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 세태풍자 소설 ‘불 꺼진 무인등대’ 제2부 <6> 우수의 계절-첫 번째 이야기

“진돗개나 풍산개보다 저열한 인간이 얼마나 많은지…”

글/김영권(소설가) | 기사입력 2020/04/03 [11:29]

김영권 세태풍자 소설 ‘불 꺼진 무인등대’ 제2부 <6> 우수의 계절-첫 번째 이야기

“진돗개나 풍산개보다 저열한 인간이 얼마나 많은지…”

글/김영권(소설가) | 입력 : 2020/04/03 [11:29]

‘이 눈물 좀 봐. 얘, 니나 내나 누가 먼저 죽을지 모르지만’
‘니가 죽더래두 청승 떨진 않을 거야…왜 이렇게 떨어쌌니?’

 

딱정벌레 같은 사람들은 저마다 애견·애마 하나씩 꿰차고…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벌레, 식물까지 표리부동한 세상이니”

 

Q는 공원 벤치에 앉아 생각한다.
낙엽 한 잎이 발치께로 날아온다. 그는 그 낙엽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입속으로 중얼거린다.


‘아, 운명이란 무얼까? 내 손바닥의 생명선이나 운명선들과…이 단풍잎에 그려진 잎맥이 꽤 닮은 듯하군. 낙엽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공즉시색 색즉시공의 진리를 무심히 내보이니 참 아름답구나…. 음, 저쪽 도로엔 차들이 씽씽 내달리고 이쪽 나무숲 아래엔 견공들이 한가로이 활보하고 있군. 무생물인 차들이 생물처럼 보이고, 생물인 개들이 마치 로봇처럼 보이는 건 왜? 아마 나의 착각이겠지. 헤헤…이 비좁은 반쪽 땅덩어리에 사는 딱정벌레 같은 사람들이 저마다 애견과 애마 한 마리씩은 지녀야 인간 자존심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이니….


문명의 이기를 잘 활용하여, 옛사람들이 꿈꾸었던 축지법을 현실에서 시전하는 건 좋으나 잘 관리하지 않을 경우엔 광마나 살인 폭기가 될 수도 있어. 헌데 애완견을 이견(利犬)이라고 해야 할까, 이인(利人)이라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아무튼 잘 다스리지 않으면 광견이나 폭견 혹은 살인견이 될지 모르단 말야. 놈들에게 치이거나 물려 죽은 사람의 시체는 저 쓸쓸히 떨어져 구르는 낙엽보다 훨씬 구슬프고 비참하겠지.’

 

▲ ‘저기 저 유모차엔 아기가 타고 있을까, 아님 개가 앉아 있을까?’ <사진출처=Pixabay> 

 

할멈과 견공의 기이한 조합


Q는 단풍잎을 닮은 비둘기의 발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저기 저 유모차엔 아기가 타고 있을까, 아님 개가 앉아 있을까? 음, 저 할망구의 행동을 보니 아마 애완견이 아닌가 싶군. 요즘은 쉽사리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처음 목격했을 땐 정말 충격적이었지. 엽기적이고 극적인 장면이라고나 할까. 건널목 저쪽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유모차 안에 앉은 건 귀여운 아기가 아니라 꽤 근엄스런 표정을 지은 외국종 개였던 거야. 순간적으로 퍽 놀라긴 했으나 뭐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이해하려 했어.

 

그런데 슬쩍 눈길을 올려 유모차를 밀고 오는 노부인을 본 찰나 기절초풍할 뻔했단 말야. 머리카락을 블론디처럼 황금색으로 물들인 그녀는 진한 화장을 한 모습이더군. 햇빛을 받아 주름살이 슬그머니 드러난 허연 얼굴에 붉은 입술이 삐쭉거렸어. 그 눈은 개보다 더 근엄하진 않았지만 마치 유리 눈알인 양 차갑고 냉엄한 기운을 풍겼지…그 노파는 곧 스쳐 지나쳐 갔건만 개와 인간의 두 얼굴이 겹쳐 좀체 뇌리를 떠나지 않았어.

