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약이 되는 ‘약 이야기’

“약 성분이 몸속에서 어떤 작용하는지 알고 먹자”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6/26 [12:10]

알아두면 약이 되는 ‘약 이야기’

“약 성분이 몸속에서 어떤 작용하는지 알고 먹자”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6/26 [12:10]

진통제가 효과가 없는데 한 알 더 먹어야 할지 고민된다. 간이 안 좋은데 영양제를 먹어도 될지 모르겠다. 항생제를 먹으면 경구피임약 효과가 떨어질까? 감기약과 알레르기 약을 함께 먹어도 될까?

 

권예리 약사는 최근 펴낸 <이 약 먹어도 될까요>(다른)를 통해 이런 질문들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고 약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도록 돕는다. 권 약사는 약국에서 일하다 보면 “그, 파란색 길쭉한 알약이 필요한데요…”라고 묻는 손님을 의외로 많이 만난다고 한다. 약을 먹는 사람은 많지만 자신이 지금 어떤 약을 왜 먹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적은 것을 보며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따라서 권 약사는 최근 몇 년간 전국 약국에서 상위 매출을 달성한 의약품 목록을 바탕으로 20~40대가 가장 자주 먹는 약을 추렸다고 한다. 진통제, 비염약, 위장약, 스테로이드제부터 수면유도제, 비타민, 밀크시슬까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만나봤을 약들이다. 이들 약을 왜, 언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약국보다 더 친절한 권 약사의 약 성분 설명서를 주목하라!

 


 

약을 잘 알고 먹으려면 제품명 아니라 성분명으로 기억해야
약은 언제,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효과 확연히 달라져 요주의!

 

‘아트아미노펜’ 포함된 감기약 술과 함께 복용하면 간 망가져
쉽게 구하는 해열진통제 ‘엔세이드’, 대표적 부작용은 위장장애
철분제와 카페인, 항생제와 프로바이오틱스는 간격 두고 복용을

 

“‘펜잘 주세요.’ 약국에서 일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약국에 온 손님이 ‘펜잘’을 찾으면, 약사인 나는 다시 증상이 어떤지 자세히 물어보고 약을 드린다. 제품명이 ‘펜잘’로 시작하는 약은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펜잘큐’에는 세 가지 성분이 들어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에텐자미드, 카페인이다. ‘펜잘레이디’에도 이부프로펜, 마그네슘, 파마브롬이라는 세 가지 성분이 들어 있는데, ‘펜잘큐’와 성분이 단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 두 약의 주성분은 하는 일이 미세하게 다르고, 부작용과 주의사항도 다르다.”


번역하고 글을 쓰면서 동네약국에서 일일약사로 일하고 있는 권예리 약사의 말이다.


권 약사는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병원 두 곳에서 약사로 일했으며 종합병원과 중소병원을 거치며 약 조제부터 복약지도, 재고관리 등 약사로서 해야 하는 업무 전반을 경험했다. 특히 동네약국에서 수많은 손님과 만나고 대화하며 여러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하나의 약에 딸린 여러 이름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지였다고.

 

▲ 약은 언제,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효과가 확연히 달라진다. 어떤 약은 다른 약과 상호작용이 많아 주의해야 하고, 어떤 약은 미리 먹어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사진출처=Pixabay> 

 

약을 잘 알고 먹으려면?


“‘이지엔6’로 시작하면서 성분이 제각기 다른 약은 무려 네 가지나 된다. 이지엔6애니(이부프로펜), 이지엔6프로(덱시부프로펜), 이지엔6스트롱(나프록센), 이지엔6에이스(아세트아미노펜)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마다 각 성분의 효과가 조금씩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차이가 커서 간혹 이부프로펜에 급성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심하면 숨을 쉬기 어려워져서 응급실에 가야 한다. ‘이지엔6’라는 글자만 보고 성분명을 확인하지 않는다면, 피해야 할 성분을 복용하는 일이 생긴다.


제각기 별개의 약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똑같은 약일 때도 잇다. 애드빌, 부루펜, 캐롤에프, 모트린 등이다. 제품명만 보고는 이 약들의 공통점을 알 수 없다. 하지만 포장상자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모두 ‘이부프로펜’이라는 성분명이 적혀 있다. 이 성분명을 보고 나서야 다 같은 약임을 알게 된다.”


따라서 권 약사는 “약을 잘 알고 먹으려면 한 가지 습관을 바꾸기만 하면 되는데, 바로 약을 성분명으로 부르는 것”이라면서 “성분명은 약을 약이게 하는 물질에 붙인 고유한 이름”이라고 설명한다.


