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느끼고 누리는 여행

물 맑은 달천에 솟은 봉우리 바라보며 고즈넉한 휴식 즐겨보라!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1/11/26 [11:51]

자연을 느끼고 누리는 여행

물 맑은 달천에 솟은 봉우리 바라보며 고즈넉한 휴식 즐겨보라!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1/11/26 [11:51]

스트레스와 피로로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지고 우울함으로 매사에 의욕이 없을 때, 번잡한 생각과 고민으로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때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쉬는 여행이 필요하다. 여행에는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도 전국 곳곳의 무공해 여행지를 엄선해 ‘11월에 가볼 만한 여행지’ 6곳을 추천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여행 방식도 몰라보게 변했다고 한다. 단체 관광보다 개별 관광 선호도가 높아지고, 힐링과 휴식이 가능한 여행지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속리산에서 발원한 물이 흐르고 수려한 봉우리 솟아 수달과 고라니가 뛰어논다는 청정지대, 충주 달천에서 ‘물멍’에 빠져 세상시름을 달래보라!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반할 정도로 풍광이 빼어난 태안 태비길 역시 휴식과 회복의 힘을 얻고 돌아오기에 제격인 무공해 여행지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맑은 자연의 기운을 느끼고 누리는 여행으로 팍팍해진 당신의 삶을 다독여 보라! 

 


 

갈라진 칼바위 사이에 출렁다리…달천과 수주팔봉, 팔봉마을 풍광 ‘한 폭 그림’

팔봉마을과 캠핑장 텐트에 하나둘 불빛 스며드는 해질녘 풍경…사진가들도 극찬

 

기름 뒤덮였던 태안 앞바다…‘서해안 물빛 이리 고왔나’ 놀랄 만큼 맑고 아름다워

맑은 바다, 백사장, 갯벌, 서핑에 서해안 낙조까지, 바다에서 원하는 모든 요소 갖춰

 

1. 충주 달천과 팔봉마을

 

충주 달천은 ‘달고 청정한’ 사연을 지녔다. 속리산에서 발원한 물은 괴산에서 청천, 괴강으로 불리다가 충주 남쪽을 가르며 달래강, 달천으로 이름을 바꾼다. 달천은 수달이 살아 ‘달강(獺江)’, 물맛이 달아 ‘감천(甘川)’이라고도 했다. 살미면과 대소원면 사이, 물 맑은 달천에 솟은 수려한 봉우리가 수주팔봉이다.

 

두룽산에서 뻗은 수주팔봉 줄기는 칼바위까지 그늘을 드리우며 이어진다. 멀리서 보면 송곳바위, 중바위, 칼바위 등 깎아지른 봉우리가 물 위에 솟은 모양새다. 봉우리는 수주팔봉이 유래한 수주마을과 팔봉마을을 병풍처럼 에워싼다. 갈라진 암벽 사이로 쏟아지는 칼바위폭포가 수주팔봉의 대표 경관이 됐고, 팔봉마을 앞 자갈밭은 ‘차박’ 캠핑 명소로 소문났다.

 

탄금호, 남한강과 만나는 달천은 대부분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올갱이(다슬기)가 지천이며, 고라니가 뛰노는 모습을 봤다는 주민도 만날 수 있다. 생태계가 보전된 달천 중·상류는 예부터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 야생 생물인 수달의 서식지로 알려졌다. 충주시 캐릭터 ‘충주씨’ 역시 수달이다. 깨끗한 달천 물은 조선 최고로 꼽혔으며, 용재 성현의 수필집 <용재총화>에 “우리나라 물맛은 충주 달천이 으뜸이며 오대산 우통수가 두 번째, 속리산 삼타수가 세 번째로 좋다”고 전해진다.

 

▲ 수달의 서식지로 알려진 달천.  

