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대관령 겨울 음악제’ 이끄는 손열음 밀착 인터뷰

“분쟁국가 음악가들 모여 평화의 연주 펼칩니다”

이재훈(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20/01/17 [11:44]

‘2020 대관령 겨울 음악제’ 이끄는 손열음 밀착 인터뷰

“분쟁국가 음악가들 모여 평화의 연주 펼칩니다”

이재훈(뉴시스 기자) | 입력 : 2020/01/17 [11:44]

2000년대 중후반 독일 하노버 음대에 재학 중이던 손열음은 동문으로 수학한 피아니스트들 중 독특한 사연이 있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이스라엘 출신 야론 콜버그, 팔레스타인 비샤라 하로니. 15세 때 예루살렘 음악원에서 처음 만난 두 동갑 피아니스트다. 두 연주자의 모국은 원수 사이지만, 음악으로 화합을 꾀하는 용기 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남북이 갈라져 있는 한반도에서 날아온 손열음은 이들과 깊게 교감했다. 이들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아리에 바르디는 이스라엘 출신. 네 사람을 둘러싼 지정학적 지도는 나눠져 있지만 음악은 이들을 화합했다. 콜버그와 하로니가 결성한 피아노 듀오 ‘아말’은 아랍어로 평화를 뜻한다. 

 


 

이스라엘 츌신 야론 콜버그, 팔레스타인 비샤라 하로니와 의기투합
베토벤 트리오 본 첫 내한공연…평창올림픽 열린 곳에서 ‘음악 화합’

 

손열음은 지난 1월13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2020 대관령 겨울 음악제’ 기자간담회에서 “두 친구가 그룹을 결성해서 음악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존경심이 들었다”고 했다.


손열음과 아말, 그리고 북한 출신 피아니스트 김철웅이 이번 대관령 겨울 음악제에서 ‘피스풀 뉴스’라는 타이틀로 공연한다. 2월21일 철원 청소년회관, 2월22일 고성 DMZ 박물관, 2월23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 무대에 오른다. 이들 네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North-East-West-South)는 남쪽, 동쪽, 서쪽, 북쪽 등 각 연주자 출신 지역의 방향을 가리키는 영어단어 앞글자를 따서 조합한 것이다.

 

▲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독일 하노버 음대 동문들로 구성된 피아노 듀오 ‘아말’의 연주 모습.    

 

북한 출신 피아니스트도 합류


아말은 지난 2012년 고양아람누리에서 첫 내한공연을 열었다. 당시 연주회를 찾아간 손열음은 “셋이 농담처럼 북한에서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기억했다.


“북한에서 공연하기 힘들면 북한 출신 피아니스트를 모셔와서 공연을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뒤 김철웅 선생님이 갑자기 떠올랐다. 이후 공연을 함께 해보면 좋겠다고 김 선생님께 말씀 드렸는데 흔쾌히 수락을 하셨다.”


네 사람이 모이자고 의논한 것은 2015년. 손열음은 “다들 바빠서 성사가 안 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공연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각자 연주하는 곡도 있고, 두 사람씩 연주하는 곡도 있다. 프로그램 절반은 넷이서 함께 연주하는 곡”이라고 귀띔했다.


강원문화재단이 2월9~25일 강원도 일대에서 펼치는 ‘2020 대관령 겨울 음악제’는 평화 외에도 다양한 메시지를 전한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2주년 행사도 겸한다. 개막일과 폐막일이 올림픽 기간과 꼭 겹친다.


지난해 6번의 프로그램으로 9번 공연했는데 올해는 8번의 프로그램으로 18번 공연하는 등 규모를 키웠다. 강원도내 남북한 접경 지역인 철원과 고성의 지역민들에게도 찾아간다.


이번 축제에게 가장 눈길을 끄는 공연 중 하나는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는 베토벤을 기억하는 무대다. 손열음은 “서양 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가가 베토벤”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베토벤 트리오 본이 첫 내한공연을 한다. 2006년 미카엘 오브루츠키, 그리고리 알럼얀이 결성했고 2015년 한국의 피아니스트 이진상이 합류했다. 2월9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 2월10일 서울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베토벤 피아노 3중주 등을 들려준다.


