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따라 걷는 힐링 여행지

힘들었던 그대, 꽃길 걸으며 시름 달래보라!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6/26 [11:53]

꽃길 따라 걷는 힐링 여행지

힘들었던 그대, 꽃길 걸으며 시름 달래보라!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0/06/26 [11:53]

다양한 저술로 주목받는 작가이자 역사가 리베카 솔닛은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는 걷기’라고 했다. ‘마음을 가장 잘 돌아보는 길은 걷는 것’이라고도 했다. 프랑스의 철학자 프레데리크 그로는 ‘걷기는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이라고 했다.

 

사실 느리게 가는 데는 걷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걷기 위해서는 오직 두 다리만 있으면 된다. 다른 건 일체 필요 없다. 그래서인지 걷기는 이제 열풍과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정착했다.평일에는 집과 학교, 사무실 안에 갇힌 채 살다가도 주말이면 자연 속에서 걷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려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는 것. 하지만 막상 걸으려 해도 어디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즐기면 좋은지 막막하다.

 

때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갇혀 지내던 집콕족들을 위해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코스를 여럿 소개하고 있다. 이 여름, 꽃길을 타박타박 걸으며 쌓여가는 시름을 달래고 오는 건 어떨까? 

 


 

바다향기수목원은 싱그러운 피톤치드 마시며 드넓은 바다 감상에 ‘딱’
여유롭고 평화로운 바다너울원…인상파 화가 모네의 작품 떠오르고

 

‘천상의 화원’ 초록 풀밭에 노랑·파랑·하양·보라 들꽃 어우러져 ‘장관’
초록 연잎에 커다란 촛불 켜놓은 것 같은 연꽃…보는 이의 감성 자극

 

1. 안산 바다향기수목원


싱그런 계절, 숲과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바다향기수목원이 눈길을 끈다. 2019년 5월 문을 연 이곳은 싱그러운 피톤치드를 마시며 드넓은 바다를 감상하는 수목원이다. 매력 넘치는 주제원이 호기심을 유발하고, 반짝이는 바다가 눈을 사로잡는다.

 

▲ 바다향기수목원 입구에서 형형색색 꽃과 피노키오가 맞이한다. 


경기 안산시 대부도 내 선감도에 자리한 바다향기수목원은 축구장 140개 크기에 달하는 약 101ha(30만여 평)에 조성했다. 서해안에서 많이 자라는 소사나무와 곰솔 등 1000여 종 30본이 넘는 식물이 서식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형형색색 꽃과 피노키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피노키오와 고래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고래화단이다. 이곳을 지나면 초록으로 꾸민 방문자센터가 나타난다. 아늑한 분위기가 숲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본격적인 산책은 청량감 넘치는 물소리와 함께 시작한다. 눈과 귀를 상쾌하게 만드는 벽천폭포다. 폭포 왼쪽에는 황칠나무와 시로미 등 50종 1400여 본이 숨 쉬는 전시온실이 있다. 생김새와 촉감이 양의 귀와 비슷한 램스이어를 비롯해 흥미로운 식물이 기다린다. 천장에는 공중에 매달아 키우는 행잉 플랜트가 있어 눈길을 끈다.


전시온실 옆에는 다른 수목원에서 보기 힘든 염생식물원과 도서식물원, 모래언덕원이 있다. 갯벌이나 바닷가 모래땅에 서식하는 크고 작은 식물을 전시한다. 염생식물원에는 소금기 있는 바람이 불거나 물이 부족한 환경에도 잘 자라는 갯잔디, 갯질경이, 모새달 등이 산다. 도서식물원은 대부도 서남부 도로 건설 현장에서 자라는 나무를 옮겨 심어, 소사나무와 팥배나무, 덜꿩나무 등이 있다. 모래언덕원에서는 통보리사초, 모새달, 해당화 등 모래에 서식하는 대표 식물을 만난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바다가 너울거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생태 연못 바다너울원이 보인다. 대흥산 계곡물을 모아 만들었다. 주변에 작약과 모란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연못에는 연꽃이 우아하게 피어 있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작품이 떠오른다.

