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약 이야기

관절염·감기엔 ‘센 약’보다 ‘순한 약’이 좋은 이유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10/23 [11:53]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약 이야기

관절염·감기엔 ‘센 약’보다 ‘순한 약’이 좋은 이유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10/23 [11:53]

누구나 약을 먹는다. 병을 고치기 위해서든 단순히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서든, 자발적으로 혹은 비자발적으로 약을 먹는다. 우리가 인생에서 약을 먹는 시간을 어림잡는다면 약 성분을 분해할 수 있을 때부터 죽음을 앞두고 아무것도 삼키지 못할 때까지일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태어나서 고작 몇 달을 제외하고는 인생 전반을 약을 먹으며 살아간다.

 

그 긴 시간만큼 우리는 약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가진다. 어떤 약을 먹어야 할까? 화학 성분? 식물 성분? 바르는 약이 좋을까, 뿌리는 약이 좋을까? 텔레비전 광고나 인터넷 검색을 믿어도 될까? 심지어 이런 궁금증은 처방전을 받는 순간, 약을 입안에 털어 넣는 순간까지도 계속된다. 이 약을 먹어도 괜찮을까? 정말 효과가 좋을까?

 

독일의  약사이자 의학기자 디아나 헬프리히는 이러한 궁금증에 명쾌한 답변을 준다. 그의 책 <약,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지식너머)를 바탕으로 무분별한 정보에 휘둘리지 않는 올바른 의약 상식을 간추려 소개한다.

 


 

관절염·감기에 마땅한 치료 약 없어 몸에 부담 덜한 약 선택
바르는 약이 먹는 약보다 부작용이 덜하다는 사실 아시나요?
진통제는 일반적으로 1회 최대 용량 이상 복용하는 건 부적절

 

인후통 원인 90% 바이러스…항생제는 바이러스 잡는 데 도움 안 돼
유익만 주는 약도, 완벽한 처방도 없지만 질병·통증에 좋은 약 있어

 

우리는 아플 때마다 곧장 의사에게 달려가지는 않는다. 의사의 처방이나 진단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약국에서 직접 약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약을 얼마만큼 먹는 것이 좋은지, 약이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광고에서 많이 접하는 잘 알려진 약을 구입하는 것이 안전한지 등 약에 관해 체크해야 할 사항은 무수히 많고, 모르는 것투성이다.


“복용량이 많을수록 효과가 세다는 원칙은 진통제에도 적용될까? 그렇다. 하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면 복용한 약 성분은 체내에서 결합할 수 있는 모든 수용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후 복용하는 약은 부작용의 여지만 늘릴 뿐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1회 최대 용량 이상을 복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권장 용량보다 적게 복용해도 안 된다. 특정 용량 미만에서는 효과가 전혀 없거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

 

▲ 약이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광고에서 많이 접하는 잘 알려진 약을 구입하는 것이 안전한지 등 약에 관해 체크해야 할 사항은 무수히 많고, 모르는 것투성이다. <사진출처=Pixabay> 

 

매우 유익한 약의 비밀


약사이자 의학 기자인 디아나 헬프리히는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약,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를 통해 약사가 말해주지 않는 약의 비밀을 알려준다.


예를 들면, 우리가 자주 복용하는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같은 주요 진통제의 효능과 부작용, 정확한 용법과 용량을 알려준다. 이런 진통제는 일정 용량 이하에서 의사의 처방 없이도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그래서 우리는 통증을 느낄 때마다 쉽게 진통제를 구입한다. 기껏해야 열을 내리고 통증을 줄이는 데 심각한 부작용은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통제는 출혈량을 증가시키며 신장 질환이나 고혈압, 부종을 유발할 수 있다. 장기간 복용할 경우에는 통증 역치가 낮아져 작은 통증에도 고통스럽게 반응하고, 만성 두통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위험은 상당히 크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약을 판매하는 약국에서는 이 사실을 언급하지 않으며 약을 사는 우리조차 이런 사실에 무지하다.


