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백서 내는 미래통합당 ‘박근혜 딜레마’ 빠진 내막

김종인 ‘무릎 꿇고’ 사과…이번엔 탄핵의 강 건너려나?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8/14 [16:27]

총선백서 내는 미래통합당 ‘박근혜 딜레마’ 빠진 내막

김종인 ‘무릎 꿇고’ 사과…이번엔 탄핵의 강 건너려나?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8/14 [16:27]

4월 총선 참패 후 변화를 선언했던 미래통합당이 다시 ‘박근혜 딜레마’에 빠진 양상이다. 야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지면서 동시에 유산(遺産)으로 남아 있는 탄핵 논란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통합당은 4·15 총선 참패 원인을 진단한 총선백서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당의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은 점이 패인 중 하나로 판단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탄핵 사태에 대한 당의 모호한 입장을 짚고 넘어가는 차원에서 사과를 포함한 별도 입장 표명을 검토하는 등 ‘박근혜 흔적’ 지우기에 고심하고 있다.

 

반면 친박(친박근혜)계 출신 일부 의원들이 광복절을 앞두고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요구하는 등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4년째 ‘박근혜 탄핵’을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앙금이 쌓였던 통합당이 이번에는 ‘탄핵의 강’을 제대로 건널 수 있을까?

 


 

‘황교안 시절’ 아스팔트 세력과 손잡고 탄핵 부정하다 총선 패배
‘탄핵 사과’ 포함 진지한 박근혜 흔적 지우기 모색하며 중도 공략
친박계 의원들은 ‘박근혜 특별사면’ 요구하는 등 결 다른 목소리도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무릎 꿇는 사과도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미래통합당에 추월당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온 가운데 야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이 붙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당한 2017년 3월 이후, 새로운 당 지도부가 들어설 때마다 박근혜 유산 정리는 지도부 최대 과제로 꼽혀왔다. 그때마다 ‘박근혜 탄핵 끝장 토론’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한 번도 제대로 정리된 적이 없다.


이런 가운데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무릎 꿇는 사과도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8월12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한 당 지도부 차원의 공개 사과를 검토 중인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 회의나 비공개 석상에서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잇단 불미스런 과오에 대해 당 차원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당 관계자들이 이날 전했다.


김 위원장은 8월 비대위 산하 총선백서 제작특위로부터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탄핵에 대한 당의 입장 정리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총선 패인으로 지적한 것에 공감을 표하고 당이 사과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직접 무릎 꿇는’ 사과를 할 의향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총선 백서특위 임명장 수여식 직후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정확한 처방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총선 참패 원인 중 하나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의 명확한 입장표명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탄핵이 옳았냐, 그르냐를 떠나서, 어쨌든 탄핵이 됐으므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발언의 바탕에는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진심으로 사과한 적이 없었다. 진심 어린 반성이 결여된 채로 차일피일 미뤄왔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 위원장은 최근 당 회의와 비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당 차원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통합당 비대위원은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취임 초부터 일관되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당의 입장이나 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며 “어떤 형식이 될지는 모르지만 사실상 입장 표명이라는 건 사과를 의미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입장 표명 시점은 아직 미정인 상태지만 취임 100일 무렵 호남에서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담기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생각은 어쨌든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서 저희 당 차원에서 진솔한 반성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국민의 뜻은 받들어야 한다, 저희가 과거에 대한 분명한 사과나 이 같은 마음을 보여드리지 못한다면 미래를 얘기할 수 없다, 그런 원론적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사과 시기나 형식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모른다”며 “언젠가 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통합당이 다시 ‘박근혜 딜레마’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당의 ‘박근혜 청산 작업’은 당의 비호감도와 직결된다. 탄핵 사태가 지난 지 3년이 넘었고 그 사이 당명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으로 여러 번 당 간판도 바꿨지만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까지 내리 연패했다. 이 같은 악순환의 주된 원인으로 여전히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탄핵당’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례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통합당 지지율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이탈한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하진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여전히 당에 대한 국민들의 비호감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옛 친박계 인사를 중심으로 ‘박근혜 사면론’이 득세하고 있다.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8월1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을 8·15 특사로 사면해줄 것을 요청했다.


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는 8·15 광복절에는 ‘분열의 상징’으로 변해버린 광화문 광장을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복원시켜 달라”며 이같이 요청했다.