 

아마…지금 굳이 되새김해 보면…그 노파가 예쁜 아가씨였든 아줌마였든, 그 개가 귀여운 강아지였든 진돗개였든 놀라긴 마찬가지였을 성싶군.

 

그래도 그 할멈과 사람을 깔보듯 근엄스런 견공의 조합은 그로테스크하기 이를 데 없었지. 근친상간을 넘어서는 이종상간(異種相姦)의 괴이스런 내음이랄까. 요즘엔 그런 건 예사로운 풍경이 되었는데도…개를 아기자기하게 꾸며 자기 아기보다 더더 더 소중스레 품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귀염둥이…나의 자기야…여보…라고 부르는 무언(無言)의 말과 함께 문득 그 괴상스런 노파가 눈앞에 떠오르곤 하더군.’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얼마 전 ㅁ시에서 자기가 키우던 애견을 신랑이라 부르며 상간하다가 이웃에 들켜 자살한 어느 여인의 사연은 왜 징그러움보다 안쓰러움을 느끼게 하는 걸까?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고 죽었기 때문인가, 혹은 개돼지보다 못한 짓을 저지르고도 뻔뻔스레 이 세상을 활보하는 자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인가?

 

잘 모르겠다. 아니, 중심을 잡고 생각하자…그런 사이코는 아직 소수일지 모른다. 하지만 일단 풍조를 타면 신종 전염병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번질 수 있기에 위험인자인 것이다…아, 낙엽이 우수수 지는군. 여긴 마치 생과 사가 교류하는 시공간인 것 같아. 음, 저 강아지는 유모차 속에 앉아 있는 게 좋을까, 아니면 이 존재의 공원에서 맘껏 뛰어다니는 게 더 좋을까?’


Q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공원 풍경을 가만히 둘러보았다.


‘그 후로도 해괴스런 장면을 많이 보았는데, 그때 그 경우는 좀 감동적이었지…처음엔 퍽 징그럽고 시시껄렁했었어…어떤 노인네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다니는데 눈 위에다 검푸른 눈썹을 그려 놨더군. 한두 번 유모차에 태워 다닐 때도 있었지만, 징그럽긴 걸어다닐 때도 마찬가지였어. 열 번, 스무 번, 서른 번 보았을 때까지도 역시…저 늙은이가 고약한 장난을 치는군. 혹시 일일 연속극 같은 데서 보고 동네 사람들을 웃기려 하는 코미디 짓이라면 너무나 뻘쭘해…그런 생각이었지….


그런데 주름살이 잔뜩 지고 허리가 구부정한 그 노인네와 개 두 마리는 한결같이 나타나 뒤뚱뒤뚱 걷는 거야. 한 놈은 지나치게 뚱뚱하고 한 녀석은 호리호리하더군. 인공 눈썹은 그냥저냥 벗겨질 줄 알았는데 왠지 그대로였지…운동인지 뭔지 시키는 건 좋은데 너무 역겨워, 차라리 며칠 동안 아예 다이어트라도 하는 게 좋잖을까요? 한 마디 퉁겨 줄 맘을 먹었는데 다음날 보니 빈자리가 느껴져. 슬쩍 물어 보니 노인네는 고개를 천천히 흔들며 한숨을 쉬곤 짓무른 눈을 닦더군. 그러고는 문득 주저앉아 홀쭉한 개의 머리를 끌어안으면서 혼잣소리처럼 중얼거렸지…


난 아무렇지도 않어. 외려 이눔이 걱정이지. 별루 친하지두 않더니만, 막상 홀로 되고 나니 밥두 묵덜 않구서나… 집에 가만 있으라 해두 굳이 따라나서서 이리 할딱거리는구먼. 외롭겄지. 어머, 이 눈물방울 좀 봐. 얘, 니나 내나 누가 먼저 죽을지 모르지만, 니가 죽더래두 난 너처럼 그렇게 청승 떨진 않을 거야…왜 이렇게 바르르 떨어쌌니? 꼭 공황장애에라도 걸린 듯이, 응?…


