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 세태풍자 소설 ‘불 꺼진 무인등대’ 제2부 <7> 우수의 계절-두 번째 이야기

예수·부처가 요즘 교회나 절에 간다면 어떤 느낌 들까?

글/김영권(소설가) | 기사입력 2020/04/10 [11:35]

김영권 세태풍자 소설 ‘불 꺼진 무인등대’ 제2부 <7> 우수의 계절-두 번째 이야기

예수·부처가 요즘 교회나 절에 간다면 어떤 느낌 들까?

글/김영권(소설가) | 입력 : 2020/04/10 [11:35]

동식물이 상처받은 사람들 어루만져 주고 심신의 불치병 치유
“종교단체는 신을 팔아 돈벌이하는 장사꾼이란 말도 있잖아요”

 

“흉포스런 강철 짐승 규제할 만한 질서유지법과 윤리 있었으면…”
“이 손끝에서 빛 에너지 흘러나와 저 괴물들을 녹여 버렸으면…”

 

여자는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개가 그렇게 흉악스런 동물이라곤 믿을 수 없어요.”


“개를 흉악범으로 몰고 가자는 건 아니에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호랑이나 사자, 늑대, 아나콘다, 하이에나 같은 동물도 키우잖아요. 키우되 남에게 피해를 주어선 안 된다는 거예요. 결국 문제는 사람에게 있다는 얘기죠. 이기주의에 미친 주인을 닮은 광견들이 활보하는 세상이랄까….”


“혹시 한국 사람들이 옛날부터 하도 개를 잡아먹어서…그 죄업을 받는 건 아닐까요?”


“금단의 열매를 따 먹은 이브의 자손들처럼…?”


“농담 좀 하지 마세요.”

 

▲ 어릴 적에 부모를 여읜 폴은 말을 잃은 채 두 이모와 함께 산다. 어느 날 우연히 이웃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방문한 폴은 그녀가 준 차와 마들렌을 먹고 과거의 상처와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사진은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한 장면.  

 

동식물은 하늘이 내린 묘약?


여자는 뾰로통해진 얼굴로 말했다.


“아니, 농담이 아녜요. 그쪽 사람들은 개를…자신들의 조상님을 키워준 은혜로운 양부모인 늑대 후손인 개를…마치 금단의 열매처럼 생각할 테니까요.”


“신화 속에 나오는 얘기일 뿐인걸.”


“신화는 현실의 삶과 함께 영원히 이어지죠. 한민족의 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를 요즘도 한국인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천지의 기운을 모아 지닌 신령스런 존재로 여기잖아요.”


“미련한 곰탱이 같다는 말도 있는걸요 뭐.”


여자가 퉁명스레 종알거렸다.


“그건 곰을 오해한 사람들이 하는 얘기겠지. 곰은 개나 사람보다 훨씬 재빠르고, 만일 마라톤을 하면 호랑이나 사자보다 결국 먼저 우승 트로피를 차지할 거예요. 그리고 산에 살던 곰의 영리함은 아마 호랑이와 막상막하거나 오히려 한 레벨 윗길일걸요. 결코 사람이 큰소리칠 만한 상대가 아니에요…그러니 덩치가 곰처럼 큰 사람을 제 깜냥에 무시하고…중국이나 러시아를 우둔하다고 속으로 짐짓 놀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지. 제 잘난 척 이기적인 주지육림에 빠져 희희낙락하다간 한입에 냉큼 집어삼켜지고 말겠지.”


“어쨌든 요즘 한국 사람들은 족제비 새끼마냥 촐싹거리며 색마가 되어 갈 뿐, 호랑이 같은 주도면밀한 지성과 용기를 지닌 남성은 전혀 없는걸 뭐.”


“그건 여성도 마찬가지지 뭘…인공적인 현란한 색깔에 눈이 멀어 공(空)의 여유와 지혜와 자애로움을 잃어버린 일개 암컷 짐승이 되고 말았으니….”


여자는 저녁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면 어느 만큼 유행의 파도를 타고 적응해야 하잖아요. 그러잖으면 숨이 막혀 질식하든지 아마 정신병자가 되고 말 거야….”


“그래서 너도 나도 방 안에 애완용 금수들을 키우고 식물을 들여놓아 기르는지도 모르지. 자기들에게 없는 것을 보충하기 위해…플라스틱과 비닐과 콘크리트와 강철 따위로 조합된 괴물 인형으로 변해가는 딴사람들과 자기를 구분키 위해….”


“너무 극단적인 생각이에요. 아직 경험이 없나 봐요? 동식물과 사람이 서로 애정을 나누며 삭막한 지상에서 받은 고독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또 영혼까지 교류하며 병원에선 고치지 못한 심신의 불치병을 기적적으로 치유하는 감동적인 실화들…사랑이란 하느님이 내려주신 생명의 묘약이에요.”