디아나 헬프리히는 의사나 약사에게 약에 대한 궁금증을 마음껏 물어보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인터넷에 떠도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나 주변의 ‘카더라’라는 말에 무작정 휩쓸리는 사람들을 위해 그야말로 올바른 의약 상식을 조목조목 알려준다.


“일부 빨아 먹는 인후통약에는 타이로트리신(Tyrothricin)과 같은 국소에 작용하는 항생제가 함유되어 있다. 국소 작용 항생제는 위산에 의해 파괴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 약들은 면역력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작용 성분이 정확히 어떤 결과를 내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인후통 원인의 90퍼센트가 바이러스 감염인데 항생제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디클로로벤질알코올(Dichlorobenzyl Alcohol)이나 클로르헥시딘(Chlorhexidine)과 같은 작용 성분이 목구멍의 병원균을 사전에 약하게 만들어 바이러스 증식을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항바이러스 효과는 없다. 세균에 관해서도 보면 이 성분들은 병원균만 때려눕히는 게 아니라 입속 유익한 균도 같이 죽인다. 우리 목구멍을 침입자들로부터 방어하는 임무를 맡은 바로 그 유익한 균들을 말이다.”


디아나 헬프리히는 이렇듯 우리가 흔히 복용하는 약이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증상별로 안내하고, 우리가 스스로 약을 구입하고 복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약에 관한 기본 지식을 전달한다.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단 하나다. 우리의 건강상담사가 되어 필요한 의약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다. 약사나 의사를 찾기 전 사전 지식을 갖추고 올바르게 자기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말이다.


“사용 설명서를 그냥 덮어 두는 것도 좋은 생각이 아니다. 약품은 특별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정서적 동요를 피해가면서 약에 대한 중요한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다음은 사용 설명서를 쉽게 읽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다.

 

첫째, 약을 어떻게 복용해야 할지를 정확히 모르겠다면 곧장 ‘용법·용량’ 항목부터 읽자. 좌약을 잘못된 곳에 집어넣거나 녹여서 먹는 약을 꿀꺽 삼켜 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둘째, ‘다음 환자는 복용하지 마십시오’ 항목을 읽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항목은 해당 약 복용에 대한 모든 결격 사유를 알려주며 가급적 약을 복용을 하지 말라고 말한다.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하는 사람은 ‘상호 작용’ 항목도 읽어야 한다.”

 

좋기만 한 약이 있을까?


만약 우리가 관절염이나 감기에 마땅한 치료 약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통증 완화나 빠른 치료를 위해 ‘가장 센 약’을 찾기 전에 몸에 부담이 덜한 ‘순한 약’을 찾았을지 모른다. 바르는 약이 먹는 약보다 부작용이 덜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약을 먹자고 결심하기 전 아픈 부위에 연고나 겔을 발랐을 것이다. 변비 또한 마찬가지다. 변비를 해결할 다양한 약 종류,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일상 습관을 알았다면 만성 변비까지는 겪지 않았을 수 있다.


“위와 장 질환에 관한 약을 복용하려면 기능성 소화불량과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과민 대장 증후군일 때는 통증, 더부룩함, 팽만감, 설사, 변비 등이 따로 혹은 잇따라 나타난다. 기능성 소화 불량은 ‘얹혔다’는 표현처럼 상복부에 압력이 가해진다. 그래서 금방 배가 부르거나 뱃속이 꽉 찬 느낌이 들고 식욕 부진과 체증으로 이어진다.

 

이 두 질환이 서로 연관되어 한꺼번에 해결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증상 하나하나에 맞춰 일반의약품을 사용할 때도 많다. 이러한 증상을 줄이는 데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확실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공식적인 진료 지침도 과민 대장 증후군에 프로바이오틱스의 복용을 권장한다. 하지만 진료 지침 작성자들은 증상에 따라 프로바이오틱스가 나뉜다고 말한다.”


이런 설명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그러니 사람들은 광고에서 주워들은 약을 사거나 인터넷 정보를 뒤적일 수밖에. 하지만 그마저도 자신에게 딱 맞는 정보를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인터넷은 상반되는 정보투성이다. 그 정보가 제대로 검증을 받은 것인지, 어디에서 온 것인지 분명하지 않을 때도 많다.


