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가볼 만한 청정 여행지

‘삶의 쉼표’ 필요하다면 보석 같은 섬으로 가라!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0/11/20 [11:52]

11월에 가볼 만한 청정 여행지

‘삶의 쉼표’ 필요하다면 보석 같은 섬으로 가라!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0/11/20 [11:52]

코로나19 습격 이후 해외여행은 꿈도 꾸기 어려운 세상이 도래했다. 그러다 보니 여행에도 새로운 기준이 생겨났다. 안심하고 떠나는 비대면 여행, 자연과 가까워지는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유명 관광지와 숙박업소를 피하고, 그 대안으로 미지의 청정 여행지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누구의 간섭도, 재촉도 받지 않은 채 청정 자연 속에서 여행의 묘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친환경, 비대면 여행을 위해 11월에는 섬으로 떠나보길 권하고 있다. 싱그러운 해풍과 투명한 물빛, 다정스러운 둘레길이 있는 섬이 지금 당신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칼같이 지키면서도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만추의 낭만과 멋을 느낄 수 있는 곳, 아직 사람의 손길이 덜 탄 우리 섬 여행지 2곳을 소개한다.

 


 

아픈 역사 보듬은 정자에 서면 평화로운 풍경 펼쳐져 마음 따뜻
색색 타일로 꾸민 벽화골목 거닐면 발걸음 가볍고 콧노래 절로~


예술의 섬 장도 곳곳에 예술작품…걷기만 해도 미술관 관람한 듯
여유로운 ‘장도 코스’ 따라 섬이 품은 예쁜 숲길 걷는 재미 쏠쏠

 

1. 제주 추자도


추자도는 제주도에서 배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하는 섬 속의 섬이다. 총 42개 섬 가운데 상추자도와 하추차도를 비롯해 유인도가 4개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무인도다. 수려한 풍경과 독특한 생활 문화를 품은 보석 같은 섬, 추자도는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새로운 볼거리로 관광객을 맞고 있다. 11월에는 추자도의 문화 예술과 자연, 역사를 골고루 즐기는 섬 여행을 떠나보자.


추자항은 면사무소와 여러 행정기관이 자리한 섬의 중심지로, 여객선터미널 뒤쪽 골목을 따라가면 치유의언덕에 이른다. 바다 한가운데 있는 추자도에도 분단의 상처가 깊다. 언덕에 있는 반공탑은 1974년 일어난 간첩 사건 때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웠다. 김동원 작가가 그 옆에 낡은 정자를 단장해 아픈 역사를 보듬고 치유하기 위한 장소로 만들었다. 정자에 서면 평화로운 풍경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섬마을 골목은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대서리 벽화 골목은 푸른 바다로 채워진 동화 같은 공간이다. 춤을 추듯 일렁이는 파도를 따라 추자10경을 담은 벽화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골목 곳곳에 물이 귀한 시절에 쓰던 100년 넘은 우물이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영흥리에는 색색 타일로 꾸민 벽화 골목이 반긴다. 섬세한 손길로 표현한 바닷속 세상과 예쁜 꽃밭을 누비는 동안,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 색색 타일로 꾸민 영흥리 벽화 골목. 


대서리 후포해변에는 낡은 건물을 카페처럼 꾸민 후포갤러리가 있다. 이곳에서 11월20일까지 추자예술섬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의 ‘잠시 멈추자, 바람과 춤을 추자’전이 열린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갤러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수요일 휴관). 갤러리 주변 풍경도 한적하고 평화로워 또 다른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추자대교를 건너 묵리로 향하는 고갯길에 아름다운 바다와 작은 섬을 배경처럼 두른 포토존이 있으니 놓치지 말자. 시야가 맑은 날에는 바다 너머 수평선 위로 한라산이 보이는 명당이다.

 

▲ 추자도 묵리로 향하는 고갯길에 있는 포토존. 


언덕을 내려오면 언어유희를 즐기는 재미난 건물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홍지희 작가가 낡은 어촌계 창고를 소통의 장소로 바꾼 묵리 낱말고개다. 건물 안에 수많은 글자가 겹겹이 쌓였다. 추자도를 여행하는 느낌이나 의미 있는 문구를 만들어 외벽 글자판을 장식해보자. 글자의 바다에서 헤매다 보면 갖가지 낱말이 어우러지면서 뜻하지 않은 단어나 문장이 탄생하기도 한다.


