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신경과학자가 유쾌하게 풀어낸 뇌 과학

“늙어가는 뇌를 부작용 없이 지킬 방법은 운동밖에 없다”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6/19 [12:05]

세계적인 신경과학자가 유쾌하게 풀어낸 뇌 과학

“늙어가는 뇌를 부작용 없이 지킬 방법은 운동밖에 없다”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6/19 [12:05]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는 왜 학교 성적이 좋을까? 규칙적으로 달리면 왜 기억력이 좋아질까? 운동은 어떻게 우울증과 치매, 스트레스 증후군을 막아 줄까? 뇌는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고 한다. 우리의 사고와 감정, 기억과 학습이 여기서 제어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우리 몸의 나머지 다른 기관들만큼 뇌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과학적 연구는 분명히 말한다. 뇌의 기능을 어떻게 개선하고 유지하느냐에 우리의 건강과 행복이 달려 있다고.

 

우리의 뇌는 곧 우리의 잠재력이다. 뇌가 건강할수록, 우리는 더 나은 삶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뇌가 건강해지면 학교와 직장에서 주어지는 과제를 더 능숙하게 처리하게 되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지며, 정신 건강 또한 좋아진다.

 

게다가 규칙적으로 강한 강도의 운동을 하면 노화도 늦춰진다. 운동은 즉각적으로 효과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우리 몸에 체계적으로 작용하면서 아동기와 청소년기부터 성인기와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우리의 뇌를 건강하게 지켜 준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마누엘라 마케도니아 박사는 규칙적인 운동이 뇌에 미치는 놀라운 작용을 알기 쉽게 소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서점가에 등장한 마케도니아 박사의 책 <유쾌한 운동의 뇌 과학>(해리북스)을 바탕으로 더 똑똑하게 살면서, 우울증과 치매, 번아웃을 예방하는 법을 소개한다.

 


 

 

운동은 머리는 비우는 작용…달리거나 걸으면 창의력 ‘쑥’
뇌 휴식 땐 모든 영역 활성화…골치 아픈 문제 해결책도 ‘번뜩’

 

뇌 기능 키운답시고 약물 복용? 두뇌 트레이닝? 다 의미 없어
뇌를 부작용 없이 지킬 방법 운동뿐…밖으로 나가 걷고 뛰어라!

 

40세부터 뇌 작아지기 시작…건강한 뇌에 수축 일어나 ‘깜박깜박’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해롭지만 노년층에게는 치명적으로 해로워
운동하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 강해지고 정신건강 또한 좋아져

 

“라이프치히의 어느 뜨거운 여름날 오후, 나는  몇 달 전에 읽고 참고한 논문을 까맣게 잊는 ‘건망증 사건’을 겪었고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그날 나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하나 내렸다. 수치심과 자존심,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뒤섞인 상태에서 나는 나의 뇌를 다시 되살리기 위한 일을 시작했다.

 

그날 이후 나는 여름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자전거로 30킬로미터를 달렸다. 가을이 되자 기억력은 말끔하게 되돌아왔고, 잠도 잘 잤다. 그 뒤로는 운동을 하지 않은 날이 거의 없었다. 몸 상태가 예전보다 한결 나아진 것은 물론이고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그때부터 나는 ‘운동과 뇌’라는 주제에 몰입했다. 이제 내 경험과 지식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려 한다.”


‘그날’ 이후 “몸매가 아니라 뇌를 위해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달린다”는 마누엘라 마케도니아 박사의 말이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로 주목받는 마케도니아 박사는 잘츠부르크 대학에서 운동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라이프치히의 막스 플랑크 신경과학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감각 운동 학습의 장점’을 연구했으며, 지금은 동 연구소의 ‘신경 가소성’ 연구 그룹과 린츠 대학의 린츠 메카트로닉스 센터에서 연구와 강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편안한 소파의 매력을 거부하지 못하는 보통 사람이던 마케도니아 박사는 운동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스포츠마니아로 변신한 후 자신에게 닥친 정신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냈는지, 스트레스 증후군과 과체중, 우울증과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을 풀어헤친다.

 

▲ 과학적 연구는 분명히 말한다. 뇌의 기능을 어떻게 개선하고 유지하느냐에 우리의 건강과 행복이 달려 있다고. <사진출처=Pixabay> 

 

비만은 뇌 기능도 갉아먹는다!


