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앞서 떠나는 여름휴가 여행

십리길 팽나무 아래 형형색색 수국 수백만 송이 피어나 ‘장관’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2/06/10 [11:54]

한발 앞서 떠나는 여름휴가 여행

십리길 팽나무 아래 형형색색 수국 수백만 송이 피어나 ‘장관’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2/06/10 [11:54]

푸르른 여름철로 접어들었다. ‘여름’ 하면 곧바로 ‘휴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리라. 그래서 직장인이나 도시인들은 1년 내내 여름휴가를 손꼽아 기다린다. 탁 트인 자연 속에서 청량한 공기를 마시는 상상만 해도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날 바다로 풍덩 뛰어들어 몸을 식히는 건 또 어떤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바캉스 피크철에 휴가를 떠났다가 교통체증에 데이고, 어딜 가나 몰려드는 사람들에 치여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인 채 돌아온 적은 없는가.

 

때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는 ‘한발 앞서 떠나는 여름휴가 여행’을 권하고 있다. 사람이 없어서 더 즐거운 알짜배기 초여름 여행지들을 추천한다. 6월이 다 가기 전에 전남 신안 수국 십리길과 경남 합천 오도산 자연휴양림을 찾아 마음에 담고 싶은 풍경을 실컷 보고 여행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라. 

 


 

팽나무 700여 그루가 터널 이룬 환상의 정원은 찬찬히 걷기만 해도 힐링

6월엔 팽나무 아래 수국 융단처럼 깔리고…수레국화·패랭이도 자태 뽐내

 

나무 사이 해먹 걸고 누워 엄마 품 같은 포근함 느끼는 ‘해먹 명상’ 인기

치유의숲 센터 앞에 족욕장…따뜻한 물에 발 담근 채 ‘숲멍’에 빠져보라!

 

1. 신안 수국·팽나무 십리길

 

전남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한 시간, 아직 육지와 다리로 이어지지 않은 신안군 도초도(都草島)는 이름처럼 풀과 나무가 푸르른 섬이다. 1000여 개 섬이 모여 ‘천사섬’으로 불리는 신안군에서도 제법 큰 섬이지만,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시목해수욕장을 제외하고 딱히 알려진 관광자원이 없어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그런 도초도가 최근 몇 년 사이 신안군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도약 중이다. 알록달록 수국이 수백만 송이 피어나는 수국공원에서 시작해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로 이름을 알리더니, 수국과 팽나무가 어우러진 ‘환상의 정원’이 문을 열었다.

 

▲ 수국과 팽나무가 어우러진 환상의 정원.  

 

수령 70~100년 된 팽나무 700여 그루가 터널을 이루는 환상의 정원은 찬찬히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팽나무 아래 수국이 융단처럼 깔리는 6월엔 더욱 좋다. 수레국화와 패랭이, 니포피아 등도 피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도초도의 관문인 화포선착장에서 약 3.5km에 이르는 수로 둑에 팽나무가 늘어섰는데, 10리가 좀 못 되지만 ‘팽나무 10리길’이라 한다.

 

이곳에 팽나무 10리길이 조성된 사연이 재미있다. 아름드리로 자라 마을의 당산나무로 대접받는 팽나무는 신안군의 보호수 가운데 80%를 차지한다. 하지만 환상의 정원에 있는 팽나무는 대부분 물 건너 외지에서 왔다. 일부는 충청도와 경상도에서, 대개는 고흥과 해남·장흥 등 전남 해안 지역에서 기증받아 옮겨 심었다. 논밭 한가운데나 수로 둑에 있어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팽나무가 주 대상이었다. 멀리 타향에서 환상의 정원으로 온 팽나무는 저마다 출신 지역을 표시한 이름표를 달고 있다.

 

▲ 수국이 피기 전, 터널을 이룬 팽나무 십리길.  

 

팽나무는 기증받았지만 옮기는 데 돈과 품이 많이 들었다. 대형 트럭에 큰 나무를 싣고 연륙교를 달려 암태도까지 이동한 뒤, 배를 타고 도초도에 들어왔다. 도초도에 팽나무 10리길을 조성한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 반응은 처음에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농사에 방해가 된다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팽나무가 앞으로 도초도를 먹여 살릴 것이라는 이야기에 여론이 바뀌었다. 주민들이 힘을 보태 완성한 환상의 정원은 2021년 산림청이 주관하는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전’ 가로수 부문에서 수상했다.

 

환상의 정원을 걸으며 보는 풍경도 훌륭하다. 팽나무 10리길과 나란히 흐르는 월포천은 농업용 수로지만 강처럼 널찍해 제법 운치가 있다. 바람이 잔잔한 날엔 월포천 수면에 비친 팽나무가 또 다른 길을 이루고, 저 멀리 야트막한 오봉산까지 한 폭의 산수화가 된다. 향후 월포천에 나룻배를 띄울 계획도 있다니, 그때쯤에는 팽나무가 좀 더 굵어져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할 듯하다.

