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새로 쓰는 古今疏通-차도살인

살인에도 현명하고 우매한 등급이 있다!

글/이정랑(고전연구가) | 기사입력 2020/02/21 [12:09]

다시 읽고 새로 쓰는 古今疏通-차도살인

살인에도 현명하고 우매한 등급이 있다!

글/이정랑(고전연구가) | 입력 : 2020/02/21 [12:09]

우매한 사람은 시퍼런 칼 들고 들어가 붉은 피 뿌리며 살해
영리한 사람은 직접 움직이지는 않고 남의 손을 빌려 살해


‘필공불수’ 사상은 자신을 보존하고 적을 소멸한다는 측면 중요시
모든 전쟁에선 강자와 약자 불문하고 적을 소멸해야 진정한 승리

 

▲ 조정이 부패하여 백성들이 도탄에 빠진 후한 말기, 신선으로부터 풍도천수를 받아 엄청난 힘을 얻게 된 ‘장각’은 대규모 농민봉기 ‘황건적의 난’을 일으키고, 이에 맞선 ‘조조’는 신선 ‘좌자’의 도움을 받아 ‘장각’의 형제 ‘장량’을 무찌른다. 사진은 영화 '삼국지-황건적의 난' 한 장면.  

 

◆차도살인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로 적을 벤다.


“적의 상황은 명확히 파악되었는데, 우방의 태도가 분명치 않을 때는 반드시 우방을 끌어들여 적과 필사적으로 싸우도록 만들어야 한다. 직접 출병하여 싸울 필요 없이, 즉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얻는 방법이다.”


‘차도살인’이란 남의 손을 빌어 살인을 한다는 의미이다. 살인은 비록 잔인한 방법이나 세상에는 죽여야 할 사람들이 널려 있고, 또한 죽여서는 안 될 사람인데 무고하게 죽는 경우도 많다. 살인의 근본은 인의도덕을 추구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단지 죽일 대상이 누구이고 이 사람을 죽여야 하느냐 마느냐, 즉 ‘나에게 역행하는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것이 중국 역사상 제일 보편적인 살인 원칙이다.


살인에는 현명하고 우매한 등급이 있다. 우매한 사람의 살인은 시퍼런 칼을 들고 들어가 붉은 피를 뿌리며 사람을 죽인다. 겉보기에는 영웅적이고 통쾌할지 모르나 이렇게 되면 법률적인 제재를 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남들로부터 잔인하고 난폭하다는 비난을 듣게 된다. 영리한 사람의 살인은 다르다. 그는 자신이 직접 움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공개적으로 법률을 이용하거나 남의 손을 빌어 수행한다. 이렇게 되면 목적도 달성되고 인의도덕이라는 명분에도 어느 정도 여지를 갖게 된다. 소위 ‘살인을 할 때는 피를 보지 말아야 하며, 피를 보면 영웅이 아니다’는 말이 매우 좋은 설명이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살인자 중 진회(秦檜)가 영리한 살인자를 자처한 어리석은 살인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아마도 있을 것이오’라는 죄명으로 악비(岳飛)를 제거함으로써, 송고종(宋高宗)의 지위를 공고하게 했고, 자신은 고종을 대신한 희생양이 되어 대대손손 간신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이다. 실은 악비를 죽인 것은 송고종의 책략으로써, 진회는 군주의 악역을 담당했던 칼잡이에 불과했다.


당시 절강의 소홍성에 비석이 하나 전래하는데, 그 내용인즉 송고종이 악비를 위해 쓴 애도의 글로, 악비의 전공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찬양하고 있다. 실로 고양이가 쥐를 잡아놓고 눈물을 흘리는 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비석을 보고 후에 사람들은 모두 진회가 악비를 모함해 죽인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악비는 무고하게 죽었으며, 진회는 이렇게 무고하게 죽인 장본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식은 명나라의 사평가(史評家)였던 문형산(文衡山)에 의해 타파되었다. 그는 비석 뒤에다 ‘만강홍(滿江紅)’이란 사(詞)를 새겨 넣어, 송고종이 그의 부친과 형이 귀국해서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내용을 분명히 했다.


공자는 비록 성인으로 존경을 받고 있지만, 살인 기술에 있어서는 매우 유치했다. 그는 줄곧 벼슬 한번 못하고 있다가, 졸지에 대사구(大司寇)란 귀한 몸이 되어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당시 유명했던 소정묘(少正卯)를 죽인 것이 천고의 의안(疑案)으로 남아 있다. 그의 살인 명분은 무엇인가?


