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농산촌의 생태가치 높아졌다”

'농산촌 유토피아' 펴낸 농학자 현의송씨 “이제는 인간이 살기 위해 농산촌의 품에 안겨야 한다”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12/28 [11:15]

“코로나19 시대 농산촌의 생태가치 높아졌다”

'농산촌 유토피아' 펴낸 농학자 현의송씨 “이제는 인간이 살기 위해 농산촌의 품에 안겨야 한다”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12/28 [11:15]

코로나19 백신은 근본적 해결책 될 수 없어농산촌이 지닌 생태적 가치에 주목해야

앞으로 ICT 직원 일터는 바닷가출판사도방송국도 숲 속에서 운영할 수 있는 시대

 

▲ 농학자 현의송의 신간 '농산촌 유토피아를 아시나요' 표지.  © 농민신문사 제공


제주도 곶자왈이나 비자림 숲, 강원도나 경상도의 아름다운 산촌, 서해안이나 남해안의 적요한 바닷가 등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직원들의 일터가 될 수 있다. 출판사도, 방송국도 숲 속에서 운영할 수 있는 시대다. 이제는 인간이 살기 위해 농산촌의 품에 안겨야 한다.”

 

농과대학 졸업 후 농협중앙회 입사, 농민신문사 특파원과 사장을 역임한 농학자 현의송씨의 주장이다.

 

 

지금은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로 있는 그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지구촌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는 이때 농산촌이야말로 인류를 구할 귀중한 공간으로 주목한다. 그리고 코로나19로 농산촌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역설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이 꼽는 코로나19의 주범은 바로 우리, 21세기 인류다. 자연을 파괴해 도시를 넓히는 동안 야생동물은 서식지를 잃었고, 야생동물에 기생하던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쳐 새로운 숙주인 인간에게 달려들었다. 인류가 이뤄온 산업문명은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마스크를 낀 채 하루하루 견디며 힘겹게 깨닫는 중이다. 백신이 나온다고 끝이 아니다. 그 사이에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생기면 사태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제 거시적인 안목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하려면 지구 에너지의 약 70%를 사용하는 대도시가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 변화와 치유의 방향이 곧 농업과 농산촌 아니겠는가. 어떤 환경운동가는 코로나19는 지구촌에 보약이고 인간에게는 독약이라는 의미의 지약인균(地藥人菌)’이란 말을 썼다. 이 시대에 절묘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표현이다.”

 

농업 관련 저서와 번역서를 여러 권 펴낸 그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 백신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농산촌이 지닌 생태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청사진 제안

 

최근에는 이 같은 지론을 담은 책 <농산촌 유토피아를 아시나요>(농민신문사)를 펴냈고,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청사진을 제안한다. 농협중앙회 임원, 농민신문사 사장 등을 역임하며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해온 현씨는 인류사회가 농산촌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지구촌의 난제를 푸는 데 활용할 때가 됐다고 진단한다.

 

 

농산촌 유토피아는 말 그대로 농산촌에 건설한 인류의 이상향이다. 1차 산업이 영위되는 현실 공간인 농산촌(農山村)을 꿈의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아지랑이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유토피아(Utopia)를 현실 사회와 연결시키는 개념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농업이 인류사회의 중심적 산업이 된 이유는 농업의 생산성이 높아서가 아니다. 인류에게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문명을 건설하는 길을 열어왔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농업과 농촌이 가야 할 방향도 근대화의 상징인 규모화와 생산량 증대가 아니고, 새로운 지구촌 사회에 걸맞은 바람직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한 농산촌 유토피아2020년 초 이성희 농협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토피아와도 일맥상통한다. 우리 농산촌도 현실에서는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자연환경이 청정하며 복지수준이 높은 유럽이나 일본 등지의 생태도시처럼 될 수 있다는 것.

 

 

현씨는 자연과 인간이 친화적 관계를 만들어, 인간이 안식을 얻고 문명의 폐해를 멀리할 수 있는 곳으로 농산촌 유토피아를 제시하며, 이를 찾기 위한 관찰과 여정을 40여 편의 칼럼에 담아 책으로 엮었다.

 

농산촌의 가치 재발견 필요

 

먼저, 1농산촌 유토피아의 꿈에서는 농산촌이 지닌 원형적 아름다움과 공동체적 가치를 문명사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코로나1921세기 인류 문명에는 엄중한 경종이지만, 동시에 농산촌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지역 순환형 사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

 

 

특히 저자는 농토피아, 광암마을의 꿈이라는 글을 통해 고향 마을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농촌의 모습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2협동조합 복지사회 <쿱토피아>’에서는 미래사회 디자인을 위한 협동조합의 역할을 진지하게 탐색한다. 유엔은 2030년까지 도달해야 할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를 정하고 우리가 환경과 빈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최후의 세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할 조직이 상호배려와 지역사회 공현을 이념으로 하는 협동조합, 그중에서도 농협이다. ‘협동조합 복지사회, 쿱토피아편에서는 일본의 농협 현실에서 우리가 배울 점, 농민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위한 농협의 사명 등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3아름답고 살기 좋은 생태공동체는 국내의 대표적인 생태공동체 마을을 통해 농산촌유 토피아의 가능성을 엿본다. 충북 괴산 눈비산마을, 충남 홍성 문당리 등을 둘러본 저자는 ‘1차 산업과 함께 영위되는 건강한 생태사회의 재구축을 힘주어 말한다. 그래야 자연도, 마을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것.

 

 

오랜 역사 속에서 농업이 인류사회의 중심적 산업이 된 이유는 농업의 생산성이 높아서가 아니다. 인류에게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문명을 건설하는 길을 열어왔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농업과 농촌이 가야 할 방향도 근대화의 상징인 규모화와 생산량 증대가 아니고, 새로운 지구촌 사회에 걸맞은 바람직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는 것이다.”

 

농산촌 유토피아 앞당기는 실천법

4신토불이와 윤리소비 그리고 농산촌 유토피아는 농산촌 유토피아를 앞당기는 다양한 경제적 실천 방법을 살펴본다. 우리나라의 신토불이, 이와 비슷한 일본의 지산지소, 나라 안팎의 로컬푸드 운동과 윤리적 소비 등을 소개한다. 또한 일본 현지에서 보낸 여러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일본 농업계의 자성과 실천을 볼 수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배우고자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렇지만 주어진 환경과 접근 방법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일본의 잘사는 마을과 지역에는 어김없이 애향심 강하고 희생적인 지도자가 있다. 그 지도자는 지방행정의 공무원, 농협 직원, 교수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 지방행정의 공무원이 80%쯤 된다.”

 

 

5세계 농산촌 유토피아를 가다편에서는 저자가 취재한 각국의 사례를 엮었다. 스위스 알프스의 산촌농가, 이스라엘의 집단농장 키부츠, 일본의 생태공동체와 이를 이루어온 사람들의 노력을 다각도로 탐색한다. 이를 통해 현실의 농산촌을 이상적인 삶의 터전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농업농촌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1930년대 부터 농촌 유토피아 창조를 목표로 노력해온 일본 시호로농협의 사례는 농협이 지역 활성화 의 주축이 돼 농산촌유토피아를 만드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책에 실린 30점의 그림은 한국미술협회 회원인 저자가 직접 그린 작품이다. 제주 곶자왈에서 출근하는 의사, 원시림에서 재택근무 하는 IT 직원, 온갖 동물이 노니는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인근 풍경, 농업유산으로 지정된 다랭이밭과 둠벙 등에서 농산촌 유토피아를 향한 저자의 오랜 염원을 확인할 수 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포토뉴스
2월 둘째주 주간현대 1170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