신양2리에는 제주도와 추자도를 오가는 카페리가 닿는 신양항이 있다. 추자도에 차를 가져가려면 이곳을 거쳐야 한다. 광장에서 눈길을 끄는 ‘ㅊ자형’ 조형물은 하석홍 작가의 ‘춤추자’다. 추자도, 최고, 최영 장군, 참굴비 등 섬이 품은 다양한 의미를 담았다. 사람이 팔 벌리고 서 있는 큰 대(大)자로 보이기도 한다. 맞은편에는 옛 냉동 창고를 활용한 후풍갤러리가 곧 문을 열 예정이다.

 

▲ 신양항에서 만난 하석홍 작가의 ‘춤추자’. 


신양1리와 예초리는 신유박해와 관련한 숨은 역사를 간직한 마을이다. 정약용의 조카이자 신유박해 때 능지처사를 당한 황사영의 아내 정난주가 두 살배기 아들 황경한과 제주도로 유배 가는 도중, 죄인으로 살아갈 아들이 염려돼 추자도에 몰래 두고 떠났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황경한은 이곳에서 자라고 결혼해 자손을 낳으며 추자도의 황씨 입도조가 됐다. 신양리 산 언덕에 황경한의묘가 있으며, 여기서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절벽 바위에 눈물의십자가가 세워져 모자의 슬픈 이야기를 전한다.


추자도 여행은 버스와 택시를 이용하자. 추자항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추자도 여러 마을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수단이다. 배차 간격이 길지만, 시선이 닿는 곳마다 풍경이 아름답고 걷기도 좋아 마음이 절로 느긋해진다. 여럿이 여행한다면 택시나 승합차를 빌려 섬을 자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 면사무소 옆에 추자도여행자센터와 탐방객쉼터가 있다. 추자도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적어도 하룻밤 묵어가며 여행하는 게 좋다. 제주올레 18-1코스(추자도, 우정의길)를 완주하려면 1박 2일은 잡아야 한다. 지금 제철인 추자도 참조기도 꼭 맛보기를 권한다.


제주연안여객터미널 부근에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사라봉 중턱에 자리한 산지등대는 1916년에 처음 불을 밝혔다. 새하얀 등탑 2기가 나란한데, 옛 등탑이 노후화되면서 1999년에 새 등탑을 세웠다. 등탑에 오르면 제주항과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형 선박이 오가는 제주항은 언제나 분주하고 활기찬 모습이다. 여객선에서 울리는 기적이 여행에 대한 설렘을 부추긴다. 맑은 날에는 수평선을 따라 추자도는 물론, 완도에 속한 여서도까지 또렷이 보인다.


산지등대와 멀지 않은 거리에 두맹이골목이 있다. 골목마다 재미난 그림이 가득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말뚝박기와 가을 운동회 풍경이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백조 2마리가 하트를 그린 벽화 앞에서는 누구나 사랑스런 표정을 짓는다. 입술 모양 입체 조형물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 재미난 그림이 가득한 두맹이골목. 


제주목 관아(사적 380호)는 제주 시민이 정성과 진심을 모아 복원한 조선 시대 관아 건물이다. 제주도 정치와 문화, 행정의 중심지던 제주목 관아는 일제강점기에 헐리고 훼손됐지만, 복원 사업이 시작되면서 옛 모습을 회복했다. 복원된 관아 건물에 제주목역사관과 조선 시대 제주도의 생활상을 그린 탐라순력도체험관도 조성했다. 복원 사업 당시 제주 시민이 성금을 모아 기와 5만여 장을 기부한 미담이 마음을 더욱 훈훈하게 만든다.

 

<글·사진/정은주(여행작가)>

 

2. 전남 여수 장도


대한민국은 ‘섬 공화국’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섬은 유인도 472개를 포함해서 3300개가 넘는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앞선 세 곳이 섬나라임을 감안하면 대륙에 속한 나라 가운데 으뜸이다. 바다에 별처럼 떠 있는 섬 가운데 이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어디일까. 전남 여수 앞바다에 있는 장도를 떠올린 건, 이곳의 다른 이름이 ‘예술의 섬’이기 때문이다.

 

▲ ‘예술의 섬’ 장도에서 만난 최병수 작가의 ‘열솟대’. 


장도는 주민 사이에서 진섬으로 불린다. 지금도 주민들은 웅천친수공원과 장도를 잇는 노두를 ‘진섬다리’라 한다. 1930년 초 정채민씨 일가가 입도하면서 장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이 작은 섬에서 농사짓고 갯것 잡아 자식을 키웠다. 그 세월이 무려 80여 년이다.


소박하던 섬마을이 예술의 섬으로 거듭난 건, GS칼텍스가 사회공헌 프로젝트로 망마산과 장도를 연계한 예울마루를 조성한 결과다. 2012년 공연과 전시를 위한 복합 예술공간이 문을 연 데 이어, 2019년 장도가 예술의 섬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돌아왔다. 여행자에게 일상 속 쉼표가 될 예술의 섬, 장도는 그렇게 태어났다.