그의 문인(門人)이 공자에게 물었다.


“소정묘는 노(魯)나라의 문인인데 선생님께서 집정하시자마자, 그를 죽이셨으니 무슨 실수가 있지는 않았습니까?


공자는 대답했다.


“사람에게 다섯 가지 큰 악이 있는데 여기서 절도는 제외시킨다. 첫째 마음이 삐뚤고 험악함이요, 둘째 행동이 괴팍하고 고집스러움이요, 셋째는 말이 위선적이면서 거침이 없는 것이요, 넷째는 사실을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으면서 장황한 것이요, 다섯째는 정의롭지 못함을 쫓으면서 윤택하게 치장을 하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중 하나만이라도 사람에게 있다면 군자로서 자격이 없고 주살되어야 마땅하다.”


이 다섯 가지 조건을 보건대 소정묘는 군중들을 선동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을 뿐더러, 군중에게 유언비어를 날조해 현혹하지도 않았다. 단지 유일한 살인 죄목으로는 소정묘가 공자보다 더 박학하여 공자가 정치를 하는데 장애 요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소위 “평범한 사람은 죄가 없으나 재능이 있으면 죄가 된다”는 ‘재능죄’에 해당하는 셈이다. 여기서 공자의 패도욕(覇道欲)이 어느 정도였는지 잘 알 수 있다.


비교적 영악한 살인자는 조조(曹操)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예형(?衡)을 죽일 때 유표(劉表)의 손을 빌었고, 양수(楊修)를 죽일 때도 “군심을 현혹했다”는 죄명을 씌웠다. 감쪽같이 당당하게 죽여, 그의 살인은 정당화되었다. 게다가 조조는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자비까지 연출할 수 있었는데 바로 이점이 ‘간웅(奸雄)’적인 모습인 것이다.

 

◆필공불수


필공불수(必攻不守). 적이 지키지 못하는 곳은 반드시 공격한다.


전국시대 군사 사상가들의 중요한 용병사상이다. ‘필공불수’의 계략은 <손빈병법(孫?兵法)> ‘위왕문(威王問)’에 기록되어 있다. 대장 전기(田忌)와 손빈의 대화를 잠시 들어보자.


전기: 상과 벌은 용병에서 가장 긴요한 것입니까?


손빈: 아닙니다. 상은 병사들을 격려하여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듭니다. 징벌은 군기를 정돈하며 상급자들을 존경하고 두려워하게 합니다. 이 모두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용병에서 가장 긴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전기: 그렇다면 권(權)·세(勢)·모(謀)·사(詐)가 가장 긴요한 것입니까?


손빈: 아닙니다. 이른바 권술(權術)은 군대를 모이게 합니다. 형세(形勢)는 병사들로 하여금 용감하게 싸우지 않으면 안 되게 합니다. 음모(陰謀)는 적이 예방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합니다. 변사(變詐)는 적을 곤경에 빠뜨립니다. 이 모두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용병에서 가장 긴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전기: (다소 신경질 적으로) 이 여섯 방면은 용병에 능한 자라면 늘 활용하는 것인데, 어째서 당신은 용병에서 가장 긴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입니까?


손빈: (참착하게) 적의 정세를 분석하고 지형을 연구하여 반드시 거리의 멀고 가까움을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 등 이것은 장수로서 갖추어야 할 원칙입니다. ‘필공불수’의 전략을 취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용병에서 가장 긴요한 일입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손빈은 ‘필공불수’를 그 어느 용병술보다 우위에 놓고 있다. 이른바 ‘필공(必攻)’은 힘차게 공격하는 것, 또는 반드시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불수(不守)’는 방어할 수 없는 곳, 다시 말해 적이 막지 못하거나 막을 수 없거나 허약한 곳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는 동시에 단 한 번의 타격으로 전체 국면에 변화가 초래될 수 있는 적의 급소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른바 <손자병법> ‘허실편’의 “공격하면 반드시 빼앗는 것은 적이 지키지 않는 곳을 공격하기 때문”이라든지, “튼튼한 곳을 피하고 허점을 친다” 등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는 말이다. <사기> ‘손자오기열전’에서 손자가 말하는 “급소인 목을 움켜쥐고 허를 찌른다”와 같은 말이다.