아닌 게 아니라 불룩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으며 이제 운동 좀 해야겠다고 혼잣말을 하거나, 생기와 탄력을 잃어버린 자신의 몸을 거울에 비춰 보며 이대로 살다간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해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가장 흔한 새해 다짐 중의 하나가 담배를 끊겠다는 것과 운동을 하나 하겠다는 것이겠는가?

 

하지만 대개 결심은 오래 가지 않는다. 운동은 금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뿐더러, 일에 시달리다 보면 몸을 쉬게 하는 게 더 이로울 것 같다는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리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피곤한 데도 몸을 움직이는 것은 되레 몸에 해로울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해로울 거라는 자기 합리화에 이르고, 이윽고 소파에 널브러진 채 몸을 일으킬 생각을 아예 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또 아무 일 없이 한 해가 지나간다.


하지만 마케도니아 박사는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운동이 당신의 몸만이 아니라 뇌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비만이 뇌의 기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면? 게다가 운동이 비만뿐만 아니라(운동이 비만을 예방해 준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울증과 치매, 온갖 스트레스 증후군까지 예방해 준다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뇌를 연구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몇 달 전에 읽고 참고한 논문을 까맣게 잊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내가 뇌를 오랫동안 혹사했고, 거기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까지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그런 실수가 나타난 것이다.

 

당시에는 내 생활방식이 뇌에, 그러니까 내 몸의 가장 중요한 기관이자 삶의 잠재력에 해당하는 뇌에 그렇게 심각한 손상을 입히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과학이라는 거대한 기계 장치 안에서 아무 생각 없이 돌아가는 수많은 톱니바퀴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는 그런 한계에서 벗어나 뇌의 관점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우리가 이에 맞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명해 볼 생각이다.”


마케도니아 박사는 당신이 운동해야만 하는 이유를 뇌 과학의 관점에서 수없이 제시해 준다. 그런데도 운동을 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러한 사실들을 심각하게 고려한다면 마케도니아 박사가 제시하는 ‘유쾌한 운동의 뇌 과학’은 최상의 선택일 수 있다.


“로이너와 그의 동료들은 수컷 쥐를 세 집단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집단에게는 암컷과 한 차례만 짝짓기할 기회를 주었고, 두 번째 집단에게는 14일 동안 연속으로 짝짓기할 기회를 허락했다. 세 번째 집단은 아예 금욕 생활을 하게 했다. 그런 다음 연구자들은 쥐의 행동을 며칠 동안 관찰했다.

 

단 한 차례만 암컷과 짝짓기를 한 쥐들은 상당한 흥분 상태를 보였다. 먹이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새로 넣어 준 흥미로운 미로도 탐색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수컷의 혈액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의 수치가 상당히 높아진 데서 찾았다. 그런데 이 집단은 섹스를 전혀 하지 않은 집단보다 해마에서 새로운 줄기세포가 더 많이 생겼다.

 

2주 동안 계속 섹스를 즐긴 쥐들은 혈중 스트레스 수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신경이 새로 생겼을 뿐 아니라 해마에서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상돌기의 가지도 증가했다. 규칙적인 섹스가 동물의 뇌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는 뇌 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를 적재적소에 소개하면서, 운동이 우리의 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아주 유쾌하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최신 뇌 과학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해줄 뿐 아니라 운동에 대한 의욕 또한 활활 불타오르게 만든다.

 

▲ 뇌를 부작용 없이 지킬 방법은 운동밖에 없다. 공간만 차지하는 비싼 운동 기구도 필요 없다. 사진은 2019 JTBC 서울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서울 마포 일대를 달리는 모습. <사진출처=JTBC> 

 

뇌 과학 관점에서 본 운동


운동이 몸에 좋은 건 알겠는데, 운동하려고 굳이 뇌 과학까지 알아야 할까? 마케도니아 박사는 “그렇다”고 단언한다.

 

알고 실천하는 것과 모르고 실천하는 것은 천양지차다. 모르면 힘들고 피곤할 때마다 운동을 그만두고 싶은 유혹에 쉽게 굴복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운동을 하기 위해 뇌 과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뇌의 건강을 위해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뇌 과학을 통해 확실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런데 뇌 과학을 하나도 모른다고? 그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마케도니아 박사는 운동이 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설명하기에 앞서 뇌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을 제공한다. 그것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유쾌한 방식으로.


