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대법관 ‘사법농단 재판’ 증언

“당시 법원행정처로부터 관련 문건 받았다”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0/08/14 [12:42]

이동원 대법관 ‘사법농단 재판’ 증언

“당시 법원행정처로부터 관련 문건 받았다”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0/08/14 [12:42]

“이민걸에 문건 받아 검토는 했다” “참고될까 봤지만 판결에 반영 안 해”
“유쾌하진 않지만 좋은 재판 기대”…당시 부심판사도 “독립된 판결” 증언

 

▲ 이동원 대법관. 

 

이동원(57) 대법관이 ‘사법농단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6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을 맡을 당시 법원행정처로부터 관련 문건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현직 대법관이 사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법관은 증인신문이 끝난 뒤 “대법관으로서 증인석에 앉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며 “잘 마무리해 좋은 재판으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8월1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61)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은 이 대법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은 임 전 차장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등이 2016년 통진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 결론에 관한 문건을 작성해 이를 항소심 재판부에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대법관은 당시 항소심 재판장이었다.


이 사건 1심은 의원직 상실 결정이 헌재 권한이기 때문에 이를 다시 법원에서 심리할 수 없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은 ‘정당이 해산되면 소속 의원들도 당연히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는 소송 권한 자체가 없다고 본 1심과 달리 의원직 상실에 대한 결정 권한을 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당시 법원에 결정 권한이 있다는 대법원 입장을 임 전 차장 등이 문건에 담았고, 이를 이 전 실장이 2016년 3월 이 대법관과의 식사 자리에서 전달해 항소심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날 이 대법관 역시 이 전 실장과 만남에서 문건을 전달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이 대법관은 “어떤 문건인가 받은 건 있다”며 “이 전 실장과는 연수원 때부터 친한 사이로 (제가) 다시 서울고법으로 오면서 식사나 같이하자고 해서 했고, 식사가 끝나고 읽어보라면서 줬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위헌정당 해산 결정이 있을 때 의원 지위를 상실하는 것이 어떨지는 법원이 알아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인데 이걸 아예 법원이 재판권이 없다고 하는 건 조금 이상하지 않느냐는 뉘앙스였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사건과 관련해 얘기를 전달받은 것에 대해 과도한 생각을 갖지는 않았느냐’고 묻자 이 대법관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전 실장의 사건 언급에 대해 이 대법관은 “(제가) 통상적 흐름인 ‘잘 검토해볼게요’ 정도는 얘기했을 수 있는데, 판사는 사건에 대해 제3자로부터 접근이 오면 긴장하고 그 사건에 대해 침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법관은 당시 전달받은 문건이 10쪽 내외인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를 사무실에서 읽어봤고, 당시 재판부 구성원들에게 이 전 실장이 문건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 대법관은 “안 읽어도 되는데 제가 법률적 문제에 봉착했었다”며 “법원행정처에서 검토했으면 참고할만한 게 있을까 해서 보긴 했다. 안 읽었으면 더 떳떳할 텐데 그걸 읽어서 면목이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당시 문건 내용에 대해 이 대법관은 ‘법원에 심판권이 있다’, ‘국회의원 지위 상실 전속 논거의 장단점’ 등이 간단하게 정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법관은 “당시 문건 논거들이 와닿지 않아 한 번 읽고 더 이상 안 봤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이 ‘문건 내용은 판결문에 반영됐느냐’고 묻자 이 대법관은 “전혀 안 했다”며 “제 관심은 ‘지역구 의원이 위헌정당 해산 결정 결과 의원직을 상실하나’였는데 행정처 문건은 그 부분에 대해 언급 안했다”고 대답했다.


또 변호인이 ‘이 전 실장에게 문건을 받고 심적 부담감을 느꼈느냐’고 묻자 이 대법관은 “심적 부담감은 없었다”며 “제가 알아서 재판하는 것이다. 재판은 법관이 알아서 하는 것이고, 역사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증인신문이 끝난 뒤 재판장이 소회를 말할 기회를 주자 이 대법관은 “대법관으로서 증인석에 앉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며 “그렇지만 재판은 필요한 일이고, 증거로 제출된 서면에 대한 공방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에 나와 증인석에 서서 이 사건의 무게 가운데 재판부가 많이 고생하겠구나 생각했다”면서 “잘 마무리해서 좋은 재판으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한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날 당시 항소심 재판부의 부심이었던 이인석 대전고법 부장판사도 증인으로 나왔다. 이 부장판사는 당시 이 대법관이 문건을 전달받은 것을 몰랐고 이를 들은 사실도 없으며, 참고인 조사 때 검찰한테 처음 들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법관이 당시 법원행정처 자료를 구해보거나 연락해보라고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이 부장판사는 “저희가 대등합의부라서 전적으로 합의했고, 주심이 판결문을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당시 재판부에서 통진당 관련 판결은 필요한 모든 노력을 거쳐 합의한 판결”이라며 “재판부에서는 법원행정처에 의견을 묻고 한 사실이 없고 독립돼서 한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포토뉴스
10월 첫째주 주간현대 1159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