클래식 피아니스트인 시몬 트릅체스키가 마케도니아의 민속 음악을 들려주는 ‘마케도니시모’(2월11일 정선 파크로쉬, 12일 원주 치악예술관, 13일 국립춘천박물관)도 기대를 모은다.


일렉트로닉, 재즈, 아방가르드를 넘나들며 라디오 헤드와 레너드 코헨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한국계 네덜란드인 하피스트 라비니아 마이어, 첼리스트 제프리 지글러의 듀오 무대(2월5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 16일 강릉아트센터 소공연장)도 관심을 끈다.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이 ‘21세기의 진정한 바이올리니스트’라고 극찬한 쥘 아팝이 2000년 결성한 ‘컬러스 오브 인벤션’(2월15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 16일 강릉아트센터 소공연장)도 클래식 마니아의 관심을 얻고 있다.

 

게리 버튼, 칙 코리아, 파키토 드리베라 등 세계적 재즈 뮤지션 등과 협업을 해온 피아니스트 마코토 오조네는 2003년 그래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며 주목 받은 연주자다. 2014년 지휘자 앨런 길버트가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의 협연자로 한국 무대에서 눈도장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 대관령에서는 ‘마코토 오조네 퀸텟’(2월15일 춘천문화예술회관 대극장, 16일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으로 무대에 오른다.


두 대의 피아노를 통해 음악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 피아니스트 소냐 론차르와 안드리야 파블로 빅이 2003년 결성한 ‘LP 듀오’는 실내악과 록 밴드의 경계를 허문 무대(2월18일 원주 유알컬쳐파크, 19일 속초문화예술회관)를 선보인다.

 

▲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1월13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2020 대관령 겨울 음악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시공간 초월 ‘겨울나그네’ 공연


지난해 안무가 김설진 등이 협업해 선보인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2월24~25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는 이번에도 돌아온다. 김설진 대신 평창동계올림픽 안무감독 차진엽이 가세한다. 현대적인 편곡에 상상력 가득한 미디어 아트를 더한다.


손열음은 “‘겨울나그네’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타임리스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 클래식 음악의 정수”라면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앞으로도 다른 방식으로 선보이면서 대관령 겨울 음악제 대표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손열음은 2018년 3월 평창 대관령 음악제의 3대 예술감독으로 취임, 그해 여름 제15회 평창대관령음악제와 2019년 2월 대관령 겨울 음악제, 같은 해 여름 제16회 평창 대관령 음악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겨울 음악제를 처음 준비하면서 여름 축제와 다르면서도 동시에 명분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손열음은 결국 ‘장르 혼합형’을 떠올렸다고 했다. 


“다른 장르들의 결합형이 아니고 한 아티스트가 수많은 장르를 체득해서 아티스트가 곧 장르라는 생각에 여러 아티스트를 물색하고 그 다섯 팀을 모셨다.”


손열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름·겨울 축제 외에 평창 대관령 음악제의 연중 프로그램인 ‘강원의 사계’ 행사도 펼친다.


“여름·겨울 축제는 전 국민과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축제이고, 사계는 강원 지역도민을 찾아가는 행사”라면서 “앞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김성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은 “동계 올림픽이 끝난 후 지역사회에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행사 기간을 늘렸다”면서 “찾아가는 음악회가 더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한편 강원문화재단은 지난해 9월 조직개편을 꾀했다. 사무처장 제도를 없애고 대표 이사를 임명하는 ‘CEO 제도’를 도입, 김필국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배우 출신인 김 대표는 국립극장 공연사업팀장, 서울문화재단 기획조정팀장 등으로 일했다.


김 대표는 “올해가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되는 해다. 기념할 만한 일은 아니다. 국민의 바람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이라면서 “그런 면에서 피스풀 뉴스 콘서트, 일명 동서남북 콘서트는 한반도의 평화, 더 나아가서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는 의미 있는 공연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김 대표는 2024년 동계 유스 올림픽 개최지로 강원도가 정해진 사실도 상기시키면서 “대관령겨울음악제 기간이랑 겹치는데 긴 시간을 두고 손열음 감독과 상의를 해서 의미 있는 공연을 기획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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