이렇듯 약끼리의 상호작용과 부작용을 알기 쉽게 차근차근 짚어주고 있는 권 약사는 “그러나 약은 언제,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효과가 확연히 달라진다”고 경고한다. 어떤 약은 다른 약과 상호작용이 많아 주의해야 하고, 어떤 약은 미리 먹어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커피로 많이 마시는 카페인이 그렇다. 카페인은 커피에 들어 있기도 하지만, 각종 약의 보조성분이기도 하다. 인구의 약 10%는 이부프로펜이나 아세트아미노펜 같은 진통제 성분에 카페인을 첨가해 먹으면 진통 효과가 커진다. 따라서 카페인은 진통제, 종합감기약, 멀미약 등에 흔하게 들어간다. 만약 카페인을 먹고 생리통이 심해지는 사람이라면 이런 성분이 들어간 생리통약을 피해야 한다. 철분제도 카페인과 간격을 2시간 띄우고 먹어야 한다.”

 

작용, 부작용, 복용법 정리


권 약사는 약마다 다양한 작용, 부작용, 복용법을 짜임새 있게 정리해, 평소 먹는 약에 대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먼저 작용에서는 이 성분이 우리 몸속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원리로 증상을 낫게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부작용에는 약의 작용 원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도 있고, 사용법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것도 있다. 이 두 경우를 구분해서 대표적인 부작용을 정리했다. 그중에서 해열진통소염제 ‘이부프로펜’ 내용을 간추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부프로펜 작용


이부프로펜은 우리 몸이 프로스타글란딘이란 물질을 만들지 못하게 방해한다. 프로스타글란딘은 통증, 염증, 열을 일으키므로 이 물질의 합성을 억제하면 소염, 진통, 해열 작용이 가능하다.


이부프로펜을 비롯하여 나프록센, 케토프로펜도 우리 몸에 들어오면 같은 일을 한다. 사실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방해하는 물질 중에서 이부프로펜 이후 약으로 개발된 것이 무려 수십 가지다. 이들을 통틀어 엔세이드라 부른다. 복잡한 용어처럼 보이지만 뜻은 간단하다. 소염제라는 뜻이다.


“간혹 이런 질문이 나온다. ‘진통제를 달랬는데 왜 겉포장에 소염, 해열이라 적혀 있나요?’ 그것은 바로 엔세이드가 표적으로 삼는 프로스타글란딘이 우리 몸에서 통증, 염증, 발열을 동시에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엔세이드는 진통, 소염, 해열 작용을 동시에 한다. 우리가 그중 한두 가지를 마음대로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엔세이드의 대표적 부작용은 위장장애다. 위장장애의 주범 역시 프로스타글란딘이다. 프로스타글란딘이 통증, 염증, 발열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평상시 위벽도 보호하며 멀티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엔세이드  부작용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 몇몇 엔세이드는 오랜 세월 동안 안전성이 입증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는 일반 가게에서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꺼번에 10알을 삼키거나 1시간마다 1알씩 복용해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엔세이드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위장장애다. 위장장애의 주범 역시 프로스타글란딘이다. 프로스타글란딘이 통증, 염증, 발열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평상시 위벽도 보호하며 멀티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위벽을 보호하던 프로스타글란딘이 엔세이드의 공격을 받아 줄어들면, 위벽이 위산에 노출되어 속이 쓰리다. 약의 작용 원리에 딸려오는 부작용이므로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위장장애를 피할 수는 없다. 위장장애만 없다면 완벽한 소염제일 텐데 말이다. 심하면 위궤양, 위장관 출혈도 일어나고 그 밖에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증가한다. 엔세이드를 반드시 식사 후에 복용하도록 권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부프로펜 복용법


이부프로펜은 보통 1알이나 1캡슐의 용량이 20mg 또는 400mg이다. 감기, 두통, 생리통 등 병원에 갈 정도로 심하지 않은 통증에 200mg씩 하루 4회까지 또는 400mg씩 하루 3회까지 복용한다. 심한 염증 질환에는 24시간 동안 3200mg까지 복용 가능하지만, 용량을 늘릴수록 위장장애가 심해지므로 되도록 적은 용량을 권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의 가장 무서운 부작용은 간 손상이다. 24시간 사이에 최대로 먹을 수 있는 용량이 4000mg으로 이를 넘을 경우 과다 복용으로 간 손상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종합감기약같이 아세트아미노펜이 포함된 제품을 여러 개 동시에 복용하다 자신도 모르게 최대 허용 용량을 넘길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중에 술을 마시면 간이 망가질 수 있다. 특히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은 간 손상 위험이 더욱 높다. 술과 함께 복용해서 좋은 약은 없지만, 아세트아미노펜은 특히 간에서 알코올을 처리하는 효소와 보조인자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 사진은 약국 모습. <뉴시스> 

 

권 약사는 복용법과 사용법 편에서는 복용량과 먹는 시간, 특히 주의할 점 등에 대해 자세히 적고 있다.