손빈은 당시의 역사적 조건하에서 ‘필공불수’라는 용병사상을 제기했는데, 이것은 우선 작전 방식을 변혁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필요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춘추시대 이전의 전차전 위주의 전투 방식이 전국시대 이후에는 보·기병전 위주로 바뀐다. 이는 전쟁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변혁이었다. 대규모 기동작전이 가능해 짐에 따라 ‘필공불수’는 그 작전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되었다.


이 이론은 우세를 차지하고 있는 쪽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열세에 놓인 쪽에 대해서도 기동성 있게 튼튼한 곳을 피하고 허점을 공격, 적을 흔들어 놓음으로써 불리한 국면을 승리의 국면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것은 실로 전쟁 지휘술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론이었다.


‘필공불수’의 사상은 전쟁의 목적, 즉 자신을 보존하고 적을 소멸한다는 중요한 측면을 체현하고 있다. 적의 소멸을 으뜸으로 삼아 전쟁 지휘의 출발점과 귀결점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동서고금의 모든 전쟁에서 강자와 약자, 공격과 수비를 불문하고 적을 소멸해야 비로소 진정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필공불수’의 정신은 적을 소멸시킨다는 한 가지 점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대단히 적극적이고 보편성을 갖춘 <손자병법>의 이 이론은 <손자병법>을 뒤이은 중요한 발전의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손빈은 ‘필공불수’를 ‘용병에서 가장 긴요한 것’으로 보았다. 이 ‘필공불수’야말로 정확한 공격지점이의 선택, 즉 작전 전체의 승부·안위·승패·주동 또는 피동과 관계되기 때문이다. 이 계략을 주요한 작전 방침으로 삼은 계릉(桂陵) 전투에서, 전기는 초나라에 대한 위의 공격을 풀기 위해 위나라 군대와 정면으로 맞붙기로 하고 공격 지점을 한단(邯鄲)으로 선택했다가 위나라 주력군과 정면으로 부딪치게 된다. 여기서 위군은 맞상대한다면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이때 손빈은 전기에게 공격목표를 적의 빈틈이자 급소인 대량(大梁)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전기는 손빈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전세는 급격하게 변했다. 위나라 혜왕(惠王)은 대경실색하여 어쩔 줄 몰라 했고, 방연(龐涓)이 밤새 달려와 구원하려 했으나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던 제나라 군대에 의해 계릉에서 참패했다. 그야말로 ‘주객이 뒤바뀐’ ‘반객위주(反客爲主)’ 꼴이었다. 이 전투는 ’필공불수‘ 계략의 진수를 제대로 구현한 본보기였다.


전쟁사에서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자주 보인다. 228년, 제갈량은 촉군의 주력 6만을 거느리고 한중(漢中) 서쪽의 기산(祈山, 지금의 감숙성 서화현 북쪽)을 나와 농우(?右)로 진군했다. 초반에 촉군은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두어, 농우의 천수(天水)·남안(南安)·안정(安定) 등 세 군이 잇달아 촉의 수중에 들어갔다. 관중지역 전체가 동요되기 시작했고, 위의 조조도 내심 두려움을 금치 못했다.


위나라 명제(明帝) 조예(曺睿)는 급히 우장 장합(張?)으로 하여금 보·기병 5만을 거느리고 서쪽의 제갈량의 기세를 막도록 했다. 장합은 촉군의 주력군과 맞상대하지 않고 측면 날개 부분으로 곧장 쳐들어가 일거에 가정(街亭, 지금의 감숙성 천수현 동남 가자구)을 점령했다. 가정을 빼앗긴 촉군은 측면과 후방으로부터 위협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제갈량은 하는 수 없이 전군의 철수를 단행했고, 농우 지구는 다시 위의 수중에 들어갔다. 위군은 가볍게 위기 상황을 전환시켜, 잃었던 땅을 회복하고 방어를 강화할 수 있었다.


이는 촉군 쪽에서 보자면 깊은 교훈을 남긴 사례가 되었다. 마속이 제갈량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 바람에 가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제갈량은 이 일에 대한 책임을 물어 ‘눈물을 흘리며 마속의 목을 베었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는 바로 여기서 유래한다. 반면에 위나라 입장에서는 장합이 공격지점을 정확하게 선택하여 ‘급소인 목을 움켜쥐고 공격’하는 ‘필공불수’를 펼친 셈이었다.


이런 사례들에서 볼 때 손빈이 강조한 ‘필공불수’가 참으로 ‘용병에서가장 긴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용병 사상은 적극적이고 주동적이며 정확하다. 강자든 약자든, 공격이든 수비든 어느 경우에나 대단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용병 사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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