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 아닌 ‘굴복’…윤석열 리더십 만신창이

명분도 실리도 없이 '추미애 지시' 어정쩡하게 따르며 '백기'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7/10 [14:30]

‘항명’ 아닌 ‘굴복’…윤석열 리더십 만신창이

명분도 실리도 없이 '추미애 지시' 어정쩡하게 따르며 '백기'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7/10 [14:30]

호기 넘치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굴복했다. 이른바 ‘검·언 유착 사건’ 수사 지휘권을 둘러싸고 전국 검사장회의를 소집하며 반란을 꾀하고, ‘특임검사’와 ‘독립수사본부’라는 꼼수도 부렸지만 7월9일 오전 10시까지 “입장을 정하라”는 추 장관의 ‘결기’를 당해낼 수 없었다. 결국 윤 총장의 지휘를 받는 대검찰청은 마지노 시한 1시간여전인 7월9일 오전 8시41분 “검·언 유착 사건 관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이미 상실된 상태가 됐으며, 이 같은 내용을 서울중앙지검에도 통보했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이로써 지휘를 관철시킨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선택에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국민의 바람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추미애 들이받았다가 외통수 몰리자 ‘항명’ 아니라 ‘굴복’
‘지휘 복명’ 표현 없지만 지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인정

 

▲ ‘법과 원칙’을 내세우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무너졌다. 중징계를 감수하겠다던 윤 총장은 장고 끝에 ‘항명’이 아니라 ‘굴복’을 택했다. 

 

‘법과 원칙’을 내세우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무너졌다. 중징계를 감수하겠다던 윤 총장은 장고 끝에 ‘항명’이 아니라 ‘굴복’을 택했다.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 지휘권을 잡기 위해 직속상관인 추미애 장관을 들이받으며 여러 가지 무리수를 던졌지만 번번이 통하지 않자 명분도 실리도 챙기지 못한 채 주저앉고 말았다.


입장문에서는 장관의 지휘에 복명하겠다는 표현을 끝내 쓰지 않았지만 사실상 지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지난 7월2일 윤 총장에게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해 결과만 총장에 보고하도록 조치하라고 수사 지휘했다.


윤 총장이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 공문을 받은 이후에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자 7월8일 “국민은 많이 답답하다.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7월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며 윤 총장의 선택을 재촉했다.


외통수에 몰린 윤 총장은 마지노 시한 1시간 전에 검·언 유착 의혹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어쩔 수 없이 지휘 받아들인다?


대검찰청은 7월9일 오전 8시41분께 검찰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중앙지검이 검·언 유착 사건을 자체수사하게 된다”면서 “이미 중앙지검에 그 사항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지휘로 윤 총장의 지휘권이 상실됐고, 이에 따라 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자체적으로 수사하게 된 상황이라는 취지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지휘 수용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추 장관의 지휘가 관철된 모양새가 됐다.


대검찰청은 이날 출입 기자단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추 장관의 수사 지휘에 따라 검·언 유착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자체적으로 수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검은 “수사 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이라며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결과적으로 법무부 장관 처분에 따라 이 같은 상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이 책임지고 자체 수사하게 된 상황”이라며 “이런 내용을 오늘 오전 서울중앙지검에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으로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행사할 수 있던 지휘·감독권이 상실됐으며, 권한쟁의심판과 같은 소송 절차로 불복하지 않는 한 따를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검은 입장문에서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전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표현은 끝내 쓰지 않았다. 법무장관이 지휘했을 때 이미 검찰총장의 지휘권은 박탈된 상태였으므로 지휘를 따르고 안 따르고는 답변할 문제아 아니며 ‘서울중앙지검이 자체수사를 하도록 대검이 지휘한다’는 취지만 담아 어쩔 수 없이 지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또한 대검은 입장문에서 “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 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하였으며 어제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간 검찰 안팎에서는 검·언 유착 수사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검찰청법 12조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나오곤 했다. 검찰총장은 해당 법에 따라 검찰 조직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데, 추 장관의 수사지휘로 인해 이러한 권한이 박탈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무부 측에서는 이번 추 장관의 수사지휘는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 권한을 규정한 검찰청법 8조에 따른 것이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대검은 이 과정에서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 과정에서 윤 총장이 직무배제 됐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당시 특별수사팀장으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강제수사를 시도했지만 지휘부에 의해 거부되자, 상부에 보고 없이 체포영장 등을 청구해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그러나 대검이 2013년 국정원 사건을 들고 나온 것과 관련, 검·언 유착 사건은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범행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고, 그 과정에서 검찰총장도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어 애당초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검찰총장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을 지휘할 게 아니라 당연히 회피하는 게 맞다는 것.

 

독립수사본부는 면피성?


대검은 또한 “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했다”며 “전날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독립수사본부 설치를 제안한 것’이라는 표현을 두고 ‘면피성’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무부가 해당내용을 제안하고 대검이 이를 받아들였음에도 추 장관이 이를 뒤집었다고 주장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법무부는 “독립수사본부를 먼저 대검에 제안했고 공개 건의를 요청했다는 대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즉각 반박했다.


법무부는 “대검 측으로부터 서울고검장을 팀장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법무부 실무진이 검토했으나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며 “독립수사본부 설치에 대한 언급이나 이를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대검 측에 한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법무부 실무진’은 법무부 간부이며, 검찰에서 법무부로 파견된 검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추 장관은 7월9일 오후 이후 검찰국장의 전화를 아예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편 윤 총장의 수사 지휘 수용 입장을 확인한 추 장관은 7월10일 오전 “이제라도 장관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추 장관은 자신이 정한 답변 기한인 이날 오전 10시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배포해 “만시지탄”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추 장관은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고 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검·언 유착 사건이 불거진 후 이동재 채널A 기자가 해임되고,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 연루 의혹도 무성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에는 윤 총장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총장이 개입된 조직적 범죄라는 의심을 사면서도 대검이 연일 무리수를 두고 이 사건에 집착하면서 100킬로그램을 넘는다는 몸무게처럼 묵직했던 윤 총장의 리더십에 힘이 빠지고, 검찰은 이래저래 상처만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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