장도에 들어가려면 예나 지금이나 진섬다리를 건너야 한다. 주민들이 육지로 나오고 섬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던 노두다. 예전보다 세련되고 양옆에 가드레일이 생겼지만, 여전히 하루 두 번 바다에 잠긴다. 여행자는 불편하겠지만, 의도한 불편 덕분에 섬이 섬으로 남아 과거를 기억한다. 장도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활짝 열려 있다. 출입 시간은 하절기 06:00~22:00, 동절기 07:00~21:00(연중무휴), 만조에 따른 진섬다리 통제 시간은 예울마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섬은 섬이다. 짧은 진섬다리를 지나 장도에 발을 들이는 순간,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다. 육지에서 직선거리로 200미터 떨어진 곳이지만, 배 타고 바닷길 달려 만난 섬에 들어설 때처럼 설렌다. 그게 섬의 속성이다. 육지와 물리적인 거리는 말 그대로 거리일 뿐. 거리가 아무리 가까워도 섬은 섬이다.

 

▲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는 관람로. 


예술의 섬이라는 별칭처럼 장도 곳곳에 예술 작품이 많다. 산뜻하게 정비된 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만 해도 잘 꾸며진 미술관을 관람하고 나온 기분이 드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러니 이곳에선 산책보다 관람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지붕 없는 미술관’ 장도 관람은 섬 입구 안내센터에 들러 안내지도 한 장 드는 데서 시작한다.


장도 관람로는 3개 코스로 나뉜다. 길이에 따라 ‘빠른 코스’ ‘보통 코스’ ‘여유로운 코스’로 구분했지만, 해안선 길이가 1.85km인 자그마한 섬이라 별 의미가 없다. 걷다 보면 결국 전체 구간을 걷게 마련이다. 굳이 대표 코스를 꼽으라면 보통 코스와 빠른 코스를 연계해 돌아보기를 권한다. 이 코스를 따라가면 창작스튜디오가 있는 서쪽 해안로(보통 코스)를 지나 우물쉼터까지 이동한 뒤, 전망대와 장도전시관, 잔디광장 등 대표 스폿을 모두 거쳐 안내센터가 있는 장도 입구로 돌아온다.


바다를 보며 잠시 쉴 수 있는 허브정원과 다도해정원도 코스에 포함된다. 전망대로 가는 짧은 경사를 제외하면 평지나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고, 도로가 깔끔히 포장돼 보행 약자도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돌아볼 수 있다. 장도전시관 출입구에도 휠체어 이동에 불편을 줄 만한 장애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 섬 동쪽 숲을 지나는 여유로운 코스(둘레길)와 전망대 가는 길은 장도전시관 남쪽 입구 앞에서 갈린다. 여유로운 코스를 따라 섬이 품은 예쁜 숲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장도전시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월요일 휴관).


여수를 대표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이순신 장군이다. 장도에서 마주 보이는 망마산 너머에 여수 선소유적(사적 392호)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나대용 장군과 함께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곳이다. 거북선을 만들고 수리한 굴강, 대장간, 수군을 지휘하던 세검정 등이 남았다. 망마산 기슭 예울마을 공연장에서 여수 선소유적까지 잘 닦인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도 된다.

 

▲ 골목 따라 구석구석을 누비는 재미가 있는 고소천사벽화마을. 


고소천사벽화마을은 지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계기로 주민과 여수시가 합심해 조성한 공간이다. 진남관에서 고소동을 거쳐 여수해양공원까지 길이가 1004m에 이르러 붙은 이름이다.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와 허영만 화백의 작품 등을 볼 수 있는 벽화, 여수 통제이공 수군대첩비(보물 571호)와 타루비(보물 1288호)가 있는 고소대, 정오를 알리는 대포를 쏜 오포대 등 볼거리가 많다. 지금도 주민이 이용하는 골목 따라 구석구석을 누비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 어른 한 명이 간신히 지날 수 있는 향일암 해탈문. 


향일암(전남문화재자료 40호)은 여수 돌산도 남쪽 끝에 솟은 금오산 자락에 자리한다. 일출 명소로 알려진 향일암은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 양양 낙산사와 함께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 도량으로 꼽힌다. 1300여 년 전 원효대사가 원통암으로 창건한 뒤 고려 시대에는 금오암으로 불렸으며, 조선 시대 인묵대사가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을 담아 향일암이라 이름 지었다. 어른 한 명이 간신히 지날 수 있는 해탈문, 원효대사가 수행 정진한 좌선대 등이 남았다.

 

<글·사진/정철훈(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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