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옥중정치 노림수

‘닥치고 통합’ 주문…보수진영 악재냐, 호재냐?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3/06 [16:25]

박근혜 옥중정치 노림수

‘닥치고 통합’ 주문…보수진영 악재냐, 호재냐?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3/06 [16:25]

4년 전 이맘 때 유승민 당시 무소속 후보를 ‘배신자’로 찍어내며 공천에 개입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의 계절에 다시금 정치판에 등장했다. 2016년 총선 즈음에는 ‘배신의 정치’라는 활 시위를 당겼지만 이번에는 편지를 통해 보수야권에 ‘닥치고 정치’를 주문했다.

 

하지만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달라”고 한 박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 감행으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 구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보수야권은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온 직후 일제히 ‘환영’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공천 문제가 걸려 있어서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결이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범여권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에 대해 “새로운 국기 문란” “최악의 정치 재개”라며 반발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정치’는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탄핵에 대한 반성 없이 옥중 메시지 내고 정치복귀 감행
박근혜發 총선 구도 요동…문재인 vs 박근혜 대결 조짐
통합당을 박근혜 영향권으로 묶어버려 악재 작용할 수도

 

▲ 서울구치소에 갇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과 탄핵에 대한 반성 없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만 담은 편지를 통해 정치복귀를 감행해 파문이 일고 있다. <뉴시스>  

 

서울구치소에 갇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과 탄핵에 대한 반성 없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만 담은 편지를 통해 정치복귀를 감행해 파문이 일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4일 “서로 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며 미래통합당 지지를 호소, 파장을 예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한 옥중 메시지를 통해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있고 국민들의 삶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며 ‘닥치고 통합’을 주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저의 말 한마디가 또다른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침묵을 택했다“며 “그렇지만 나라의 장래가 염려돼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국민들의 한숨과 눈물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며 미래통합당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애국심이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다.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며 거듭 태극기 세력에게 미래통합당 지지를 호소했다.

 

▲ 유영하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닥치고 통합’ 주문 효과는?


옥중의 박 전 대통령이 이처럼 통합당 지지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보수진영에서는 대통합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거대 야당’으로 지목한 미래통합당은 즉각 “진심이 느껴진다”며 옥중편지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옥중에서 오랜 고초에 시달리면서도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그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서신”이라며 “이 나라, 이 국민을 지켜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이 우리의 가슴을 깊이 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통합당은 어렵고 힘든 과정을 헤쳐 명실상부 정통 자유민주 세력 정당으로 우뚝 섰다. 자유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모인 '큰 정당'으로 재탄생했다”며 “미래통합당은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총선 승리를 향해 매진하여 오늘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자유공화당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를 환영하며 통합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문수·조원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는 3월4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께서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옥중 메시지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에 대한 큰 결단으로 크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미래통합당이 공천 작업을 중단하길 바란다”며 “박 대통령 메시지의 핵심은 하나가 되라는 것인데 통합당이 혼자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공천 중단’을 촉구했다.


미래통합당의 공천 칼자루를 잡은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 공개 직후 기자들로부터 ‘공화당의 공천 심사 중단 요청’에 관한 질문을 받자 “그분들이 통합하겠다는 정신과 자세는 우리가 높이 평가하고 있으니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검토하겠다”면서도 “당에 최고위원회의가 있지 않나. 당에서 공식적으로 요청이 없는데 우리가 중단할 수는 없다”고 사실상 선을 그었다.


이렇듯 미래통합당과 자유공화당은 원칙적으로는 보수 대통합의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통합 방식과 대상을 놓고 ‘결이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공화당과 친박신당을 ‘흡수’할 대상으로 보는 반면 태극기세력은 후보 단일화를 통한 선거연대를 주장하며 미래통합당의 공천 지분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이름을 팔아서 하는 정치, 또 나를 끌어들여서 하는 정치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위원장은 3월5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편지에는)나를 더 이상 정치에 끌어들이지 마라, 나를 끌어들여 야권이 더 분열되는 일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며 “이를 적극적인 옥중정치라는 해석은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성은 않고’ 범여권  맹공


범여권은 ‘옥중 메시지’를 낸 박 전 대통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악의 정치재개 선언”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3월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정농단 반성은커녕 국민 분열시키는 선동에 전직 대통령이 나선 건 안타까운 일”이라며 “국민에게 탄핵당한 대통령이 옥중정치로 선거 개입하는 행위는 묵과하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황교안 대표는 ‘가슴을 울린다. 총선 승리 부응하겠다’고 했다. 명실상부 도로새누리당이 된 것을 알리는 정치선언문”이라며 “우리 국민 중에 다시 박근혜 시절로 돌아가자는 주장에 동의하는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통합당은 보수가 변화하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과거로 회귀하려 한다”며 “국민들이 준엄히 심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태극기 부대에게 미래통합당 지지를 지시한 데 대해 “결국 탄핵 이전으로 정치시계를 돌리겠다는 퇴행적 행태에 기가 찰 따름”이라고 혀를 차면서 “이제까지 숨 죽이고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고개를 슬그머니 내미는 것을 보니 국회에서 정쟁을 일으키고 발목만 잡는 미래통합당이 탄핵 이전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간 듯하다”고 비꼬았다.


정의당은 다음날인 3월5일 오후 2시 박 전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 회의에서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국정농단 주범으로서 국민에게 속죄하는 시간을 보내야 할 사람이 노골적인 선거개입에 나선 것”이라며 “이는 탄핵세력의 부활을 공공연하게 선동한 또 하나의 국기문란 행위이자 촛불시민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대표는 미래통합당을 향해서도 “더욱 가관인 것은 미래통합당 지도부의 반응”이라며 “황교안 대표는 ‘애국심이 가슴을 울린다’고 했고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이 원하는 뜻에 거스르지 않는 공천을 하겠다’며 박근혜 공천을 서약했다. 이 참담한 충성경쟁은 미래통합당이 ‘도로 새누리당’을 넘어 ‘도로 박근혜당’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확인해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이 총선을 한 달여 남겨놓은 상황에서 내놓은 ‘메시지 정치’는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어쨌든 박 전 대통령의 ‘반성 없는 정치복귀’로 총선 구도는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야당 심판론’ 대 ‘정권 심판론’으로 흐르던 선거 구도에 박 전 대통령이 뛰어들면서 ‘문재인’ 대 ‘박근혜 대결로 흘러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현실정치에 개입하고 나서면서 ‘탄핵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켜 보수야권을 하나로 묶는 대신 미래통합당을 박근혜 영향권으로 묶어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현실정치 복귀를 두고 국민적 비판여론이 높아지면서 미래통합당 선거에 악재로도 작용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일대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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