 

팽나무 10리길 끝자락에 자리 잡은 수국공원은 환상의 정원과 ‘환상의 짝꿍’이다. 2019년 문을 연 수국공원은 축구장보다 170배쯤 큰 부지에 다양한 수국을 테마로 조성했다. 여기에 산수국, 나무수국, 불두화 등 수국 15종 3만여 그루, 애기동백나무와 향나무 등을 심었다. 해마다 6월이면 형형색색의 수국 수백만 송이가 피어 장관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해 랜선으로 치른 신안섬수국축제가 6월 하순에 열린다.

 

아담한 언덕을 따라 들어선 수국공원 정상은 평평한 잔디밭이다. 사방이 확 트여 멀리 바다가 보이는 이곳에 현대미술의 거장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을 전시하는 ‘대지의 미술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는 신안군이 추진하는 ‘1도 1뮤지엄’ 사업 가운데 하나로, 도초도와 다리로 연결된 비금도에는 ‘바다미술관’, 인근 자은도에는 ‘인피니또뮤지엄’을 세운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향나무 산책로는 수국공원의 또 다른 비경이다.

 

수국공원에서 1km쯤 떨어진 곳에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가 있다. <자산어보>는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 시절에 쓴 어류학서다. 이 책을 쓴 과정을 이준익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의 주 무대는 정약전이 살던 초가인데, 흑산도가 아니라 도초도에 세트장을 지었다. 앞뒤가 뚫린 마루에 앉으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 한눈에 보인다. 이 멋진 풍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자산어보〉 촬영지는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됐다.

 

▲ 초가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액자 속 그림 같다.  

 

영화는 극장에서 내린 지 한참 지났지만, 바다가 보이는 초가는 영화 속 모습 그대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입구에 〈자산어보〉 촬영지 표지와 함께 이곳에서 촬영한 장면이 있다. 흑백으로 찍은 영화 속 장면과 총천연색 현장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물이 있는 마당에 서면 초가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액자 속 그림 같다.

 

도초도 남쪽의 시목해수욕장은 백사장이 눈부신 해변이다. 산이 병풍처럼 삼면을 둘러싼 사이에 오목하게 들어앉았다. 쪽빛 바다를 따라 황금 모래가 2.5km나 펼쳐지고, 다도해 섬이 천연 방파제가 된 덕분에 잔잔한 물에서 해수욕하기 알맞다.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해송 숲 사이에 있는 산책로도 일품이다. 솔숲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오토캠핑이 가능한 야영장이 있다.

 

▲ 하늘에서 본 시목해수욕장.  

 

도초도와 다리로 연결된 비금도에는 색다른 해변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하트 해변’으로 유명한 하누넘해수욕장이 그곳이다. 해수욕장 옆 언덕 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이 하트를 빼닮아 이런 별명이 붙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안에 있어서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드라마 〈봄의 왈츠〉에 등장하면서 전국적인 관광지가 됐다. 비금도는 도초도보다 육지로 연결되는 배편이 많아 편리하다.

 

<글·사진/구완회(여행작가)>

 

2. 합천 오도산자연휴양림

 

오도산자연휴양림은 2002년 오도산 북서쪽 미녀산과 숙성산 사이 깊은 기슭을 따라 조성했다. 해발 700미터 이상 고지대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삼림욕을 하기 좋고, 계곡이 깊어 여름철 휴가지로도 제격이다.

 

휴양림은 천천히 둘러보자. 차로 이동하는 길은 매표소부터 삼밭등약수터 인근까지 계곡을 따라 이어진 1.6km다. 곳곳에 자리 잡은 야영 덱이 눈에 들어온다. 3×3m, 4×4m 크기 덱 81면이 있다. 휴양림 가장 깊은 상류 쪽부터 1번 덱이 자리하고, 계곡 중·하류 쪽 45~81번 덱은 전기 사용이 가능하다. 취사장과 샤워장 등 편의 시설, 매점,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트램펄린도 있다. 특히 계곡을 낀 물놀이장 8곳이 유명하다. 숙박 시설은 숲속의집 18실, 치유의숲과 함께 조성한 독채 6실, 청소년수련관(30인 수용)이 있다.

 

오도산자연휴양림은 2018년 치유의숲을 개장하고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힐링과 휴식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치유의 숲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추천! 웰니스 관광지’에 들기도 했다. 치유 프로그램은 치유의 숲 센터에서 시작한다. 치유의숲 센터는 건강도 지수를 측정하고, 만들기 체험과 온열 치유 프로그램을 준비·진행하는 공간이다. 치유 프로그램은 산림 치유 프로그램과 온열 치유 프로그램 두 가지로 운영한다.

 

▲ 산림치유지도사와 함께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가족.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체성분과 스트레스·혈관 건강도 지수를 측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신체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언도 듣는다. 치유의숲 센터에서 나오면 치유의 숲이 이어진다. 울창한 소나무 숲에 난 길로, 야자 매트를 깔아 걷기 편하다. 20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고, 선베드와 너른 덱이 놓여 산책과 휴식에 적당하다.

