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안 66년 만에 국회 통과

검찰 개혁입법 끝냈지만…경찰 ‘담담’ 검찰 ‘침울’

심동준·나운채(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0/01/17 [14:34]

검·경 수사권 조정안 66년 만에 국회 통과

검찰 개혁입법 끝냈지만…경찰 ‘담담’ 검찰 ‘침울’

심동준·나운채(뉴시스 기자) | 입력 : 2020/01/17 [14:34]

‘모든 수사 검사가 지휘’ 조항 폐기…경찰 첫 수사종결권 확보
경찰 “의미 있는 진전…겸손하고 묵묵히 개혁과제 수행할 것”
법안통과 예견된 상황인 만큼 검찰 내부 ‘올 게 왔다’ 분위기

 

임은정 검사 “국민 신뢰 되찾아올 검찰개혁 이제야 출발점 섰다”
조국 전 장관 “검·경 간의 주종관계 폐지되고 협력관계로 재구성”

 

▲ 1월13일 오후 검사가 사건 송치 전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내용을 폐지하는 걸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경찰 내에서는 화색이 돌고 있다.

 

국회가 1월13일 오후 본회의에서 검찰과 경찰을 협력관계로 규정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재석 167석, 찬성 165석, 반대 1석, 기권 1석으로 통과시켰다. 이전의 형사소송법에는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한다’는 조항이 깔려 있었다.


또 검찰의 직접수사(직수) 범위를 축소하는 등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재석 166석, 찬성 164석, 반대 1석, 기권 1석으로 통과시켰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사권 구조조정 법안의 핵심은 검사가 사건 송치 전에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내용을 폐지한 게 핵심이다. 그런 만큼 형사소송법 통과 이후 경찰 내에서는 화색이 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사권 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은 지난 2011년 이후 약 9년 만에 이뤄졌다. 개정법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은 약 66년 만에 협력 관계가 된다.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개혁 업무를 추진하던 경찰 관계자들은 담담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의미 있는 진전을 환영했다.


수사 구조개혁 업무를 추진하던 경찰 고위급 관계자는 국회 본회의 결과에 대해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첫걸음이니 앞으로는 좀 더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수사권 구조 조정 업무에 정통한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막상 표결이 되고나 니 떨떠름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겸손한 마음으로 묵묵하게 받아들이고 개혁 과제들을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도 수사권 조정에 대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민주적 수사구조에서 경찰이 본래적 수사 주체로서 역할과 사명을 다하라는 뜻임을 알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경찰청은 이어 “국민과 가장 먼저 만나는 형사 사법기관으로서,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중립적인 수사 시스템을 갖춰 나가겠다”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감시를 확대하고 사건 접수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에 걸쳐 내·외부 통제 장치를 촘촘하게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과도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히 협력하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과 국민인권 보호라는 형사사법 공통의 목적을 함께 추구해 나가겠다”며 “끊임없는 경찰 개혁으로 더욱 신뢰받는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향후 경찰은 수사권 구조 조정 후속 조치를 진행하면서 올해까지 제도 개편을 현실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소 사건을 내사한 후 입건하고, 배당을 무작위로 하는 등 수사 관련 개편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수사권 구조조정 법안 통과 이후 자치경찰 등 경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쪽에서는 영장 청구 문제 등 숙원인 수사 독립 실현을 위한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검찰 “올 것이 왔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올 것이 왔다”며 후속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이 가운데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의 저자로 유명한 김웅(50) 법무연수원 교수가 비판 글을 남기고 사의를 밝힘에 따라 검찰 내 불만이 고조될지 주목된다.


검찰은 공개적·구체적 입장은 밝히지 않고, 신중하게 향후 후속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1월13일 법안 통과 이후 윤석열(60) 검찰총장이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고,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며 인사청문회 및 국정감사 등에서 밝혀왔던 입장을 전해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가 예견됐던 상황인 만큼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 대검찰청은 1월13일 법안 통과 이후 윤석열 총장이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고,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며 인사청문회 및 국정감사 등에서 밝혀왔던 입장을 전해왔다.    