 

팔봉마을 일대는 주민과 관광객을 위해 예외적으로 달천 변이 개방됐다. 최근에는 환경문제를 고려해 차박을 하루 120대로 제한한다. 캠핑과 차박은 지정된 장소에서 가능하며, 자동차는 물가 가까이 들어서지 못한다. 여유로워진 하천 변은 소풍과 ‘물멍’을 즐기고, 올갱이를 줍고, 물수제비를 뜨는 여행자의 공간이 됐다.

 

팔봉마을 하천 변을 거닐면 빛과 위치에 따라 수주팔봉 윤곽이 다르다. 잔잔하게 흐르던 달천은 칼바위를 만나 쾌청한 물살을 만든다. 칼바위폭포는 살미면 토계리에서 흘러드는 오가천 물길을 달천으로 연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바위를 자르며 생겼다. 1960년대 초반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자연에 생채기를 낸 셈인데, 50년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 흔적이 작은 울림을 준다.

 

▲ 달천과 팔봉마을 전경.  

 

수주팔봉은 팔봉교를 지나 반대편 오가천 쪽에서 오를 수 있다. 나무 계단을 지나면 칼바위 정상으로 연결되고, 바위 정상부에 마을 주민이 부모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자가 있다. 갈라진 칼바위 사이에 출렁다리가 놓였다. 출렁다리와 전망대에서 보면 달천과 수주팔봉, 팔봉마을이 조화롭게 담긴다. 곡류천인 달천은 예천 회룡포처럼 팔봉마을을 아늑하게 에돌아 흐른다. 팔봉마을과 캠핑장 텐트에 하나둘 불빛이 스며드는 해질녘 풍경이 사진 애호가 사이에 인기다. 칼바위에서 출렁다리와 전망대를 거쳐 두룽산까지 올라도 좋다.

 

▲ 칼바위에서 본 수주팔봉과 달천.  

 

팔봉마을 구경은 하천 길보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팔봉안길을 걷는 게 운치 있다. 한적한 마을 길에서 봉우리와 물길이 고즈넉하게 바라보인다. 팔봉안길 한쪽에는 석축에 솟을삼문을 올린 충주 팔봉서원(충북기념물)이 있다. 팔봉서원은 이자, 이연경, 김세필, 노수신의 위패를 모셨다. 1582년 창건했으며 1672년 현종이 사액했다. 해마다 가을이면 수주팔봉 앞 달천에 카누를 띄우고 이자와 이연경의 거룻배 만남을 재연하는 행사를 한다. 마을 초입에 가마터가 남아 있다.

 

수주팔봉은 tvN 드라마 〈빈센조〉에 나와 화제가 됐다. 입구에 드라마 촬영지 간판이 큼직하게 걸렸다. 팔봉마을에는 글램핑장이 있으며, 달천 변 캠핑과 차박은 무료다. 캠핑장에 주차장과 CCTV를 마련하고 쓰레기 무단 투기를 금지하는 등 주민과 차박 이용자의 상생을 위해 노력한다. 코로나19 방역 단계에 따라 차박과 캠핑이 제한될 수 있으니, 방문 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달천의 청정한 사연은 탄금호까지 이어진다. 탄금호에는 최근 국내 최초로 친환경 전기 유람선이 등장했다. 9월 말에 운항을 시작한 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은 전기를 주동력으로 이용한다. 유람선은 정박할 때 충전하며, 일부 동력은 갑판 위 태양광 패널로 채운다. 탄금호국제조정경기장-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 구간을 하루 3회, 40분간 왕복 운항한다(수·목요일 휴항).

 

▲ 국내 최초 친환경 전기 유람선, 탄금호일렉트릭유람선. 

 

충주체험관광센터에서 진행하는 ‘묵고, 타고, 입고, 찍고 놀까’ 체험도 흥미롭다. 마리나센터 2층 공간은 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로 변신했다. 객실(2~8인실)은 모두 탄금호 조망이 가능한 숙박형 관광지를 표방한다. 물 위에 뜬 듯한 라운지 전망이 뛰어나며, 보드게임과 피크닉 물품을 무료로 빌려준다. 투숙객은 재활용한 자전거 대여도 무료다.

