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부활 이끄는 오스모 벤스케 감독

“내 목표이자 꿈은 날마다 좋아지는 오케스트라”

이재훈(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0/11/20 [11:49]

서울시향 부활 이끄는 오스모 벤스케 감독

“내 목표이자 꿈은 날마다 좋아지는 오케스트라”

이재훈(뉴시스 기자) | 입력 : 2020/11/20 [11:49]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어떤 위험부담도 감수하지 않을 겁니다. 합창단 120명이 불러도 별일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위험 가능성이 있으면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베토벤 ‘합창’의 다른 버전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없더라.” 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67) 음악감독은 클래식 음악계 연말 대표 레퍼토리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연주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합창단 120여 명, 오케스트라 80여 명 등 200여 명이 필요한 이 곡을 연주할 것인가 말 것인가. 연주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200명 필요한 연말 대표곡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연주 놓고 고민
합창단 24명! 실내악처럼 실용적 접근…“그래도 멋있는 경험 될 것”
서울·미네소타 오가느라 자가격리 4번이나 했지만 긍정적 에너지 발산

 

지난 11월12일 오후 서울시향에서 만난 벤스케 음악감독은 “코로나19가 연말까지 사라지면 좋겠지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면서 편성을 축소한다고 예고했다.


벤스케 감독이 도움을 요청해 핀란드 작곡가 야코 쿠시스토(Jaakko Kuusisto)가 편곡 중인 이 소편성은 12월18~2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예정된 ‘2020 서울시향 마르쿠스 슈텐츠의 베토벤 합창 1·2·3’에서 경험할 수 있다.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가 지휘한다. ‘도이치그라모폰(DG) 전속 아티스트’ 소프라노 박혜상, 2019~2020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했던 테너 박승주(마리오 박), 경희대학교 교수이자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 빈 슈타츠오퍼의 전속가수 베이스 박종민 등 쟁쟁한 솔로이스트 4명을 내세웠다.

 

▲ 서울시향을 이끄는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 

 

실내악처럼 접근한 ‘합창곡’


대신 현악과 목관 편성도 줄인다. 특히 합창단의 경우는 최대 24명을 생각하고 있다. 벤스케 감독은 “야코 쿠시스토가 ‘합창’을 실내악처럼 접근하고 있다. 실용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멋있는 경험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베토벤 ‘합창’은 1824년 5월7일 오스트리아 빈의 케른트너토어 궁정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했다. 관현악, 성악이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곡이었다.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의 생애 마지막 교향곡이다.


들으면 누구나 아는 4악장 ‘환희의 송가’ 가사는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가 1785년에 지은 시에서 따왔다. 모든 인류의 우애를 찬양하는 내용을 담은 곡으로, 특히 코로나19로 엄혹해진 이 시기를 위로한다.


‘합창’ 4악장은 1985년 유럽연합(EU)의 공식 국가로 채택되기도 했다. 올해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비롯 유럽의 많은 오케스트라가 비대면으로 ‘환희의 송가’를 연주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냈던 이유다.


그렇다고 ‘합창’을 완전히 새롭게 편곡하는 것이 아닌, 원곡에 가깝게 느낌을 살리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벤스케 감독은 “하모니도 그렇고 원곡과 비슷하게 갈 것”이라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베토벤 시대와 가까운 형태가 되지 않을까”라고 귀띔했다.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 규모가 커진 것은 60~70년 전이다. 내가 서류상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악기들은 음역대의 폭이 좁았고, 쇠로 된 악기도 없었다. 그 당시와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더라도 당분간 소편성이 연주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는 오케스트라의 시즌도 통째로 바뀌었다. 원래 평범한 한 해를 보고 있다면, 이맘 때에 내년 시즌 프로그램이 발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 소편성 위주로 프로그램을 변경해온 서울시향은 대신 ‘합창’ 이전까지 프로그램만 내놓았다. 이 역시 기존 정기공연의 프로그램을 재편했다.


가장 먼저 11월2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2020 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3번’이 마련됐다. 벤스케 감독의 지휘로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제1번 고전적(Classical),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3번을 연주했다. 피아니스트 임주희가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협연했다.


11월27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릴 ‘2020 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의 로맨틱 세레나데’에서는 역시 벤스케 감독의 지휘로 드보르자크, 목관 악기를 위한 세레나데와 브람스 세레나데 제2번을 연주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이 베토벤의 로망스 1번과 2번을 연주한다.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도 겸하고 있는 벤스케 감독은 “이전에는 1년 시즌을 통째로 계획했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이 돌변하는 지금은 그렇게 하기 힘들다”면서 “서울시향과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모두 고민 끝에 3개월씩 프로그램 안내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 벤스케 감독은 최근 네 번째 자가격리를 끝내 총 8주 동안 자가격리를 했지만 “혈압 수치도 내려가고 머리 아픈 골칫거리도 줄었다”고 했다. 

 

서울시향 부활찬가 예고


벤스케 감독은 오랜 기간 음악감독 부재를 겪은 서울시향의 부활찬가를 예고한 인물이다. 특히 지난 2월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벤스케 감독의 서울시향 취임 연주회는 단원들과 함께 잘 해보자는 의지의 노래요, 청중에게는 파이팅 메시지로 통했다.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벤스케 감독은 코로나19 시대에도 그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네 번째 자가격리를 끝내 총 8주 동안 자가격리만 한 그는 “혈압 수치도 내려가고 머리 아픈 골칫거리도 줄었다”고 했다.


“꼭 음악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내 시간을 쓸 수 있게 됐다. 아내와 함께 요리를 하게 됐다. 클라리넷 연주도 열심히 해서(벤스케 감독은 클라리넷 연주자이기도 하다) 이전보다 더 실력이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작곡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져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서 시향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좀 더 본질적인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올해 1월 임기를 시작, 총 3년 임기 중 1년 가까이를 보낸 벤스케 감독은 “우리 오케스트라와 연주 자체에 신뢰가 쌓여 어떤 프로그램을 하든 청중이 믿고 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설립을 위해 애를 쓰겠다는 그는 “매일 좋아지는 오케스트라가 목표이자 꿈”이라고 했다.


“한국 음악 중에 좋은 것을 녹음하고 싶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해외공연도 많이 하고 싶다. 국내 순회공연도 중요하지만 해외 공연도 상당히 중요하다. 한국적인 요소를 가지고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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