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시름 달래주는 여름 정원 여행지

“거기 가면 싱그러운 기운 스며들어…마음의 짐 말갛게 씻긴다!”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2/07/22 [11:58]

깊은 시름 달래주는 여름 정원 여행지

“거기 가면 싱그러운 기운 스며들어…마음의 짐 말갛게 씻긴다!”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2/07/22 [11:58]

노벨상을 수상한 헤르만 헤세는 자기만의 정원을 가꾸는 일에 열중한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헤세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찾는 시인이자 소설가였지만, 정원을 가꿀 때는 자신을 잊은 채 새벽부터 잡초를 뽑고 꽃을 돌봤다. 한때 포도 농사로 생계를 해결할 만큼 정원을 가꾸는 솜씨가 빼어났던 그는 집을 옮길 때마다 정원을 만들었고, 그 정원에서 아름다운 삶을 꿈꾸고 가꿔 나갔다. 아내의 정신병, 자신의 신병 등 파란 많은 세월을 겪은 그는 너무 서글퍼서 삶을 견디기가 어려워지면, 나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진정해! 진정해! 나를 보렴! 삶은 쉽지도, 어렵지도 않아.” 헤세는 정원 속으로 들어가 모든 심각한 문제 따위는 웃으며 외면하기, 순간을 즐기는 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살인물가·고환율·고금리·코로나19, 그리고 전대미문의 불황이 폭풍처럼 밀려와 우리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머리가 무거워지면 식물과 교감하며 기분전환을 했던 헤세처럼 알록달록 꽃길을 산책하며 걱정 따위는 잠시 잊자. “괜찮아, 잘될 거야!” 한국관광공사 콘텐츠를 바탕으로 시름을 달래줄 여름 정원 여행지를 소개한다. 

 


 

다랑논·돌담 꽃밭으로 꾸민 섬이정원, 남쪽 바다 바라보며 소담스레…

그레이스정원 산책길 청량감 가득…느리게 걸으며 마음의 꽃 피워라

 

연당원 9개 정원 걸음마다 새로운 꽃세상 펼쳐져 눈도 마음도 즐겁고

4est 수목원은 알록달록 수국과 피톤치드 가득한 숲 어우러져 동화나라

 

1. 남해 섬이정원

 

경상남도 남해군의 가장 큰 섬 남해도는 예전에 ‘화전(花田)’으로 불렸다. 섬 전역에 꽃이 흔하게 피어 붙은 살가운 별칭이다. 조선 중종 때 학자 김구는 남해도로 유배된 뒤, 섬의 수려함과 풍류에 반해 ‘화전별곡(花田別曲)’을 쓰기도 했다. 

 

남해군 남면의 섬이정원은 ‘섬 전역이 꽃밭’이라는 남해도의 옛 이름과 사연을 담아낸 곳이다. 다랑논과 돌담을 꽃밭으로 꾸민 정원이 남쪽 바다를 바라보고 소담스럽게 들어섰다.

 

남해바래길 다랭이지겟길은 다랭이마을에서 유구마을을 지나 평산항까지 이어진다. 유구마을에서 바다를 등지고 언덕을 20분 걸으면 섬이정원이다. 자동차 한 대가 오가는 비포장 길 끝자락에 외딴 정원이 숨어 있다. 차명호 대표는 2016년 섬이정원을 일반에 공개했다.

 

2007년에 제주도 대신 남해의 다랑논을 정원의 터전으로 선택하고, 2009년부터 꽃밭을 꾸미기 시작했다. 시금치와 마늘이 자라던 다랑논이 계절 따라 수선화, 꽃창포, 물망초, 금계국, 목마가렛, 수국, 세이지, 동백꽃 등이 피는 유럽풍 정원으로 차곡차곡 변모했다. 총면적 1만5000㎡ 섬이정원에 피는 꽃은 400여 종에 이른다.

