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사면론’ 역풍…대세론 무너지는 내막

시대정신 못 읽고 ‘사면’ 발언…리더십 회복 불능?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1/01/15 [16:23]

이낙연 ‘사면론’ 역풍…대세론 무너지는 내막

시대정신 못 읽고 ‘사면’ 발언…리더십 회복 불능?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1/01/15 [16:23]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벽두 역대급 ‘똥볼’을 찼다. ‘국민통합’을 이유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언급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불쑥 ‘사면 카드’를 꺼냈다가 여권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이 대표의 정치적 고향인 호남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도 ‘사면’을 입에 올린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 같은 기류는 지지율 폭락이라는 역풍으로 이어졌다. ‘사면론’ 이후 발표된 각종 차기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은 14.1%까지 주저앉을 정도로 데미지를 크게 입었다. 차기 주자 2위에 10% 가까이 밀리며 간신히 3위에 올라 ‘견고하던 대세론’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후 정치적으로 최대 고비를 맞은 이 대표는 ‘이익공유제’를 거론하며 승부수를 던지고 있지만 ‘사면’ 발언으로 민심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라 리더십도 존재감도 회복 불능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통합 이유로 ‘이·박 사면’ 꺼냈다가 역풍! 지지율 와르르~
지지율 급락 멀찌감치 3위…민주당 내 지지율도 이재명에 역전
‘사면론 사태’로 진보성향 민심에 찬물 끼얹어 대권행로 불투명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통합'을 이유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언급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오랫동안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렸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첫날 ‘대형사고’를 쳤다.


이 대표는 1월1일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힌 뒤 “국민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 정치권을 발칵 뒤집히게 만들었다.


이 대표는 신축년 새해 기념으로 국회 당대표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로, 이 문제를 적절한 때에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지층의 찬반을 떠나서 건의하려고 한다. 앞으로 당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면 방식에 대해서도 “두 전직 대통령의 법률적 상태가 다르다”고 밝혀, 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하고, 재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일단 형 집행정지로 풀어준 뒤 형이 확정되면 사면하는 방안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앞서 12월3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국민통합’의 방향을 설명하면서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부자유스러운 상태에 놓여 있는데 적절한 시기가 되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대통령님께 건의드릴 생각이 있다”고 밝혔으며, 그 시기에 대해서는 “미리 말할 수는 없고 법률적 상태나 시기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흘 뒤 ‘오랜 충정’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또다시 ‘사면론’을 거론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1월3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면과 관련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


이 매체가 1월4일자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사면’ 사전교감 여부에 대해 “청와대와 교감은 없었다. 문 대통령과 (사면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면서도, “국무총리로 일할 때부터 대통령의 생각이 어디 있는지 짐작해온 편”이라고 덧붙여 문 대통령도 사면을 검토 중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아울러 1월4일 밤 KBS <9시 뉴스>에 출연한 이 대표는 ‘정부여당 지지율과 대선 지지율이 떨어지니 사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의에 대해 “정치적 유불리를 생각했다면 말 안했을 것”이라며 “나의 이익만 생각했다면 이런 얘기는 안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한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전쟁을 해쳐나가려면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며 “두 전직 대통령의 범죄 용서할 수는 없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방법으로서 검토할 만하다고 생각해서 말씀 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당내 의견수렴 없이 한 것은 아쉽지만 의견수렴이 어려운 사항인 것도 사실”이라며 “이제까지 오랫동안 익숙했던 문법으로 보면 수용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질책도 달게 받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말씀 드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신중하기로 소문났던 이 대표가 이렇듯 예민한 사안을 네 번 연거푸 입에 올리며 ‘사면론’을 쏘아올린 이유는 대체 뭘까?


정치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가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정국의 블랙홀로 삼기 위해 연초부터 사면론을 띄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런가 하면 이 대표가 사전 정지작업 없이 갑자기 사면론을 들고 나온 것을 두고 최근 지지율이 하락 국면으로 치닫자 국민통합을 명분 삼아 돌파구로 삼고 중도층을 흡수하려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어대낙’ ‘대세론’ 프리미엄을 누리며 오랫동안 차기 주자 1위를 달리던 그가 지지율 하락세에 초조해진 나머지 ‘촛불정신’을 외면한 채 사면론이라는 악수를 두고 말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적 오해를 자초하며 띄운 이 대표의 사면론은 역풍을 불러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그의 리더십과 존재감에 커다란 치명상을 입혔다.


‘사면론’ 이후 발표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권 대선주자로 경쟁 중인 이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 격차는 크게 벌어졌고, 더불어민주당 내 지지율마저 이 지사에 역전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1월13일 공개한 차기 주자 선호도 조사결과를 보면, 이 대표의 지지율은 10%대 중반으로 급락하며 선두경쟁에서 밀려난 양상이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1월9~11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재명 지사가 25.5%, 윤석열 총장이 23.8%를 기록하며 선두를 다퉜다. 그 반면 이 대표의 지지율은 14.1%로 이 지사와 윤 총장 지지율에 비해 10%p 전후의 오차범위 밖으로 밀렸다.


