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맞댄 정부·여당·청와대 ‘권력기관 개혁 시즌2’

국정원 국내정치 참여 제한…경찰 권력 분산작업 ‘착착’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20/07/31 [16:09]

머리 맞댄 정부·여당·청와대 ‘권력기관 개혁 시즌2’

국정원 국내정치 참여 제한…경찰 권력 분산작업 ‘착착’

송경 기자 | 입력 : 2020/07/31 [16:09]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대외안보정보원. 국정원의 공식 명칭이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뀐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7월30일 ‘권력기관 개혁’ 관련 당·정·청 협의를 통해 국정원의 명칭을 바꾸고 국내 정치 참여를 엄격하게 제한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개혁안은 국정원의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어 투명성을 강화하고, 국내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관련 법안은 연내 통과를 목표로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병기 의원이 발의할 예정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을 통해 ▲국내 정보수집 및 수사기능 폐지 ▲명칭 개편 ▲정치개입 처벌 강화 ▲국회 통제장치 강화 ▲정보기관장 국회 임명동의 및 임기제 검토 등의 국정원 개혁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국정원 공식 명칭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정치참여 엄격 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후 비대해진 경찰 권력 분산 위해 자치경찰제 도입

 

▲ (왼쪽부터) 박지원 국정원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월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306호에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를 하고 있다.  

 

올해 초 공수처 설치 관련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며 검찰개혁에 나섰던 정부와 여당이 이번에는 ‘권력기관 개혁 시즌2’ 돌입을 선언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의석 176석을 기반으로 연내 개혁 완수를 목표로 한 속도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7월30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당·정·청 협의를 거쳐 발표한 국정원 개혁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기반을 둔 것으로 대외안보정보원 개편을 통해 향후 국회의 민주적 통제를 받는 대외안보 전문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게 당·정·청의 설명이다.

 

‘대외 안보’ 업무에 집중


당초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국정원 명칭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는 것이었으나 이날 당·정·청이 논의한 끝에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는 국가와 관련된 대내외 정보를 모두 수집하는 업무범위를 ‘대외 정보’로 국한해 국내 정치 개입이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국정원 직무범위상 국내 정보 및 대공수사권은 삭제되고 경찰로 대공수사권이 이관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단행된 IO(국내정보수집) 폐지도 제도화한다. 정부가 ‘국내정보 담당관제’를 폐지하고 국정원 내에 국내 정보수집 전담조직도 없앴으나 국정원법상으로는 여전히 가능한 업무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1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후 2018년 1월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마련한 개정안보다 정보수집 범위를 축소하는 진일보한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수사기능 폐지에 반대하는 야당에 막혀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 관련법이 개정되면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금지가 제도화되면서 ‘불가역적’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정·청은 국내정보 수집 금지에서 한 발 나아가 정치 개입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한다.


과거 여러 차례 문제가 됐던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선거 개입, 간첩 조작, 종북몰이 등 4대 공안범죄에 가담한 조직과 인력에 대한 처벌 강화는 대선공약에도 명시돼 있다.


처벌 강화 수준은 민주당이 20대 국회에서 제출했던 국정원법 개정안의 내용이 일부 준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8년 발의된 ‘김병기안’은 국정원 직원이 정치 관여, 직권 남용, 불법 감청의 범죄를 범할 경우 20년의 공소시효를 적용하고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해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정원법 개정안 역시 정치 관여, 불법감청 등의 죄에 대해 기존의 처벌 조항을 강화하거나 신설하고, 특히 정치 관여죄에 대해서는 공효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담았다.


21대 국회에 제출될 개정안도 이 같은 ‘강력 처벌’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청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감사원 등의 외부통제 강화’ 계획도 발표했다. 세부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박홍근안’을 토대로 유추할 수 있다.


당시 개정안에는 국회가 본회의 의결로 국정원에 대한 감사원의 비공개 회계검사를 요구할 수 있고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3개월 내에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국정원의 모든 예산에 관한 실질심사가 가능하도록 국회 정보위원회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세부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예산의 목적외 사용을 금지했다.