윤 의원은 이어 “관용의 리더십은 광화문 광장을 분열의 상징에서 통합의 상징으로 승화시키는 것이고 그 첩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그것을 해결할 분은 문 대통령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감당한 형틀은 정치적·인도적으로 지극히 무거웠고, 이미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긴 40개월째 수감생활을 이어오고 있다”며 “용서와 화해만이 촛불과 태극기를 더 이상 ‘적’이 아닌 ‘우리’로 만들 수 있으며 그 용서와 화해는 ‘관용의 리더십’으로 대통령께서 통 큰 결단을 내려주시길 거듭 당부 드린다”고 했다.


윤 의원은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캠프 공보단장으로 활동한 데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정무특보를 맡은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친박근혜계 출신인 박대출 의원도 8월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1234일, 올해 광복절이 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만큼의 수형일수를 채우게 된다. 이번 광복절을 넘기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사면은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국민들에게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사면을 촉구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광복절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로 알려진다. 박 전 대통령의 형(刑)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어서 사면을 검토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는 반응이다.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 사면 논란이 불거지자,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면서 속도를 내고 있는 통합당의 ‘좌클릭’에 반감을 가진 전통 지지층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요구임에도 야권에서 ‘화해와 통합’을 명분으로 사면을 요구한 배경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을 선뜻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제 하에 반문(반문재인) 세력 결집을 노린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김종인 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통합당 지도부는 최근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특별사면을 요구할 계획이 없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서는 정권 교체를 위해 필요한 외연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8월13일자 보도에 따르면 주호영 원내대표도 “광복절에 박근혜 사면 요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는 것.


이 매체는 주 원내대표가 “통화에서 ‘이번 광복절에 특별사면을 요구하겠다는 그런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고 전하면서 “그는 친박(친박근혜)계인 같은 당 박대출 의원과 원조 친박인 무소속 윤상현 의원이 최근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공개 요구한 것에 대해 ‘개인 의견이지 당과 상의해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주 원내대표의 이 같은 인식은 지난 5월 “대통령마다 예외 없이 불행해지는 대통령의 비극이 이제는 끝나야 하지 않겠느냐”며 박 전 대통령 사면의 필요성을 내비쳤던 것과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통합당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 사면 논란이 불거지는 것과 관련해 손해 볼 게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과거 친박 대 비박 갈등을 일으키는 단골 소재였던 것과 달리, 지금은 탄핵에 대한 과오를 인정하고 사면을 요구하는 측면에서 오히려 해묵은 논란을 종결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박계 한 중진의원은 “박근혜 탄핵에 대한 과오를 사과하는 것과 사면을 요구하는 것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탄핵에 대해 사과하겠다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린 게 아닌가. 과거에 대통령을 구속해도 단면을 한 전례가 있고 또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오래 수감돼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중진의원은 “국민통합 차원에서도 사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 역시 박근혜 사면을 찬성한다”며 “다만 친박계 일부 의원들이 사면을 요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한테 잘못이 없다거나 무죄 석방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사면 자체가 죄를 인정하니 풀어달라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통합당이 이렇듯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이른바 아스팔트 세력과 손을 잡고 탄핵을 부정하던 입장과는 달리 진지한 사과를 모색하며 중도 공략에 나서자 더불어민주당은 긴장한 듯 공식적으로는 날선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도전한 소병훈 민주당 의원이 개인적인 의견으로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을 뿐이다.


친박계의 박근혜 전 대통령 광복절 특별사면 요구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은 반면 정의당은 “말이 안 되는 소리 그만두기 바란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8월11일 오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은 이미 뇌물수수,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등 수많은 죄목으로 대법원에서 형 확정판결을 받았거나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범죄들이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다”라며 “국민들로부터 큰 지탄을 받아 물러났고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받은 사람을 단지 전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사면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사면 주장은 대한민국 비리 특권세력에 대해 문 대통령이 알아서 모두 사면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만약 윤 의원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확고한 신념으로 갖고 있다면 광화문에서 최순실, 김기춘, 이재용 사면을 먼저 외쳐보기 바란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윤 의원에게 답을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이 평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누나로 부르며 친했던 모양”이라며 “공과 사를 구분하기 바라며 말도 안 되는 사면주장은 거둬들이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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