“운동은 우리의 머리를 다시 비우는 역할을 한다. 아니 효과는 단지 머리를 비워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여러분도 경험했을 테지만,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할 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일이 종종 있다. 가끔은 오랫동안 골머리를 싸맸던 일에 대한 해결책이 불쑥 떠오르기도 한다. 여러분의 주관적인 느낌은 틀린 것이 아니다. 사람은 운동 중에 더 창의적으로 된다.


니스 대학의 과학자들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유를 밝혀냈다. 산소 함량이 높은 대뇌피질의 혈액을 조사해 보니 멀티태스킹을 위한 네트워크는 차단되지만 대신 휴식 네트워크[전문 용어로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고 한다]가 작동된 것이다. 이 네트워크는 해마와 연결된 대뇌피질의 여러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이름이 말해 주듯 이 네트워크는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뇌가 활동을 멈출 때, 혹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 느끼고 ‘아무것도’ 의도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때, 시쳇말로 멍 때리고 있을 때 켜진다.


우리의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휴식 모드에서는 그 모든 영역이 고도로 활성화될 뿐 아니라 각각의 영역들 사이에 활발한 정보 교환이 이루어진다. 우리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던 무언가가 불쑥 떠오르거나, 어떤 문제에 대한 더 나은 해결책이 갑자기 떠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휴식 모드에 들어간 해마는 우리가 그전까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기억들, 달리 표현하자면 그것이 ‘감추고 있던’ 기억의 여러 조각을 내보낸다. 니스 대학의 이 연구 결과는 정말 놀랍다.”


그러면서도 마케도니아 박사는 몸과 정신의 관계에 대한 서양 철학의 전통에 반기를 든다. 플라톤에서부터 데카르트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은 몸과 영혼을 이원론적으로 이해했다. 우리 자신을 물질과 정신으로 분리한 것이다.


하지만 마케도니아 박사에 따르면 이러한 이원론은 터무니없다는 것. 그는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우리 몸의 일부인 뇌에 작용해 우리의 정신적인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몸과 정신은 하나”라고 말한다.

 

즉 우리의 뇌가 우리의 정신이라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같은 뇌의 퇴화 현상이 우리에게서 기억과 정신적 능력, 감성을 앗아가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우리의 뇌는 우리의 잠재력이자 곧 우리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사회적 삶도 뇌 건강에 좌우된다. 우울증을 앓으면 행복을 위협받고, 남들과 잘 지내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태어날 때부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고 늙어 죽기 전까지, 전 생애에 걸쳐 우리는 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뇌를 돌보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마케도니아 박사는 한탄한다. 이러한 사실을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뇌 기능을 증진해 준다고 선전하는 약물을 복용하거나 값비싼 두뇌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살 필요는 없다. 이것들은 효과가 지극히 의심스러울뿐더러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뇌를 부작용 없이 지킬 방법은 운동밖에 없다. 공간만 차지하는 비싼 운동 기구도 필요 없다. 그저 편한 신발로 갈아 신고 밖으로 나가 할 수 있는 만큼 기분 좋게 뛰기만 하면 된다. 지치고 힘든 날에는 한참을 걸어도 좋다. 그러면 당신의 뇌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정말 고마워!”

 

▲ 뇌 건강을 지키려면 그저 편한 신발로 갈아 신고 밖으로 나가 할 수 있는 만큼 기분 좋게 뛰거나 걷기만 하면 된다. <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나이 들면 뇌도 쪼그라든다


마케도니아 박사는 자신이 운동과 뇌의 관계를 연구한 이유는 자신의 건망증 때문이고, 운동을 통해 기억력을 회복했다고 말한다.


“운동을 통해 뇌의 무엇이 좋아진 걸까? 바로 해마다. 바닷속 해마를 닮은 우리의 뇌 속 해마는 단기 기억, 공간 기억, 신경 생성 등 아주 중요한 여러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우선 단기 기억부터 살펴보자. 우리가 새로 알게 된 모든 것들은 일단 해마에 저장된다. 그리고 저장된 이 정보들은 차츰 대뇌피질로 이동한다. 해마가 담당하는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해마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우리가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토대라 할 수 있다.