지난해 12월 둘째 주에 실시한 조사와 비교하면 이 지사는 4.2%p 상승한 반면 이 대표는 3.9%p나 떨어져 ‘사면론’ 제기가 역풍을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이 대표의 사면론 제기에 따른 반사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연령별로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20%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18~20대(29.1%), 30대(25.4%), 40대(31.2%), 50대(32.7%) 등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고, 60대 이상에서는 14.6%를 기록했다.


권역별로는 서울(20.0%), 부산?울산?경남(20.4%), 인천?경기(35.7%), 호남권(25.3%), 충청권(21.0%) 등 거의 모든 지역에서 20%대 지지율을 기록했고, 대구?경북(18.9%)에서도 20%선에 근접하는 안정적인 지지세를 나타냈다. 또한 민주당 지지층에서 45.3%의 지지를 얻어 이 대표(32.0%)에 앞섰고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층에서도 이 지사(45.0%)가 이 대표(29.4%)에게 우위를 보였다. 이념성향별로 진보층에서도 이 지사(42.9%)가 이 대표(20.4%)에게 앞섰다.


한길리서치 조사는 유선 전화면접(19.3%), 무선 전화면접(10.1%), 무선 ARS(70.6%) 병행 방식으로 성·연령·지역별 할당 무작위 추출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6.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대표의 ‘사면론’이 역풍으로 작용해 지지층 이탈을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초 사면론 카드로 중도층을 흡수하려는 계산이었으나, 오히려 악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사면론 제안 이후 이 대표의 출신지역이자 민주당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NBS가 1월 첫째 주 민주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이 지사 38%, 이 대표 33%로 해당조사 이후 처음으로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의 사면 발언에 대한 여권 지지층의 반발이 지지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난 것. 전체 지지도에서도 그동안 엇비슷하던 지지율 격차가 이재명 24%, 이낙연 15%로 9%포인트로 커졌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내 지지도가 높은 반면, 이 지사는 당외 지지도가 높은 경향을 보여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전국지표조사(NBS, National Barometer Survey)는 100% 안심번호로 실시되는 여론조사로, 2020년 7월 넷째 주 조사부터 대선후보 조사를 실시한 이래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의 지지율은 이 대표가 40%대 초반, 이 지사가 30%대 초반으로 큰 격차를 보여왔다. 그러나 2021년 1월 첫째 주 조사에서는 38% 대 33%로 뒤집혔다.


이 대표는 12월 셋째 주 41%의 지지를 얻었으나 이번에는 8%포인트 하락했고, 이 지사는 32%에서 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12월 셋째 주 조사에서 이낙연 40%, 이재명 24%로 이 대표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던 광주·전라 지역에서 이 대표는 7% 떨어진 반면 이 지사는 9% 치솟아 각각 33%로 동률을 이뤄 주목을 끌고 있다. 여권 텃밭인 호남지역 민심이 ‘사면 발언’ 이후 부글부글 끓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앞서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광주 정치권은 이 대표의 사면론에 대해 매서운 비판을 가한 바 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와 오월 4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기념재단) 등 8개 시민단체는 1월5일 성명을 내고 “참회조차 할 줄 모르는 희대의 범죄자들에게 사면건의 웬 말인가”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NBS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p다. 응답률은 32.1%였다. 상세자료는 NBS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사면론이 정치권 블랙홀이 되기는커녕 여권과 민심의 반발만 초래하자 전직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사면을 공론화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로써 사면론은 봉합됐지만 이 대표의 리더십에는 치명적인 ‘기스’가 나고 말았다.


잘나가다가 ‘사면’이라는 헛발을 차면서 정치적으로 최대 고비를 맞은 이 대표는 연일 ‘이익공유제’를 거론하며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그는 1월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로 많은 이익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논의하자”며 ‘이익공유제’를 들고 나왔다.


이 대표는 또한 “코로나 양극화를 막아야만 사회·경제적 통합이 이뤄지고, 사회·경제적 통합이 이뤄져야 국민 통합에 다가갈 수 있다”며 “코로나 양극화 대응은 주로 재정이 막는 것이 당연하나 민간의 연대와 협력으로 공동체 회복을 돕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코로나 호황 계층을 ‘코로나 승자’로 부르며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일부 선진 외국이 도입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강제하기 보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며 도입하는 방안을 당 정책위와 민주사회연구원이 시민사회 및 경영계 등과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익공유제에 대한 재계와 야당의 비판이 이어지자 이 대표는 “강제하기보다 민간의 자율적 선택으로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익공유제는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불황을 방치하지 않고 연대와 상생의 틀을 만들어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려는 보완적 방안”이라며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로 추진되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과 정부는 후원자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며 “자율적으로 이뤄진 상생협력의 결과에 세제 혜택이나 정책자금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팔길이 원칙’에 충실했으면 한다”며 이익공유제 참여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과연 이익공유제 등 대형 이슈로 ‘사면론 낙인’을 벗겨낼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한 ‘사면론 사태’로 진보성향 민심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라 이 대표의 지지율이 내리막길로 돌아서고 리더십도, 존재감도 회복 불능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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