 

섬이정원은 다랑논과 논을 받치는 돌담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곳곳에 작은 연못과 분수를 만들고 의자를 놓았으며, 정원 사이에는 나무를 심어 벽과 그늘을 만들었다. 산책로에서 수줍게 드러나는 남해는 멀리 여수 향일암까지 담아낸다. 9개 작은 정원은 높고 낮은 다랑논에 각각의 개성을 지닌 채 들어섰다. 물소리정원과 선큰가든을 잇는 다랑이꽃길은 정원의 특색이 함축된 공간이다. 돌담정원의 돌무더기 사이에 핀 꽃도 차 대표가 하나하나 심고 가꿨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하늘연못정원이다. 섬이정원이 남해의 사진 촬영지로 소문나는 데 하늘연못정원이 큰 몫을 했다. 직사각형 연못은 배경이 된 남해와 시각적으로 나란히 이어지는 구조다. 연못 끝자락에서 정원과 연못,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 찍을 수 있다. 연못 주변으로 라벤더, 데이지 등이 운치를 더한다.

 

▲ 섬이정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하늘연못정원.  

 

모네의뜰, 숨바꼭질정원은 유럽 분위기가 완연하다. 모네의 정원을 본뜬 연못을 만들고 다리를 놓는 것은 차 대표의 숙원이었다. 숨바꼭질정원에는 나무 벽과 꽃, 분수가 늘어섰다. 언뜻 놀이 공간 같은 이곳은 꽃 색깔로 정원의 차가움과 따뜻함을 대비한 공간이다. 푹 파인 땅에 연못과 정원, 고동산 봉우리가 한눈에 담기는 선큰가든은 독일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었다.

 

▲ 유럽 분위기가 완연한 섬이정원 속 숨바꼭질정원.  

 

여유롭게 꽃밭을 감상하기 좋은 쉼터와 전망대도 있다. 오두막쉼터 주변에는 탁자를 10개 남짓 놓았다. 그리스 산토리니의 골목을 닮은 하늘호수에서는 정원 위로 남해가 펼쳐진다. 홍가시나무로 단장한 물고기정원은 전망대에서 내려다볼 때 비늘 모양 윤곽이 또렷하다. 꽃밭 곳곳에 놓은 의자는 정원을 예술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에 신경 썼다.

 

여름에는 비덴스, 물망초, 목마가렛, 금계국, 천인국, 꼬리풀, 디기탈리스, 블루블랙세이지 등이 먼저 핀다. 이어 수국, 에키네시아, 루드베키아 등이 수놓는다. 차 대표가 전하는 연중 색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가 바로 7월이다. 더불어 색감이 좋은 시간대는 볕이 사선으로 내리쬐는 오전 9시, 오후 5시 전후다. 섬이정원은 첫서리가 내리는 12월 초까지 꽃이 핀다.

 

한때 의류업에 종사한 차 대표는 꽃을 심어 어떤 색을 조화시킬까 구상하는 게 가장 행복한 고민거리다. 그가 추천하는 섬이정원을 제대로 즐기는 법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기, 꽃 이름에 연연하지 말고 색과 아름다움을 즐기기 등이다.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반대 방향으로 다시 구경하면 보는 위치에 따라 색과 감동이 달라질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정원을 거닐다가 반려견 쌀이와 밀이가 뛰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섬이정원은 경상남도 1호 민간정원에 이름을 올렸다. 민간정원은 2015년 개정한 수목원·정원법에 따라 개인이 조성해 입장료를 받을 수 있는 정원이다. 섬이정원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며 무인 자율 개표기를 이용한다. 운영 시간은 일출에서 일몰까지(연중무휴). 금~월요일에 문을 여는 정원 입구 찻집은 목련, 백련초 등 수제 꽃차를 낸다.

 

2. 고성 그레이스정원

 

맑고 청량한 공기가 가슴을 적신다. 심호흡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이 수국 꽃 천지다. 여기도 수국, 저기도 수국… 경남 고성군 상리면에 푸른 숲길을 따라 수국이 만발한 비밀의 화원이 있다. 그레이스정원은 산골짜기 숲속에 조성된 아름다운 힐링 공간이다.