해마가 담당하는 또 다른 기능은 공간 기억이다. 해마에는 장소 세포들로 이루어진 놀라운 위치 탐지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이 장소 세포들은 해마곁이랑의 격자 세포와의 협업을 통해 우리가 움직인 공간을 비롯해 살아가는 내내 움직인 주변 환경의 세세한 기록을 간직한다. 에드바르 모세르와 마이브리트 모세르 부부는 이 격자 세포를 발견한 공로로 2014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만큼 중요한 발견이었다는 뜻이다.


해마가 하는 일은 또 있다. 바로 신경 생성이다. 해마와 해마곁이랑 사이의 특정 지점, 그러니까 치아가 난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치아이랑이라는 붙은 지점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매일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져 뉴런이 된다.

 

뉴런은 왜 평생 계속 만들어져야 할까?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예를 들어 술을 마시거나, 잠을 잘 자지 못하거나, 병에 걸리거나 하면 뉴런의 일부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뉴런은 뇌에서 수리와 정돈 작업을 한다.

 

신경 생성의 역할은 또 있다. 만일 우리가 어떤 일에 집중하면 그 일을 담당하는 특정 부위에는 뉴런이 더 많이 필요해진다. 이를테면 당신이 매일 한 시간씩 외국어 공부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브로카 영역, 즉 언어를 담당하는 영역이 밀려오는 정보를 최상으로 가공해서 저장하려면 지원군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때 브로카 영역의 뉴런은 그런 신호를 해마에 보낸다. 그러면 이 신호가 해마를 자극해서 줄기세포를 생산하게 하고, 이 줄기세포는 치아이랑에서 언어 담당 영역으로 이동한 뒤 거기서 필요한 뉴런으로 재탄생한다.


그런데 인간의 해마는 20세부터 매년 1∼2퍼센트씩 쪼그라든다. 우리 몸의 모든 부위가 그러하듯이, 우리의 뇌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늙어 간다. 40세쯤 되면 우리는 이 중요한 뇌 구조의 최소 20퍼센트 정도를 잃고, 해가 거듭될수록 새로운 것을 기억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우리의 기억은 해마와 해마곁이랑에 의해 유지되는데, 안타깝게도 이것들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점 능력이 떨어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해마와 함께 대뇌피질과 백색질도 같이 쪼그라든다. 뇌 부피가 전반적으로 쪼그라들면서 인지 능력이 감퇴해 가는 것이다.


해마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운동이다. 해마에 활력을 가져다주는 신비의 약 같은 건 없다. 유일한 해결책은 지구력을 키우는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다.”

 

운동하는 아이, 성적도 좋다


운동이 정신 능력의 퇴화를 더디게 해주고, 치매 예방에 좋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면 젊을 때는 운동이 인식 능력의 개선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을까?


마케도니아 박사는 “그렇지 않다”면서 “운동은 어린아이와 청소년의 뇌에도 엄청난 이익을 안겨 준다”고 귀띔한다.


“최근 10년 사이에 진행된 연구들은 하나같이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신체 활동이 신체 건강만이 아니라 성적 향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일리노이 대학교의 연구자 로라 채도크의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 아이들의 해마는 운동하지 않는 아이들의 해마보다 한층 더 크다. 그리고 기억력 테스트를 통해 해마의 부피와 기억력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론은 이렇다. 운동은 아이들의 해마를 키우고, 그로 인해 해마의 능력 또한 좋아진다. 후속 연구들도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


운동을 하면 왜 해마의 성능이 더 좋아지는 걸까?


마케도니아 박사는 “아이들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해마의 혈액 공급에는 장기적인 변화가 나타난다”면서 “이는 혈관화라고 부르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운동을 하면 뇌 속의 모든 혈관은 바쁘게 움직이고, 그와 함께 더 많은 혈액을 공급받는다. 만일 뇌혈관 용량이 충분하지 못하면 새 혈관까지 만들어진다. 따라서 어릴 때 뇌를 많이 쓰고 운동을 많이 할수록 무엇보다 혈관화를 통해 좋은 뇌가 탄생한다.

