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2인방 경자년 정치 기상도

이낙연 ‘20년 집권’ 바통 이어받을까? 황교안 대통합 이뤄 ‘보수의 킹’ 될까?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1/17 [16:08]

잠룡 2인방 경자년 정치 기상도

이낙연 ‘20년 집권’ 바통 이어받을까? 황교안 대통합 이뤄 ‘보수의 킹’ 될까?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1/17 [16:08]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다 됐고, 다시 설날이 찾아왔다. 해마다 1월이면 자천타천 잠룡군으로 불리는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신년 메시지를 내놓는 등 ‘존재감 알리기’ 행보에 공을 들인다. 게다가 올해는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맞이하는 명절인 만큼, 가족들이 모이는 설 명절 밥상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정치권 거물들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들고,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성질 급한 잠룡들은 벌써부터 몸 풀기에 들어갔다. 잠룡군을 리스트에 올린 채 2022년 치러질 20대 대통령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의 여당은 ‘20년 집권’의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를 낼 수 있을까? 그리고 정권을 빼앗긴 야당은 ‘보수의 킹’을 다시 배출할 수 있을까? 설날 기획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권 선호도 1·2위를 달리는 여야 잠룡 2인방의 2020년 정치 기상도를 들여다봤다.

 


 

6년 만에 여의도 돌아온 이낙연, 4월총선 약발은 과연?
황, 한국당 이끈 지 1년, 지지율 올리고 통합 이룰 묘책은?

 

1. 여의도 돌아온 이낙연


이낙연 전 총리가 2년 8개월간 문재인 정부의 ‘내각 수반’ 역할을 마친 후 여의도로 돌아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장수 총리’라는 타이틀을 단 채 친정으로 복귀한 이 전 총리를 반기며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했고 당사에 그의 사무공간도 마련했다. 총선을 코앞에 둔 민주당은 그가 7개월 넘게 대선주자 1위 타이틀을 지키고 있는 만큼 ‘이낙연 효과’를 기대하며 총선에서의 역할을 주문했다.


지난 1월14일 삼청동 총리 공관을 떠난 이 전 총리는 다음날인 1월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당 복귀 인사를 했다. 전날 공식 임기를 마무리하는 송별식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마주친 이 전 총리는 “내일 9시까지 당사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처음으로 백수다운 백수가 되나 했더니 그것도 못 하게 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이 전 총리를 위해 환영식을 준비했고, 2136일 만에 여의도로 돌아온 그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이 전 총리는 2014년 3월 전남지사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이후 약 6년 만에 당으로 복귀한 것이다.

 

▲ 이낙연 전 총리가 2년 8개월간 문재인 정부의 ‘내각 수반’ 역할을 마친 후 여의도로 돌아왔다.    


집권여당 대권주자이자 차기 총선 핵심 출마 인사인 만큼, 이날 취재진은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이 전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쳤다.


이 전 총리는 “지사와 총리로 일하면서 떨어져 있던 당에 6년 만에 돌아온 저를 따뜻하게 맡아주신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동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저는 매사 당과 상의하면서 제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은 이 전 총리는 “세계 최고위 화동으로부터 꽃을 받았다. 감개무량하다”며 농담도 했다.


이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어제 (이 전 총리의) 말씀을 들어보니 백수다운 백수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하셨는데 이번 총선이 워낙 중요하다 보니 좀 쉬시라고 말씀 못 드리고 당으로 모셨다”며 “총리의 경륜과 지식, 경험을 바탕으로 당에 좋은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본다. 당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복귀 소회를 묻는 질문에 “당을 떠난 적은 한 번도 없다. 물리적인 거리가 있었을 뿐이지 마음의 거리는 한 번도 둔 적이 없다”며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하고,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당과 상의하며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종로 지역구에서 출마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 역시 확정 주체는 당”이라며 “제가 종로로 이사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문제는 당에서 결정을 해주셔야 움직일 수 있다”고만 언급했다.


기자들이 종로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맞대결 가능성을 거론하자 “그것에 대해서 여러 번 말씀드렸고, 오늘은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구체적인 총선에서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이해찬 대표님도 핵심적이라고만 말했고 구체적으로 말을 안 했는데 제가 무슨 뜻으로 알겠냐”며 “선대위가 활동을 시작하면 그 일부로서 뭔가를 하게 되지 않겠냐”고 답했다. 


이 전 총리는 “우선 당에서 어떤 역할을 제게 주문할 것인지가 나올 때까지는 제가 서두르고 독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당에서 역할을 맡을 때까지는 그동안 제게 요청이 들어왔던 소소한 일정들을 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전 총리가 지역구(서울 종로) 출마+권역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앞서 이 전 총리가 서울 종로구에 전셋집을 얻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종로 출마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 전 총리는 삼청동 총리공관을 나와 일단 서초구 잠원동 자택으로 거처를 옮겼고, 조만간 종로에 전세를 얻은 아파트에 입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종로구로 이사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종로 출마를 암시하는 말을 남겼다. “이런 말 하면 또 ‘종로 출마 확정적’…이런 제목이 나올까 봐 말을 못하겠는데. 효자동·부암동·평창동·창신동·신문로의 사설 독서실, 삼청동의 큰 독서실 등등 종로에는 제 청춘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학교도 종로구에 있었고….”


이 전 총리는 자신에게 종로구가 갖는 의미를 설명하면서도 이어지는 총선에 관한 질문에는 “현재까지 상의한 바 없다” “선거에 관한 이야기는 천천히 하자”며 말을 아꼈다.


