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윤석열 사의' 즉각 수용에 담긴 뜻

검찰총장 노골적 정치색깔 보여주자 1시간 만에 수용...검찰개혁 2라운드 굳은 의지 암시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1/03/05 [10:25]

문 대통령 '윤석열 사의' 즉각 수용에 담긴 뜻

검찰총장 노골적 정치색깔 보여주자 1시간 만에 수용...검찰개혁 2라운드 굳은 의지 암시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1/03/05 [10:25]

▲ 문재인 대통령이 2월22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 사진출처=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의를 1시간 만에 즉각 수용한 것은 윤 총장 행위를 일종의 '정치적 행위'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중립성 지켜야 하는 검찰총장이 공개 사의 표명을 통해 노골적으로 정치적 색깔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 이상 사표 수리를 미룰 필요가 없다는 뜻이 강하게 반영됐다.

 

윤 총장의 사의 수용 뒤 문 대통령은 검찰 인사로 갈등을 일으킨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도 바로 수리했다. 후임 민정수석에 비(非) 검찰출신인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하면서 검찰개혁 추진을 둘러싼 갈등을 신속히 봉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여당 주도의 '검찰개혁 2라운드'에 대통령이 굳은 의지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3시15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짧은 한 줄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서 윤 총장이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이뤄진 공개 발언을 통해 사의를 표명한 뒤 1시간15분 만이다. 임면권자가 사의 수용 의사를 밝힘으로써 면직이 된 상태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례적이게도 상당히 속전속결로 이뤄졌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 1월18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과의 갈등 국면을 신속히 매듭지고 윤 총장을 향해 임기 때까지 직을 다하라는 시그널을 보냈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지금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검찰총장직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윤 총장은 지난 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립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날 대구고검을 방문한 자리에선 "지금 진행 중인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 총장의 공개 반발에 청와대는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한 차례 냈지만 연이어진 윤 총장의 강경 행보에 청와대와 여권 내부에선 "검찰총장이 아닌 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며 반응이 나왔다.

 

게다가 전날 '보수의 텃밭' 대구를 찾은 윤 총장이 "고향에 온 것 같다"며 자신의 정치 의향 가능성엔 "이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 같은 행보들이 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윤 총장을 향해 "정치하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 앞에 모인 100여명의 취재진 앞에 선 윤 총장은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며 사의를 표했다. 또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의 정치 선언이었다", "대선 출정식 같았다"는 비난이 나왔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헌법을 끌어들인 데 대한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검찰 조직에 충성한 것이 아니라 검찰 조직을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활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사의 수용 형태에서도 이러한 불쾌감은 고스란히 반영됐다. 윤 총장 사의 표명을 사실상의 정치적 행위 인식하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제대로 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 사의 수용 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짧은 브리핑을 했던 것도 윤 총장 사의에 크게 대응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내비친 것이란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윤 총장 행동 자체가 부적절했고, 더 이상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의혹 수사를 시작으로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수사,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군 복무 시절 휴가 특혜 의혹 수사 등을 이어온 윤 총장 행보 이면에는 정치적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는 게 그간의 정부·여당의 시각이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징계 결과를 수용하고 재가한 것 또한 기본적으로 검찰 조직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결과였다.

 

수사청 설치에 대한 윤 총장의 공개 반발 등을 종합해봤을 때 오는 7월 임기 때까지 직을 보장하면서 그의 행동을 지켜볼 수 없다는 판단이 뒤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윤석열이 아닌 '정치인' 윤석열로서 탈바꿈하고 정면에 나선 상황에서 대통령이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사의가 불러올 파장을 염두에 둔 듯 즉각 추가 인사를 단행했다. 윤 총장 사의 수용 뜻을 밝힌 지 45분 만이다.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로 법무부와 갈등을 빚은 신 수석 후임에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새로 임명하면서 검찰개혁 추진을 둘러싼 갈등을 신속히 봉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래부터 오늘로 민정수석 인사가 예정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검 관계의 원만한 조율을 위한 검찰 출신이 아닌, 비검찰출신 민정수석 기조가 다시 복원되면서 정부·여당이 집권 후반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검찰개혁 2라운드'에 문 대통령도 뜻을 같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총장 사의 표명 직후 "검찰개혁은 흔들림 없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 총장 사의 수용과 민정수석 교체로 검찰 갈등 이슈를 일단락 매듭짓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여전히 잠재적인 갈등 요인은 많다. 일단 윤 총장 뒤를 이을 검찰총장 후임 인선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안정적으로 검찰 조직을 이끌기 위해선 친정권 인사를 등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 차기 총장 후보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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