 

▲ 바다가 너울거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생태 연못, 바다너울원. 


바다너울원을 지나면 흥미로운 주제원이 차례로 등장한다. 먼저 인공 연못 12개를 연결한 심청연못이다. 인당수를 상상해 이름 붙인 곳으로,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다양한 연꽃을 구경해보자. 다음은 수목원 근처 황금산에서 가져온 바위를 쌓아 올린 황금바위원이다. 바위와 어울리는 황금실화백, 황금편백 등을 심었다.


장미원에는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미가 매혹적인 향기를 뽐낸다. 땅장미와 덩굴장미 등 1300여 본을 심어, 화려하게 핀 장미꽃을 즐길 수 있다. 근처 억새원과 대나무원도 장미원 못지않게 사랑받는다. 억새원은 3000㎡에 억새를 심고 탐방로를 냈다. 주민이 기증한 대부도 대나무로 만든 대나무원은 바람에 사각거리는 댓잎 소리가 일품이다. 최근에 조성한 식물진화원도 특이하다. 고사리부터 식물의 진화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주제원으로, 산책하면서 식물 공부까지 하니 일석이조다.


언덕을 따라 오르면 바다향기수목원의 랜드마크 ‘상상전망돼’가 보인다. ‘모든 상상이 전망되는 곳’이라는 뜻으로, 탁 트인 서해와 시화호가 한눈에 들어오고 맑은 날에는 충남 당진까지 보인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마음이 후련해진다. 깨진 도자기 조각으로 만든 오르막길도 명물이다. 70미터에 이르는 언덕길을 파도와 물고기, 구름, 하늘, 태양으로 꾸며, 상상의 나래를 펴기 좋다. 1004개 풍경이 달린 ‘소리 나는 꿈나무’, 고깃배 두 척을 맞대어 붙인 알 모양 철제 조형물 ‘기억 상자’도 특이하다.

 

<글·사진/채지형(여행작가)>

 

2. 금대봉 천상의 화원


강원도 태백 금대봉(해발 1418m)과 대덕산(해발 1307m) 일대는 ‘천상의 화원’으로 불린다. 봄부터 가을까지 아름답게 피고 지는 들꽃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처럼 하얀 홀아비바람꽃은 나무 그늘 아래 다소곳이 자리하고, 산등성이에는 노란 피나물이 군락을 이룬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보랏빛 얼레지의 고운 자태도 빼놓을 수 없다.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길. 꽃길만 걷는다는 게 아마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다.

 

▲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금대봉 탐방로. 


천상의 화원을 만나는 금대봉 탐방로는 태백과 정선이 경계를 이루는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와 검룡소 앞 세심탐방지원센터를 꼭짓점으로 한다. 두 곳에서 탐방을 시작할 수 있지만,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내리막길이라 수월하다. 대다수 탐방객이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를 출발점으로 삼는 이유다.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에서 분주령과 세심탐방지원센터를 거쳐 검룡소주차장에 이르는 탐방로는 6.7km, 대덕산 코스를 추가하면 2.6km 정도 늘어난다. 전체 탐방 구간을 모두 걸어도 4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금대봉 탐방로는 해마다 4월 셋째 금요일부터 9월30일까지 개방하며, 인터넷 예약으로 하루 300명(1인당 10명 예약 가능) 입장을 허용한다. 탐방 기간 중 출입 시간은 오전 9시~오후 3시. 대형 버스는 주차 공간이 여유로운 세심탐방지원센터 쪽 검룡소주차장을 이용한다.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에서 완만하게 오르는 임도를 지나 숲길로 들어서면 길섶 여기저기서 앙증맞은 들꽃이 하나둘 고개를 내민다. 보랏빛 고운 얼레지와 길쭉한 꽃대 위에 노란 꽃이 주렁주렁 달린 산괴불주머니처럼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들꽃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햇살을 등진 얼레지는 보라색 베일을 뒤집어쓴 여인처럼 신비스럽다.

