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종양 전문의 아즈라 라자의 환자 살리는 암 연구와 치료 이야기

“마지막 암세포 아니라 첫 번째 암세포 찾아라”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1/06/25 [12:32]

세계적 종양 전문의 아즈라 라자의 환자 살리는 암 연구와 치료 이야기

“마지막 암세포 아니라 첫 번째 암세포 찾아라”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1/06/25 [12:32]

‘퍼스트 셀’ 찾아내어 박멸…암치료의 패러다임 확 바뀌어야

 

▲ 사진은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의 다빈치 SP 수술 장면. 

 

“그동안 나는 수천 명의 암 환자를 만났고 많은 환자의 죽음을 겪었다. 내가 다루는 이 질병은 대체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그래서 위로의 말도 꾸며낸 것처럼 들리고, 학계에서 개인적 성과를 거두어도 당치 않아 보인다. 내가 일하는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반면 내 생각은 변했다.”


평생 암 환자를 치료하고, 암 연구에 헌신해온 세계적 종양 전문의 아즈라 라자 박사의 말이다.


뉴욕 컬럼비아 의과대학의 ‘찬 순 시옹’ 교수이자 MDS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과 급성백혈병 분야의 국제적인 권위자다. 라자 박사는 1984년부터 자신의 환자들에게서 혈액과 골수 샘플을 모아 현재 6만 개 이상의 샘플을 갖춘, 미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조직은행을 만들었다.


의사이면서 과학자인 그는 <네이처>, <셀> 등 주요 전문학술지에 300건 이상의 논문들을 실으며 임상 및 기초 연구를 발표해왔으며, 웹사이트 ‘3 쿼크스 데일리’의 공동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TED 등 다양한 강연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으며 <뉴스위크 파키스탄>에서 뽑은 ‘100명의 중요한 여성’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라자 박사가 최근 한국에 소개한 책 <퍼스트 셀-죽음을 이기는 첫 이름>(리더스원)은 환자를 살리는 암 연구와 치료로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라자 박사가 말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마지막 암세포가 아니라, 첫 번째 암세포를 찾아야 한다.”


현재 의료계는 암 세포가 퍼진 상태에서 마지막 암세포를 찾아 그것을 죽이기 위한 치료를 한다. 결국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환자의 몸 전체가 고통을 받는, 이른바, ‘치료가 환자를 죽이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환자들은 여기저기 등장하는 신약들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흔들리고, 종국에 가서는 극도의 고통 속에서 삶과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 채 생을 마치고 만다.


그러나 라자 박사는 악성의 세포로 자라나기 전에 첫 번째 암세포, 즉 ‘퍼스트 셀’을 찾아내 박멸하는 방식으로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주장한다. 첫 번째 암세포의 생성을 찾는 방향으로 모든 암 연구, 암치료, 암 예방의 포커스를 돌려놓자는 것이다.


라자 박사는 묻는다. “왜 과학은 환자들의 고통에 침묵하는가?”라고.


그렇다면 ‘첫 번째 세포’란 무엇인가?


라자 박사가 말하는 첫 번째 세포는, 암이 발생하기 전의 세포를 말한다. 그 세포를 찾아 암이 시작되는 것을 막는다면 암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의료계는 마지막 세포만을 찾고 있다. 종양학자이자, 종양 전문의인 아즈라 박사는 증식의 속도를 예상하기 어려운 암이라는 세포가 손쓸 수 없이 퍼진 상황에서 치료에 착수하여, 마지막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치료법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조기 검진이나 예방에서 더 나아간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이다. ‘첫 번째 세포’를 찾는다는 것은 악성 세포로 자라나기 전에 세포의 시작 단계에서 찾아내 박멸하는 방식이다.


현재의 마지막 세포를 찾아내는 치료의 고비용 구조를 고려해볼 때, 그 비용과 인력, 에너지를 첫 번째 세포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바꾸기만 한다면, 암 연구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라자 박사는 말한다. “마지막에서 처음으로 방향을 바꾸기만 한다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배의 방향을 돌리는 것만으로 파도의 방향이 달라지고, 목표 지점이 달라지는 것처럼.”


궁극적으로 그는 ‘인간이 인간의 고통을 경감하는 데’ 모든 치료의 목적이 있으며, 그것이 의사의 일이라고 말한다. 마지막 세포를 찾는 데 드는 가장 큰 비용은 바로 환자들이 겪는 고통, 그리고 환자들의 고통을 목격하는 의사가 가진 한 인간으로서의 무력감이다. 그는 과학계, 의학계에 꾸준히 암 연구의 방식을 바꾸자는 이야기를 해왔다.


아울러 라자 박사는 “암 연구의 방향이 잘못되었을 뿐 아니라, 암 연구의 대상 또한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그가 특히 비판하는 것은 동물 연구를 기반으로 한 암 연구들이다. 그런 만큼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인간의 치료에 대응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암이라는 세포는 일단 한번 생기면, 개개인의 DNA적 특성에 따라, 그 증식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진다. 증식의 속도는 3개월, 누군가에게는 14년으로 예측할 수도 없다. 실제로 동물 연구가 인간에게 적용되었을 때, 그 효과가 나타난 사례는 암 연구의 50년 발전사를 볼 때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동물 연구의 성공 사례가 발표되었으나, 실제로 인간에게 적용되었을 때, 그것이 효과를 낸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인간이라는 변수는 예측 불가능하다. 동물 모델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은 환원주의자들의 오만일 뿐이다. 동물 연구로는 인간의 몸에서 생성되는 암 세포들의 추이를 설명해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라자 박사는 동물 연구를 그만두고 ‘인간 연구’에 몰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28살이던 1984년부터 ‘인간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깨닫고, 자신의 환자들 DNA를 모아 연구해오고 있으며, 현재는 6만 개 가까운 샘플을 보유한 조직은행을 만들었다. 그의 환자들은 그의 생각에 동의했으며, 그가 떠나보낸 그 환자들의 헌신을 위해서라도 그는 이 주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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