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 사태 일파만파

은행만 믿었는데…-70% 1조 손실 폭탄 터지나?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20/01/10 [14:08]

‘라임 펀드’ 사태 일파만파

은행만 믿었는데…-70% 1조 손실 폭탄 터지나?

김혜연 기자 | 입력 : 2020/01/10 [14:08]

소비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불량 제품과 저질 서비스의 실태를 고발하는 ‘똑부러진’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제 소비자 문제는 정부나 소비자 보호기관의 노력으로 그치던 단계를 넘어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소비자 정보제공 창구인  <컨슈머 리포트>까지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정보로 무장하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본지에서도 독자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실용적인 소비자 정보와 자료를 전달하는 생활환경 감시 페이지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부실투자 논란 속 국내 1위 헤지펀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모펀드 판매잔액 5조7000억 중 은행에서 판매한 금액만 2조가량
대신증권 1조1760억, 신한금융투자 4437억…신한은행도 판매 확인

 

▲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2019년 10월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대규모 환매 중단으로 논란을 빚은 ‘라임 펀드’ 사태가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돌려막기)’ 의혹으로 이어지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국외금리연계 파생금융상품(DLF) 손실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국내 1위 헤지펀드인 라임자산운용 사기 사건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라임 펀드’ 사태는 국내 1위 헤지펀드 라임자산운용(라임)이 지난해 10월 사모펀드 환매중단 이후 폰지 사기와 불완전 판매 논란에 휩싸이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불완전 판매 측면에서는 “원금보장 상품인 줄 알았다”는 투자자들의 진술이 속속 나와 최근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금융상품(DLF) 사태와 비슷하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는 특정 펀드의 원금을 전액 떼일 처지라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게 금융당국 시각이다.


1월5일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라임의 사모펀드 290개의 설정액은 2019년 12월말 기준 4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 말(5조9000억 원)보다 1조5000억 원(25.8%)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순자산은 4조1000억 원에 그쳐 설정액보다 약 3000억 원 적다.

 

라임이 지난해 10월 1조5000억 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을 발표하기 전인 8월부터 매월 3000억~5000억 원의 투자자금이 꾸준히 빠져나가며, 사실상 ‘펀드 런’이 일어났다는 시각이다.


최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채무불이행 상태에서도 가짜 대출 채권을 판매한 혐의로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의 등록을 취소하는 한편 자산을 동결키로 했다는 것. 이에 따라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돈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 환매가 중단된 펀드(약 1조3000억 원)의 원금 손실률이 최대 70%, 1 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라임 펀드’는 대신증권·우리은행·신한금융 등 국내 은행과 증권사들을 통해 판매됐다. 특히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35%가 은행에서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라임 펀드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2019년 7월 기준으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판매잔액 5조7000억 원 중 은행에서 판매한 금액은 2조 원가량으로 34.5%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대신증권 1조1760억 원, 신한금융투자 4437억 원 등이다.


은행들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잔액은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진 11월 이후에는 1조2000억 원가량으로 줄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 5180억 원, 신한은행 3944억 원, KEB하나은행 1416억 원, 부산은행 734억 원 등이다.


상당수의 라임 펀드 투자자들은 “은행이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했다” “원금보장 상품인 줄 알았다” “10% 수익률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고 말한다.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불완전 판매라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지난해 DLF 불완전 판매 의혹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신한금융투자가 이번 파문의 중심이라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금융소비자들은 더욱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기획·판매, 판매주선 등을 한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를 관계사인 신한은행도 일부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WM사업총괄 임원은 신한금융투자 부사장도 겸직한다. 신뢰가 생명인 은행을 믿고 투자했다가 원금의 70%를 날릴 위기에 처하자 “금융소비자가 봉이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실제로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의 사기 혐의에 연루돼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라임자산운용은 개인 투자자 금액 2436억 원과 신한금융투자에서 받은 대출금 3500억 원 등 6000억 원 가량을 합쳐 무역금융펀드를 운용했으며 이 가운데 40%가량을 IIG의 헤지펀드에 투자했다.

 

또 모펀드인 헤지펀드(STFF)의 부실을 알고서도 일부 지분을 싱가포르 업체에 넘기는 계약을 맺어 오는 2024년까지 이연시키는 등 일종의 재구조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라임자산운용이 재구조화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실 펀드인지 몰랐던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이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피해를 더욱 키웠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라임자산운용의 이런 부정행위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미국 헤지펀드의 부실을 알고서도 대규모 손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재투자한 것은 일종의 ‘사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라임자산운용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통보할 방침이다. 라임이 개인투자자 돈 2426억 원을 투자한 무역금융 전문 투자회사인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IIG)의 펀드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의 회사에 넘기고 약속어음 형태로 투자 자산을 바꿨으면서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를 설계하고 운용을 주도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현재 도주한 상태로 알려졌다.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금감원의 검찰 수사의뢰 소식에 환매 중단으로 투자금 손실이 불가피해진 투자자들은 법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화는 지난해 10월 만들어진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피해자모임’ 인터넷 카페에 공지글을 올리고 1월25일까지 고소인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1월3일 밝혔다.


법무법인 광화는 라임자산운용펀드 중 일부 상품에 대한 언론보도 및 관련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관련 펀드 상품의 위법 요소에 대해 고소 및 형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17일 올린 공지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고소 참여 의사를 밝히고 사건위임계약서와 대리인선임서, 집합투자상품거래신청서 등 필요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광화는 남미 무역금융 펀드에 투자한 이들의 고소 및 형사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검찰의 수사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다른 펀드 상품으로 고소 및 형사절차를 확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소송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투자 자문사인 IIG 등록 취소로 투자금 손실이 예상되는 투자자들도 법적 대응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이 법정으로 넘어가면 라임자산운용이 모펀드인 헤지펀드(STFF)의 부실을 알고서도 일부 지분을 싱가포르 업체에 넘기는 계약을 맺어 오는 2024년까지 이연시키는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없었는지 여부 등이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라임자산운용이 재구조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부실 펀드인지 몰랐던 투자자들이 펀드에 투자를 계속한 부분도 불완전 판매로 볼 수 있는지 등도 쟁점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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