 

▲ 여름이면 다양한 수국이 만발하는 그레이스정원.  

 

백암산과 향로봉 뒤쪽에 숨겨놓은 보석 같은 이곳은 조행연 여사가 오랫동안 정성을 다해 가꿔온 노력의 결과물이다. 푸른 숲에 둘러싸인 정원 부지가 약 53만 ㎡에 달하며, 수많은 꽃과 나무가 건강한 휴식을 안겨준다. 누구나 여유롭게 산책하며 쉬었다 갈 수 있는 이곳은 경상남도 6호 민간정원이기도 하다.

 

그레이스정원은 개장한 지 오래 되지 않았지만, 어느새 고성의 핫 플레이스로 통한다. 2020년 6월 개장 당시 때맞춰 수국 꽃이 피어났는데, 관람객이 SNS에 사진을 올리면서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수국 정원’이란 별칭도 이 때문에 얻었다. 수국이 만발한 6~7월에는 평일에도 북적거릴 만큼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정원이 워낙 넓어 관람객들 간에 불편할 일은 별로 없다. 숲속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화보 같은 사진을 남기고, 여름철 꽃놀이를 즐긴다.

 

처음부터 수국 정원을 염두에 두고 조성한 것은 아니다. 한창 정원을 가꿀 때 한 수도원에서 수국을 100주가량 받았는데, 만개한 꽃이 아름다워 조금씩 더 심다 보니 어느새 여름만 되면 꽃 잔치가 벌어진다. 메타세쿼이아 길을 따라 수국 꽃이 줄지어 피어나기도 하고, 오솔길 끝에 수국 꽃밭이 깜짝 선물처럼 나타나는 등 정원 곳곳에서 수국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30만 주가 넘는 수국이 자란다.

 

그레이스정원에서는 다양한 수국 품종을 볼 수 있다. 특히 산수국 같은 재래종이 많다. 꽃송이가 크고 화려한 서양 수국에 비해 작고 소박하지만, 맵시 있고 기품이 서린 멋이 풍긴다. 진보라부터 연보라, 자주까지 빛깔도 다채로워 꽃길마다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맘때면 정원 전체가 수국 꽃길로 변해 어디를 가나 아름다운 정취에 젖는다.

 

수국 꽃이 피는 시기를 놓쳤다고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정원 안에 갈래갈래 뻗은 오솔길과 숲길이 꽃길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정원 구석구석을 둘러보면 작은 식물원에 버금갈 정도로 나무가 많다. 마치 산속 정원을 산책하는 듯한 청량감에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느릿느릿 걸으며 마음의 꽃을 피워보자.

 

▲ 이맘 때면 그레이스정원 전체가 수국 꽃길이 된다.  

 

숲속 카페에 앉아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에 마음을 맡겨도 좋다. 싱그러운 기운이 스며들며 그동안 쌓인 마음의 짐이 말갛게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푸른 잔디밭에 가지런히 놓인 탁자가 유럽의 어느 정원에 온 듯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이곳에서는 시간을 넉넉히 두고 향긋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여유를 즐겨보자.

 

그레이스정원은 잘 닦인 큰길보다 구석구석 오솔길을 다니며 숨은 매력을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길이 끊긴 것 같은 곳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난 풀꽃이 수줍은 인사를 건네고, 훤칠하게 자란 나무가 바람결에 푸른 이파리를 날리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한여름의 꿈같은 신비로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그레이스정원은 한 바퀴 둘러보는 데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정원에는 가벼운 산책 코스 외에 깊은 숲속 트레킹 코스도 있다. 이 밖에 숲속 교회, 갤러리, 연못 등 소소한 볼거리가 걷는 재미를 더한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연중무휴)다.