지방의 한 검사는 “도도하게 흐르는 물결 속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실무선에서 향후 협의를 잘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또 다른 검찰 간부는 “법안까지 통과된 만큼 검찰로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향후 절차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김웅 교수는 이날 검찰 내부 전산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김 교수는 수사권 조정에 대해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지칭하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김 교수는 “이 법안(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들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다. 결국 목적은 권력 확대와 집권 연장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교수는 검찰 구성원들을 향해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말아달라”며 “봉건적인 명예는 거역하라. 추악함에 복종하거나 줄탁동시(?啄同時) 하더라도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일 뿐”이라고도 주장했다.


줄탁동시란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과 새끼가 안팎으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수사권 조정 및 검찰 인사, 직제개편 등으로 ‘검찰 힘 빼기’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추 장관 취임사를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내 일부에서는 김 교수의 글에 동요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는 “김 교수가 이같이 고강도의 발언을 내놓을지 몰랐다”며 “검사들 사이에서도 김 교수의 글을 계기로 앞으로의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법조계 인사들은 검찰이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해 ‘무얼 했는가’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윤 총장 등 검찰 수뇌부가 향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검찰 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아무 대응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준사법기관’이라는 검찰의 존재 이유가 부정당했지만, 아무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검찰의 정체성과 역할 등에 대해 내부에서부터 치열하게 논쟁하고, 방향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법은 통과됐다. 이제부터는 추가 보완 입법에 집중해야 한다”며 “대검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은정 “검찰개혁 이제 출발점”


하지만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올 검찰개혁이 이제야말로 출발점에 섰다”며 “기쁨인 듯, 슬픔인 듯 울컥하다”고 말했다.


임 부장검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 검찰권이 축소되는 현실을 지켜보는 것이 검찰 구성원으로서 고통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며 “보면 반대하고 싶을까봐 수사권 조정 등 개혁법안 내용은 일부러 읽지 않았다”고 밝혔다.

 

▲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1월13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올 검찰개혁이 이제야말로 출발점에 섰다”고 평가했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이 감당하지 못할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현실을 잘 알고, 감당할 수 없는 권한은 내려놓아야 한다는 당위 역시 잘 안다”며 “검찰개혁 법안이 연이어 국회를 통과하는 현장을 지켜보며 울컥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수십 년간 사법 피해자들과 국민들은 검찰개혁을 요구해왔음에도 검찰은 그 목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검찰권을 검찰에 위임한 주권자들이 검찰권을 다 회수해가더라도 할 말 없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임 부장검사는 “이번 검찰개혁 법안은 검찰권 일부만 조정하는 정도의 따끔한 꾸중에 그쳤다”며 “그간 권력기관으로 군림해온 검찰이 대국민 사법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 신뢰를 되찾는다면 주권자들이 검찰에게 더욱 많은 일을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이 이래도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면 막중한 검찰권을 여전히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니 검찰권은 더욱 축소될 것임을 잘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검찰개혁 법안은 수사기관 큰 얼개에 대한 다소간의 구조변경이라 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검찰개혁은 변경된 구조에 따라 안을 꾸미는 법무부와 검찰, 내부구성원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형사법 체제 획기적 변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월13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1월13일 국회를 통과한 직후 SNS를 통해 소회를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이날 개정안이 통과되자마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유지돼온 검·경 간의 주종(主從) 관계가 폐지되고 협력관계로 재구성됐다. 이는 형사사법 체제의 획기적 변화”라고 적었다.


조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검찰청·경찰청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수사권 조정 작업에 참여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민정수석으로 법무부, 행정안전부 두 장관님이 합의문 성사에 이르도록 보조한 뿌듯한 경험이 있는지라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1954년 입법자의 초기 구상처럼 그리고 다수 OECD 국가의 예처럼 궁극적으로는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는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며 “그렇지만 당·정·청은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찰은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갖고 검찰은 사후적으로 개입 및 통제하는 체제를 설계했고 국회가 이 체제로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검찰·경찰의 3각체제가 조속히 착근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행정경찰과 수사경찰 분리와 자치경찰제 도입 등을 언급하며 “4월 총선 이후 ‘경찰개혁’ 법안도 국회를 통과한다면, 권력기관 개혁 업무를 관장했던 전직 민정수석으로서 여한(餘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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