노인네는 개를 꼭 껴안은 채 혼잣소리로 중얼거렸지…미안해. 난 널 때때로 나 자신이라고 생각했지만, 넌 너의 생각을 맘 속에 감추고 있었겠구나…노친네는 겨우 몸을 추스려 일어서더니 눈썹이 거의 지워져 가는 개와 함께 천천히 걸어 시야에서 사라졌지….’

 

인간과 개의 일반적인 관계


Q는 갑자기 깜짝 놀랐다.


잠시 눈을 감고 회상에 잠겨 있던 그의 손을 개의 혀가 핥고 동시에 어떤 아가씨가 옆에 앉으며 향긋한 내음을 풍겼던 것이다. 둘 중 무엇이 더 놀라게 했는지는 본인이 아니고야 알지 못하리라.


“어머, 귀여운 강아지를 싫어하세요?”


아가씨가 명랑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 아뇨….”


Q는 대꾸하며 상대방을 힐끔 바라보았다. 아마 스물 두세 살이나 되었을까, 긴 생머리에 흰 얼굴 그리고 테 없는 안경을 끼고 있었다. 빈 벤치가 여기저기 보이는데도 굳이 낯선 남자의 곁에 좀 떨어져 앉은 게 그닥 되바라지거나 부자연스러워 보이진 않았다. 그냥 햇빛이 가장 잘 비치는 곳이라서 그런 듯싶었다.


“아, 선선해. 벌써 가을인가 봐.”


그녀는 혼잣소리로 중얼거리며 윗옷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포장지를 벗기곤 톡 잘라 작은 조각 하나를 강아지에게 주었다. 그리고 자기도 한 조각 입속에 머금었다.


Q는 슬쩍 일어서려다가 거리를 두고 다시 앉았다. 긴장한 탓인지 마른기침을 했다. 여자가 초콜릿을 길게 툭 자르더니 기다리던 강아지가 아니라 Q에게 내밀었다.


“좀 드세요. 감기에도 효과가 있대요. 조용히 계시는데 자리를 살짝 뺏어서 죄송해요….”


“아, 아니에요!”


그는 엉겁결에 초콜릿을 받았다.


“어머, 손이 멋지군요. 남자의 손은 정신과 관련이 있대요.”


여자가 연분홍빛 입술로 종알거렸다.


“처음 듣는 얘기네요. 내 손에 관해서는 더욱….”


“호호, 별달리 생각지는 마세요. 남자 손이 기생 오래비처럼 예뻐도 구역질 날 수가 있고 투박해도 고결할 수가 있다는 말이니까요. 아저씨 손은 그닥 따스해 보이진 않지만 순수함과 진실한 느낌을 주는군요.”


“나 아저씨 아닌데….”


Q는 겸연쩍은 모양인지 오른손을 왼손으로 감추며 짐짓 딴소리를 했다.


“히히, 전 그래두 좀 낮춰 불렀는걸…아깐 할아버지라구 부를까 했어요.”


“또 싱거운 농담 하면 나도 할머니라고 부를 거요.”


“옆쪽에서 보니까 하얀 새치가 좀 섞여 있어서….”


Q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 태어나 무슨 고민이 많아서 청춘을 즐기지도 못하고 남들보다 새치가 빨리 돋아 늙수그레하게 보일까 싶어 울적한 표정이었다.


“옆에서 볼 땐 쓸쓸하고 고독한 모습이었는데 바로 보니 꽤 미남이시네요. 날라리나 제비족 같지 않고 어딘지 쫌 품위가 느껴지는….”


“장난감 비행기 태우지도 말고 구렁창에 처박지도 마세요.”