이 같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등을 통해 그간 ‘깜깜이 예산’으로 비판받아 온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 차원의 감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당·정·청은 감찰실장 직위 외부개방 및 집행통제심의위원회 운용을 통한 국정원 내부통제 강화도 약속했다.


국정원 ‘빅5’ 자리 중 하나로 꼽히는 감찰실장은 내부 감찰과 징계, 공직기강 확립 등을 총괄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통상 국정원장 측근이 맡는 자리였던 감찰실장에 외부인사를 임명해 개혁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더해 감찰실장을 외부에 공개해 내부 감찰의 투명성을 한 단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풀이된다.


집행통제심의위원회 설치는 예산 투명성을 높이는 장치다.


‘김병기안’에는 집행통제심의위원회 설치로 정보감찰관이 내부 감사와 감찰을 강화해 국정원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개정안은 심의위가 특수사업비와 정보사업비를 비롯한 예산 운용 및 사업계획 변경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며 일정 규모 이상의 예산을 변경할 경우 정보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다만 이날 발표된 국정원 개혁안에서 당초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정보기관장 국회 임명동의’와 ‘임기제 검토’는 빠졌다.


현재는 국정원장도 다른 장관과 마찬가지로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무관하게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이를 국무총리와 마찬가지로 국회 동의가 있어야 임명 가능하도록 한다는 게 당초 공약이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국정원장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는 대선공약에는 있었으나 이후 국정과제와 총선공약에서는 빠졌다”며 “국정원장 직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대통령의 임명권을 제한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권력 분산작업도 박차


민주당은 이날 당·정·청 협의가 끝난 후 검찰개혁 이후 비대해질 경찰 권력 분산과 관련된 개혁안도 내놓았다. 논의된 경찰개혁안의 골자는 검찰 직접수사 축소,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도입 등이다.


우선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와 관련해서는 1차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 등 6대 범죄로 한정했다.


직접수사의 구체적 범위도 공직자의 경우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대상자인 4급 이상 공무원, 부패범죄의 경우 뇌물액수 3000만 원 이상, 경제범위는 사기·배임 등 피해액 5억 원 이상으로 한정할 방침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이 수사를 위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틀도 마련했다. 검경이 중요한 수사 결과에 있어 서로 의견이 다를 경우 사전협의를 의무화하고 수사기관간 협력의 활성화를 위해 대검, 경찰청 또는 해경 사이 정기적인 수사협의회를 두도록 했다.


검찰개혁에 따른 반사작용으로 비대해진 경찰권력의 분산을 위해 논의됐던 자치경찰제는 광역·기초 단위 경찰조직을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도입키로 했다.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되 별도 자치경찰을 신설하는 종전의 이원화 모델은 과도한 비용이 투입되고 업무 혼선 등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경찰개혁안은 이번에 처음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도 입법화를 추진했지만 검찰개혁과 선거제 개편을 우선 추진하면서 결국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자치경찰제의 경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추진한 검찰개혁과 맞물려 지난해 5월 당·정·청 협의에서 구체안을 확정했다.


이후 임시회 회기 쪼개기와 미래통합당의 필리버스터 등 극심한 진통 끝에 공수처 설치법이 통과되자 민주당은 다음 개혁입법 과제로 경찰개혁을 꺼내들며 올해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추진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입법동력이 떨어지면서 무산됐다.


그러나 20대 국회와 달리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176석이라는 압도적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고, 상임위원장직도 독식함에 따라 권력기관 개혁에는 어느 때보다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당장 경찰법과 경찰공무원법 개정안 등 경찰개혁 관련 법안을 이번 7월 국회 회기 내에 발의하고 국정원법 개정안도 늦지 않게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자치경찰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김영배 의원이 맡기로 했고, 법안은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허윤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7월30일 오후 현안 브리핑을 통해 "국민 열망을 담은 권력기관 개혁, 더불어민주당이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허 대변인은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이고 과거 국민 위에 군림했던 권력기관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국가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권력기관 개혁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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