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 판사 뒷조사 의혹…‘코트넷’에 판사들 울분 봇물

“도대체 어디 쓰려고 판사 개인정보 수집했나?”

옥성구(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0/12/11 [15:02]

윤석열 검찰 판사 뒷조사 의혹…‘코트넷’에 판사들 울분 봇물

“도대체 어디 쓰려고 판사 개인정보 수집했나?”

옥성구(뉴시스 기자) | 입력 : 2020/12/11 [15:02]

김성훈 부장판사 “판사 뒷조사 문건은 재판 독립성 침해할 위험”
이봉수 부장판사 “부정한 목적으로 활용할 의도 아니라면 수집 무의미”

 

▲ 사진은 대법원 전경.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혐의 중 하나로 거론된 ‘판사사찰 의혹’에 대해 현직 판사들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성훈(48)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12월4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현재 문제 되고 있는 판사 뒷조사 문건 관련 내용에 대해 침묵하면 안 될 것 같아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소속된 판사다. 그는 “판사 뒷조사 문건은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며 “이에 관해 논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중립성에 해가 되지 않으며, 더 큰 공익에 봉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단 판사 뒷조사 문건에서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 포함’이라는 것은 문서 작성자가 어떤 경위로 알게 된 것인지, 수사기록에서 불법적으로 온 것인지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내용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문건을 보면 그 자체로 문제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건 자체가 가진 위험성과 확장성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공소유지와 관련 없는, 때로는 공개되지 않는 개인정보까지 수사기관이 수집하면 피고인과의 당사자 대응 원칙이 훼손된다”며 “이것이 법관 개인에 대한 공격 빌미가 되면 법관의 중립성·공정성이란 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저는 재판 진행과 판결문 작성을 성실히 하는 것만으로도 그 숙명을 다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러나 재판의 공정성·중립성을 침해할 위기에 처했을 때 어쩔 수 없이 토론방에 글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현 상황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 또는 법원행정처의 적절한 의견 표명, 검찰의 책임 있는 해명,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적 조치 및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봉수(47) 창원지법 부장판사도 전날인 12월3일 ‘코트넷’에 글을 올려 “재판장에 대한 정보 수집은 가능하지만 그 주체는 공판 검사여야 하고, 정보 수집 범위도 공소유지에 필요한 최소한 정보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어 “재판장의 종교, 가족관계, 특정 연구회 가입 여부 등과 같은 사적인 정보는 공소유지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정보들”이라며 “도대체 이런 사적 정보들이 공소유지에 어떤 도움을 준다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사적 정보를 대검이라는 공공기관이 수집·보관하는 등 행위를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일부 검사들이 주장한 근거규정을 살펴봤으나, 판사 개인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는 근거 규정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은 논리와 증거로 판가름 나는 것이지, 판사 개인의 출신학교 등에 의해 결론이 좌우되지 않는다”면서 “도대체 어떻게 사용할 생각으로 판사 개인정보를 수집했고, 앞으로도 수집하겠다는 것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장판사는 나아가 “결국 판사에 대한 사적인 정보수집은 다른 부정한 목적을 위해 활용할 의도가 아니라면 이를 수집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지금까지 관행처럼 수집해 왔다면, 지금이라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12월7일 전국 법관 대표들이 모인 회의에 최근 논란이 됐던 검찰의 ‘판사사찰 의혹’ 대응안건이 상정됐으나 부결됐다. 정치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해 별다른 입장표명을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이날 회의에선 ‘윤석열 총장이 이와 관련한 재판을 행정법원에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여기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국법관대표회의 하반기 정기회의에 ‘판사사찰 의혹’에 대한 안건이 상정됐으나, 제시된 원안과 수정안 모두 표결 결과 부결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현안이 된 검찰의 법관 정보수집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해당 안건은 정치권의 논란이 법관에 대한 독립과 공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제안됐다.


안건을 찬성하는 측은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주체(수사정보정책관실)가 부적절하며,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 등 공판 절차와 무관하게 수집된 비공개 자료를 다루고 있어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주요 논지로 제시했다.


반대하는 측은 서울행정법원에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추가로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므로 해당 재판의 독립을 위해 전국법관대표회의 차원의 표명은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또 이에 관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장창국(53)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11월27일 전국법관대표회의 게시판에 “누구든지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려고 시도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이를 전국법관대표회의 안건 상정에 동의해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송경근(56) 청주지법 부장판사도 12월3일 ‘코트넷’에 대검찰청이 ‘판사사찰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한 감찰부를 상대로 역조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독재정권·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기시감이 든다”며 작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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