 

▲ 금대봉 탐방로에서 만난 보랏빛 고운 얼레지. 


키 큰 들꽃만 듬성듬성 좇던 시선이 숲개별꽃이나 홀아비바람꽃처럼 작은 들꽃으로 옮아가는 데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자꾸 멀리, 넓게 보려는 두 눈을 가까운 곳으로 끌어와 좁은 공간에 가둬야 하기 때문이다. 초점을 발아래 가까운 곳으로 옮기면 어둠에 익숙해지듯 풀 속에서, 나무 아래서 어른 새끼손톱보다 작은 들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꽃이 아직 피지 않아 꽃인지 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괭이눈과 허리가 구부정한 홀아비꽃대도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이 작은 들꽃과 눈을 맞추려면 무릎 꿇는 것도 모자라 허리까지 잔뜩 구부려야 하지만, 그 정도 수고는 새로운 들꽃을 찾아내는 맛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구슬붕이에 날아든 벌이나 얼레지에 내려앉은 호랑나비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숨바꼭질하듯 길섶에 숨은 들꽃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탁 트인 전망과 마주하는데, 나무 계단이 설치된 이곳부터 금대봉 탐방로의 하이라이트다. 한 단 한 단 내려서는 동안 지금까지 한두 송이씩 얼굴을 비추던 얼레지, 홀아비바람꽃, 갈퀴현호색 같은 들꽃이 옹기종기 무리 지어 탐방객을 맞는다. 초록 풀밭에 노랑, 파랑, 하양, 보라 등 각양각색으로 한껏 멋을 낸 들꽃이 어우러져 장관이다. 백악기에나 있었을 법한 거대 고사리마저 예뻐 보이는 건 자연이 빚어낸 조화의 힘이 아닐까 싶다.


피나물 군락은 나무 계단이 끝나고 평지 구간에서 만난다. 다채로운 들꽃이 연출한 화려한 색 잔치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마주한 피나물 군락이 탐방객을 다시 사로잡는다. 이곳을 지나 낮은 언덕을 넘으면 대덕산과 세심탐방지원센터로 길이 갈리는 분주령이다. 왼쪽 언덕은 대덕산, 오른쪽 내리막은 세심탐방지원센터를 지나 검룡소주차장으로 가는 길이다. 분주령에서 검룡소주차장까지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글·사진/권다현(여행작가)>

 

3. 화천, 연꽃의 바다


강원도 화천의 여름은 물빛, 하늘빛, 연꽃 빛이 어우러진 풍경화다. 화천과 춘천의 경계쯤 자리한 서오지리는 북한강을 끼고 있는 마을이다. 춘천에서 5번 국도를 타고 사북면 소재지를 지나 현지사 입구에서 오른편 길로 접어들면 서오지리다. 7월이면 강변에 조성한 드넓은 연꽃단지에 연꽃이 피어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좋고, 비가 오면 연꽃에 물방울이 맺혀 운치 있다.


서오지리는 옛날 이곳에 살던 세 노인이 ‘자신[吾]이 호미[鋤]로 약초[芝]를 캤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1965년 춘천댐이 생기면서 건넌들이라고 부르는 마을 앞들 일부가 물에 잠겼는데,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나고 물고기가 죽었다. 오염된 습지를 살리기 위해 2003년부터 연을 심어, 지금은 꽃향기가 온 마을을 감싸는 연꽃단지가 됐다.

 

▲ 비 오는 날 서오지리는 여행자의 감성을 건드린다. 


6월부터 꽃을 피우는 수련과 손톱만 한 노란 꽃이 고운 왜개연꽃, 연꽃의 대명사인 백련과 홍련, 가시 돋은 큰 잎사귀가 인상적인 가시연, 작지만 사랑스러운 어리연꽃 등이 어우러진 연꽃단지는 넓이가 15만㎡에 이른다. 주변에 방죽, 징검다리, 관찰 데크, 벤치 등이 마련되어 연꽃과 습지의 수생식물을 관찰하며 쉬기 좋다.