“그것 또한 꽤나 극단적인 신념이네요. 하긴 그런 기적이 개별적으론 없잖아 많이 있겠지요…하긴 언젠가 냉혈적인 내 눈에도, 정말로 개와 인간이 삶의 동행처럼 느껴지는 장면이 보였었지.”


“어떤…?”


“개를 키우는 사람에겐 별다른 게 아닐 수도 있어요.”


“음, 일단 한번 얘기나 해봐요.”


“도서관 올라가는 산 아래 허름한 아파트가 있는데, 두세 시 무렵이면 어떤 아가씨가 늙은 개를 한 마리 데리고 나와요. 한땐 하얀 바탕에 황금빛 털을 자랑했겠지만 지금은 윤기가 다 빠져 텁수룩하고 다리를 절뚝절뚝 절며 눈까지 잘 안 보이는 듯하더군. 아가씨는 그 애처로운 모습을 보고도 안아 주거나 하진 않더라만, 성의를 다해 기다려 주며 천천히 산책을 시켰지. 주저앉으려는 개 앞에 쪼그린 채 용기를 북돋우기도 하고…개도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곤 힘을 내 한 발짝씩 걷더군.

 

궁금해서 슬쩍 물어 보니 자기가 중학교 입학하면서 강아지를 얻어 키웠대요. 생의 희비애락을 십여 년 넘게 함께 해온 친구라며…한두 번 잠깐 본 장면인데도 감동적이라 잊히지가 않아요. 기분 내키는 대로 잠깐 키우다가 변덕을 부려 내버리는 유기견들에 비하면 행복하겠지. 지금은 어찌되었을까….”


“어머, 멜랑콜리한 분위기네요.”


“하지만…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자기가 살기 위해 남에게 사망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황금률이 중요하겠죠. 소위 종교인들이 일반인들에게 그런 짓을 가장 많이 하는 데가 한국이라는 국가라는 풍문도 떠돌잖아요. 흠, 옛날엔 물질적으로 가난해서 울고불고 짜던 사람들이 이젠 좀 먹고 살만해지니 자기와 금수강산을 함께 오염시켜…그토록 풍부하던 생명수와 인정이 다 메말라 빠져 영혼이 신음하는 갈증의 사막….”

 

신을 팔아 돈벌이


“혹시 무신론자세요?”


“유신론자든 뭐든 무슨 상관이슈? 한국 사회와 종교가 과연 그런 질문을 던질 자격이 있는지 궁금하군…진리를 찾고 참되게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모두 신의 자녀며 벗이 아닐까 싶은데…이런 저런 종교단체는 사람들에게 신을 팔아 돈벌이를 하는 장사꾼이란 말도 있잖아요. 만일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요즘 시대의 교회나 절에 가 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물론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시겠지만…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그나마 모두 타락하지 않고…스마트폰이나 전등 같은 꽤 신기스런 물건을 발명해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곤 감동하시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하하, 꽤나 낙관적이군요. 노을이 지고 땅거미가 내리니 슬슬 일어나야겠군요…아, 잠깐 한마디만 더…혹시 사람과 개의 관계에도 업보가 작용한다고 얘기하던데, 직접 개를 키워 본 입장에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요, 음…좀 생각해 봐야겠네요…하지만 이제 그만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다음에 기회가 또 오면 그때….”


“그래요, 그게 좋겠군요.”


“다시 못 만나더라도…이미 나눈 대화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어야 해요. 자족의 미학이랄까, 호호….”


“당연한 말씀. 그런데 혹시…희망집을 아세요?”


“네?”


“개암나무 옆 식당인데….”


“호호, 그건 왜 물으시죠?”


“그냥…백발 할머니와 어딘지 좀 닮은 듯싶어서….”


“호호, 그럼 굿바이….”


여자는 살풋 미소 짓더니 개를 데리고 떠나갔다.

 

자동차라는 ‘강철 야수’


Q는 지하보도를 건너올라 집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큰길뿐만 아니라 골목 여기저기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왕래하고 구석구석 주차돼 있었다. 사바나의 초원지대를 누비는 야수들이랄까. 불그스름한 눈빛을 내쏘는 그 무정함 짐승들 때문에 도로를 걷는 사람은 쩔쩔 매며 요리조리 전전긍긍해야만 겨우 살아남을 지경이었다. 들려오는 개소리가 환청인지 어딘가 차 속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인지 분간키 어려웠다.


