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 문희’ 히어로 이희준 유쾌한 인터뷰

“연기는 늘 새롭고 가장 재미있는 일”

강진아(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0/09/11 [13:51]

영화 ‘오! 문희’ 히어로 이희준 유쾌한 인터뷰

“연기는 늘 새롭고 가장 재미있는 일”

강진아(뉴시스 기자) | 입력 : 2020/09/11 [13:51]

치매 어머니 모시고 딸 챙기는 두원 역 맡아 능청스런 연기 변신
“나문희 선생님처럼 캐릭터가 심장에 훅 들어오는 연기 하고 싶다”

 

▲ 영화 ‘오! 문희’에서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에 불같은 성격의 ‘황두원’으로 변신한 배우 이희준. 

 

“처음엔 ‘두원’이란 인물을 얕봤던 것 같아요. 하지만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모시고, 어린 딸을 챙기고, 회사도 다니고. 문득 ‘아, 대단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상의 영웅으로 느껴졌죠.”


배우 이희준이 영화 <오! 문희>로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에 불같은 성격의 ‘황두원’으로 변신했다.


지난 1월 말 개봉한 전작 <남산의 부장들>에서 보여준 강렬함과 달리 투박하지만 푸근한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남자다.


이번 영화는 이희준의 스크린 첫 주연작이다. 그는 지난 9월4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극을 끝까지 끌고 가는 역할이어서 어깨가 무거웠다”며 “‘주연이라는 게 외롭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주연 배우로서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남산의 부장들> <미쓰백> <1987> <최악의 하루> 등 모두 항상 주연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남산의 부장들> 때는 이병헌·이성민·곽도원 선배가 있었기에 제 것만 충실히 해내면 선배들이 다 받아주고 놀이처럼 즐겁고 편하게 할 수 있었죠. 이번에는 혼자 끌어가야 하는 장면이 많아 무게감과 책임감을 느꼈죠.”


<오! 문희>는 먼저 시나리오로 읽어보니 내용도 흥미로웠고,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상대역이 배우 나문희였기에 안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영화 <오! 문희>는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 엄니 문희(나문희 분)와 물불 안 가리는 무대뽀 아들 두원이 범인을 잡기 위해 펼치는 좌충우돌 농촌 수사극이다. 평화로운 충청도 금산을 배경으로 두원은 기억이 깜박깜박하는 엄니 문희와 함께 단서를 하나하나 찾으며 딸 보미(이진주 분)의 뺑소니 범인을 잡으러 나선다.


이희준도 아기 아빠다. 그는 “아직 9개월 된 아이를 돌보는 것도 너무 힘든데, 두원은 6살 난 딸을 키우고 어머니까지 돌보는 상황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처음엔 두원이란 인물을 얕봤다.
“초반에 금산의 두원 집에서 촬영하다가 잠깐 낮잠이 들었어요. 막 깨어나 보니 꿈이 실제같고, ‘아, 이게 실제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었죠. 어떻게 이 사람이 버티고 있나 존경스러웠고, 미안해졌어요. 그렇게 극을 보는 눈이 달라졌죠. 이 인물이 3차 세계대전을 막는 역할은 아니지만, 그만큼 엄마와 딸을 지켜내는 일상의 중요한 영웅이라고 생각했죠.”


이희준은 엄니 문희 역을 맡은 나문희와 ‘모자(母子)’로 찰떡 호흡을 보여준다. 그는 “나문희 선생님은 끝까지 높임말을 쓰면서 할 말은 다 하신다”고 웃으며 첫 대본 연습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촬영 전 처음 리딩을 하는데 첫 대사가 ‘엄니’를 부르며 말하는 내용이었는데, 선생님이 ‘희준씨 좀 더 맛있게 해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엄니’ 대사만 한 30번 한 것 같아요.”


그는 “선생님이 원하는 걸 한 번에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바로 말해줘서 참 좋았다”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첫 촬영 후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 나문희에게 ‘희준씨, 연기 너무 잘한다. 마음대로 해봐’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당황스러운 한편 기뻤다”고 웃음을 보였다.


촬영 전 배역 관련 상황이나 사람을 직접 경험하는 걸 즐긴다고 했다. 이번에도 정세교 감독과 이야기하던 중 논산의 한 집을 촬영 장소 후보로 봐뒀다는 소리에 곧바로 내려가 하룻밤을 묵으며 충청도 사투리와 일상을 관찰했다.


그는 “아저씨의 순수한 모습에 ‘두원’에 대한 영감을 많이 받았고 큰 도움이 됐다”면서 “회사에서는 혼자 다니니까 위험하다고 걱정하지만, 실제 사람들을 본다는 게 연기에 자극이 되고 즐겁다. 일반 회사원이라면 만날 일이 없을 사람들을 만나고, 나문희 선생님처럼 80세쯤 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희준은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안방극장과 스크린에 진출했다. 단역과 조연을 주로 맡다가 지난 2012년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인기를 끌었다.


“한때는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더 잘할 수 있는데, 왜 다른 친구들이 더 빠를까. 나는 왜 이렇게 길을 돌아가나.’ 가끔 답답함도 느꼈지만 그게 제 성향이고 인생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받아들이게 됐고, 편해졌죠. 열심히 하다 보니 <오! 문희> 영화도 만났죠. 계획을 미리 세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만나는 좋은 작품들을 하나하나 즐겁게 하는 거죠.”


작품을 선택할 때 특별한 기준은 없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이희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배우 이성민과 함께 출연하는 영화 <핸섬 가이즈> 촬영도 앞두고 있다.


이희준은 “딱히 기준은 없고 대본을 보고 가슴이 뛰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면 한다”며 “최근에는 저예산의 고봉수라는 괴짜 감독의 <델타 보이즈>란 영화를 재미있게 봤고, 지난주에 그 감독과 실제 촬영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건 설득을 해서라도 하는 편이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59년 연기 인생의 나문희처럼 계속 연기를 할 것이냐고 묻자 “내가 싫증도 잘 내는 스타일인데 연기는 계속 재미있다”며 “다른 사람을 계속 연기로 표현하다 보니 늘 새로운 일인 것 같다”고 답했다.


“그 사람(캐릭터)의 고민과 눈물, 고통과 스트레스 등 무슨 생각을 할까 고민을 하죠. 지금도 연기가 어렵지만, 늘 새롭고 재미있어요. 나문희 선생님을 보면 본능적으로 캐릭터가 마음에, 심장에 훅 들어오는 느낌이 있어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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