 

3. 영월 연당원

 

공기 좋고 물 좋은 강원도 영월에 2021년 6월 문을 연 따끈따끈한 정원이 있다. 영월 서강 옆에 조성된 연당원이 바로 그곳이다. 축구장 15개 규모에 분재·야생화, 목련, 어울림마당, 향수원, 테마 예술, 꽃바람, 연꽃, 초화원, 수림원 등 9개 주제의 정원으로 조성됐다. 정원을 걷는 걸음마다 새로운 꽃세상이 펼쳐져 눈도 마음도 즐겁다.

 

연당원 중앙에는 커다란 연못이 있다. 연꽃 정원이라고 불리며 연당원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연못에 비친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을 보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연못 위에 조성된 덱길에는 다양한 포토존이 있다.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연꽃 정원에는 10종의 연꽃 550본이 식재되어 있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하나둘 피어나는 연꽃이 연못 전체를 뒤덮는다.

 

▲ 분홍낮달맞이꽃이 만개한 연당원의 초화원.  

 

연당원이라는 이름은 ‘연당리에 들어선 정원’이라는 뜻으로 지어졌다. 연당원이 들어선 연당리는 옆에 서강이 흘러서 장마 때면 빈번하게 침수 피해를 입었던 동네다.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그 자리를 개발하여 연당원을 조성했다. 연당원에 있는 연못은 수위가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는 저류지 역할을 한다.

 

초화원에는 분홍낮달맞이꽃, 장미, 수국 등 29종의 꽃 20만 본이 식재됐다. 수림원에는 가을이면 붉은 단풍 터널이 펼쳐진다. 정원마다 풍경이 다채로워 거를 곳이 없다. 쉬엄쉬엄 걸으며 꽃 사진을 찍고 구경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분재·야생화 정원에는 유리온실 카페, 임산물 판매장, 가드닝 체험장 등의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유리온실에는 야생화와 선인장이 자란다. 온실 옆 카페에는 야외 테라스가 있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차를 마시기 좋다. 야생화로 만든 꽃차도 맛볼 수 있으니 꼭 들러보자.

 

▲ 연당원에는 약 1500그루 이상의 수국이 있다.  

 

테마 예술 정원에는 도자기와 목공예품 등 지역 작가 5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통 풍습을 표현한 작품과 풀밭을 뛰어노는 양떼 조형물이 볼만하다. 시골 마을의 정취를 묻어나는 향수원은 담배 곳간과 외양간, 장독대와 같은 정겨운 소품들로 꾸며져 있어 옛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정원 내 조형물, 벤치들은 정원의 주제에 맞게 조성되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없다. 동물 형상의 벤치, 새총 조형물이 전시된 벤치 등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4. 해남 4est 수목원

 

여름은 수국의 계절이다. 형형색색 탐스럽게 핀 수국은 단박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국내 최대 수국 정원인 전남 해남 4est 수목원에 수국이 만발했다. 알록달록 수국과 피톤치드 가득한 숲이 어우러져 동화나라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7000여 그루의 수국으로 둘러싸인 포토존에서 인생 샷을 남기고 댄싱엔젤이라는 신기한 수국도 만난다. 초록으로 눈부신 숲길을 걷고 1600여 종의 식물들이 자라는 수목원을 돌아보면 더위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이 맑아진다.

 

▲ 해남 4est 수목원의 소나무 숲과 만발한 수국.  

 

두륜산 아래 황산리 봉동 골짜기에 자리한 4est 수목원에서는 사철 푸른 축제가 열린다. 6만 평의 숲에 1600여 종의 식물이 식재되어 있다. 봄에는 분홍 꽃축제, 여름에는 수국축제가 열리고, 가을과 겨울에는 팜파스 축제, 얼음축제를 연다. 2019년 6월 개장한 4est 수목원은 개장과 동시에 주목을 받았다. 문을 열던 그해 5만2000명이 다녀갔고 지금은 하루 방문객만 3500명에 달한다.