그래서 디아나 헬프리히의 책은 정말 필요한 보편적인 의약 지식을 제공한다. 언급하는 질환도 통증, 감기, 소화 불량, 설사, 변비, 불면증, 화상, 헤르페스 등 아주 건강한 사람도 살면서 한두 번은 경험할 ‘일상 질환’들이다. 무조건 이 약이 좋다는 단편적이고 성급한 결론들이 아니라 신중하고 통찰력 있게 근거가 확실한 내용을 엮었다. 약을 복용하는 데 필요한 의약 지식 이외에도 약 사용 설명서를 읽는 법, 약 보관법과 폐기법 등 깨알 같은 팁들도 알려준다.


“피부 가려움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는 수분과 유분 둘 다 중요하다. 둘 중 하나가 빠지면 다른 하나도 소용이 없다. 건조한 피부를 관리하는 데는 수분 흡수가 중요하며 요소, 글리세롤, 히알루론산 등이 함유된 보습제가 모두 수분을 그 자리에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건조한 피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수분 지질막의 균열이다. 자생적 지방질로 구성된 이 얇디얇은 막은 본래 피부 위에서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는다. 가능한 많은 수분이 피부로 흡수되면 유분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수분이 머무르도록 도와준다. 유분과 수분의 이상적인 관계다.”

 

무슨 약이든 부작용 가능성


디아나 헬프리히는 “유익만을 주는 햇살 같은 약은 없고 완벽한 처방도 없다”면서도 하지만 “질병과 통증에 좋은 약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수십 년간 의학 기자와 약사로 쌓은 지식과 경험을 맘껏 풀어놓는다.


“플라세보 집단에서 약 처방 없이도 무좀이 사라진 사례가 있긴 하다. 하지만 나는 주변에서 그런 식으로 무좀 박멸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무좀에 흔히 쓰이는 크림의 효과가 매우 뛰어나서, 대부분은 그 크림을 한 번 바르면 그 직후부터 한결 나은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문제가 된다. 눈에 띄는 증상이 자취를 감춘 동안 보이지 않는 무좀 포자는 더욱 강인해진다. 그래서 의학자들은 (무좀이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 임상적 치료와 (병원균이 박멸되는) 세균학적 치료를 구분한다.

 

무좀이 완전히 나으려면 무조건 약에 동봉된 사용 설명서의 지시를 엄격하게 지키며 정해진 기간 동안 꾸준히 크림을 바르거나 물약을 뿌리거나 가루를 뿌려야 한다. 제형은 자신의 발에 가장 편한 것을 고르면 된다. 건조한 피부에는 크림이 효과가 좋다. 가볍게 진정 작용을 하는 겔과 용액도 있다.”


“잠 듯 들어 밤마다 뒤척이는 사람의 경우 수면제를 먹는 것이 합당하고 도움이 되는 절대적인 상황도 있다. 수면제에 엄청난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밤에 잠을 얼마나 설치든, 그래서 생활에 얼마나 큰 지장을 입든 상관없이 수면제 복용 자체를 고려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면 장애는 사람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할 뿐 아니라, 그로 인해 다른 질병이 연쇄적으로 몰려올 위험을 증가시킨다. 수면 부족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우울증에 걸리기 쉽게 만든다. 또한 어떤 종류의 암은 만성 수면 장애 환자들 사이에서 발병률이 더 높다. 잠이 부족하면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증가한다. 이러한 수면 장애의 위험을 수면제로 예방할 수 있다.”


모든 질병에 딱 맞는 약은 없다. 반면, 알레르기나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은 무슨 약이든 있다. 그것이 설령 인체나 자연에서 유래한 성분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작용은 최대한 적으면서 통증과 질병에 좋은 약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디아나 헬프리히의 책은 우리가 필요할 때 안심하고 손을 뻗을 수 있는 든든한 약 사용 설명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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