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식생활 지침

“잘못된 정보·나쁜 과학에 먹는 즐거움 뺏기지 말라”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5/22 [10:39]

코로나 시대 식생활 지침

“잘못된 정보·나쁜 과학에 먹는 즐거움 뺏기지 말라”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5/22 [10:39]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건강한 삶을 이어가려면 식생활을 어떻게 꾸리는 게 좋을까? 미국의 의사이자 유명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는 에런 캐럴은 “코로나 시대의 밥상은 미신이 아니라 과학으로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식으로 먹고, 뜬소문에 먹고, 습관으로 먹고, 속아서 먹는 사람들은 팬데믹(대유행) 같은 상황에서는 더 이상 건강할 수 없다. 잘못된 정보와 판단 때문에 사람들은 좋은 음식을 나쁜 음식으로 저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학이다.”

 

최근 <코로나 시대, 식품 미신과 과학의 투쟁>(지식공작소)을 한국 서점가에 선보인 그는 “먹거리 미신은 감염병 사회의 적이며 식품의 과학화로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감염병 사회에서 자신을 지키는 최고의 무기”라고 역설한다. 에런 캐럴의 식생활 지침을 간추려 소개한다.

 


 

감염병 사회 최고 무기는 식품 과학화로 건강한 몸 지키는 것
MSG에서 GMO까지 우리가 알던 식품에 관한 진실 편견 뒤범벅


습관으로 먹고, 속아서 먹으면 팬데믹 상황에서 건강 못 챙겨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사람은 밥상의 과학 생각해야

 

우리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각 나라의 대응을 보면서 인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과학과 이성을 외면한 채 미신이나 떠도는 이야기, 자의적 해석으로 세상을 이해할 때 그 위험성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경기도 성남의 한 교회에서 신도들의 입에 소금물을 분무기로 뿌리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폐에 살균제 주입’을 하면 어떻겠냐고 기자들에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21세기 과학문명은 눈물을 감출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때 우리 인간은 상상을 훌쩍 뛰어넘어, 더할 나위 없이 무식하고 미련하다. 그리고 먹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항상 그랬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건강한 삶을 이어가려면 식생활을 어떻게 꾸리는 게 좋을까?  

 

무식하고 미련한 건강 미신


“오늘날 사람들은 새로운 ‘위험 물질’에 관심을 집중한다. 바로 글루텐, 유전자변형작물, 인공감미료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들 식품은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의학 전문가나 일반인들은 여전히 이 음식을 악마로 만들고 있다. 음식에 대한 이런 태도는 식생활 건강 분야의 불편한 진실을 보여준다. 과학자와 의사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환자에게 무엇을 먹고 먹지 말라는 권고를 남발하는 죄를 저지르고 있다.”


인디애나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 교수이자 미국 공중보건 전문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에런 캐럴의 말이다.


캐럴 교수는 건강과 신체에 관한 잘못된 의학 상식과 세간의 미신을 과학적으로 해명한 세 권의 책을 집필했고 CNN, <블룸버그뉴스>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건강과 정책에 관한 글을 써왔다. 지금도 <뉴욕타임스>의 블로그 ‘업샷(Upshot)’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캐럴 교수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의학 지식을 전달해 대중이 스스로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돕는 데 관심이 많다. 미국의 건강보건 정책이나 의학 연구와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주는 유튜브 채널 ‘건강을 위한 최선은(Healthcare Triage)’을 운영하고, 블로그 ‘인시덴탈 이코노미스트’에도 글을 기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밥상은?


그럼 코로나19 시대를 사는 우리의 밥상은 어떤가?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먹거리에서도 여전히 과학보다는 미신이 판친다. MSG와 GMO는 천연, 환경, 윤리라는 도깨비 방망이에 매질을 당하고 소금과 달걀, 커피와 설탕, 술은 과학과 데이터가 아니라 맹목과 자본의 포로가 되었다.


밥상의 진실은 종종 식품 기업의 후원을 받은 연구자에 의해 일그러진다. 식품과 질병의 인과관계에 대한 진실의 확인은 연구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데도 의학 상식이 부족한 대중은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배척한다.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는 식품의 진실을 알기 어렵고 건강한 식품을 선택하기 어렵다.


에런 캐럴 교수는 “식단과 건강에 관해서라면 심지어 과학자의 얘기라도 모두 믿으면 안 된다”면서 진실은 훨씬 복잡하며 한 건의 연구로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관습을 앞세워 마스크를 배척한 유럽과 미국에서 얼마나 처참한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관습은 응급상황과 위험사회에는 대응력을 갖추기 힘들다.


우리의 밥상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반세기를 지나고 있지만 음식에 대한 미신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식습관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의 과학화는 더디게 나아간다.


중요한 것은 과학이다. 상식으로 먹고, 뜬소문에 먹고, 습관으로 먹고, 속아서 먹는 사람들은 팬데믹 같은 상황에서는 더 이상 건강할 수 없다. 이제 똑똑한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은 밥상의 과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과 같은 기저질환을 유발하지 않는 밥상을 찾게 될 것이고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이 새롭게 발견될 것이다.

