자 방에서 생을 마감하겠다 결심한 분이 우연히 듣게 된 <위로>를 밤새 반복해 들으시고, 자신을 공감해주는 가사에 울다 그 마음을 거두셨다는 글을 보고 너무 감사했다. 가사보다는 공감의 말을 잘 전달한 임재범씨 목소리의 힘일 것이다.

 

-이 곡의 가사는 어떤 영감을 받아서 쓰게 됐나?

 

▲임재범씨와 나의 작업 형태는 작곡가가 보낸 가이드를 각자 듣고, 임재범씨가 감정 디자인을 한 후 다시 불러 내게 보내주면, 그 감정을 읽어 가사로 만들고, 내 가사와 임재범씨의 감성이 대사화돼 녹음을 하게 되는 과정이다. 처음 작곡가가 보낸 데모곡은, 빈틈 하나 없이 꽉 들어찬 악기와 멜로디에, 여러 기교로 표현한 가창이 있는 굉장히 화려한 곡이었다. 

 

하지만 임재범씨가 불러 보낸 가이드는 작곡가 데모와 전혀 다른, 모든 화려함을 덜어낸 담백하고 맑게 힘을 뺀, 아주 따뜻한 소리였기 때문에 나는 <위로>의 키워드를 선택했다. 힘든 이에게 미사려구 가득한 말들은 아무런 위로의 힘도 없고 오히려 상처를 준다.

 

그래서 대놓고 <위로>라고 말하는 노래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고민이 깊었는데, 그러다 생각해낸 건, 나보다 더 절망의 끝을 본 누군가가, 울고 있는 내 옆에서 다 울 때까지 가만히 서 있어주는 그림이었다. 특별한 말이 아니어도 ‘너 힘든 거 알아’라는 말을, 힘든 인생을 경험한 임재범씨 목소리로 공감해 준다면 상처를 치유하진 못해도 외로움은 잠시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불 꺼진 방에서 혼자 울다 이 노래를 듣는 4분여 동안만이라도 누군가가 곁에 있어주는 따뜻함이 전달돼 덜 외롭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그건 임재범씨가 팬들에게 드리는 안부인사 같았으면 했다.

 

-임재범씨가 ‘뛰쳐나가 밤새 뛰던 미친 밤’을 가장 좋아하는 구절로 꼽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쓰게 됐나?

 

▲사람들을 향한 위로이긴 하나 이곡에 ‘위로’란 주제를 넣은 제일 큰 이유는, 임재범씨 같은 고단한 삶의 경험자가 말하는 위로의 말이어야 가사로서의 힘이 있을 거란 생각이었기 때문에, 상대방을 공감하기 위해 2절에서는 ‘나도 너처럼 그랬었다’는 본인 얘기를 해야 했다.

 

사실은 ‘가슴속 불덩이가 자던 숨을 짓누르면 뛰쳐나가 밤새 뛰던 미친 밤’…이 한 줄을 말하려고 나머지 가사를 쓴 것일 수도 있다. 이 부분을 부르며 임재범씨 속의 슬픔도 토해내고 작은 위로도 받길 바라는 응원의 마음이 있었다. 임재범씨가 내 응원을 들었나 보다.

 

-임재범씨와 따로 노랫말을 두고 의견을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전에도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임재범씨의 상황들을 노랫말에 잘 녹여낸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임재범씨가 <비상>이 그런 경우였다고 이야기했다. 노랫말을 쓸 때 임재범씨를 비롯해 부를 가수에 대해 많이 알아보고 글을 쓰는가? 가수에게 많은 영감을 받는는 편인가? 아니면 특정 상황들을 상상하면서 쓰는가?

 

▲곡마다 가수마다 다 다르다. 특정 상황을 상상해서 쓰기도 하고, 가수에 대해 알아보고 쓰기도 하고, 하지만 많은 경우 내 작업방식을 소개하면, 나는 그 노래를 부를 사람이 제일 중요한 작사가인지라 가능하면 가수의 내면을 보려고 노력한다.

 

보통은 가수가 직접 부른 가이드에 많은 것들이 들어 있기 때문에 작곡가 가이드곡이 아닌 가수 목소리로 만들어진 가이드 녹음은 반드시 부탁한다. 내가 만든 옷을 입고 쇼에 나갈 모델의 몸 컨디션도 모른 채 플라스틱 마네킹에 ‘피팅’만 하는 건 내 역량으론 잘 해내질 못한다. 그래서 작품도 많이 못하고.

 

-이번엔 임재범씨의 특정 부분에서 영감을 얻은 게 있나?

 

▲임재범씨와의 작업에서 영감이라는 건 언제나 그분의 특별한 목소리 하나다. 그 당시 감정 상태에 따라서 목소리 굵기와 톤, 호흡, 발성 등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그걸 잘 알아듣고 말로 옮기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곡 안에서도 엄청나게 다양한 소리를 내는데 사실 이 부분이 다른 가수와 특별히 다른 점이기도 하다. 가이드 안에 이미 언어로 다 담아내기 힘든 천재성 다분한 감정의 표현들이 들어 있으니 영감은 넘쳐난다.

 

대중들이 임재범씨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잘 읽느냐고 물으시는데, 그건 아마도 생각과 목소리 표현이 일치하는 가수라서, 연기함이 없이 본인을 그대로 담아서 불러주니 나는 그저 그 소리를 잘 읽어 쓰고, 그게 임재범씨의 진짜 생각과 가까운 말이 되는 것 같다.

 

-정말 오랜 기간 임재범씨와 작업을 해왔다. 첫 작사 작업을 한 건 무엇이고 그때 인상은 어땠나? 지금까지 호흡을 맞춰 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 작업은 2집 <비상>이었다. 오래 작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의 분야를 온전히 믿는 존중일 것 같다. 감사하게도 임재범씨가 내가 쓰는 가사를 온전히 믿어줘서 내가 무슨 말을 써도 한마디 불만도 없이 존중해주고, 그 가사를 내가 상상한 그림보다 항상 더 놀랍게 표현해주니, 나는 가창력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쓰고 싶은 단어를 마음껏 사용하며 창작할 수 있는 행복이 있다. 다른 가수에겐 쓸 수 없는 임재범한테만 사용 가능한 언어들이 있으니, 작사가에겐 이보다 좋은 놀이터는 없다.

 

-작사가와 가수의 관계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나? 좋은 관계라는 걸 정의할 수 있는 사이일까?

 

▲작사가와 가수의 관계까지는 아직 모르겠고, 작사라는 건 작곡가의 곡과 가수의 목소리를 붙여주는 접착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형의 음과 목소리를 직설적 표현법인 언어로 바꿔 놓아야 하니까. 그 대사를 말할 사람은 가수이니, 말할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언어 표현을 찾아, 가수가 전달하고 싶은 감정을 왜곡되지 않고 투명하게 전달해 내도록, 분명한 색과 모양으로 색칠하고 포장해주는 일이 작사가의 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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