 

‘입고 놀까’와 ‘찍고 놀까’는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국보)이 있는 중앙탑사적공원이 주 무대다. 기와집인 중앙탑의상대여소는 한복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전통 의상, 교복, 영화 캐릭터 의상과 소품을 빌려준다. 개성 넘치는 옷을 입고 2시간 동안 산책에 나서거나, 초가집인 중앙탑사진관에서 흑백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입석마을에 자리한 충주고구려비전시관은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고구려 비석을 간직한 공간이다. 충주 고구려비(국보)는 고구려가 남한강 유역까지 확장했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물로, 비문에 5세기 고구려와 신라의 관계, 문화 등을 적시했다. 충주 고구려비는 입석마을의 대장간 기둥으로 쓰인 파란만장한 시절을 겪기도 했다.

 

충주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택견의 본고장이다. 충주세계무술공원에 자리한 세계무술박물관은 동서양 무술 관련 자료를 총망라해 전시한다. 격투기에서 언급되는 각 나라의 무술을 지도, 의상, 사진과 함께 살펴볼 수 있으며, 무술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세계무술공원은 돌미로원, 나무숲놀이터 등 흥미진진한 놀이 시설을 갖췄다. 공원과 박물관 입장료는 없고, 코로나19 방역 단계에 따라 일부 시설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글·사진/서영진(여행작가)>

 

2. 충남 태안 앞바다

 

2021년 화창한 어느 가을날, 태안 앞바다에 섰다. 서해안 물빛이 이리 고왔나 놀랄 만큼 바다가 맑고 아름답다. 만리포해수욕장 끝자락에서 만난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이 아니면 이 바다가 10여 년 전, 기름으로 뒤덮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릴 뻔했다.

 

▲ 해양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태안 유류피해극복기념관.  

 

2007년 12월 7일, 만리포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해상 크레인이 충돌해 엄청난 기름이 유출되는 불행한 사고가 발생했다. 시커먼 기름이 바다를 뒤덮은 끔찍한 장면이 TV로 전송됐다. 검게 물든 바다는 쉽게 회복되지 못할 듯 보였다. 전문가들조차 태안 앞바다가 회복되려면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을 했다.

 

이후 전문 방제 인력 외 전국 각지에서 123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태안으로 몰려와 기름 제거에 구슬땀을 흘렸다. 자원봉사자가 인간 띠를 이뤄 바다의 기름띠를 제거하는 작업에 동참했다. 그 결과 만리포해수욕장은 2008년 6월, ‘해수욕 적합’ 판정을 받고 다시 개장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당시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환경오염 사건과 극복 과정이 유류피해극복기념관에 고스란히 기록됐다.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은 사고 발생 10년째가 되던 2017년, 사고 현장인 만리포해수욕장 인근에 문을 열었다. 잊혀가던 유류 유출 사고의 아픔과 극복 과정, 자원봉사자의 헌신을 고스란히 담아낸 공간이다.

 

기념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다. 1층에 전시실, 2층에 영상체험실과 다목적실, 옥상에 전망대와 쉼터를 갖췄다. 1층 전시실은 유류 유출과 확산 과정,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기록을 자세히 보여준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주민이 피해 본 상황을 전시하는 한편, 바다를 되살리기 위한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그 결과를 이야기한다. 입체적인 전시 시스템으로 관람객이 당시의 아픔과 절망, 희망을 생생하게 공감할 수 있다.

 

2층은 영상체험실로 꾸몄다. 기름 제거하기, 해양 생물 되살리기 등 영상 체험이 가능하다. ‘기름 제거하기’는 터치 스크린에서 헌 옷, 고압 세척기, 흡착포 같은 도구를 선택해 기름을 제거하는 놀이 형태 체험으로, 당시 자원봉사자의 노고를 되새기게 한다.