 

감염병 사회의 최고 무기


캐럴 교수의 책 원제는 <BAD FOOD BIBLE>이다. 직역하면 ‘나쁜 음식의 경전’이다. 무엇이 나쁜 음식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캐럴 교수는 이 제목을 반대의 뜻으로 사용했다. 그는 사람들이 보통 나쁜 음식이라고 믿고 멀리하는 열한 가지 음식을 조사했다. 그렇다면 조사 결과는? 나쁜 음식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은 틀렸다!


잘못된 정보와 잘못된 판단 때문에 사람들은 좋은 음식을 나쁜 음식으로 저주한 것이다. 캐럴 교수가 조사한 열한 가지 음식은 오랜 세월 인간이 먹어온 것,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개발된 것, 그리고 사회적 편견 때문에 악명을 뒤집어 쓴 착한 음식들이다.


“물을 제외하고 매일 어떤 것을 세 컵 이상 마시라는 권고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유는 열량이 낮은 음료가 아니다. 매일 먹는 우유 세 컵의 열량은 250킬로칼로리다. 저지방 우유 혹은 전지유의 열량은 더 높다. 다른 고칼로리 음료는 비만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배척되는데 우유만 괜찮다는 것은 약간 이상하지 않은가?”


“고기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얘기하듯 65세 이하 사람에게 고기가 위험하다면 65세 이상 사람에게 고기가 이로운 현상도 동시에 설명해야만 결론을 믿을 수 있게 된다. 다수의 식단 전문가들은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대신 그런 이유 때문에 식단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캐럴 교수는 이렇듯 우리가 매일 만나는 식품의 과학에 대해 얘기한다. 커피·달걀·소금·알코올·엠에스지(msg)·글루텐·고기·유전자변형작물(gmo)·버터·다이어트콜라 그리고 비유기농 식품에 대해, 지금까지 수행된 연구 결과와 사실처럼 믿어지는 많은 이야기를, 우리가 바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신체에는 콜레스테롤이 필요하다. 그것은 독극물이 아니다. 간은 매일 1000밀리그램의 콜레스테롤을 만든다. 특정한 비타민이나 호르몬을 만들거나 세포를 만들 때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콜레스테롤은 몸의 지방을 움직이고 소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신체는 매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는 양의 서너 배에 해당하는 콜레스테롤을 합성한다. 콜레스테롤이 중요하다는 점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글루텐이 없는 식사를 하면 비타민 B, 엽산, 철분 부족 현상을 겪을 수 있다. 엄격하게 글루텐을 통제하는 사람은 마그네슘, 철분, 아연을 적게 흡수한다. 따라서 글루텐 프리 식단을 선택해야 하는 사람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서 글루텐과 함께 사라진 영양소를 알려 줘야 한다. 왜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글루텐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가장 간단한 대답은 노세보 효과다.”

 

음식 철학 세워야 건강한 삶 시작


그는 “우리는 자기가 먹는 음식에 대해 철학을 가져야 한다. 음식에 대해 철학을 세우는 것이 곧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준다”면서 “나의 식생활 지침이 당신이 음식 철학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당뇨병 환자들이 사용한 인슐린은 유전적으로 변형된 대장균이 만든 것이었다. 인슐린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그런데 사람들은 왜 식품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된 유전자 변형 기술에는 불만을 가질까?

 

GMO를 먹는다고 알레르기 반응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DNA를 어지럽히지도 않는다. 암 발생 빈도가 증가하지도 않는다. GMO를 함유한 식품은 일반 식품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GMO 프리’ 식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GMO가 없다는 사실을 알릴 뿐이다.”


“나는 의사들이 임신 중 음주를 주제로 사적으로 대화할 때와 공식적으로 대화할 때 내용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특히 환자와 대화할 때 의사들은 임신부가 알코올을 섭취하면 안 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개인으로 돌아와서는 임신부가 가끔 술을 마셔도 자궁 내 태아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캐럴 교수는 음식의 과학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맘껏 즐기며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식품에 관한 진실이 편견으로 뒤범벅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학자들과 의사들, 언론이 어떤 방법으로 소비자를 속이고 거짓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했는지도 알려준다.


“MSG라는 ‘화학물질’이 신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MSG가 화학물질이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MSG와 관련된 어떤 긍정적 증거에도 귀를 닫는다. 하지만 글루탐산이 화학물질이라고 해서 그것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이 결국 화학물질 아니던가?”


“당신이 환경과 인류의 건강에 관심 있다면 식물을 유기농으로 키울 때 살충제를 전혀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유기농 식품이 일반 식품보다 영양소가 더 풍부하고 덜 위험하다고 자주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 주장은 생산적이지 않고 사실도 아니다.”


“잘못된 정보와 나쁜 과학에게 먹는 즐거움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는 캐럴 교수의 경고를 통해 우리 식생활에 빈번히 등장하는 식품들에 대해 어설픈 믿음과 진실을 구분할 수 있는 힘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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