정치 비평가들은 ‘대권주자 이낙연’의 자산으로 안정감·신뢰·통솔력·호남 기반과 서민형 이미지를 꼽는다. 그동안 총리로서 대통령과의 소통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차기 주자로서의 리더십 부각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점은 ‘사이다 총리’였던 그에게도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의도로 돌아온 이 전 총리가 강점을 살리고 딜레마를 극복하는 등 확실한 ‘이낙연 브랜드’를 만들어 총선·대선 가도의 입지를 다지고 역대 총리 출신 최초로 청와대 문턱을 넘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에 정치권의 귀추가 쏠리고 있다.

 

2.  통합 외치는 황교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치판에 ‘무혈입성’을 한 지도 1년이나 지났다. 박근혜 정권의 2인자였던 황 대표는 2019년 1월15일 한국당에 입당하며 여의도에 첫발을 들였다.

 

지난 몇 년간 보수진영 잠룡으로 거론됐지만 정치를 할 듯 말 듯 모호한 태도를 보여 한국당 내 일각으로부터 ‘결단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오던 그는 정치를 본격적으로 해보겠다며 여의도로 뛰어들고 대표를 맡아 한국당을 이끌고 있다.


지난 1년간 제1 야당 리더로서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황 대표는 머리도 박박 깎았고, 단식도 했으며, 숱한 장외투쟁도 벌였다. 하지만 ‘황교안 야당’의 지지율은 여당보다 15~20% 낮고, 그 격차는 좀체로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1월15일 오후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황 대표는 “제가 1년 전인 1월15일 당에 들어왔다. 우리 당 지지율이 그때 8%였다. 100명 중 8명이 우리당을 지지한다는 말이었다”면서 “완전히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우리가 하나하나 국민들의 마음을 띄우기 위해 노력하고 혁신하며 바꿔왔다”며 ‘지지율 얘기’를 꺼냈다.


황 대표는 “아직까지 부족하지만 지금 지지율이 30%나 된다. 8%보다 많이 왔다”며 “그래도 민주당보다는 10%포인트 적다. 지금 제일 정상에서 40% 유지하고 있는 그 정당과 8%에서 30%로 간 정당, 둘 중 3개월 후 누가 이기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발언에서는 지지율 정체에 관한 황 대표의 조급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한국당의 지지율은 황 대표가 당을 맡은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오히려 ‘지지율 논란’을 불렀다.


1년 전 황 대표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물러났던 김병준 한국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황 대표의 지지율 발언과 관련, “아마 오류가 좀 있는 모양이다. 말실수를 하신 거겠지. 표가 (수치를 정확히) 모를 리가 없잖아”라며 “황 대표가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갤럽 기준으로 제가 (위원장으로) 들어갈 때 당 지지율이 10%였고 나올 때 20%였다”며 “지난주 갤럽 발표에 따르면 당 지지율이 20%이니 제가 나올 때랑 지금하고 변한 게 없는 것이다. 리얼미터 기준으로 제가 들어갔을 때 14%였고 나올 때 29~30%, 31%까지 올라갔다가 마지막에 30%로 마무리했다. 지금 30% 조금 넘는, 중간에 오르내리며 결과적으로 정체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야당 리더로 나선 이후 머리도 박박 깎았고, 단식도 했으며, 숱한 장외투쟁을 벌이며 파란만장한 1년을 보냈다. <뉴시스>    


대권 선호도 조사에서 더블 스코어 차이로 2위를 달리는 황 대표의 입장에서는 4월 총선은 피해 갈 수 없는 정치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황 대표는 총선 필승의 키워드로 ‘험지 출마’와 ‘보수 대통합’을 꺼내들었다.


황 대표는 지난 1월3일 “올해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하겠다”며 지역구 출마를 공언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 장외집회에서 “이 정권이 아무리 악랄해도 우리가 뭉치면 이긴다”면서 “통합을 위해 저부터 앞장서겠다. 올해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의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이 종로에서 이뤄질 경우 이낙연 전 총리와 서울 종로에서 그야말로 빅 매치를 벌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황 대표가 사실상 비대위원장을 맡더라도 여기저기 지원 유세를 하고 다닐 여유가 없을 정도로 종로 선거에 ‘올인’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자칫 종로에서 이 전 총리에 패할 경우 정치생명이 끝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가는 곳마다 ‘보수통합’을 외친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통합 논의가 오랜 논의 끝에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면서 그는 “똘똘 뭉쳐야 이길 수 있다”며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월15일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도 “우리를 보고 시시비비하고 내부 총질할 게 아니라 헌법가치를 같이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를 존중하는 모든 자유우파 세력들이 다 통합해야 된다”며 “그러면 이긴다. 옛날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었다. 지금이 딱 그런 게 아닌가 싶다”고 통합을 강조했다.


정치 비평가들은 황 대표의 강점으로 반듯함, 안정감, 스펙, 점잖음을, 약점으로 경직성, 꼰대 이미지, 국정농단의 그림자와 겹치는 태생적 한계 등을 꼽는다.

 

빅데이터 전문업체인 리비가 2019년 10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여야 잠재 대선 후보 12명을 대상으로 뉴스 댓글, 카페, 블로그, 커뮤니티, SNS 채널 등을 통해 이들과 관련된 데이터를 자체 수집해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황 대표의 경우 부정적 인식이 60%에 달하는 점은 대권 가도에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황 대표를 긍정적으로 보는 평가는 40%에 그쳤다.


황 대표가 또 하나의 키워드로 꺼내 든 보수 대통합으로 가는 길은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과연 이 모든 약점을 넘어서고 강점을 잘 살려내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와 보수 진영 내 엇갈린 의견도 극복하여 보수 대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까? 혁신·확장·미래를 제시하면서 중도층을 끌어들여 ‘보수의 킹’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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