 

‘해양 생물 되살리기’는 종이에 그려진 바다 생물을 선택해 채색하고, 스캐너로 이미지를 전송해 대형 스크린에 띄우는 체험이다. 바닷속 풍경을 담은 스크린에 ‘웃는 돌고래’라는 애칭이 있는 상괭이를 포함한 태안 앞바다의 해양 생물과 체험객이 띄운 물고기가 함께 노닌다. 태안 바다 환경이 해양 보호 생물로 지정된 상괭이가 나타날 정도로 회복됐음을 보여준다. 유류피해극복기념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 관람료는 없다. 해설사 안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기념관에서 멀지 않은 ‘태배길’도 걸어보길 추천한다. 유류 유출 사고 당시 자원봉사자들이 방제 작업을 하러 오가던 길이 걷기 코스로 다시 태어났다. 전체 길이 약 6.5km 순환형 코스로, 유류 유출 피해의 아픔과 극복의 기쁨을 담아 6개 구간에 각각 순례길, 고난길, 복구길, 조화길, 상생길, 희망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 태배길에서 만난 해안 풍경.  

 

태배길은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이곳 풍광에 반해 시를 남겼다는 유래가 전할 만큼 경관이 수려하다. 의항과 구름포, 안태배, 신너루 등 해안 풍경이 아름답고,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하는 태배전망대도 있다. 태배길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찰나의 감동을 넘어 묵직한 여운이 남는다. 이 길을 묵묵히 오가며 곳곳을 청소한 자원봉사자의 수고가 뒷받침된 비경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 눈앞에 태안의 아름다운 풍경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감사와 환경보호 실천 의지를 담아 한 걸음, 한 걸음 디뎌본다.

 

▲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태배길 풍광.  

 

태안 유류 유출 사고를 얼마나 잘 극복했는지 살펴보려면 주요 피해 지역 가운데 하나인 만리포해수욕장 일대를 돌아보자. 백사장과 갯벌이 드넓은 이곳은 서해안 3대 해수욕장이라는 명성을 되찾았고, 최근 서핑 명소로 자리매김하며 서핑 메카인 미국 캘리포니아에 빗대 ‘만리포니아’라는 애칭도 얻었다. 맑은 바다와 백사장, 갯벌, 서핑에 서해안 낙조까지, 우리가 바다에서 원하는 모든 요소를 갖췄다.

 

해수욕장 끝자락에 지난 7월 만리포전망타워가 문을 열었다. 높이 37.5미터, 지름 15미터 규모로 전망대에 오르면 일대가 한눈에 보인다. 전망대가 원기둥 모양이라 한 바퀴 돌며 바다부터 산과 논밭까지 만리포 주변 경관을 두루 조망할 수 있다.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내려올 때는 기상 상황이 허락한다면 야외 계단을 이용해보자. 나선형 계단을 따라 내려오며 눈에 담는 풍경이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 낙조가 아름다운 만리포해수욕장.  

 

만리포전망타워는 해가 지면 경관 조명과 레이저 쇼로 화려한 면모를 뽐낸다. 음악과 함께 타워가 갖가지 색으로 물드는 모습이 장관이다. 경관 조명과 레이저 쇼는 보통 일몰 후 30분 간격으로 진행하는데, 자세한 운영 시간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리포해수욕장 옆 천리포수목원은 미국계 귀화 한국인 고(故) 민병갈이 설립했다. 비공개로 운영해오다 2009년부터 일반에 개방했다. 국내 자생종과 외국 수종 등 다양한 식물이 있어 볼거리가 풍성하고, 카페와 숙소 등 편의 시설도 갖췄다. 수목원 한 면이 해변과 맞닿아 바다와 숲을 동시에 즐기며 산책하기 좋다.

 

<글·사진/김수진 (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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