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히어로 릴레이 인터뷰 2. 이희준

“공감 안 가는 배역 덕분에 세상 보는 시각 넓어졌다”

남정현(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0/01/31 [14:28]

‘남산의 부장들’ 히어로 릴레이 인터뷰 2. 이희준

“공감 안 가는 배역 덕분에 세상 보는 시각 넓어졌다”

남정현(뉴시스 기자) | 입력 : 2020/01/31 [14:28]

차지철 모티브 딴 곽상천 역 온전히 그리려 몸무게 25kg 불려
“팩트 기반으로 차갑게 연출하려 애쓴 우민호 감독 너무 멋있다”

 

▲ 차지철에서 모티브를 따온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맡은 이희준. 

 

배우 이희준은 형사 연기부터 사이코패스까지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대중은 그를 사람 좋고 ‘스윗’한 캐릭터 연기에 특화된 배우로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나도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하듯 신작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차지철에서 모티브를 따온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맡은 이희준은 이를 표현하기 위해 몸무게를 25㎏이나 늘렸다. 기존의 마른 몸으로는 곽상천 역을 온전히 그려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개월 동안 25㎏을 찌워 100㎏쯤 됐을 때 ‘마침내 비주얼이 완성됐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당연하게 그렇게 해야만 했다. 병헌이 형과 차별화도 해야 했고, 실제 인물(차지철)도 덩치가 있지 않나. 대통령 경호실장인데 너무 호리호리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대본을 보면 소리 지르는 대사가 다수라 중량감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가면을 쓴 듯한 재밌는 경험이었다.”


이희준은 “곽상천 역할을 그리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그 캐릭터를 이해하는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곽상천은 ‘대체 뭘 믿고 저렇게 행동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식하고 막무가내다. 그의 행동에서 논리를 찾기란 어렵다. 그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이해 없이 온전한 연기가 불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진 이희준에게 이번 작업은 미션과도 같았다.


그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곽상천 연기를 잘 해낼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오히려 곽도원 선배님 역할이 더 공감됐다. 버림받고 배신당하는 심리가 이해됐다. 그런데 곽상천 역할은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곽상천을 이해하기 위해 배우로서의 시각을 내려놓고 다양한 자료를 참고했다. 차지철이라는 인물의 평가에 있어 양 극단에 있는 자료들을 찾아보며, 최종적으로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결정했다. 그렇게 곽상천을 이해한 후에는 캐릭터에 대한 어떤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곽상천이라는 인물은 그게(민주주의 운동의 폭력 진압) 나라를 위한 일이고, 각하를 위한 일이라고 100% 확신했다고 생각한다. 1%의 의심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가장 순수한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른 인물과 비교해 권력에 대한 욕심이 오히려 없었을 것 같았다. 이번 역할을 맡으면서 어려움이 많았던 만큼 얻은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런 캐릭터를 이해한 덕분에 세상을 보는 시각도 넓어진 것 같다. <남산의 부장들>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곽상천 같은 인물을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끝내고 나니 무언가를 그렇게 강하게 믿고 있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간다. 저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이 영화를 찍은 이후에 들게 됐다.”


극 중 이병헌이 맡은 김규평 중앙정보부장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그는 이병헌과 격렬한 싸움 신도 선보인다. 고난도 액션보다는 막싸움에 가깝다. 그 장면을 찍으며 부상을 입기도 했다고.


이희준은 “싸움 신을 새벽 3시까지 찍었다. 큰 액션이 없어 부담이 있진 않았다. 찍고 집에 가서 샤워하려다 살펴보니 몸에 멍이 엄청 많더라. 이병헌 선배님은 멍이 더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밖에 몰랐구나’라고 생각하며 반성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빨려들었다. 그는 집중력이 부족해 시나리오를 한 번에 읽은 적이 드물다고 말했다. 오직 이번 작품인 <남산의 부장들>과 <미쓰백> 시나리오를 읽을 때만 그랬다고.


“굵은 붓으로 한번 휙 그은 것 같은 힘이 있었다. 치우치지 않게 알고 있는 팩트를 기반으로 차갑게 연출하려고 애쓴 게 보여 멋졌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물을 마셨는데 영화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번 작품의 장르를 단순히 누아르로 규정짓지 말아 달라고 청하기도.


“감독님이 참고하라고 보여줬던 영화가 있다.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의 영화들이었다. 큰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긴장감 있는 분위기가 흐르는 영화들이었다. 우리 영화를 단순히 누아르라고 말하기는 아쉽다. 멜빌 감독 느낌의 무드가 있다. 그런 걸 지향한 것 같다.”


한편, 평소의 그는 쉬는 법을 모른다. 이희준은 “소파에 30분 이상 앉아 있지 못할 정도로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차기작을 위해 곧 콜롬비아 보고타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극 무대로 데뷔해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통해 주목받은 뒤, 다양한 역할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켜 온 배우 이희준. 그가 열연한 영화는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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