백련과 홍련은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피고 지기를 거듭한다. 초록 연잎에 커다란 촛불을 켜놓은 것 같은 연꽃은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연꽃은 오후에 꽃잎을 오므리니 가급적 정오 이전에 찾는 게 좋다.


북한강과 어우러지는 풍광도 근사하다. 방죽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전망 데크에 서면 호수처럼 넓은 북한강이 반긴다. 강 하류는 춘천, 상류는 화천이다. 생태가 살아난 습지에 깃들어 사는 생명체도 다양하다. 물방개와 물장군, 참붕어, 미꾸리, 잉어는 기본이요, 열목어와 버들치, 황쏘가리가 한 식구다. 물닭, 호반새, 뜸부기, 꾀꼬리, 왜가리 같은 조류도 반갑다. 고운 연꽃에 눈 맞추고, 연잎에 또르르 구르는 물방울에 미소 짓고, 지난해 따고 버린 연밥 근처에서 연 씨를 줍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흐른다.


연꽃단지에서 5km 거리로 가까운 화천목재문화체험장은 화천에서 난 목재로 직접 만들고, 체험하는 공간이다. 굵직한 나무 기둥을 세워 원형으로 만든 건물이 남다른 인상을 준다. 휴대폰 거치대처럼 간단한 것부터 만드는 데 몇 시간 혹은 며칠이 걸리는 가구까지 체험 종류가 다양하다. 잣나무 칩을 잔뜩 깔아놓은 목재놀이체험장도 재밌다.


붕어섬은 7~8월에 물놀이장을 개방한다. 물놀이장에선 신나는 수상 스포츠를 즐기거나 편안하게 쉬기 좋다. 패들을 밟아 움직이는 수상 자전거(월엽편주)가 제일 인기다. 월엽편주는 소설가 이외수가 지은 이름으로, 한가로이 강 위를 떠가는 듯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허벅지가 꽤 뻐근하다.


카누와 카약, 범퍼보트도 있고, 자전거나 전동 스쿠터, 전동 휠, 레일바이크, 짚라인도 즐겁다. 체험료는 5000원이며 이 중 3000원은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반환하여 준다. 화천군 전역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물의 나라 화천 쪽배축제 기간에는 붕어섬 전체가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다.


‘파로호 산소 100리길’은 화천의 청정한 자연을 대표한다. 산소길 중 백미로 꼽는 구간이 숲으로다리 일대다. 길고 긴 다리는 차라리 물의 다리에 가깝다. 다리 끝까지 걸어가서야 “아!” 하고 무릎을 친다. 물 위에 놓인 다리의 끝은 울창한 숲으로 연결된다. 수면에서 한 뼘이 될까 말까 한 높이로 나무다리가 길게 이어진다. 출렁이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을 정도로 폭이 넉넉하다.

 

▲ 물 위를 걷는 듯한 숲으로다리. 


다리 길이는 약 1.2km, 물에 비친 산과 숲, 하늘과 구름, 마을이 어우러진 풍광이 걸작이다. 다리 중간쯤에는 숲에서 물줄기를 끌어와 설치한 음수대, 잠시 쉬었다 갈 벤치도 있다. 여름에는 오전 7~9시가 햇살이 고루 퍼져 근사하고, 오후에는 산 그림자가 다리를 덮는다. 숲으로다리에 가려면 미륵바위 앞 주차장에 두는 게 좋다.


숲으로다리를 지나 파로호 방면으로 가다 보면 딴산유원지와 토속어류생태체험관이 나온다. 산줄기에서 따로 떨어졌다고 해서 딴산이라 부르는데, 인공 폭포와 유원지가 조성되어 낚시꾼, 나들이객, 캠핑객이 모여든다.


서오지리, 숲으로다리와 함께 화천 3대 감성 여행지로 꼽는 거례리 수목공원의 사랑나무도 볼 만하다. 물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이나 비가 내리는 날에는 또 다른 운치가 있다.

 

<글·사진/김숙현(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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