“어머, 난 장난감 같은 건 안 키워요. 어릴 때도 장난감 따윈 모르고 자랐어요.”


“그 강아지는 혹시 장난감이 아닌가요?”


“눈을 보니 농담은 아니신 것 같은데…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렇게 보이나요?”


여자는 새치름한 눈시울에 살짝 눈물빛을 비치며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아니 뭐 나는…인간과 개의 일반적인 관계에 대해 말한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일반적인 관점으론…개는 일개 애완물일 뿐이란 얘기잖아요? 보기보단 참 아주 매정하시네요.”


여자의 속눈썹에 이슬처럼 맺혔던 물방울이 굴러 떨어지자 강아지가 Q를 향해 캉캉 짖어댔다.


“아니 뭐 그깟 일로 울고 그래요. 민망스럽구먼.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뭐가 민망스러워요. 저기 저 할아버진 부러운 듯한 눈치인걸.”


“그냥 담담한 눈길인데 뭘.”


“아니에요. 한국 남자들은 늙으나 젊으나 예전부터 여잘 울리는 것에 취미가 있나 봐. 아주 이골이 났어.”


여자는 눈물을 닦으며 종알거렸다.


“하하, 뜬금없는 소릴….”


“웃지 말고 반성이나 좀 하세요. 아마 전 세계에서 여자를 한국 남자처럼 울리는 곳은 없을 거예요. 티비 드라마만 봐도 알 수 있는걸. 여자의 눈물로 살아가는 일종의 변태 새디스트라고나 할까. 그러고선 맨날 딴 나라 강대국한테 얻어터져 안방까지 뺏기곤 엎드려 구걸이나 하구….”


“….”

 

▲ 미치광이 과학자 사이몬 바시니스터와 그의 부하 캐드가 캐피톨시를 파괴시키려고 하고…. 그들을 막는 유일한 영웅, 강아지 이야기를 그린 영화 ‘언더독’ 한 장면. 

 

사람보다 개가 대우받는 세상


Q는 우수수 떨어져 날리는 낙엽을 바라보았다.


“강아지는 경우에 따라 겁을 먹더라도 그렇게까지 비겁하진 않아요. 진돗개나 풍산개 강아지보다 저열한 인간이 얼마나 많은지….”


“그만 진정해요. 가을날엔 흥분보다는 심사숙고가 더 어울려요. 그런데…개는 고양이에 비해 정이 많다고도 하지만 과연 그게 자발적인 인간을 향한 애정일까요? 혹시 맹목적인 친화감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먹이를 주는 인형에 대한….”


“하긴 인간이 인형이 된다면 애완견도 장난감이 되겠죠. 하지만 이 세상에 인형 같은 사람만 있다면 아마 이런 공원도 필요없을 거예요. 하느님마저 좀 심각해지겠는데요…숲속에서 천진난만한 아이나 도사님이 부르면 새들이 응답하며 날아와 어깨 위에 앉는다잖아요. 응? 먹이 때문만은 아니겠죠?”


“만일 그 산새가 우리 속에 갇힌다면…?”


“흥, 천진스런 아이나 도사님이 새를 철장 속에 가둘 것 같아요? 오히려 갇힌 애들도 저 푸른 하늘로 날려 보내 줄 텐데…아저씨는 표리부동한 사람 같아.”


“표리부동은 굳이 말하자면…신이나 동물과 달리 인간만의 운명이 아닌가 싶어. 하지만 요즘은….”


“어머, 너무 진지하니까 무서워…난 그저 진실한 친화감을 말하고 싶은 거예요.”


“음, 친화감이라.”


“그래요. 귀뚜라미나 달팽이도 애정을 주면 더 고운 노래를 부르고 나름 어여쁜 춤을 춘다잖아요. 나무와 꽃도 마찬가지고….”


“음.”


“성경에 나오는…늑대와 양이 함께 노니는 세상은 그런 친화감이 교류해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요즘은…사람뿐만 아니라 짐승과 벌레 그리고 식물까지도 표리부동한 세상이니 뭐….”