“진통제마다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고 다른 약과 유독 상호작용이 많은 약도 있다. 철분제와 카페인, 항생제와 프로바이오틱스는 간격을 두고 먹어야 한다. 알고 보면 약 복용법은 이렇게나 다르다.”


권 약사는 책속에서 약의 유래나 이름과 관련된 에피소드, 개발 과정, 사회적 의의 등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1960년대 영국 제약회사 부츠 연구팀을 이끌던 스튜어트 애덤스는 네 번의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몇 년의 연구 끝에 괜찮은 신약 후보를 하나 건졌다. 애덤스는 중요한 강연 전에 두통이 심해지자 아직 시험 중인 13621번 물질을 입에 넣고 물과 함께 삼켰다. 지금 같으면 여러 위험 때문에 금지된 일이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연구에 도움이 된다면 자신의 몸을 기꺼이 실험 도구로 사용했다. 13621번 물질은 애덤스의 두통을 성공적으로 잠재웠고 안전성 시험을 거쳐 1969년에 출시되었다. 이것이 오늘날 널리 애용되는 해열진통소염제 ‘이부프로펜’이다.”

 

약 성분명 반드시 알아두자


그렇다면 약의 성분명을 알면 무엇이 좋을까? 대다수의 사람은 약을 특정 상품의 이름으로 부른다. 예를 들어 약국에서 두통약을 살 때 ‘타이레놀’을 찾는 경우는 흔하지만 성분명인 ‘아세트아미노펜’을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각 제약사가 붙인 ‘브랜드 이름’이 친숙하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일하다 보면 ‘그, 파란색 길쭉한 알약이 필요한데요…’라고 말하는 손님이 의외로 많다. 광고를 통해 익숙해진 몇몇 이름 말고는 기억하기 쉽지 않아서다. 포장상자의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는 제품명이 강조되어 있다. 병원 처방전에도 제품명만 적혀 있다. 따라서 약 복용자에게는 제품명이 가장 익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권 약사는 “한 가지 성분으로 만든 약의 제품명이 많게는 수백 개에 달하는 현실에서 약을 제품명으로 구분하는 일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고 제품명끼리 서로 비슷해서 헷갈리기도 한다”고 지적하면서 “반면에 성분명은 가리키는 대상이 명확하고 한번 익혀두면 어느 나라에서나 통하는 공통의 이름이자 앞으로 100년, 200년 후에도 바뀌지 않을 이름”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성분명을 알았을 때 장점은 뚜렷하다. 우선 예전에 먹은 약과 지금 먹은 약이 같은 약인지 아닌지도 구분할 수 있다. 만약 치과에서 처방받아 먹고 있는 약에 이부프로펜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생리통약을 고를 때 성분이 겹치지 않게 할 수 있다. 부작용이나 알레르기가 있는 약의 성분명을 기억해서 의사에게 다른 약을 처방해달라고 하기도 좋다.


“성분명을 명확히 익혀두면 예전에 먹은 항생제와 지금 먹는 항생제가 같은 약인지 아닌지도 구분할 수 있다. 만약 치과에서 처방받아 먹고 있는 약에 이부프로펜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생리통약을 고를 때 성분이 겹치지 않게 할 수 있다. 특히 부작용이 심했던 약의 성분명을 기억해서 의사에게 다른 약을 처방해달라고 요청하기 좋다.”


사실 우리는 감기약이든 영양제든 거의 매일 약을 먹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약 성분들이 우리 몸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고 싶어도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곳이 적다. 약국에서 묻기도 왠지 조심스럽고 인터넷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찾기 쉽지 않다.


“책을 쓸 때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은 ‘어떤 약을 소개할까’였다. 어차피 책에서 세상의 모든 약을 소개할 수는 없고, 다양한 약에 대해 다룬 책은 여러 권 나와 있어 새로운 기준으로 약을 골라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전국 약국에서 상위 매출을 달성한 의약품 목록을 살펴보았다. 아무래도 60대 이상이 약을 많이 사기 때문에 고령자를 위한 약이 가장 잘 팔렸다. 이 목록에서 20~40대가 생활 속에서 자주 만나는 약 위주로 골랐다.”


끝으로 권 약사는 “약의 이로운 효과를 누릴지 아니면 자칫 실수로 건강을 해칠지는 나에게 달렸다”면서 “자연스럽게 성분명과 친해지고 내 몸이 약을 꼭 필요로 할 때 똑똑하게 사용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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