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뮤지컬 돌아온 전미도

“김혜자·나문희 선생님처럼 계속 연기하고 싶다”

이재훈(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0/08/14 [15:14]

3년 만에 뮤지컬 돌아온 전미도

“김혜자·나문희 선생님처럼 계속 연기하고 싶다”

이재훈(뉴시스 기자) | 입력 : 2020/08/14 [15:14]

‘어쩌면 해피엔딩’ 클레어 역…관객 불러모아 ‘전미도 신드롬’
“채송화와 달리 클레어는 ‘깨방정’…공연 찾은 새 관객에 감사”

 

▲ 3년 만에 다시 뮤지컬 무대에 오른 배우 전미도. 

 

최근 대학로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말이 있다. ‘전미도 효과’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학로가 침체된 가운데 전미도가 3년 만에 다시 출연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관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미도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7월29일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준에 따르면 6월30일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개막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7월27일까지 35회 공연으로 관객 1만1250여 명을 끌어들였다. 해당 공연장은 400석가량이니, 회당 320명으로 80% 객석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미도가 출연하는 회차는 모두 매진으로, 다른 회차 좌석점유율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한 그녀는 이미 대학로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극단 맨씨어터 소속으로 연극에도 자주 출연하며 2017년과 2018년 국내 최대 뮤지컬 시상식인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2년 연속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드문 상황의 주인공이다.

 


올해 상반기 드라마 데뷔작인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따뜻한 의사 ‘채송화’ 역을 맡아 더 많은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배우를 꿈꾸는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던 그녀가 의사 역을 얼마나 잘 소화했는지, 의사를 꿈꾸는 젊은 층이 그녀를 롤모델로 삼고 있을 정도다. 채송화가 마치 실존 인물인 양 여기는 것이다.


그런 전미도가 <슬기로운 의사생활> 차기작으로 <어쩌면 해피엔딩>을 선택했을 때, 기존 공연 마니아 관객뿐만 대학로를 처음 여행하는 관객들도 이 작품에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오페라나 종교극 따위에서 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인 레치타티보를 뮤지컬에도 적용시킬 정도로 노래를 자연스럽게 하는 뮤지컬 배우로서 연기하는 클레어, 음치인 채송화의 간극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오가는 전미도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났다.


전미도는 드라마 팬들이 유튜브 등에 남아 있는 뮤지컬 활동 기록을 보게 되면 부끄럽다고 했다. “못한 것도 많으니까요. 상도 받은 배우인데 막상 보니 ‘이 정도야’라고 하실까봐 걱정이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전미도의 기우였다. “유튜브 자료를 찾아보다가 뮤지컬에 빠져서 공연을 보시러 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다행히 순기능인 거죠. 새로운 관객분들이 공연을 보러 오신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뻐요”라며 설렜다.


사실 전미도는 드라마 데뷔 직전 걱정을 많이 했다. 일반 대중에게는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그가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등 유명 배우와 함께 나란히 주연을 맡았을 때 일부에서 의아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로 마니아 관객들이 지원군을 자처했고, 전미도는 당연하게도 모두의 예상대로 호연하며 대다수의 시청자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최근에는 전미도와 함께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99즈로 묶이는 멤버들이 모두 같은 날 <어쩌면 해피엔딩>을 보러 와 대학로가 들썩이기도 했다.


“(차분하고 지적인) 채송화와 달리 클레어가 ‘깨방정’이 많잖아요. 어떻게 볼 지 너무 궁금하고 걱정했는데 네 명 모두 다 재미있게 봤다고 해서 감사했어요. 정경호, 김대명 배우는 눈물도 흘렸어요, 하하. 네 배우가 한 날짜에 맞춰서 보러 오기가 힘든데, 친구로 같이 지낸 시간이 가짜는 아니라는 걸 느껴서 좋았죠.”


전미도는 <어쩌면 해피엔딩>이 2015년 프로젝트 박스 시야에서 트라이아웃 공연했을 때부터 멤버였다. 2016년 초연과 이듬해 앙코르 공연에도 출연했다.


사람과 완전하게 흡사하게 생긴, 그러나 구형이 돼 버려진 채 외롭게 살아가는 두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주인공. 특히 전미도는 사랑스럽지만 조금은 시니컬한 클레어를 제 옷 입은 것처럼 소화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더 클레어 색깔이 따뜻해진 것처럼 보인다.


전미도는 “초연 때는 로봇보다 사람에 가깝게 연기했어요. 이번에는 좀 더 로봇에 초점을 맞추고, 점점 더 심플하게 연기했어요. 그러다보니,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올리버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과정에서 좀 더 긍정적이고 쾌활하고 적극적으로 변하더군요”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전미도와 함께 클레어를 나눠 연기하는 강혜인과 한재아를 비롯 대학로를 기반으로 하는 후배들 중 열 명 중 아홉 명은 전미도를 롤모델로 꼽는다.


전미도는 “클레어가 사실 어려운 역이에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같이 고민하려고 노력을 해요. 혜인 배우와 재아 배우는 태도가 좋아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요. 혜인 씨가 종이컵 실전화를 받을 때 툭툭 치는 동작은 제가 따라하기도 하죠. 표현할 때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어릴 때의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서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해요”라고 전했다.


“후배들에게 ‘너의 감정 상태는 내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해요. 예를 들어서 제가 감히 옥주현 언니가 노래하는 것처럼 하기를 바라는 건 말도 안 되죠. 비교를 하지 않고 자기 것을 찾아가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이야기를 해줘요.”


드라마로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졌지만 공연 마니아라면, 전미도가 공연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그녀가 무대를 얼마나 사랑하는 줄 알기 때문이다. 전미도 역시 “공연은 계속 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공연에 막 관심을 가진 분들이 다른 캐스트로 공연을 보고, 대학로의 다른 작품도 보게 되거든요. 그렇게 공연 문화에 들어오기를 바라요. 특히 <어쩌면 해피엔딩>은 공연을 처음 보는 분들에게 정말 맞는 작품이죠. 다양한 이야기를 갖고 있고, 다양한 배우들이 있고, 많은 분들이 공연 문화를 접했으면 해요.”


순수함을 잃지 않으며 ‘해피엔딩’을 꿈꾸는 전미도는 “제가 노년에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해요. 김혜자, 나문희 선생님처럼 계속 연기를 해나가고 싶어요“라고 바랐다.


전미도는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드물다. 첫사랑의 풋풋함을 다시 재현하지 못할까봐 <번지점프를 하다>에 다시 출연하기를 고민하는 것처럼 매번 새로운 모습,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신중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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