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향기 따라 걷는 길

너울길·봄내길 타박타박…어느새 몸도 맘도 힐링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20/06/19 [11:30]

책 향기 따라 걷는 길

너울길·봄내길 타박타박…어느새 몸도 맘도 힐링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20/06/19 [11:30]

다양한 저술로 주목받는 작가이자 역사가 리베카 솔닛은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는 걷기’라고 했다. ‘마음을 가장 잘 돌아보는 길은 걷는 것’이라고도 했다. 프랑스의 철학자 프레데리크 그로는 ‘걷기는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이라고 했다.

 

사실 느리게 가는 데는 걷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걷기 위해서는 오직 두 다리만 있으면 된다. 다른 건 일체 필요 없다. 그래서인지 걷기는 이제 열풍과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정착했다. 평일에는 집과 학교, 사무실 안에 갇힌 채 살다가도 주말이면 자연 속에서 걷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려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는 것.

 

하지만 막상 걸으려 해도 어디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즐기면 좋은지 막막하다. 때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갇혀 지내는 집콕족들을 위해 ‘걷기 여행길’을 6월의 주제로 잡았다. ‘책 향기 따라 걷는 길’ 4코스를 추천하며 우리들을 밖으로 불러내어 어느 새 걷도록 만들고 있다.

 


 


경의선숲길 책방 구경하다 힘들면 벤치에 앉아 여유 만끽

 

1. 용인너울길 05코스 ‘민속촌너울길’


민속촌너울길은 경기도 용인 민속촌입구삼거리에서 출발해 같은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약 9㎞의 순환형 코스 길이다. 천천히 걷는 평화로운 길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용인너울길의 5코스인 민속촌너울길은 생태공원인 ‘구갈레스피아’를 가로지르고 있어 심신을 힐링하며 걷기 좋은 길이다.

 

▲ 너울길의 마지막 숲길. 


시작점인 민속촌입구삼거리에는 독립서점인 ‘희재서사’와 ‘반달서림’이 있어 걷기 여행의 시작 전, 책 한 권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민속촌너울길'의 또 다른 특징은 역사와 문화, 자연을 아우른다는 점이다.


‘민속촌너울길’을 걷다 보면 조선 전기의 정자인 사은정(용인 향토유적 제50호)을 비롯해 한국의 전통미를 관람할 수 있는 한국민속촌, 2008년 10월에 개관한 백남준 아트센터와 더불어 아름다운 숲길을 만날 수 있다.


▲코스경로: 민속촌입구삼거리-상갈주공아파트-백남준아트센터-구갈레스피아-지곡초교삼거리-사은정입구-민속촌입구삼거리(1코스), 지곡초교삼거리-구갈레스피아-백남준아트센터-상갈주공아파트-민속촌입구삼거리(2코스). 총 거리 9.0㎞.

 

2. 봄내길 04코스 ‘의암호 나들길’


‘봄내길’의 봄내는 봄이 빨리 오는 강이라는 춘천의 순우리말로 총 8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4코스인 의암호 나들길은 사계절 언제 걸어도 좋지만 특히 봄기운이 넘실거리는 늦봄에 걷기 좋다. 상쾌한 봄바람을 따라 잔잔한 호수와 초록을 품은 숲, 그 뒤로 병풍처럼 능선이 이어진다.

 

▲ 의암호를 옆에 두고 걷는 길. 


길을 걷다 보면 춘천문학공원에서 춘천이 자랑하는 청년작가 김유정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문학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곳곳에 시가 새겨진 시비(詩碑)를 볼 수 있다. 공원과 맞닿은 의암호의 절경도 ‘의암호 나들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다. 의암호 저편으로는 춘천의 명산 삼악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한다. 강바람과 그 바람이 전해주는 풀내음이 답답했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코스경로: 서면 수변공원-눈늪나루-둑길-성재봉-마을길-오미나루(경찰충혼탑 앞)-신매대교-호반산책로-소양2교-근화동 배터-공지천-어린이회관-봉황대. 총 거리 14.2㎞.

 

3. 제주 올레길 21코스(하도-종달 올레)


제주를 한 바퀴 빙 도는 제주 올레길은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세화해변을 마주한 구좌읍 하도리 해녀박물관에서 종달까지 이어지는 제주 올레길 21코스는 제주 올레길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코스답게 제주도의 대표적인 매력을 한데 모아 이어놓은 듯한 길이다.

 

▲ 제주올레 21코스를 걷는 올레꾼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풍경은 제주의 전통 농업문화 중 하나인 ‘밭담’이다. 밭담은 바람이 강한 제주도에서 농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무암 등을 사용해 쌓은 담이다. 밭담이 펼쳐진 들판 너머로 제주 동부의 오름 군락과 한라산의 실루엣을 멀리서나마 감상할 수도 있다.


조선시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는 성벽 ‘별방진’에 오르면 하도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바다와 가정집이 옹기종기 모여 자아내는 마을 풍경을 내려다보는 것도 가능하다. 제주 동부의 다채로운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지미봉은 이 길의 하이라이트다. 문주란과 수국의 개화를 기다렸다가 걸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제주 올레길 21코스 곳곳에는 독립서점도 있어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추천하는 길이다. 길 중간 지점에서 찾을 수 있는 독립서점 '언제라도'는 옛 가옥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곳으로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출판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만나볼 수 있다.


코스 종점 부근에서 운영 중인 ‘소심한책방’은 서가에 꽂힌 도서의 진열 이유를 담은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어 서점 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구매한 책은 길 곳곳에 설치된 야외 테이블, 정자, 카페 등에서 읽을 수도 있다.


▲코스경로: 제주해녀박물관-연대동산-별방진-해안도로 및 석다원-토끼섬-하도해수욕장-지미봉오르는길-지미봉 정상-종달바당. 총 거리 11.3㎞.

 

4. 연남동 경의선숲길


옛 기찻길을 걷어내고 경의선숲길(6.3㎞)이 2016년 만들어졌다. 홍제천부터 용산 문화체육센터까지 이어지는 공원구간(4.4㎞)과 경의선 전철 및 공항철도 역사 구간(1.9㎞)은 복잡한 도심 속에서 시민들의 소중한 쉼터로 탈바꿈했다. 그중 서천교에서 서강대역으로 이어지는 약 2㎞의 연남동 경의선숲길은 개성있는 책방을 보물 찾기하듯 구경하거나, 힘들면 벤치, 잔디 위에 앉아 경의선숲길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좋다.

 

▲ 경의선숲길. 


책을 좋아하거나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면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시작되는 경의선 책거리를 걸어보자. 9개의 테마를 가진 책 부스,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책거리 역'을 비롯해 조형물들이 많이 설치돼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홍대입구역 숲길 인근에는 개성있는 독립서점이 많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서점 리스본 포르투’ 1·2호점, ‘책방곱셈’, ‘그림책학교’, ‘헬로 인디북스’, ‘사이에’ 등 독립서점에서 다양하게 큐레이션된 책을 찾아보는 책방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서강대역과 홍대입구역 6번 출구 근방엔 숲길을 내려다볼 수 있는 카페도 많아 쉬어가기 좋다.


▲코스경로: 서천교-홍대입구역-경의선 책거리-서강대역. 총 거리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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