‘아, 정말 너무 심하네. 숨을 쉬기가 힘겨워. 강철과 속도와 매연의 노예가 되라고 강요당하는 듯싶어…아득한 심해(深海) 속엔 산소 없이도 견디는 미생물이 존재하고, 필리핀엔 독소 섞인 매연마저 먹이로 삼아 살아가는 묘한 나뭇잎 곤충도 있다지만…좀 적응기간을 줘야 할 게 아냐. 십 년 사이에 너무나 많은 차들이 세상을 완전 점령해 버렸어. 숨쉴 만한 틈바구니도 없이…차를 타고 다니는 자들은 차들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세뇌돼 버렸다고 하는 편이 옳겠지.


나도 뭐 대단히 섬세한 신경 소유자는 아닐 뿐더러 도시적 미학을 즐기는 편이므로, 그저 조금만 흉포스런 강철 짐승을 규제할 만한 질서유지법과 윤리가 있었으면 좋겠어. 하긴 지금도 없진 않지만 무망한 느낌이야…왜냐? 법 뒤에 거대한 자동차 산업이 버틴 채 퍼져 나가고 있는걸 뭐. 한 마디로 말해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돈벌이보다 생명의 법칙을 깨닫고 스스로 감축하는 희대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아예 불가능한 얘기니까….


특히 한국은 거대한 땅덩이에서 독수리처럼 날아다니는 미국을 참새마냥 억지로라도 따라가지 않으면 절단 나는 처지니 어쩌겠어, 응? 우리 국민이 뽑아서 권력을 몰아준 역대 대통령들마저 미국 앞에서는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상황이니…나 같은 일개 참새는 한숨이나 쉬어야 하나…내가 대통령이 되든 당신이 대통령이 되든, 뭘 좀 국익 차원에서 미국과 합리적으로 정정당당히 협상을 하려는 마당이면…꼭 한미혈맹을 내세우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섞어 짜 흔들어대면서 시위를 하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자칭 애국자들이 설친단 말야. 흠, 그들은 나라를 들먹이지만 사실은 대개가 자기 이익은 챙겨 놓고 떠드는 이기주의자일 뿐이지. 그러면서도 큰소리치는 건 바로 옆에 이른바 급진 종북 좌파들이 있기 때문이라더군.


극과 극은 원수처럼 싸우기도 하면서 마치 연인마냥 닮은 점이 있어 서로 통한다는 얘기지. 우리가 남북으로 분단된 마당에 중도까지는 실천하기가 실상 버겁다 하더라도…건전한 보수와 진보, 건강한 좌우의 심신이 공존해야 하지 않겠냔 말야…참된 보수와 진보는 싸우기보다는 서로 발전적으로 비판하며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데, 극좌빨 종북과 극수구 꼴통들은 자기네만 잘났다고 지랄 발광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로 향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셈이니 참 골칫거리지. 참으로 불행이야.

 

한반도의 동족상쟁으로 한 민족이 분단된 것도 큰 불운이었지만,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찰은 못할망정 서로 못 잡아먹어 으르렁대는 꼴은 정녕 한민족의 비극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가관이랄밖에…극좌와 극우 꼴통들은 싹 쓸어다가 다 미국의 어느 외딴 무인도에 풀어 놓았으면 좋겠어.


아냐, 그건 방법마저 좀 극단적이야. 가장 좋은 방법은 남북한 통일이 아닐까 싶군. 그렇게만 되면 그런 좀비 같은 존재들은 저절로 사라져 버릴 테니까. 말하자면 그들은 두 쪽 다 한민족의 비극적인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고름을 빨아먹고 사는 셈이야. 그러니 상처가 아물기를 바랄 리가 있겠어? 사악한 얼굴을 판박이 가면 속에 숨긴 채 퍽 그런 척하며 핏대나 세워 소리칠 뿐….’


Q는 입속으로 구시렁거리면서, 강철 짐승들이 가득차 서로 부대끼며 눈알에 붉은 빛을 띤 채 금속성 클랙슨으로 고함지르고 으르렁대는 좁은 이면도로를 조심스레 요리조리 헤쳐 나갔다.


별안간 다가든 자가용 택시의 범퍼에 종아리를 긁힌 그는 이를 으드득 갈았다.


“개새끼들! 왜 큰길 놔두고 사람이나 다니면 좋을 이면도로에서 지랄발광이야!”


그는 분노로 인해 헐떡거리며 목 속의 가래침을 끌어모아 차창에 뱉어 버렸다. 그러고는 일단 그 아비지옥 속을 급히 빠져 나갔다. 거기서 실랑이를 벌여 봤자 별 소용이 없을 뿐더러 더욱 무정스런 야수의 먹이가 될지 모를 지경이었기 때문이었다.

 

▲ 모범적이고 착한 성품의 미켈은 어느 날 우연히 아리라는 여인을 만나고, 그녀와 함께 불법 자동차 경주의 매력에 점점 빨려든다. 사진은 영화 ‘분노의 질주’ 한 장면.  