 

4est 수목원은 수국으로 유명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탐스러운 수국과 초록 나무에 둘러싸인 포토존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아기자기한 동화나라에 들어온 기분이다. 포토존 옆으로 수국 정원으로 가는 메인 관람로가 나 있다. 나지막한 언덕길 양쪽으로 하늘색 수국이 길게 이어지는 싱그러운 길이다.

 

▲ 4est 수목원에는 인생 샷 포토존이 수두룩하다.  

 

본격적인 감상은 수국 정원에서 시작된다. 울창한 소나무 숲 아래 형형색색의 수국꽃이 만발해 있다. 파랑·분홍·보라, 흰색의 수국들이 무리 지어 피어 있다. 그 사이로 난 산책로는 구름 위를 걷는 듯 몽환적이다. 더위와 일상에 지쳐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몸과 마음이 두둥실 하늘 위로 떠다니는 듯 가볍다.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은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인생 샷을 선사한다. 8000여 평 넓이의 국내 최대 수국 정원에는 넓은 잎 수국, 떡갈잎 수국, 나무수국, 바위수국 등 200여 품종의 수국들이 가득 차 있다. 해남 지역에서 자생하는 산수국도 있다. 위로만 자라는 다른 수국과는 달리 넝쿨처럼 옆으로 뻗어나가는 해남 산수국은 더욱 풍성해 보이는 기특한 품종이다.

 

난생 처음 보는 희귀 수국도 있다. 장미꽃을 닮은 듯한 메리, 겹으로 핀 제주 겹 산수국, 이국적인 아라모드를 비롯해 팝콘 수국, 웨딩부케 등 신기한 수국들이 눈길을 끈다. 그 가운데 댄싱엔젤은 유난히 눈길을 끈다. 독특한 무늬가 새겨진 꽃송이에 꽃잎 한 장 한 장 천사가 춤을 추는 듯한 매력을 지녔다.

 

이렇게 풍성한 수국 정원이 탄생한 배경에는 김건영 원장의 남다른 노력이 있다. 식물학을 전공한 그가 고향 해남에 수목원을 조성하기로 결심하고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이다. 멀고 먼 해남으로 방문객이 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수국은 번식이 비교적 쉬워 새로 난 가지를 잘라 심고, 잘 기르기만 하면 어엿한 나무로 키워낼 수 있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 김 원장은 수국을 찾아 전국을 순회하며 다녔다. 지금은 돈만 있으면 손쉽게 수입할 수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희귀품종 수국은 구하기 힘들었다. 전문 수집가들을 몇 번씩 찾아다니며 발품을 판 끝에 한 줄기씩 구해왔고 정성껏 재배해 200여 종이 넘는 품종의 수국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수국 정원을 나서면 사초 정원을 비롯해 구절초원, 하트 정원, 도라지원, 향기원 등 다양한 정원이 계절을 따라 저마다의 모습을 뽐낸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즐길 수 있는 이유다. 봄에는 루피너스, 꽃잔디, 팔꽃나무, 튤립, 박태기나무 등 분홍 꽃동산이 장관을 이룬다. 가을에는 팜파스가 구절초, 핑크 몰리와 함께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지막으로 4est 수목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돌연변이성 무늬가 있는 나무들을 볼 수 있는 무늬 식물원이다. 생육환경이나 유전적으로 변이를 일으킨 변이종들을 모은 특별한 정원이다. 등나무, 금계국, 맥문동, 털머위, 해국, 호랑가시나무 등 60여 종이 모여 있다.

 

수목원 곳곳에 숨은 조형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비자, 마키아벨리, 논어, 위대한 개츠비 등 인문학과 철학을 담은 조형물들이 많다. 4est 수목원은 숲이라는 뜻의 forest에 별(Star), 기암괴석(Stone), 이야기(Story), 배울 거리(Study)라는 4개의 St를 즐길 수 있는 수목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늘에는 무수한 별이 가득하고, 땅에는 기암괴석이 펼쳐지고, 곳곳에 얽힌 이야기와 끊임없이 배울 거리를 제공하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4est 수목원의 꿈이다.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3월 다섯째주 주간현대 1245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