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앞둔 9월16일 판문점을 찾아가 “남북 합의 이행을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 장관은 “자유의 집에서 군정위 회의실을 거쳐서 기념식수 장소까지 판문점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여러 마음이 생긴다”면서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기념해야 할 의미 있는 이 시간에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고, 또 남북의 시간이 멈추면서 저와 여러분들만 있는 점이 많이 아쉽다”는 소회도 털어놨다.
이 장관은 이어 “하지만 둘러보면 판문점 여기저기에 평화를 향한 남북정상의 노력이 서려있고, 그 족적이 참으로 많이 남아 있다”면서 “‘분단의 공간’이었던 공동경비구역에는 비무장한 남북 군인들이 서 있고, 두 정상이 심은 나무도 온전히 뿌리를 내렸다”고 전했다.
판문점 견학&DMZ 평화의 길 재개 ‘작은 교역’ 방침 거듭 확인
“남북의 시간 재개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노력 계속돼야 한다”
▲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앞둔 9월16일 판문점을 찾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 정상 기념식수 장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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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9월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판문점을 방문해 남북 민간 차원의 물물교환인 ‘작은 교역’ 추진 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코로나19 완화 시 판문점 견학과 DMZ 평화의 길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등 합의 이행을 평가하면서 이산가족 화상 상봉 및 영상편지 교환, 수해 지원 의사를 띄웠다.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앞둔 9월16일 판문점을 찾은 이 장관은 “9·19 남북공동선언에서는 남과 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한 바 있다”며 “(비핵화는) 북미가 풀어나가야 하지만 남북이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할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이 장관은 판문점 자유의 집,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등을 돌아본 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기념식수를 한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며 이같이 밝혔다.
“작은 접근부터 진행해 나갈 것”
이 장관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 9·19 군사합의 성과를 언급하며 “2017년 한반도에서 전쟁을 이야기하던 일촉즉발의 상황에 비하면 지금은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국민들께서 평화를 체감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런 점에서 남북 정상의 역사적 결단과 합의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도 우리는 합의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상호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 남북간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입법 과정을 통해 대북전단 문제를 풀고 있고,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여러 제반사항을 고려해 조정해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한 “북측도 나름대로 합의를 준수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분명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한 것은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물론 9·19 남북공동선언이 군사적 분야에 한정돼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측 지도자의 결단을 완성하고 남북의 시간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공동의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남북이 당장 할 수 있는 인도적 분야와 교류협력 분야의 작은 접근부터 진행해 나가려 한다”며 “코로나 상황이 완화된다면 10월부터라도 판문점 견학과 DMZ 평화의 길을 신속하게 재개할 것이며, 판문점에서 소규모 이산가족 상봉도 제의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건의료, 방역협력, 기후환경 분야의 인도협력은 한미 간의 소통을 바탕으로 정세와 관계없이 연간 일정 규모로 지속돼야 남북미가 상호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포함한 협의 채널이 복원되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끝으로 우리 측에 발생한 수해 피해만큼 북측에 발생한 피해도 안타깝게 생각하며 적절한 계기에 상호 간에 연대와 협력을 구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추석 전 이산가족 상봉 추진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금강산이나 판문점을 통해 상봉이 이뤄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많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화상상봉을 하거나 영상편지를 주고받을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북측에서 호응만 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답하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대북 수해 지원 계획에 대해선 “우선 북측에서 수해나 태풍 피해 복구를 자력으로 할 의지가 강해 보이고, 그 부분은 그 부분대로 존중해야한다”며 “그러나 농작물 작황이 달라져 생길 어려움을 봐가면서, 국제사회와 협력·공조하며 도움이 될 방법이 있으면 서로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남북간 물물교환 방식의 ‘작은 교역’ 추진 의지도 거듭 확인했다. 그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것보다는 작은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작은 접근을 통해 협력의 공간을 확대해나가면 다시 또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작은 교역의 진척이 더딘 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제재 상황을 고려할 부분이 있고, 교역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서 구체화될 수 있다”며 검토 과정이 더 필요함을 시사했다.
이 장관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 복안이 있냐는 질문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을 통해서 각자 마음속에 있는 조금은 아쉽고 섭섭한 마음을 어느 시점에는 털어내고 평화와 통일을 향해서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가는 결단을 해야 한다”며 “저는 그 시간이 임박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판문점 자유의 집 남북직통전화실의 우리 측 연락관은 매주 화·목요일 북측에 호출을 하고 있지만 응답이 없다고 이 장관에게 설명했다. 기계실간 남북 통신선을 확인하기 위해 매주 홀수일에 보내는 신호에도 북측은 답하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은 “언젠가 대화가 복원되는 시점에 대비해 기계 상태 점검을 좀 더 확실히 하라“고 당부했다.
▲ 9월16일 판문점을 방문한 이인영 장관이 도보다리를 돌아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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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경색 타개책 모색
이인영 장관은 9월17일 전직 통일부 장관 10명과 만찬 간담회를 갖고 남북관계 경색 타개 방안도 모색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전직 통일부 장관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는 것.
이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남북관계 현안과 대북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전직 장관들의 의견을 들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장관은 민간 차원의 교류·교역과 인도협력을 통해 남북 간의 신뢰를 형성하고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강조해왔고, 관련 정책 구상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전직 장관들은 재임 시절 또는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에 기반해 현 남북관계를 진단하고 이 장관에게 정책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장관 제의로 성사된 간담회에는 손재식·이세기·이홍구·강인덕·임동원·박재규·정세현·이재정·홍용표 등 전직 통일부 장관 10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2018년 남북 대화 국면을 이끈 조명균 전 장관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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