 

자동차와 애완견에 연연


집을 향해 걸어 올라가면서 Q는 그 강철 짐승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혼잣말을 웅얼거렸다.


‘아, 초인이 되고 싶어. 이 손끝에서 진실의 빛 에너지가 흘러나와 저 괴물들을 스르르 흔적도 없이 녹여 버렸으면…물론 대중교통이나 산업용과 의료용 차, 자가용이라 하더라도 세 명 이상 탄 경우들은 제외해야겠지. 특히 할리 데이비슨 같은 거물급 외제 오토바이에 올라앉아 요란스런 폭발음을 터뜨리며 폭주하는 이기적인 개자식들은…신설될 국립 인간교화소에 처넣어 온갖 날카로운 소음과 심장이 터져 버릴 정도의 전율 속에서 반성케 해야 돼…흐흐, 하지만 만일 내게 그런 고급 애완물이 생긴다면 생각이 홱 바뀌지 않을까?’


그는 잠시 멈춰 선 채 고민하고 있더니 단호히 소리쳤다.


“어쨌든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돼! 그건 만고불변의 황금률이야. 그리고 이기주의자들이 제 세상인 양 설치지 못하도록 법을 현실에 맞게 제정해, 천둥보다는 번개처럼 엄정히 집행해야겠지. 나도 뭐 법률보다는 자유를 좋아하지만…개보다 못한 잡종 새끼들! 어느 정도여야지…아무리 잘나가도 결국 종착역에선 폐차가 되고…운 나쁘면 유기견이 되고…폐물 인간이 돼 버릴 텐데…그렇기 땜에 가능한 한 즐기자는 패도 있지만….”


행인들이 미친 놈을 발견한 양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Q는 소리 없이 입술만으로 중얼댔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생로병사의 연기법 진리는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동식물, 칼이나 걸레 같은 사물, 그리고 종교와 철학 사상과 법조문에까지도 적용되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성주괴공(成住壞空)하지 않는 게 없는데도…한국 사람들은 유달리 참된 변화에 둔감한 것 같아. 심지어 거역하려고 어거지를 쓰기도 하지.

 

사계절의 변화가 너무 순조롭다 보니 고마움을 모르고 발칙스레 무시하는 걸까? 흥에 취해 놀 땐 원리 원칙을 무시하고 제 기분대로 급진 돌변적으로 감정을 폭발시키는 주제에…그러니 이 땅에서는 진리와 이성에 따라 변화하기보다는 쿠데타나 강대국의 입맛에 따라 강압에 의해 최악의 방식으로 변질되곤 했는지도 몰라.


미국이 우리를 도와줬다고들 하지만 잃은 것도 많잖아? 지혜로운 조상들이 물려준 미덕마저 팽개쳐 버리곤 맹종 모방하고 있지 않으냔 말야. 왜 미국의 아름다운 점은 배우지 않고 그들 스스로도 부끄러워하는 것을 따라하지 못해 안달복달인지 의문스러워. 

 

반 토막 난 좁은 땅에서 살아간다는 게 물론 불편한 점이 있겠지만, 좋은 점 또한 많을 텐데도…말로만 창의니 창조를 내세우지 직접 찾아보진 않아…적막하고 고독할 정도로 드넓은 땅에 사는 미국인을 모방해 저마다 자동차와 애완견을 거느리면서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예의는 쏙 까먹어 버렸지.


티벳 어린이의 해맑은 눈과 프랑스인의 진정한 자유정신과 인도 사람의 너그러움 그리고 미국인의 애국성에 바탕한 실용주의 따윈 제대로 배우지 않고, 제 잘난 맛에 빠져 히히덕거리다가 결국엔 이룬 것 없이 허송세월하고 나라마저 망신시키는 꼴이잖아? 천손족이니 단군의 선택받은 자손이니 하면서도 실제로는 천지간의 진리보다 속악한 애욕의 추종자들로 변질돼 버렸는걸.’


Q는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며 눈에 띄는 강아지나 누군가의 애마를 향해 손을 들어 마치 축복이라도 내리는 시늉을 했다. 그곳에서는 그나마 숨쉴 만했기에 미움의 감정도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그야말로 강아지는 귀여운 강아지로, 자동차는 인간에게 도움 주는 신기스런 발명물로 여겨지기도 했기에….


저 멀리 달동네 꼭대기에 자리잡은 성당의 뾰족탑에서 종소리가 뎅뎅 울려왔다. 그는 그 아름다운 멜로디에 따라 휘파람을 불다가 문득 중얼거렸다.


“존재론적 본질은 고민하는 듯싶던 그 자유견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사람으로 치면 마치 히피족이나 고뇌하는 실존주의자 같던 그 하얀 개는….”


어둠이 점점 짙어지고 바람은 한결 차가워졌다.


<다음 호에는 ‘노청춘의 추억’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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