“아예 먼지까지 그렇다고 하시지.”


“어떤 미생물에겐 먼지마저 거대한 표리부동의 존재가 아닐까 싶은걸.”


“쳇.”


여자는 살풋 혀를 차며 노을이 퍼지기 시작하는 서녘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하…불경을 보면, 티끌 하나에도 온갖 만물이 깃들어 있다고 하시니까.”


“아마 뻥이 좀 심한 것 같아…그래도 꽃과 나무까지 표리부동하다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약간 순수한 듯해.”


여자는 씩 웃으며 강아지의 까만 코를 새끼손가락 끝으로 살짝 퉁겼다.


“흠, 사실 요런 강아지가 표리부동하다기보다는…차츰차츰 개를 그렇게 만드는 사람이 더 겉과 속의 갭이 크지 않을까 싶어. 마치 욕구불만에 가득찬 부모들이 자식을 불량배로 키우듯, 자기애에 취한 애견인들이 악마견을 양산해내는 게 아닐까 싶은걸. 그렇지 않아?”


Q는 자신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듯 강아지의 검은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녀석은 사람의 마음 따윈 빤히 다 안다는 양 고개를 홱 돌려 여주인의 손등을 핥았다.


“이렇게 착한 우리 꽃다지를 악마에 비유하다니…! 아저씨야말로 마귀의 꾐에 빠진 망상꾼 아니에요? 사소한 것을 한껏 부풀려야만 희열을 느끼는 과대망상자….”


여자의 눈에 어둠보다 짙은 혐오의 빛이 살짝 어렸다.


“과대망상이라…흐흠, 항시 보면 뭔가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을 과대비판하지. 쳇바퀴를 돌고 돌리는 꼴이랄까….”


“왜 그렇게 냉소적이에요? 혹시 피해망상인지도 몰라.”


“흐흐, 그럴지도 모르죠. 어릴 때 좋아하던 강아지가 있었죠. 그런데 밥 먹는 모습이 귀여워서 머릴 쓰다듬으려는데 갑자기 손가락을 깨물어 피가 줄줄 흘렀어요, 그 상처는 아물었지만 마음속엔 아직도 허연 이빨에 대한 거부와 공포감이 스며들어 있는 성싶어…그래서 설령 이런 작은 강아지일지라도 으르렁대며 인상을 쓰면 무서워.”


“히히 우습다, 그지? 꽃다지야, 겁쟁이 아저씨니까 물면 안 돼. 알았니?”


“이봐, 아가씨…그렇게 웃을 일이 아니에요. 남의 트라우마를 그렇게 무시하는 것도 위험스런 짓이지만…현실적으로 통계를 봐도 요즘은 1년 동안에 2천여 명의 사람이 개한테 물려 중상을 입거나 다치고 그 중 수십 명은 소중한 목숨까지 잃는다고 하잖아요. 이런 평화로운 공원에서 산책하던 사람이 별안간 애완견이란 딱지를 붙인 일종의 깡패에게 봉변을 당하는 것도 문제지만…더 심각한 건 가정에서 일어나는 해괴스런 비극이 아닐까 싶어요.”


“비극이라뇨?”


“설마 모르진 않겠죠? 자신의 애견을 무시하거나 싫어한다고 부부가 서로 싸우다 이혼하는 건 약과고…개를 자기보다 더 사람답게 대접한다며 아웅다웅하다가 칼부림까지 벌어져 천생연분 배우자를 죽이는 게 비극 아니고 뭐겠어요, 응?…더구나 갓난애를 귀여워하는 모습을 질투한 나머지, 주인이 잠시 방을 비운 새 아기를 물어뜯어 죽인 애완견도 뉴스에 나왔잖아요…사람보다 개가 더 대우받는 세상이 되어 버렸어….”


<다음 호에도 ‘우수의 계절’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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