 

탁월한 하드웨어, 즉 산소 공급이 최상으로 이루어진 뇌는 탁월한 인지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최상의 토대다. 혈관신생과 혈관화의 증가는 성인들도 가능하다. 하지만 별로 움직이지 않으면? 그때 우리 뇌는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허물어 버린다. 이따금 혈관까지도 말이다.


아이들에게는 뇌의 건강을 위한 완벽한 조합이 마련되어 있다. 학교에서 새로운 내용을 습득하면 신경 생성이 일어나고, 그러면 해마에서 새로 생긴 신경은 용도에 따라 각각의 대뇌피질 영역으로 옮겨지고, 거기서 기존의 세포 연결망을 강화한다. 여기에 운동이 더해지면 혈관까지 새로 생긴다.

 

시냅스 생성의 증가도 신체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요컨대, 아이들은 학교 학습과 운동만으로도 성능이 좋은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이 하드웨어는 아이가 인생길을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는 데 훌륭한 토대가 된다. 이 모든 메커니즘은 따로따로 움직이지 않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노년기의 운동은 뇌 위한 묘약


우리는 매일 거울을 보면서 우리가 늙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러나 뇌는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뇌도 언젠가는 쇠약해지고 만다는 사실을 좀처럼 깨닫지 못한다. 방금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이름이나 숫자 몇 개를 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깨닫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마케도니아 박사는 이에 대해 “나이가 들면 건강한 뇌에도 수축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우리의 뇌는 보통 40세부터 10년 단위로 약 5퍼센트씩 작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뇌의 수축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또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라고. 마케도니아 박사는 우리 뇌 속의 네트워크를 대도시의 아주 복잡한 교통망에 비유하며, 치매란 이 거대한 도시에 무수히 많은 운석이 떨어져 교통망을 마비되었을 때 일어나는 일과 같다고 설명한다.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에서 이 운석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노인성 반점이다. 이 반점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로 이루어진 침전물이다. 베타아밀로이드는 건강한 뇌에서 박테리아를 막고 뉴런들 간의 소통을 지원하고, 타우 단백질은 뉴런의 세포 골격을 구성하는 아주 작은 관들의 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두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쌓이면 축삭돌기와 수상돌기에 해를 끼치고, 그로 인해 세포들은 더는 소통을 하지 못하고 죽게 되고, 뇌의 부피는 줄어든다.


우리 뇌에는 물질대사 과정에서 생기는 유해 물질과 침전물을 치우는 글림프 시스템이라는 청소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이 젊을 때처럼 활발하게 돌아가지 않으면 침전물이 생기고, 그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네트워크를 파괴한다.

 

그런데 운동은 이 청소 시스템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즉, 우리는 운동을 통해 우리의 뇌에 끼는 노폐물을 의도적으로 없앨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원한다면 365일 동안 매일매일 말이다.


노년층은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에 섬뜩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의 작용을 통해 늙어 가는 뇌에 해를 끼친다. (그런데 왜 뇌는 우리 몸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코르티솔을 분비하는 걸까? 마케도니아 박사는 그 이유를 아주 흥미롭고 유쾌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해마가 공격을 받아 기억력이 약해질 뿐 아니라 앞뇌의 중요한 인지 기능들, 그중에서도 인지적 통제와 의사 결정, 주의력 조절 같은 기능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해롭지만, 특히 나이 든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만큼 해롭다.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 탄력성, 즉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은 삶의 시기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나이대에 따라 뇌의 재생 가능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코르티솔은 수상돌기 가지의 생성에 영향을 끼친다. 스트레스가 멈추면 뇌는 다시 재생될 수 있지만, 재생되는 수준은 나이에 따라 다르다. 청소년기의 수상돌기 나무는 한번 손상되더라도 돌기들이 처음 수준으로 다시 빠르게 자라면서 회복된다. 중년에는 수상돌기가 자라기는 하지만 원상태만큼 길게 자라지는 못한다.


그럼 노년에는? 아예 수상돌기가 자라지 않는다고. 수상돌기 가시의 수가 이전보다 줄어든 채로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노년층에서 트라우마가 인지 기능의 쇠퇴로 이어지거나, 인지 기능이 갑자기 확 나빠지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짐작할 수 있듯이, 운동은 이러한 코르티솔의 부정적인 영향을 저지해 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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