 

이때 산림치유지도사가 동행하며, 일반인과 가족, 65세 이상 어르신, 다문화 가족, 임산부 등 참가 대상이나 인원, 진행 상황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다. 보고 느끼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자연 속에서 참가자의 감성까지 움직인다. 산림치유지도사는 단순히 전달자가 아니라, 자연과 참가자를 연결하는 멘토다. 먼저 숲과 인사한다. 입구에서 초록색 가득한 숲을 바라보며 숨 쉬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이어 숲길을 산책하며 숲에 사는 생명체를 하나둘 만난다. 쭉쭉 뻗은 소나무, 키 작은 떨기나무, 들꽃 등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잎을 만지고 향기를 맡고 손톱만 한 꽃을 본다.

 

▲ 오도산자연휴양림 내 치유의숲에서 해먹에 누워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가족.  

 

중심이 되는 활동은 요가와 명상이다. 너른 덱에 매트를 깔고 앉아 숲과 온전히 하나가 된다. 명상하는 동안 그동안 잘 느끼지 못한 바람 소리와 새소리, 바람에 잎이 부딪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고 머릿속이 맑아진다. 해먹 명상 시간이 가장 인기 있다. 나무 사이에 해먹을 걸고 누워 어머니 품속 같은 포근함을 느껴본다. 명상이 아니라도 잠시 잠을 청하거나, 흔들리는 숲과 하늘을 보기만 해도 좋다.

 

치유의 숲에서 내려오면 족욕 체험으로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마무리한다. 치유의 숲 센터 앞에 족욕장이 있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숲멍’에 빠져보자. 따뜻한 차까지 마시면 이처럼 아름다운 시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족욕 체험.  

 

온열 치유 프로그램은 주로 실내에서 진행한다. 산림 치유 프로그램처럼 건강도 지수를 측정하고 건식 편백 반신욕, 족욕, 경혈 안마 매트, 마그마 탄소방 등 온열 치유를 한다. 최신 설비를 저렴하게 이용하며 다양한 온열 치유를 경험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산림 치유와 온열 치유 프로그램은 매일 2회(오전 10시, 오후 2시/2시간 소요, 월요일 휴관) 진행한다. 전화로 예약해야 하며, 참가비는 어른 1만 원, 청소년·어린이 5000원이다.

 

휴양림에서 하룻밤 묵는다면 오도산전망대에 꼭 가보자. 휴양림에서 나와 가야마을까지 간 뒤 임도를 따라 10km 오르면 정상이다. 오도산 정상에 차로 갈 수 있는 것은 KT 통신소 때문이다. 통신소 조성 당시 산자락을 13미터나 깎았다고 한다. 경사가 급한 길이 구불구불하고, 마주 오는 차량도 주의해야 한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합천호와 황매산, 북쪽으로 해인사가 깃든 가야산, 두무산, 비계산, 거창 우두산, 그 너머로 덕유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도산은 1962년 덫에 표범이 잡혀 우리나라 마지막 표범의 흔적이 있는 산이다. 오도산 정상 가는 길 8부 능선쯤 ‘한국의 마지막 표범 서식지’ 표석이 있다.

 

대장경테마파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된 팔만대장경을 주제로 조성한 공간이다. 팔만대장경의 모든 것을 알아보는 대장경천년관, 5D 영상과 VR 체험을 하는 빛소리관, 기록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기록문화관 등으로 구성된다. 기록문화관 3층에는 강화도에서 해인사까지 팔만대장경 이운과 우리나라 사계절을 모티프로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를 전시한다. 아름다운 색채와 빛의 영상이 음악과 어우러져 사진 촬영 명소다. 대장경테마파크 아래 가야천을 따라 이어지는 해인사소리길을 걷고, 천년 고찰 해인사에 들러볼 일이다.

 

합천 읍내를 흐르는 황강에서는 매년 6월이면 황강 카누 체험 행사가 열린다. 수상 안전 교육과 패들링 교육을 받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합천5경으로 꼽히는 함벽루(경남문화재자료)의 빼어난 풍경 감상은 덤이다. 오는 6월25일 첫 체험을 진행하고, 주말과 여름휴가 시즌(7월25일~8월15일)에 현장 접수로 하루 4회 운영한다.

 

▲ 황강 카누 체험.  

 

황강에 이웃한 정양늪생태공원은 배후습지 정양늪의 생태를 온전히 만나는 곳이다. 1만 년 전 해수면 상승으로 낙동강이 범람해 생긴 정양늪은 합천댐이 들어서며 한때 수위가 낮아져 개발 압력이 거셌지만, 생태 보존을 택해 생태공원으로 거듭났다. 정양늪생태학습관을 둘러보고 옥상에서 정양늪 전경을 조망한 뒤, 500m 정도 이어지는 수상 덱을 따라 산책한다. 6월에는 ‘논에 사는 생물들’이라는 주제로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설사와 함께 정양늪을 둘러보며 생태 이야기를 듣고, 아빠 물자라 목걸이를 만든다. 체험 프로그램은 하루 3회(오전 10시 30분, 오후 2시·4시) 운영하며, 1시간 정도 걸린다.

 

<글·사진/문일식(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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